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09-18 19:05 (토)
인형에 관한 색다른 이야기, 특별기획전시 ‘인형, 한복을 입다’·'인형, 패션을 입다’
상태바
인형에 관한 색다른 이야기, 특별기획전시 ‘인형, 한복을 입다’·'인형, 패션을 입다’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1.07.16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형과 전통 문화 콘텐츠의 결합. ‘인형, 한복을 입다’, ‘인형, 패션을 입다’ 展
패션 산업 속 인형의 활약은?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메타버스 내의 개인의 자아를 투영한 캐릭터 세계가 큰 관심을 끌고 있듯 인형의 존재는 대중에게 큰 호기심을 주는 영역이다. 어찌 보면 메타버스 속 ‘부캐’가 나타나기 이전에 인형이 먼저 존재했다는 것도 설득력을 얻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어린아이들의 장난감쯤으로 여기는 시선도 있으나 인형은 현재 키덜트 시장 확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명실상부 어른들의 취미 생활을 채우는 전유물로 인정받고 있다. 소위 ‘덕후 문화’라고 불리는 커뮤니티가 형성됨에 따라 인형을 바라보는 시야가 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덕후의 심장을 뛰게 할만한 특별전이 기획된다는 것은 더욱이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인형, 패션을 입다’, ‘인형, 한복을 입다’ 展 포스터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특별기획전시로 진행되고 있는 두 개의 전시는 인형을 통해 인간의 의생활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두 개의 전시는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한 듯 이어지지만 저마다 다른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1층 카페전시실에서 관람 가능한 ‘인형, 한복을 입다’ 전은 ‘인형과 한복’이라는 주제 속에 우리의 전통의상을 입은 다양한 인형을 만나볼 수 있으며,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인형, 패션을 입다’ 전은 ‘전통의상의 현대화’를 다루며 인형을 통해 아름다운 패션 의상들을 관람할 수 있다.
 

‘인형, 한복을 입다’ 전시 전경
‘인형, 패션을 입다’ 전시 전경

본 전시는 이음피움 봉제역사관과 배화여자대학교 한복문화콘텐츠과의 협업으로 동시 개최한 전시다. 배화여자대학교 한복문화콘텐츠과(구 전통의상과)는 그간 전통의상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서 자리 잡을 방안을 고안하며 우리 한복에 관한 연구와 교육을 통해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한 여러 시도를 선보였다.

배화여자대학교에서는 대왕대비 신정왕후 조 씨(1808-1890)의 팔순 잔치(1887, 고종24) 장면을 그린 정해진찬도병을 인형으로 재현하여 2006년에 전통의상 미니어처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2011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의궤반환전시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형 의상의 문화상품 가능성을 오랜 기간 모색해온 가운데 2019년에는 중국 베이징 주중한국문화원의 초대로 ‘한류, 한복전-한복입은 인형전’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현재는 두터운 인형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전통한복인형의상 제작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한복을 직접 제작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대중 전반 속에 우리 전통의상에 대한 지식 부족과 한복의 종류, 착장 방법에 혼란을 가지는 경우도 쉽게 접할 수 있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이해와 지식전달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이를 해결하는 하나의 판로로 배화여자대학교 한복문화콘텐츠과(구 전통의상과)는 전통의상을 인형 의상으로 제작하여 문화상품으로 개발한다면 전통문화에 대한 향수를 충족시키는 가운데 세계 속에 자리 잡은 K문화와 함께 한국 전통 의상을 알리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획에 착안하였다.

봉제역사관 1층 카페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인형, 한복을 입다’전은 배화여자대학교 한복문화콘텐츠과 교수와 동문들의 합작으로 준비됐다. 본 전시는 전통한복인형 6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배화여자대학교 전통문화 전시 실내 작품 중 일부이다. 고증을 기반으로 재현된 궁중 예복과 K드라마 속에 표현되어있는 한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복 인형을 전시하고 있다.
 

‘인형, 한복을 입다’ 전시 전경
청연군주 노의를 입은 인형의 모습 

이와 함께 3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인형, 패션을 입다’전은 한복문화콘텐츠과 김혜수 교수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현장에서는 전통의 현대화를 추구하며 주제에 관한 심층적인 탐구 속에 탄생한 전통과 현대적 요소가 믹스 매치 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 구성은 의상 작품 5점 및 인형 5점이 함께한다.

김혜수 교수는 1995년부터 2020년까지 60여 회 이상 그룹전으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전통적 요소를 외형적으로 표현하는 것에만 몰두하지 않고 전통 복식이 가진 내재 된 깊은 의미를 구현하고 작품 속에 투영하는 방안을 탐색하며 작품 제작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적 디테일이 돋보이는 색동과 현대적인 요소인 데님을 매치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민화, 한글 등의 전통적 테마를 현대적인 미감을 지닌 요소들과 결합하여 믹스 매치한 작품으로 구성했다.
 

