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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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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7.19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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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에 있는 작은 도서관 /무안군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최근 부안군은 노후화된 버스 정류장을 리모델링해 작은 도서관으로 조성했다. 부안군은 버스 승강장이 낡고 노후되어 주민들의 이용이 없고 어구 창고 등으로 이용되면서 내부를 편백나무 등으로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이 공간에 발열의자, 책꽂이, 홍보 게시대, 도서, 군정 홍보지 등을 두었다. 

부안군은 이 공간은 마을주민과 관광객들이 휴식과 함께 독서를 하며 버스를 기다리거나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들은 작은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간단한 음료를 판매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등 활발한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듯 노후된 버스 정류장들이 문화 공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버스 정류장의 예술적 활용 
 

1890년에 다녔던 옴니버스 서비스를 재현한 모습 /Wikipedia CC BY 2.0

일반적으로 버스 정류장은 승객들이 버스를 승하차할 수 있도록 버스가 서는 장소다. 버스가 타는 곳이라 사람이 많은 혼잡한 장소에 설치되며 덜 혼잡한 곳에서는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간단히 생긴 기둥이나 깃발을 쓰는 곳도 있다. 정류장이 생기기 전, 19세기까지 도시들 사이를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마차들의 말을 바꿀 수 있는 코칭 여관의 역할을 하는 곳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버스 정류장의 초기 형태였다.

운송 사업가인 존 그린우드는 펜들턴의 톨게이트 관리인이었다. 1824년 그는 말과 카트를 구입해 영국 최초로 펜들턴과 맨체스터 사이를 다니는 합승버스(옴니버스)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전에 있었던 코칭 여관과는 달리 사전 예약도 필요 없었고 승객의 요청에 따라 어디에서든 승객을 태우거나 내리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공공 주택, 기차역 및 도로 분기점과 같은 곳이 곧 버스가 서는 정지 지점이 되었다. 그는 맨체스터에서 영국 최초의 버스 노선을 개통한 사람이었다. 

조지 실리비어의 버스 /flickr

이 버스는 정해진 노선을 통해 운행되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길을 따라 존재하는 몇몇 장소는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탈 수 있는 편리한 장소가 되었다. 버스 정류장의 역할을 했지만, 어떤 계획으로 세워진 것이 아닌 사람들간의 합의로 이루어진 것이다. 1829년 영국에서 공식적인 버스 정류장이 세워지고, 사업가 조지 실리비어가 이 서비스를 도입해 성공을 거둔다. 그의 버스는 콘힐과 패딩턴 사이 길을 달렸고 도중에 지정된 정거장에 버스를 세웠다. 콘힐의 첫번째 정류장은 영국은행 쪽에, 패딩턴의 마지막 정거장은 한 술집 근처에 있었다.

요즘의 버스 정류장은 단순히 버스를 타고 내리는 곳이 아닌, 간이 대기실 형태의 버스 쉘터로 많이 늘어나고 있다. 유리벽, 천장, 프레임 등이 있어 비바람과 햇빛을 피할 수 있으며 승객들이 머무는 곳이기 때문에 광고가 붙거나 하는 것도 기본이다. 서울시는 작년 10월 시범사업으로 착공한 미래형 시내버스정거장 '스마트쉘터' 10곳을 올해 8월부터 운영한다고 밝혔으며 광주광역시 서구는 정류장에 옥외형 공기정화장치가 갖춰진 ‘스마트 미세먼지 안심 쉘터’를 설치했다. 

엑토르 기마르가 디자인한 지하철 입구 /flickr

버스 정류장 같은 대중 교통 서비스를 공공미술로 풀어낸 사례는 예전부터 있었다. 최초의 사례는 엑토르 기마르의 파리 지하철 시설물 디자인 프로젝트다. 기마르는 약 13년간 총 141개의 파리 지하철역의 입구 시설물부터 벤치, 가로등, 철책 등 당시 파리에서 유행하던 아르누보 양식을 적용해 디자인한 사례다. 버스 정류장은 아무래도 지하철 역보다는 디자인이나 작품을 구현하는 데 있어 쉬운 편인데, 크기나 형태 변형에 있어 비교적 자유로운 지상 간이 구조물이라 건축적 '구조'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JC 데코 버스 정류장 /Wikimedia Commons

