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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비 오는 날, 아련하게 번진 빛의 감성 – 이지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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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취향은?] 비 오는 날, 아련하게 번진 빛의 감성 – 이지훈 작가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7.06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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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어느 계절이나, 어느 날씨가 가진 각자의 색이 있다.  유독 비가 오면 감정이 증폭되기도 한다. 공기가 물기를 가득 머금은 습도에 불쾌해지기도, 창문에 떨어지는 빗물을 쳐다보거나 빗소리와 함께 밀려오는 비 냄새에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한다.

대부분 비가 온다는 사실과 비가 만든 환경적 요인에 집중하게 되지만, 이지훈 작가는 비가 내린 도시 풍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비’라는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비 오는 날 시리즈’에 대해 “풍경은 단 한 순간도 똑같은 적이 없지만 잔잔하고 고요할 것 같은 비 오는 날은 색과 빛의 울림으로 일상의 익숙한 풍경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 특별함이 가득한 비 오는 날을 그림에 담아 보시는 분들에게 편안함과 때론 감성의 자극을 일으켰으면 한다”고 말한다.

그가 그린 비 오는 날 풍경은 각각의 색을 가지고 있다. 어떤 계절인지, 소나기인지, 장맛비가 내리는지, 그저 한 계절을 적시는 비인지 짐작하는 즐거움이 있다. 무엇보다 지금 비가 내리는 풍경이 내 눈앞에 보이듯, 번지게 표현한 기법이 매력적이다. 

충정로역 2번 출구_53×45.5cm_Acrylic on canvas_2021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충정로역 2번 출구_53×45.5cm_Acrylic on canvas_2021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46_53×45.5cm_Acrylic on canvas_2021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46_53×45.5cm_Acrylic on canvas_2021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40_65.1×45.5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40_65.1×45.5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36_27.3×22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36_27.3×22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가 오는 날이면 먹구름에 어두워진다. 보랏빛과 푸른색이 주는 시간은 신비롭다. 어스름한 새벽일 수도, 퇴근길이 다가오는 오후일 수도 있다. 도로에 내린 비로 반사되어 비친 차량의 불빛이 현실감이 넘친다. 불빛만이 가장 밝은 비 오는 날의 어두움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들리지는 않지만, 작품을 보고 있으면 빗소리와 그 길을 달리는 자동차 바퀴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분명한 듯하면서도, 아크릴 물감으로 번진 듯 점처럼 찍어내 그려서 뿌옇게 번진 것 같은 비 오는 날의 풍경에서 작가의 표현력이 돋보인다.

거리에서 이런 풍경을 오래 기억에 담기 위해, 한 자리에서 우산을 쓰거나 비를 맞으며 있었을 작가가  보인다. 이 풍경들이 누군가에게는 매일 보는 풍경이거나 출퇴근길, 살고 있는 동네일지도 모른다.   어느때나 비슷 비슷한 익숙함과 한번도 본적 없는 낯선 곳을 보는 설렘이 느껴진다.

비 오는 날 No. 44_49×21cm_Acrylic on canvas_2021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44_49×21cm_Acrylic on canvas_2021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33_33.4×24.2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33_33.4×24.2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37_33.4×19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37_33.4×19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가끔 비가 심하게 오는 날 중에는 아포칼립스 느낌의 붉은 날이 있다. 해 질 녘 노을과 어우러져 만든 풍경처럼 말이다. 그런데 붉은색을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비 오는 날 No. 44’는 신호등과 차량의 브레이크 등이 부각되었다. ‘비 오는 날 No. 33’은 하늘도 약간 붉은 계열이면서 붉은 신호등이 더욱더 번져 보인다. ‘비 오는 날 No. 37’도 비슷한데, 붉은 하늘과 붉은 신호등에 이어 노랑과 주황이 어우러진 빛 번짐이 길 가운데 가득하다. 마치 도로 위에 불이라도 난 듯하다.

붉은 신호등에 멈춰 있지만, 신호가 바뀌면 빠르게 달려갈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비가 어느 정도로 심하게 내리고 있는지를 표현한 것도 인상적이다. 그림을 비교해 보면 ‘No. 44’부터 ‘No. 33’, ‘No. 37’ 순으로 선명함이 줄어든다.