색동과 데님을 믹스 매치한 작품. 김혜수 교수 作. 
전통과 현대 패션의 결합을 보여주는 작품. 김혜수 교수 作
전통 민화를 모티브로 하여 제작한 전통의상. 김혜수 교수 作

특히 전시 중 옷을 착용하고 있는 구체관절인형의 존재도 특별하다. 일반적인 구체관절인형은 서구적인 얼굴 형태를 하는 반면에 김혜수 교수는 본 전시를 통해서 우리 옷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이미지의 인형 얼굴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과감하게 점토 반죽에 도전했으며 직접 의상에 어울리는 구체관절인형을 제작해 전시에 선보였다.

전통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의상 작품과 이를 입은 인형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동시에 진행되는 두 전시를 관람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인형, 한복을 입다’, ‘인형, 패션을 입다’ 展은 인형 산업이 전반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인형을 통해 의상을 선보이고 전통문화가 가진 미감과 그 의미를 고취하는 전시로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인형과 패션의 만남, 테아트르 드 라 모드 THÉÂTRE DE LA MODE

인형과 의상의 결합은 그간 패션계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했던 소스였다. 가장 큰 화두로 언급되는 프로젝트는 ‘테아트르 드 라 모드 THÉÂTRE DE LA MODE’다. 1945년 파리의상조합이 기획한 프로젝트로 당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패션쇼 개최에 물리적인 어려움을 겪던 상황 속에서 3분의 1 사이즈의 미니어처 사이즈의 드레스를 제작했던 일이다.

미니어처 사이즈로 디자이너 손에서 제작된 패션쇼 의상을 입고 패션 산업 부흥에 큰 활약을 보였던 주인공이 바로 인형이다. 전쟁으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한 패션 산업 속에서 큰 의상을 제작해 이동하고 패션쇼를 개최하는 것에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으나 이를 대신해서 인형이 이를 입고 미국과 유럽 지역을 순회했다.
 

THÉÂTRE DE LA MODE, 1946년 프랑스 꾸뛰르 의류와 액세서리를 착용한 인형 전시-글렌 블레드소, CC BY 2.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via Wikimedia Commons
THÉÂTRE DE LA MODE, 1946년 프랑스 꾸뛰르 의류와 액세서리를 착용한 인형 전시-글렌 블레드소, CC BY 2.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via Wikimedia Commons

당시 프랑스에서 패션 산업의 중요도는 매우 높았다. 파리에만 해도 오트 꾸튀르 하우스부터 수많은 패션 관련 사업이 존재했으며 패션은 국가의 경제적인 부분 중 많은 요소를 차지하는 분야라고 볼 수 있었다.

전쟁이 대부분 사업에 영향을 미쳐 심각한 손실을 피할 수 없었으나 프랑스 패션은 문화적 영향력을 가지며 여전히 나치 정권을 돌파하기 위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갈 무렵에는 모든 물자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졌고 이는 패션 산업에도 동일하게 겪는 문제였다. 물자의 부족은 생산의 부재를 불러오기 마련이지만 오히려 파리가 해방된 후, 이탈리아 태생으로 프랑스의 전설적인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인 니나 리치의 아들 로버트 리치는 물자의 절약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한다.

이는 모든 직물과 가죽 등의 재료가 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실물 쇼피스를 제작하는 대신 미니어처 인형에 입힐 작은 의상을 제작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전쟁으로 인해 직물의 사용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의상을 제작할 수 있는 희망이 되었고 무엇보다 순회를 도는 과정에서도 이동이 편리한 작은 의상은 물리적인 어려움을 보완할 수 있는 요소가 됐다. 실제 니나 리치와 함께 에르메스, 잔느 랑방, 발렌시아가 등 현재 우리에게도 익숙한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이 필두로 하여 파리의 패션 인형이 제작됐다고 알려진다.

패션 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시도 속 인형의 활약은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모스키노’의 2021 SS 컬렉션 패션쇼를 통해 재현됐다. 최근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언택트 시대 도래에 관한 화두가 떠오르고 있으며 패션계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모스키노의 2021 SS 컬렉션 패션쇼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세계 어디서나 영상을 통해 현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Moschino Spring Summer 2021 collection, youtube @Moschino (https://youtu.be/EQQE9PrcIDo)
Moschino Spring Summer 2021 collection, youtube @Moschino (https://youtu.be/EQQE9PrcIDo)

모스키노의 해당 패션쇼는 앞서 언급한 프랑스의 ‘테아트르 드 라 모드’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오마주했다고 전한다. 역시 쇼피스를 입고 등장한 것은 모델이 아닌 ‘인형’이었다. 특히 런웨이를 걷는 모델 외에도 이를 지켜보고 관람하는 관중석의 모습도 인형으로 재현해냈는데, 미국 보그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 등의 패션 관련 인사들로 채워진 런웨이 프론트라인 게스트들까지 인형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를 더했다.
 

