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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이 예술을 만났을 때...도시를 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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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이 예술을 만났을 때...도시를 물들이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8.03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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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트릭트의 워터폴 NYC(2021) 예상 이미지 /국제갤러리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타임스스퀘어에 설치한 초대형 LED 사이니지 전광판을 통해 100m 높이의 ‘디지털 폭포’를 최근 선보였다. 디지털 디자인업체 디스트릭트(d'stict)와 함께 작업한 설치미술 '워터폴 NYC(Waterfall-NYC)'은 철골 구조물 아래로 거대한 폭포 물줄기가 쏟아지는 장면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워터폴 NYC는 삼성전자가 자사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추진한 디지털 아트 협업의 일환으로, 철골 구조물 아래로 폭포 물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매 시간 정각마다 1분씩 거대한 디지털 폭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미국 뉴욕 중심부 맨해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원타임스스퀘어’ 빌딩 외벽에 삼성 스마트 LED 사이니지 전광판을 설치했다. 션 리 디스트릭트 대표는 이번 전시를 두고 “도심에서 예상치 못한 초현실적인 풍경을 마주하며 잠시 더위를 식히고 평화와 위안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술을 나타내는 훌륭한 수단, 전광판

전광판은 동영상으로 된 광고를 대형 화면으로 대중들에게 노출시켜 옥외광고매체의 한계를 뛰어넘게 만든 것으로, 램프에 일정한 전류를 흘려보내 램프별로 각각의 색상을 표출한다. 이 각각의 램프가 표현하는 색상을 조합해 동영상을 노출하는 원리다. 빛의 삼원색인 빨강, 녹색, 파랑을 활용해 여러가지 색상 및 동적인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전광판에 뜬 검정치마 /비스포크

전광판 하면 대개 어떤 대상을 홍보하는 것을 떠올린다. 대표적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연예인이나 가수의 활동을 홍보하는 매개체로도 유명하다. 7월 23일 가수 '검정치마'가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대형 소니 비전을 포함해 타워레코드 등 주요 지역에서 노출되었다.

심지어 이 등장은 우리나라의 인디 싱어송라이터 중 처음이라 의미가 깊다며 검정치마 파트너사 비스포크는 덧붙였다. 이렇듯 연예인이나 가수를 홍보하는 식으로 전광판이 이용되는 경우가 아마 우리에게는 제일 익숙할 것이다. 지하철만 해도 지나다니는 길에, 또는 플랫폼에도 여러 게임 광고나 연예인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홍보물을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LG전자가 선보인 미디어 아트 /LG전자

모 기업의 기술력을 강조하는 식으로 전광판이 쓰이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던 삼성전자의 전광판 설치 외에도 LG전자는 6월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와 영국 런던 피카딜리광장에 있는 LG전자 전광판에 LG 시그니처를 주제로 한 3D 아트를 선보였다. LG 시그니처의 캠페인 슬로건인 ‘기술에 영감 주는 예술, 예술을 완성하는 기술(Art inspires technology. Technology completes art.)’에 맞춰 제품의 미적, 기술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취지다. 

여기서 3D 아트는 멈춰 있거나 움직이는 3차원 컴퓨터 그래픽을 의미한다. LG전자는 호주 아티스트이자 3D 일러스트레이터인 데이비드 맥레오드와 함께 3D 아트를 제작했다. 10억개 넘는 색상으로 이뤄진 조각들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점이 특징으로, 통통한 포도와 같은 이미지는 와인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서 상영된 '호두까기 인형' /LG전자 

LG전자는 작년에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현지시간 4일부터 美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LG 전광판에서 세계적인 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er, 이하 ABT)와 함께 제작한 ‘호두까기 인형’ 하이라이트 영상을 내보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관람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현지 고객들이 아름다운 발레공연을 보며 따듯한 연말을 즐기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이벤트를 연 것이다. 