44번 작품은 가로수의 이파리까지 세세히 그렸고, 자동차 불빛의 빛 번짐도 선명하다. 그러나 33번 작품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보면, 도로에 비친 불빛이 조금 뭉개진 듯 그려졌다. 37번 작품은 차량이나 사람의 형태, 도로의 경계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비가 오는 듯이 필법이 뭉개진 듯하다. 그만큼 비가 많이 온다는 이야기다. 작가의 세심한 표현법이 돋보인다.

비 오는 날 No. 47_53×45.5cm_Acrylic on canvas_2021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47_53×45.5cm_Acrylic on canvas_2021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42_33.4×19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42_33.4×19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19_60.6×40.9cm_Acrylic on canvas_2019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19_60.6×40.9cm_Acrylic on canvas_2019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13_33.4×24.2cm_Acrylic on canvas_2019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13_33.4×24.2cm_Acrylic on canvas_2019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무엇보다 비가 오는 날은 칠흑 같은 어두움이 찾아온다. 하늘은 맑은데 비가 내리는 날도 종종 있지만, 대체로는 어둡다. 하지만 어느 곳에 어두움이 찾아오느냐에 따라 거리의 풍경은 다시 달라진다.

‘No. 47’은 번화가 인 듯 간판이나 가로수가 있어 밝게 느껴진다. 초록색으로 바뀐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른과 아이의 모습이 한가운데 두드러져 보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 사람의 전체적인 모습이 분명하게 보이는데, 투명우산을 쓴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횡단보도 위를 걷지만, 움직이는 차로 가득한 도로 한 가운데를 위태롭게 건너는 느낌도 들게 만든다.

‘No. 42’도 비슷한 느낌인데, 비가 내리는 양이 줄어든 듯하다. 우산을 쓰고 이제 막 바뀐 신호에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이 분명하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다른 작품들보다 캔버스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 질감이 비 오는 날에만 느껴지는 번잡함과 몸을 감싸는 습도를 부각한다.

‘No. 19’와 ‘No. 13’은 위에서 언급한 작품 느낌의 집합체인 듯하다.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빌딩의 윤곽이 분명해 보이거나, 뭉개져 있다. 도로에 서 있는 차량의 후미등에서는 붉은빛만이 돋보인다.
 

비 오는 날 No. 3_33.3×24.2cm_Acrylic on canvas_2019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3_33.3×24.2cm_Acrylic on canvas_2019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3’은 유독 어둡다. 길거리 가게 간판 불빛도 들어온 곳이 별로 없다. 지나가는 차의 헤드라이트가 가장 밝다. 하늘도 어둡고 거리도 어둡다. 시간상으로 추측해보자면, 새벽 시간인가 싶기도 하다.

이 작품이 인상 깊은 이유는 원근법과 세세한 필법이 어우러졌다는 점 때문이다. 다른 작품은 ‘비 오는 날을 그렸다’는 느낌이 들지만, 이 작품은 멀리서 바라보면 ‘사진’이라고 믿을 수 있을 정도다. 멀리 있지만, 도로의 전봇대도 그렇고, 건물의 반듯함이 그대로 느껴지며, 도로의 차선까지 분명하다.

왜 작가가 고민하며 오랜 시간이 걸려 완성했다는 작품인지 알 수 있었다. 비 오는 도시의 풍경을 담기 위해 어떤 부분을 부각시키고, 어떤 부분은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했을 테니 말이다.
 

비 오는 날 No. 45_65.1×45.5cm_Acrylic on canvas_2021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45_65.1×45.5cm_Acrylic on canvas_2021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43_34.8×27.3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43_34.8×27.3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21_33×77.2cm_Acrylic on canvas_2019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21_33×77.2cm_Acrylic on canvas_2019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7_53×45.5cm_Acrylic on canvas_2019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7_53×45.5cm_Acrylic on canvas_2019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작품 중에는 유독 조명이 강조된 작품도 많았다. 마치 번화가의 휘황찬란함이 느껴지듯, 거리의 가로수와 건물 간판의 불빛, 차량의 라이트가 물기를 가득 머금은 도로에 반사되면서 어둡지만 밝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진을 촬영할 때, 초점을 맞추고 싶은 부분을 터치하면 그 부분만 선명해지고, 다른 부분은 뿌옇게 보이는 아웃포커싱 처럼 이 작품들도 그런 초점이 어디인지 찾는다면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면서 감상할 수 있다.

