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10-23 04:10 (토)
[매일매일 특별한 OOTD] 뻣뻣하지만 시원한 자연의 느낌, 더위에 ‘린넨’만한 옷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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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특별한 OOTD] 뻣뻣하지만 시원한 자연의 느낌, 더위에 ‘린넨’만한 옷 없다!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6.23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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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올해 여름은 예상보다 라니냐 현상이 일찍 끝나면서 바닷물은 물론, 기온도 크게 오를 것이라고 한다. 이른바 ‘폭염’이 예고된 상황이다. 생각보다 빨리 여름이 찾아오면서 사람들의 옷차림도 점점 짧거나 얇아지고 있다.

이미 통 넓은 와이드 팬츠나 짧은 크롭티가 길거리에 등장했지만, 여름엔 기능성 소재의 옷감을 찾기도 한다. 시원한 감촉이 있는 폴리에스터로 만든 ‘냉장고 바지’가 다시 유행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유행하는 소재가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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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린넨'이다. 뻣뻣하고 약간 거친 질감을 가진 린넨은 땀 흡수가 잘 되고 바람이 잘 통하기 때문에 여름철 의류에 단골로 쓰인다. 고대부터 사용되어 온 자연이 만든 직물이다.


‘감사’의 의미가 담긴 직물

린넨은 ‘아마’ 줄기로 만들어진다. 아마는 6~8월 한여름에 피는 꽃으로 6월의 탄생화이며, 꽃말은 ‘감사’다. 그만큼 아마가 다양한 곳에서 쓰였기 때문일지 모른다. 줄기로 직물을 만들고, 그 직물은 옷이나 침구류 등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만들어진다.
 

아마 / pixabay
아마 / pixabay

아마의 씨는 먹거나 기름을 짜서 사용한다. 식용으로 먹을 때는 볶거나 갈아서 섭취하는데 식이섬유가 많아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해진다. 기름으로 짠 아마씨유 또는 아마인유는 음식을 할 때도 사용하지만, 잉크를 만들거나 수채화 물감, 페인트 등에도 이용된다.
 

날실과 씨실로 만들어진 린넨 / flickr(wiebe van der worp)
날실과 씨실로 만들어진 린넨 / flickr(wiebe van der worp)

주로 재배되는 지역은 유럽과 아르헨티나. 그래서 그 역사도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아마로 만든 아마포, 린넨 천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36,000년 전으로 현재 조지아에 해당하는 남동부 유럽의 한 동굴이었다고 한다. 스위스 호수에서는 기원전 8,000년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린넨과 다양한 종류의 직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인류는 고대부터 린넨을 만들어 생활 속에서 사용한 것이다.

4대 문명의 발생지인 메소포타미아에서도 아마를 길러 린넨을 생산했다는 기록도 있는데, 성직자 등 부유층이 주로 입었다는 것을 보면 당시 린넨은 고급 의류 중 하나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스 필로스에서 발견된 한 문서에는 린넨 공업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는데, 린넨을 그리스어로 ‘리논(linon)’이라고 했으며, 이를 만드는 여성 노동자는 ‘리네아(lineia)’라고 불렀다고 한다. 해당 노동자를 지칭하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고대 유럽에서는 린넨이 얼마나 중요한 직물이며 산업인지 알 수 있게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옷

타르칸 드레스(Tarkhan dress)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옷으로 알려져 있다. 이집트 카이로 남부 타르칸 공동묘지 근처에서 발견되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타르칸 드레스 / 위키미디어
타르칸 드레스 / 위키미디어

1913년 발견된 이 드레스는 만들어진 때를 추정하기를 기원전 3482~3102년이다. 이집트학과 고고학 등을 연구하던 선구자로 불리는 플린더스 페트리 경에 의해 발견되었다.

타르칸 귀곡촌을 발굴하다가 발견된 이 드레스는 린넨으로 만들어진 여성복이다. 고대에 한 번 버려진 옷이지만, 모래 등에 덮이면서 잘 보존되었다. 분석을 위해 런던 대학으로 보내져서도 65년 동안 그대로 두었다고.

드레스는 22~23cm의 날실과 13~14cm의 씨실로 짜였으며, 중간중간 회색 줄무늬를 넣어 장식 효과를 더했다. 드레스 본체의 너비는 76cm, 전체 길이는 밑단 자락이 없어져서 알 수 없다. 현재는 런던 페트리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


미라를 오래 보존했던 린넨

린넨은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를 감싸는 용도나 장막, 옷, 화폐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미라를 감쌌는데, 이는 빛과 순수의 상징, 부의 표시였다고 한다. 고대에는 린넨이 그만큼 귀한 직물이었기 때문이다.
 