요즘은 전광판으로 단순히 홍보나 광고를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닌,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예술의 수단으로 표출하는 매개체가 되어 가고 있다. 전광판 글자로 유명한 작가 제니 홀저의 작업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전광판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는 1985년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내 욕망으로부터 나를 지켜줘(PROTECT ME FROM WHAT I WANT).”란 문구를 새겨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 문구는 소비와 욕망에 빠진 현대인들의 현실을 잠시 뒤돌아보게 만들며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보이는 문구 /flickr
구겐하임 미술관을 비추는 그의 작품 /flickr

그의 작품 대부분은 표현하고 싶은 단어와 아이디어가 전광판이나 거대한 건축물 등으로 나타난다. 작업의 바탕이 되는 텍스트는 간단하고도 애매모호하면서도 어딘가 냉담하다. '남자는 엄마가 되는 것이 어떤 건지 알 수 없다. 'A man can't know what it's like to be a mother.' 또는 '자유는 사치이지 필수가 아니다. Freedom is a luxury not a necessary.'와 같이 짧은 문장, 또는 단락으로 구성된다. 

LED 전광판에 작업 /flickr

그의 작품에서 글자가 흐르는 속도가 빨랐다가, 느렸다가, 때로는 버벅거리는 이유는 사람이 직접 말을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는 "전광판 간판의 대단한 기능은 움직이는 능력이다. 내가 이걸 좋아하는 이유는 말을 하는 것과 비슷해서다. 전광판의 글자를 강조할 수도 있고, 흐르게 하며 멈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홀저는 특히 정치적 이슈를 부각하는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작업으로 유명하며, 리버럴 성향인 미국 문화예술계 내에서 동성애, 성전환, 총기 규제 등을 옹호해 왔다고. 

데이비드 호크니의 신작 '태양 혹은 죽음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음을 기억하라' 상영 이미지 /CIRCA

세계 최대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조셉 오코너에 의해 설립된 'CIRCA'가 서울을 포함한 세계 5개 도시에 5월 한달간 데이비드 호크니의 신작 '태양 혹은 죽음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음을 기억하라'를 상영한다고 밝혀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영상 공개 시간이 흥미로운데, 영상 공개 시간은 기본적으로 2021년의 새로운 시간을 의미하는 20시 21분으로 설정됐으나 각국의 상황에 따라 일부 조율됐다. 

먼저 영국 런던 피카딜리 라이트에서 영국 표준시 20시 21분에 공개되며 한국에서는 서울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에서 한국 표준시로 20시 21분에 공개되었다. 미국에서는 뉴욕 타임스퀘어 70개 전광판에서 미국 동부 표준시로 23시 57분에 영상이 상영되고 로스앤젤레스 펜드리 웨스트 할리우드에서는 태평양 표준시 20시 21분에 상영되었다. 일본 도쿄 신주쿠 유니카 비전에서는 일본 표준시로 9시에 상영된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CIRCA의 'CIRCA.ART' 웹사이트에서는 영국 표준시로 20시 21분에 영상이 상영되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신작 '태양 혹은 죽음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음을 기억하라' 상영 이미지 /CIRCA

이 작품은 호크니가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아이패드로 제작한 것으로 해돋이를 주제로 한 2분 30초 분량의 애니메이션이다. CIRCA는 코로나19로 인한 ‘대봉쇄’로부터 풀려나기 시작한 많은 국가들에 희망과 협력의 상징을 제시하며 봄날의 도래를 알리는 메시지라고 소개했다. 호크니는 “우리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떠한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대형 스크린에 펼쳐질 나의 작품과 마주할 모든 이들이 이를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로 5월 1일, 20시 21분이 되자 스크린에서는 광고가 멈추고 화면에는 작품 제목인 ‘태양 혹은 죽음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음을 기억하라(Remember you cannot look at the sun or death for very long)’가 새겨졌다. 3분 가량의 이 작품은 1분 30초짜리 영상이 두 번 반복되는 식으로 진행됐다. 조셉 오코너 CIRCA 예술감독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해가는 이 시점에 야외에서 작품을 공유하는 것도 의미있다”며, “갤러리에 가지 않거나 데이비드 호크니를 모르는 사람도 일상에서 작품을 만나는 것이 공공예술의 의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어서다(STANDS)’ 영상 이미지 /에이엔피리어드