비 오는 날 No. 15_24×15cm_Acrylic on canvas_2019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15_24×15cm_Acrylic on canvas_2019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이 작품은 ‘비 오는 날 No. 3’과 반대로 불분명하다. 자동차처럼 보이는 것들이 즐비해 보여 도로라고 추측할 수 있지만, 그 형태가 분명하진 않다. 도로에 불빛이 번져 있는 것으로 보아, 도로에 차가 많이 밀려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작품은 비가 내린 풍경 자체에 집중했다면, 이 작품은 불빛이 반사된 모습을 강조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보기보다는 멀리서 감상해야 한다. 크기는 작아도 표현력은 돋보인다.
 

비 오는 날 No. 39_27.3×22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39_27.3×22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28_27.3×22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날 No. 28_27.3×22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대체로 비 오는 날 도로를 그린 것이 많은데, 비 오는 골목길을 그린 작품도 몇 가지 있다. 도로를 그린 ‘비 오는 날’ 시리즈와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우산을 쓰고 골목길을 걷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차 한 대만이 지나갈 듯한 좁은 골목길이지만, 비를 뚫고 목적지를 향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비가 걸림돌이 되는 것 같진 않다.

주택이나 상가처럼 보이는 길에 과속방지턱이 자리하고 있다. 닮은 장소지만, 어떤 사람이 지나가느냐, 어떤 날이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눈 오는 날 No. 1_49×21cm_Acrylic on canvas_2021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눈 오는 날 No. 1_49×21cm_Acrylic on canvas_2021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눈 내린 명동_45.5×45.5cm_Acrylic on canvas_2019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눈 내린 명동_45.5×45.5cm_Acrylic on canvas_2019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이지훈 작가는 비 오는 날만 그린 것이 아니다. 익숙한 도시도 어떤 날씨가 찾아오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듯, 눈 오는 날도 그렸다.

‘눈 오는 날 No. 1’도 비 오는 날 시리즈와 크게 차이가 있지는 않다. 어두운 날, 눈이 내린 한 사거리 풍경을 그린 듯한데, 가로등이 번진 듯하다. 내린 눈이 녹지 않은 도로 위에는 수없이 지나간 차량의 바퀴 흔적이 남아있는데, 이 역시도 세세하게 그렸다. 도로 한 가운데 위태롭게 걸어가는 사람의 노란 우산이 마치 빛나는 느낌이다.

‘눈 내린 명동’은 도시 서울 시리즈의 하나다. 연말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대형 트리부터 계절감을 더한다. 도로에 눈 대신 차선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눈이 많이 녹았거나 이제 막 눈이 내리면서 땅에 닿자마자 녹아버리는 느낌이다. 인도에 쌓인 하얀 눈만이 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는 눈보라에 휩싸인 듯, 그 형태만 확인할 수 있다.
 

해 질 녘 광화문_27.3×22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해 질 녘 광화문_27.3×22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가을풍경_27.3×22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가을풍경_27.3×22cm_Acrylic on canvas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광화문_41×24.1cm_Acrylic on canvas_2018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광화문_41×24.1cm_Acrylic on canvas_2018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가 오는 날이 있으면, 맑은 날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이지훈 작가의 작품에는 비가 내리지 않은 서울의 모습을 담은 ‘도시 서울 시리즈’도 있다.

'해 질 녘 광화문'의 한 버스정류장, 퇴근길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번잡함을 그렸는데, 그 번잡함을 ‘번지게’ 그려냈다. 비 오는 날과 비슷하게 그린 것이 인상적이다. 빌딩 사이로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하늘이 아름답게 보인다. 퇴근길엔 뭐든 아름답게 보이기 마련이다.

‘가을 풍경’, ‘광화문’도 번져 보이는 기법을 사용해 그렸다. 같은 기법을 사용했지만, 그 장소가 주는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전달하는 느낌은 다르다. 단풍이 붉게 물든 공원 옆 도로를 그린 듯한 ‘가을 풍경’은 한가롭고, 중요 시설과 빌딩이 밀집한 ‘광화문’은 보기만 해도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을 바라보는 듯하다.
 