그전까지의 버스 정류장은 미국의 대표적인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의 아헨 버스 정류장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독창적인 디자인이 적용될 수 있는 대상이라 여기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젠만은 개인 주택에서 대형 문화센터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중에서도 아헨 중심에 있는 JC 데코 버스 정류장은 그가 설계한 작품 중 가장 작은 규모지만, 규모와 상관없이 그의 이론 원칙과 독특한 설계 방법이 드러난 작품이다. 프랑스 회사인 JC 데코의 의뢰로 제작된 이 정류창은 '접기' 방법을 기본으로 하며 광고를 위한 부분, 실질적인 정류장으로 사용되는 부분으로 나눠진다. 회색과 금속판이 주재료로 쓰였으며 기능성과 편안함을 함께 고려했다. 

우리나라에서 2010년 시행됐던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는 시민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예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미술, 디자인, 건축 등 창의적인 예술가들이 공공예술로 잘 살 수 있는 도시 서울을 만드는 데 도전하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이다. 서울역 환승센터 내 '아트쉘터'와 흥국생명 빌딩 앞 정류장에 설치했던 '더 플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카드는 서울역 앞 대중교통 환승센터의 아트쉘터를 디자인하고 제작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현대카드의 아트쉘터 전경 /현대카드

가장 큰 특징은 이용자 편의를 극대화하고 버스승차대가 장소기반 미디어(Locative Media)로 재탄생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불가피한 구조물들을 제외하고는 천장을 포함해 모든 면을 18mm두께의 파워글래스와 투명한 천연 수지로 구성해 내구성과 강도를 향상시키는 한편 이용객들의 편안한 시야를 최대한 확보하도록 했다.

아울러 양면 LED를 외벽 내부에 구현하고, 전도성을 지닌 투명박막인 산화인듐(ITO, Indium Tin Oxide)코팅을 배선으로 이용해 투명한 영상 이미지를 구현하는 한편, 세라믹 도트 인쇄로 빛 확산을 통한 광학적 효과를 배가시켰다. 아트쉘터 하나 당 총 3,680개의 LED소자 모두 거대한 라이팅 큐브가 되어 미디어 콘텐츠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버스 정류장이 단순한 시설물이 아닌 장소기반 미디어이자 랜드마크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서울역 환승센터 내 버스승차대 12개를 디자인, 정류장을 단순히 버스를 갈아타는 곳이 아닌 공공예술의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곳에는 미디어 아트와 서울시 시정홍보 등은 물론 버스정보시스템과 연결한 버스운행 정보와 날씨, 뉴스, 도시정보가 시간대별로 안내하는 시스템을 가졌다. 아트쉘터를 디자인한 채정우 디자이너는 “공공시설물이 있는 장소 자체를 미디어가 되게 했으며, 온·오프라인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장소기반 미디어가 도입된 최초의 공공시설물로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빌드 스테이션이 된 충남 서천군 화양면 봉명리 버스 정류장 /현대자동차

2019년 현대카드는 자동차 부품을 활용해 버스 정류장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바꾸기도 했다. 충남 서천군에서 버스정류장의 환경 개선 활동 ‘빌드 스테이션’을 진행, ‘빌드 스테이션’은 사회공헌 캠페인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긴 시간 동안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교통 소외지역 주민을 위해 버스 정류장을 하나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우선 정류장에 운동 기구를 설치하여 버스를 대기하는 시간 동안 마을 주민과 어르신들이 지루하지 않게 버스를 기다릴 수 있게 했고, 시트·휠 등 자동차 부품을 활용한 정류장 내외의 가구 및 소품 제작, 외부 벽화 드로잉 등으로 버스 정류장을 새롭게 리모델링했다. 