사람과 예술과의 접목을 전광판으로 꾀하는 시도도 계속된다. 이야기를 전시하는 아티스트 그룹 ‘에이엔피리어드’는 1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톰슨로이터 전광판에 작품명 ‘일어서다(STANDS)’ 영상을 전시했다. 오후 9시부터 15분간 독점 상영된 이 전시는 에이엔피리어드가 지난 1년간 전국 300여 명의 참여로 제작한 영상으로,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일어섬’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을 비롯해 힘겨운 일상을 견디는 이들에게 생명의 근원적인 힘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를 보여주었다. 

에이엔피리어드 박직연 감독은 “일어서다 속의 ‘우리’는 아주 느리게 일어선다. 모두 같지만 모두 다른 이야기이다. 각자 자신이 서 있는 땅을 딛고 그로부터 스스로 일어선다. 매일 수십 번도 더 일어서겠지만 일어서기로 마음먹은 이들의 ‘일어서다’는 느린 화면 속에서 행위자와 관람자를 연결한다"고 밝혔다.

또 "화면 속의 ‘우리’를 마주하며 그들이 땅으로부터, 제약으로부터, 나약함으로부터, 슬픔으로부터 일어서기를 응원하게 된다. 마침내 일어선 얼굴과 마주할 때 응원을 넘어 이미 일어서고자 하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우리 안의 희망과 우리 안의 영웅을 마주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후 코엑스 밀레니엄 광장과 스타필드 내 기둥 등에 ‘일어서다(STANDS)’ 영상을 전시, 먼 옛날 최초의 몸짓 ‘일어섬’으로 인해 시작된 우리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각자의 ‘일어섬’으로 보듬어 생명과 치유와 화해의 세계로 이어나가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체험하는 시민의 모습 /인천공항공사

6월, 인천공항공사는 최신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한 콘텐츠를 제1여객터미널에 전시했다. 이번에 선보인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는 기존의 미디어아트와 달리 관람객의 움직임 등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최신 영상표출 기법으로 제작됐다. 제1여객터미널 중앙 미디어타워와 3층 대형전광판 2개소에 마련되었다. 

제1여객터미널 중앙의 미디어타워에서는 3층 중앙에 별도로 마련된 센싱프레임에 관람객이 손을 넣으면 손의 움직임에 따라 미디어타워 속 화면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인 'The Nature'와 'Pop Art'를 전시했다. 'The Nature'는 나무, 꽃 등 자연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Pop Art'의 경우 다양한 색채의 사물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각각 송출한다.

송출시간은 매시 정각부터 30분 동안으로, 3번 출국장 인근에서 송출되는 작품인 'K-Art'는 한국의 전통 민화를 재해석한 증강현실 콘텐츠를, 4번 출국장 인근에서 송출되는 작품인 'Into the Frame'은 여객이 위치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가상의 거대한 액자로 구성한 증강현실 콘텐츠를 각각 선보였다.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앞으로도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인천공항을 사람과 기술, 문화가 만나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변화시켜 나가겠다"고 전했다.

제니 홀저의 작품 /flickr

제니 홀저는 "예술만이 아름다운가? 광고나 뉴스, 반짝이는 주식 시세표와 도시를 물들이는 전광판도 얼마나 아름다운가"란 말을 남겼다. 1월 말까지 열렸던 그의 개인전에서는 여러 LED 전광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눈에 띄었다. "I BREATHE YOUR BREATH(나는 당신의 숨으로 호흡한다)", "WORDS TEND TO BE INADEQUATE(말로는 부족한 게 있다)" 등의 여러 문장이 전광판에 반짝반짝 빛을 냈다. 

그는 "전쟁이나 사랑, 인권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반짝이는 빛과 색감을 통해 느끼는 감성적 경험도 중요하니 자유롭게 감상하면 좋겠다"란 말을 남겼다. 단순한 광고나 홍보로만 쓰이던 전광판은 이전보다 더 발전해 누군가의 기술을 뽐내는 수단으로, 누군가에게는 예술을 표현하는 훌륭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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