맑은 햇살 가득한 날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맑은 햇살 가득한 날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햇살 가득한 날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노을 지는 도시 풍경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인사동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인사동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이태원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이태원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서촌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서촌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맑은 도시의 풍경도 형태를 불분명하게 그렸거나 사진처럼 세세하게 그린 작품 등 2가지로 나뉜다. ‘맑은 햇살 가득한 날’이나 ‘노을 지는 도시 풍경’은 유화가 주는 거친 질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 풍경은 어떤 것을 그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반면, ‘인사동’, ‘이태원’, ‘서촌’은 어떤 거리를 그린 건지 분명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건물의 윤곽부터 전봇대 전선의 가닥수까지 명확하다.

도시 풍경이라는 점에서 해석해보자면, 작가가 주로 다니는 곳은 잘 알고 있어서 분명하고, 처음 가본 곳이나 가끔 방문하는 곳을 그린 작품은 불분명하게 그린 것이 아닐까 싶다. 익숙한 곳은 낯설게 그릴 수도 없고, 낯선 느낌을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비 오는 거리 No. 1_22.2×14.6cm_종이 위에 펜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거리 No. 1_22.2×14.6cm_종이 위에 펜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거리 No. 2_23.8×17.2cm_종이 위에 펜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비 오는 거리 No. 2_23.8×17.2cm_종이 위에 펜_2020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명동에서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명동에서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종각역으로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종각역으로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인사동 길에서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인사동 길에서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멜번 시티 어느 골목길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멜번 시티 어느 골목길 / 이지훈 작가 그라폴리오 (https://grafolio.naver.com/creator/1054099)

자신이 본 거리의 풍경을 그린 스케치 작품도 몇 볼 수 있다.

‘비 오는 거리 No. 1’과 ‘비 오는 거리 No. 2’는 ‘비 오는 날’ 시리즈와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비 오는 날’은 아크릴 물감의 질감과 번진 듯 표현한 작가의 기법, 컬러가 더해져 생생했지만, ‘비 오는 거리’ 스케치는 그 상황이 하나의 만화처럼 재미있게 보인다. 빛이 번진 것을 표현한 부분은 마치 폭죽처럼 보인다. 여러 차례 직선을 그어 명암을 표현한 세심함도 돋보인다.

또는, 스케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명동에서’는 ‘비 오는 거리’와 비슷하게 펜의 날카로움이 느껴지지만,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종각역으로’는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펜으로 윤곽을 그리고, 명암이 필요한 부분은 다른 색으로 칠했다는 점이 다르다.

‘인사동 길에서’는 마치 ‘한 선 그리기’ 기법을 쓴 듯 사람과 거리의 풍경이 그려졌다. 사람들의 표정은 한 선으로 그려져서인지, 비열하게 보이거나 우스꽝스럽다. 검은색으로 칠한 부분 덕분에 사물의 모양이 명확히 구분된다. 과거 관광객으로 혼잡하던 인사동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진다.

‘멜번 시티 어느 골목길’은 전체적으로 검은 색이다. 마치 검은색 종이 위에 흰색 펜으로 그림을 그린 듯하다. 어떤 골목길을 그린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사방이 건물로 막힌 곳이 아닐까 싶다.

자유를 추구하는 집단이 벽에 그래피티를 하며 개성을 표현하거나 모여서 악의 무리가 모여 있던 아지트 느낌이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같은 스케치여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차이를 확실히 느끼게 했다.


이지훈 작가의 작품은 공감각이 모두 느껴진다. 모두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비 오는 풍경, 비의 냄새, 촉감 그리고 그날에 느꼈던 감정까지 회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정지된 그림에 불과하지만, 그 기억을 통해 모든 것을 느끼게 한다.

앞으로 비가 오는 날이 다르게 보일 것 같다. 그저 뚫어져라 창밖을 바라보며 비 내리는 모습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비 내리는 그 자체까지 포함시켜 풍경을 바라보게 될 것 같아서. 휴대폰 카메라에서 필터를 씌우듯, 우리 눈에도 빛 번짐이 가득해지는 비 필터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나의 그림 취향은?] 시리즈는 독자들이 자신의 그림 취향을 알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의 색채가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어찌 보면 많이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본 시리즈는 색채가 뚜렷한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소개가 될 예정이며 작가들의 개인적인 삶보다는 작품에 집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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