더 플로 /디자인 서울 총괄본부

'더 플로'는 하태석 건축가의 작품으로, 사각 박스 형태의 버스 정류장을 절단과 해체, 재구축 과정을 거쳐 길의 기울기 방향을 따라 은빛 띠 10개가 말린 형태의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이 10개의 루프마다 기다림, 쉼, 빛, 만남 등 도시가 필요로 하는 정서적 요소와 리듬을 담았다. 정류장이 차와 함께 사람이 흐르다 잠시 멈췄다가, 다시 흐르는 곳이라 이름을 더 플로(the flow)라 지었다고 한다. 이 작품 모형은 하버드의 '한국 건축 특별기획전'에 전시되기도 했다.

하태석 건축가는 “정류장이 기능만 따지고 정서는 배제해 버스 기다리기가 더 지루했던 것 같다”며, “시민들이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일반 버스 정류장과는 동떨어진 모습인데, 가로등이나 벤치 등 도시 속에서 '거리 가구'를 생활과 어우러지는 예술로 만드는 서울시의 일종의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박삼철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단장은 “이제까지 개인이 즐기는 것은 공들여 만들면서도 더불어 쓰는 것은 값싸게 만드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며 “거리 가구는 작품으로도 즐기고 생활에도 쓸모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강서구 허준박물관 앞 버스 정류장 /강서구청
겸재정선미술관 버스정류장 디자인승차대 /강서구청

강서구에서도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월, 허준박물관과 겸재정선미술관 일대 버스정류장 7곳을 ‘문화 예술이 흐르는 버스 정류장’으로 조성했다. 공공장소에서 문화예술을 쉽게 접하고 지역의 문화자원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다. 허준박물관의 정류장은 한약방의 약장을 테마로 꾸몄으며, 왼쪽에는 인삼, 박하, 감초 등 한약 약재의 이름을 배치하고 오른쪽에는 어의, 한의학, 동의보감 등 허준과 관련한 핵심어 등을 나열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겸재정선미술관 버스정류장은 겸재정선 작품을 기반으로 정류장 자체를 한 폭의 그림처럼 꾸몄으며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겸재정선 작품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다. 구는 지역 내 문화자원을 십분 활용, 특색 있는 공공미술작품을 설치함으로써 가양동 일대를 뮤지엄 거리로 조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얀별 컨템포러리 팀이 예술의 전당 버스 정류장에 설치한 '미디어 플랫폼 2260' /천안시

천안시는 5월, 공공미술프로젝트 '우리동네미술'의 일환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일상생활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예술작품을 설치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충청남도, 천안시가 주최하고 천안문화재단이 주관한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은 국가시책 사업으로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 예술계에 지속적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주민들의 문화 향유 공간 조성을 위해 추진했다.

‘천안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은 2020년 9월 공모를 통해 작가팀 4개 팀을 선정해 팀별로 실행계획서를 수립한 뒤, 총 38명의 작가가 참여해 올 상반기 작품을 모두 설치했으며 앞으로 3년간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버스 정류장에는 미디어아트를 설치, 버스를 기다리면서 정류장 내 영상 플랫폼으로 예술 작가의 전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또한 공연 예술 영상을 관람할 수도 있다.


버스 정류장의 또다른 변신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한평미술관 /이천시 

2021년 2월, 이천시 율면행정복지센터는 마을 가꾸기 상업의 일환으로 고당 3리 시가지 버스정류장 2곳에 주민들의 문화욕구 충족 및 거리 미관 개선을 위해 ‘한평미술관’을 꾸며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마을가꾸기 사업은 아천시가 관내 각 읍면동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율면에서는 버스 정류장에 한평 미술관 꾸미기 사업으로 추진했다.

한평미술관은 버스정류장 안쪽에 그림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마련,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또는 길을 걷다가 한평 미술관에 들러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의 문화 충전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미술관 운영은 이천시 예총산하 미술 작가들의 작품 및 율면 주민자치프로그램 활동을 통한 주민들의 미술 작품을 매월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용한 시골 마을의 한 버스 정류장에는 지금도 지역 주민들의 작품이 걸려 있다. 크고 거대한 장소도, 유명한 작가의 그림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낡은 정류장은 지역 주민들이 오고가며 볼 수 있는 작품을 전시하며, 주민들로 하여금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고, 노후화되었다고 해서 그대로 방치하는 것보다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이런 사례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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