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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뿔 코르누코피아, 예술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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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뿔 코르누코피아, 예술을 담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7.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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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누코피아 /pixabay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옛 신화나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뿔그릇에 과일과 꽃이 넘칠 정도로 담겨 있는 모습을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코르누코피아'란 호칭은 로마 풍요의 여신인 코피아가 지니고 있는 물건에서 유래했다. 일반적으로 꽃과 과일로 가득 찬 뿔그릇의 모습으로 표현되며 부와 안녕을 상징한다. 유럽의 장식 모티브로써도 많이 쓰였으며 프랑스 루이 16세 시대의 건축 장식이나 가구에서도 보인다. 

코르누코피아는 그리스 신화의 삽화 기원을 두었다. 최고신 제우스는 유아기를 크레타섬의 이다산에서 보내고, 뿔이 있는 산양 아르마티아가 풍부한 젖으로 그를 키웠다고 한다. 어느날 제우스는 아르마티아와 노는 중에 뿔 하나를 뽑아 버렸는데, 후에 이 산양을 성좌인 마갈궁으로 제사를 지내고, 남겨진 뿔에는 곡물, 황금의 화관, 과일, 보옥을 뿜어내는 신비로운 힘을 주어 이다산의 요정들에게 보냈다. 아르마티아는 힘과 강함이라는 남성적 상징으로서의 뿔과 양육하는 여성의 상징으로서의 산양이 합체한 것으로, 또한 뿔의 형체 자체가 양성 구유적 풍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코르누코피아가 담긴 예술과 추수감사절까지
 

코르누코피아와 조각상 /pixabay

그리스와 로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르누코피아라는 단어는 "뿔"을 뜻하는 'Cornu'와 "풍족"을 뜻하는 'Copia'라는 두 개의 라틴어에서 유래된 것이다. 코르누코피아에 대한 신화는 다양한 기원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위에서 언급했던 제우스에 대한 일화다. 당시 염소의 뿔은 끝없는 풍요를 상징했다고 한다. 

헤라클레스와 싸우는 아켈로스 /Wiki Commons

또다른 신화에의 코르누코피아는 헤라클레스가 강의 신 아켈로스와 씨름하다가 그의 뿔 중 하나를 뜯어냈을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헤라클레스는 데이아네이라 공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로 결심했고, 또 다른 구혼자인 아켈로스와 맞서게 된다. 둘은 누가 정식 구혼자가 될지를 두고 몸싸움을 벌였고, 싸움 중 아켈로스가 황소로 변했을 때 헤라클레스가 그 뿔을 뜯어낸 것이다.

아켈로스는 이미 코르누코피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헤라클레스에게 코르누코피아를 주고 자신의 부러진 뿔을 돌려받았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코르누코피아는 몇몇 그리스와 로마 신, 특히 지구의 신 가이아를 비롯해 곡물의 신인 데메테르, 운명과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 등 여러 신들을 상징한 수확, 번영 또는 정신적 풍요와 의미를 같이 해 그려졌다. 지하 세계의 지배자인 하데스 또한 농업과 부를 상징했으며 종종 코르누코피아를 가진 모습으로 그려졌다. 

코르누코피아를 들고 있는 아이의 조각상 /Wiki Commons

신화에서 알 수 있듯이 코르누코피아는 자연이 인류에게 주는 풍요의 매개체였다. 농경 사회에서 종교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힘 그 자체였고 대지에 대한 인간의 의존 또한 여러 분야에서 나타났다. 동상, 동전, 모자이크, 꽃병, 벽화 등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에 그려진 코르누코피아를 통해 알 수 있다. 고전 작가와 시인들은 하늘과 땅의 연결을 강조하며 신에게 감사를 해야 할 날들을 기억하게 만들고, 어떻게 하면 신들의 환심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연구하며 신들을 찬양했다.