런웨이를 걷고 있는 모델과 이를 관람하는 프론트 라인의 관중석까지 모두 인형으로 재현되었다. Moschino Spring Summer 2021 collection, youtube @Moschino (https://youtu.be/EQQE9PrcIDo)

실제 프랑스의 테아트르 드 라 모드는 전쟁 직후 물자의 절약 등 다양한 이유로 고안되었지만, 코로나19 시국에 등장한 모스키노의 패션쇼는 일반 패션쇼보다 더 많은 공임과 금액이 소모됐다는 점은 달랐다. 모스키노의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에 의하면 쇼피스는 실물 크기의 버전을 먼저 만든 후에 30인치 인형에 맞도록 축소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일반 패션쇼보다도 더 손이 많이 가고 비싼 작업에 해당했음을 언급했다.

해당 런웨이는 인형극의 대가로 불리는 짐헨슨과 모스키노가 함께 기획했으며 총 40여 벌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인간의 모습을 투영한 인형의 세계

메타버스 같은 3차원의 가상 세계가 MZ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는 요즘에도 인형의 감성을 사랑하는 이들의 활동은 여전하다. 이들은 커뮤니티를 형성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주고받으며 키덜트 문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확립해 나간다. 단지 인형을 소유물처럼 대하기보다 때로는 위로받고, 때로는 자신의 자아를 투영하며 이를 통해 하나의 취미 생활을 전개해 나간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키덜트 시장은 다양한 산업을 통해 그 범주를 넓혀가며 해마다 20%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키덜트 시장이 2014년 5000억 원대로 집계된 이후 해마다 평균 20% 성장을 보였으며 2016년에는 1조원을 넘어섰고 현재는 약 1조 6000억 원으로 시장을 추정하고 있다.
 

디즈니 캐릭터 피규어를 모아둔 모습, Mike Carter, Flickr
캐릭터 피규어를 모아둔 모습, Mike Carter, Flickr

장난감을 향한 어른들의 시선이 달라짐에 따라 이른바 ‘장난감 제테크’라고 하는 새로운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MZ 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테크들이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수집가들 사이에서 장난감을 사고 되파는 리셀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장난감을 수집하는 이들은 새로운 모델이나 한정판 등의 제품을 소장하기 위해서 웃돈을 주고 이를 구매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레고나 피규어 외에도 키덜트 문화의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인형 산업 역시 구체관절인형을 중심으로 최근 급부상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주로 의상, 메이크업, 안구와 헤어의 변형 등을 통해 인형의 외형을 새롭게 꾸미고 다양한 컨셉 구현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인형은 사람과 비슷한 형태로 존재하며 덕후 커뮤니티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확장한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컨셉의 구관 인형 /fever, Flickr
구관 인형의 메이크업, 헤어, 안구까지 취향에 따라 변화가 가능하다.  /fever, Flickr

여기서 잠깐 키덜트 열풍의 원인을 짚어 볼 수 있다. 실제 키덜트 열풍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주목을 받았던 것은 바로 추억을 통한 정서적 안정에 관한 이야기다. 사회적인 책임감이 늘어나는 성인에게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난감의 존재는 흥미를 느끼게 함과 동시에 마치 유년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행복의 모티브가 된다. 구매력을 갖춘 성인이 되었을 때 기꺼이 자신의 취미에 돈을 아끼지 않고 기억과 행복을 위한 도구로서 이를 수집하며 장난감을 소비하게 된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인형에 관한 수집가들의 입장도 비슷할 것으로 유추가 가능하다. 사회생활에서는 비교적 획일적인 성향을 보이지만 인형을 꾸미는 방식을 통한 자아 표출 등을 통해 인형을 자신의 부캐릭터로 인식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메타버스 세계 내에서 자신의 부캐릭터를 설정하고 심지어는 NFT 패션을 통해 명품을 소비하는 행위와 비슷한 점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키덜트 시장의 예상 성장 규모는 11조원 이상이라고 전망했다. 수많은 장난감 중에서도 인형은 가장 사람의 외형을 닮았으며 옷을 입고 아주 작게 축소된 인형의 집을 돌아다니며 존재한다. 인형의 세계가 무궁무진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아마도 사람의 삶과 가장 보편적으로 비슷한 장치를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양한 산업 속에서 인형의 활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패션 분야에서 인형을 보는 관점과 이를 통해 전통 문화 산업 콘텐츠의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는 시도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