특히 로마인들은 코르누코피아의 이미지를 쓰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로마는 당시 매우 번영한 나라였고 좋은 음식들이 넘쳐났으며 정치적, 군사적으로 강대했던 시기였다. 아마 로마는 코르누코피아를 이용해 자신들의 풍족을 과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고대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코르누코피아를 들고 있다 /flickr
로마의 수호신 조각상이 들고 있는 코르누코피아 /flickr

코르누코피아의 기원에 대한 여러 신화는 자연과 문화, 물질과 정신, 인간과 신의 경계에 대한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그리스 운명의 여신 티케는 그리스의 시인, 철학자,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존재였다. 티케는 로마에서는 포르투나라고 불렸으며, 그와 관련되어 있는 여러 측면 때문에 고대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중요한 여신들 중 하나였다. 그를 기리기 위한 거대한 신전이 세워졌을 정도다. 

코르누코피아를 들고 있는 티케 /flickr

포르투나의 주요 특성은 역시 그가 품에 안고 있는 코르누코피아를 들 수 있다. 이 코르누코피아는 가끔 뒤집힌 모습으로 나와 부를 이 세상에 퍼뜨린다는 뜻을 담았다. 그는 방향키를 쥐고 있었으며, 이것은 그가 남자들의 운명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또한 변덕스러워서 행운과 불운을 동시에 가져다줄 수 있는 존재였다. 이렇듯 포르투나에 대한 사람들의 존경심은 대단했고 그가 갖고 있는 코르누코피아는 사람들에게 의해 계속 재정의되고 재해석되었다. 

그러나 나라가 점점 발전하고, 상업사회가 도래하며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도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한다. 기술의 발전은 환경에 대한 통제였고, 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농업이 점점 사라지면서 농경 사회에서 상업 사회로 전환한다. 피렌체, 베네치아, 앤트워프 등 고도화된 도시들은 무역 중심지들이 되었고 지역적인 상품들뿐만 아니라 이국적인 곳에서 온 수입품들도 사회 곳곳에 보급되었다. 

15-16세기에 걸쳐 풍요의 원천은 시장이 되었고 코르누코피아는 자연스럽게 정치적, 사회적 선전의 도구가 되었다. 풍부한 과일, 꽃이 들어 있는 뿔그릇은 사람들에게 번성하는 시장, 번영하는 도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정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실제 1428년 피렌체는 베키오 메르가토에 풍요를 상징하는 거대한 조각상을 세웠다. 이 곳은 고대 로마의 토대 위에 세워졌고 피렌체와 로마 또한 연결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유리했을 것이다. 이 동상의 존재는 시민들에게 정부의 합리적인 통치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드레스덴의 헤라클레스, 거대한 코르누코피아가 보인다 /Wikimedia Common

코르누코피아는 그리스와 로마의 종교적 상징 외에도 현대의 화폐나 은행, 정부의 건물, 조각상 등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다. 대개 이전처럼 번영, 풍요의 상징으로 사용하며 마을 이름이나 거리 이름, 책 제목으로도 쓰이기도 한다. 스웨덴 국립은행은 코르누코피아를 로고의 일부로 쓰며 독일 드레스덴 시청 건물 꼭대기에는 커다란 헤라클레스 동상이 커다란 코르누코피아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The Origin of the Cornucopia /seattleartmuseum

천천히 움직이는 강, 세 명의 님프는 가을을 상징하는 과일과 채소로 코르누코피아를 채웠다. 이 그림은 공공건물이나 주거지를 꾸미기 위해 만들어진 사계절의 시리즈 중 하나다. 화가 얀센스가 그린 이 그림은 수확과 풍요를 기리는 의미가 있으며 호박이 계절을 상징하는 가장 큰 이미지로 그려져 있다. 계절 전체를 대표하는 호박처럼 얀센스의 이 그림은 가을을 상징하는 우화로 그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님프들은 콜리플라워, 무화과, 포도 등을 매우 상세하게 그려냈고 모든 요소는 건강과 성장을 암시하고 있다. 

정확히는 이 작품은 헤라클레스의 전투와도 관련이 있는데, 황소의 뿔을 뜯은 헤라클레스와 강의 님프들이 그 뿔에 다양한 과일과 채소로 그 안을 채우는 것이다. 헤라클레스에게 패한 아켈로스는 이렇게 노래한다. '나의 나이아드들은 내 뿔을 향기로운 꽃들을 채웠다, 열매로 가득 채우고 이것을 신성하게 만들었다. 내 뿔에서 이들은 흐르는 풍요를 발견했다" 이 시적 대사들은 시각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풍경에 매우 적합하다.

화려하게 꾸민 코르누코피아 /pixabay

코르누코피아는 서양의 추수감사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코르누코피아와 추수감사절 둘 다 풍성한 수확을 축하하는 의미기 때문이다. 첫 번째 추수감사절은 가을 추수를 축하하는 행사로 청교도 순례자들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3일간 여는 축제였다. 그러나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공휴일의 개념은 아니었다. 링컨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공식적인 국경일이 될 수 있었다. 

그는 남북을 막론하고 모두가 축하하는 공휴일이 생기는 것이 국가를 통일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추수감사절은 1941년 의회에서 11월 넷째 목요일로 결정하며 비로소 공휴일로 되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추수감사절 사람들의 식탁 위에 놓인 코르누코피아를 두고 농부들이 염소 뿔에 곡식과 과일을 채워 축하하는 유럽의 추수 축제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다. 특히 북미에서는 과일과 채소로 가득 찬 바구니를 종종 볼 수 있다.

추수감사절의 전통 음식은 첫 기념일을 축하할 때 먹었을 것이라 추측하는 음식들로 채워진다. 항상 가을 수확의 열매를 특징으로 했기 때문에 코르누코피아도 추수감사절 식탁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코르누코피아는 가을에 많은 상점에서 판매되며, 뿔은 보통 바구니로 만들어지지만 도자기나 금속, 나무로도 만들 수 있다. 바구니에는 야채, 견과류, 조화가 들어간다. 대개 사과, 포도, 잎사귀, 작은 호박으로 넘치는 코르누코피아를 만들며 어떤 사람들은 꽃, 사탕, 채소로 그들만의 코르누코피아를 만든다. 

꽃으로 장식한 코르누코피아 /flickr

자신만의 코르누코피아를 만들고 싶다면 우선 이것을 먹을 용도로 쓸지, 순전히 장식만을 위한 용도로 쓸지를 정하는 것이 좋다. 코르누코피아 안에 든 음식은 구워 고기나 치즈와 같이 먹으면 좋을 것이다. 사계절 내내 멋지게 관상용으로 쓸 수 있는 코르누코피아를 원한다면 박과 단풍, 조화나 가짜 잎사귀로 꾸며두는 것도 좋다.

코르누코피아는 이런 식으로 직접 만들 수도 있고, 시중에 나온 DIY키트 제품으로 나온 것을 살 수도 있다. 금속, 나무 점토 등으로 나만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아이들과 같이 만드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또 추수감사절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해에 코르누코피아를 또 사용하기 위해 보관해 두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풍요와 감사의 상징, 코르누코피아
 

영국 리즈 마켓에 있는 코르누코피아 장식 /flickr
미국 의회 도서관의 코르누코피아 모자이크 타일 /flickr
우측의 티베르 신이 들고 있는 코르누코피아가 눈에 띈다 /flickr

미국의 추수감사절,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과 과일을 담은 바구니가 사실은 여러 신화 이야기로 얽혀 있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다. 제우스가 뽑은 염소의 뿔, 헤라클레스가 뽑은 황소의 뿔 등등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거쳐 코르누코피아는 그리스와 로마 시대 여러 그림과 조각상에 등장하며 마치 정말 신화의 이야기가 진짜인 것처럼 느끼게 할 정도다.

지금도 전세계 곳곳에서 유물로, 또는 한 건물의 장식으로 존재하는 코르누코피아는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한 신화, 종교, 문화를 통해 단순한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추수감사절에 빠질 수 없는 하나의 의미가 된 것처럼 사람들에게는 넉넉한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감사의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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