람세스 2세의 미라. 린넨 천으로 싸여있어 형태가 보존되었다 / 위키미디어(Speedster)
람세스 2세의 미라. 린넨 천으로 싸여있어 형태가 보존되었다 / 위키미디어(Speedster)

린넨이 공기가 잘 통한다는 이점도 적용된 듯하다. 기원전 1213년에 죽은 파라오 람세스 2세의 무덤이 1881년 발견되었는데, 그 안에 있는 린넨 포장지가 약 3,000여 년의 시간 동안 원형을 그대로 유지할 정도로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린넨으로 둘러싸인 이집트의 미라 / pixabay
린넨으로 둘러싸인 이집트의 미라 / pixabay

투탕카멘의 무덤에서도 아마포 커튼이 발견되었으며, 이집트의 신인 아문의 딸 타카부티의 미라도 아마포에 싸여 완벽한 보존 상태를 자랑했다고 한다. 이런 린넨의 보존력 때문에 사람이 죽은 뒤에 감싸는 용도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경 구절에서도 부활한 예수가 떠난 자리에 아마포가 놓여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해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린넨 천. 현대의 린넨보다 질감이 거칠어 보인다 / 위키미디어
사해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린넨 천. 현대의 린넨보다 질감이 거칠어 보인다 / 위키미디어

당시 린넨은 질이 좋은 편이었지만, 손으로 짰기 때문에 현대의 린넨보다 실이 굵고 거친 질감을 자랑했다고 한다. 이집트 사람들은 미라를 감싸는 용도 외에도 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하얀 린넨을 옷으로 만들어 입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여러 나라의 의류 산업을 번창시키다

고대부터 고급 직물로 인기가 있었던 린넨은 중세 독일과 아일랜드의 무역을 번창시킨 효자 품목이기도 했다. 라인강은 중세 린넨 제조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16세기에 들어서는 의류 직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찰스 5세가 쓴 린넨 모자가 그가 세상을 떠난 1558년부터 보존되었을 정도다.
 

아일랜드 리즈번에 위치한 린넨 박물관 / 위키미디어(Peter Clarke)
아일랜드 리즈번에 위치한 린넨 박물관 / 위키미디어(Peter Clarke)

린넨이 의류 역사에서 중요한 직물로 떠오르게 된 배경에는 아일랜드가 있다. 당시 영국령이었던 아일랜드에는 1685년 낭트 칙령이 폐지되고, 프랑스를 떠난 위그노 족이 정착했다. 이들은 린넨 생산 방법을 알고 있었고, 그 방법을 개선해 나가면서 아일랜드의 린넨 산업이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지역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있는 리즈번 마을이다. 리즈번은 아일랜드 린넨 산업의 발상지이면서, 지금까지도 매년 린넨 산업 전시회가 열리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는 ‘리네노폴리스(Linenopolis)’라고 불리기도 했다.
 

조엘 도르만이 그린 미국의 역사. 주방에서 손으로 직물을 짜는 여인의 모습이 있다(1885) / 위키미디어
조엘 도르만이 그린 미국의 역사. 주방에서 손으로 직물을 짜는 여인의 모습이 있다(1885) / 위키미디어

유럽을 부흥시킨 린넨은 미국으로 넘어가 최초 정착민과 식민지 가정에서 사용되는 귀중한 자산이 되기도 했다.

1767년 미국 메사추세츠 보스턴 케이커스에서 시작된 ‘홈스펀 운동(Homespun movement)’은 미국 식민지에서 제조된 상품, 그중에서도 의류 구매를 장려하기 위한 운동이다. 17세기 당시 영국인들은 미국인들이 양모를 생산하는 것을 막았다. 영국에서 생산되는 직물을 수입하도록 하면서,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섬유 제조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이때 미국인들은 아마, 삼 등을 사용해 린넨과 같은 직물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이는 여인들이 평화로운 방법으로 영국에 대항한 상징적인 모습이 되기도 했다. 이후 홈스펀은 미국산 면, 린넨, 양모 직물을 지칭하거나 설명하는 용어가 되기도 했다. 홈스펀으로 시작된 린넨 생산은 1830년대까지 미국 농부들이 가족의 옷을 만들기 위해 지속되었다.
 

1954년 호주 선데이 타임스 신문에 게재된 광고. 린넨 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flickr(Matthew Paul Argall)
1954년 호주 선데이 타임스 신문에 게재된 광고. 린넨 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flickr(Matthew Paul Argall)

19~20세기로 넘어와서 린넨은 러시아의 경제 부흥에도 한 부분을 차지했다. 린넨의 원료가 되는 아마를 전 세계 생산량의 80%가 러시아에서 나왔을 정도였으며, 최대 수출 품목 중 하나였다. 1954년 호주 선데이 타임스에는 린넨으로 만든 여성복 광고가 게재되기도 했다. ‘Linen is Fashion News’, ‘ANY TIME, ANY WHERE’라는 문구가 린넨이 얼마나 보편화된 의류 원단인지 짐작게 한다.

유엔총회는 2009년을 국제 천연 섬유의 해로 선포하기도 했다. 린넨과 같이 식물이나 동물로부터 만들어지는 천연 섬유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수요를 높이기 위해서다.


여름엔 린넨이 답인 이유

린넨이 왜 뻣뻣하고 거친 원단인지는 원료인 아마 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마 줄기의 단면을 보면, 불규칙한 다각형 모양으로 되어있다. 이것이 직물의 거친 질감을 만든다고 한다. 마치 보푸라기가 일어난 듯, 거친 질감이지만, 세탁하면 할수록 부드러워진다.
 

아마 줄기 단면. 다각형 모양이 밀집해있어 린넨이 거칠다 / 위키미디어
아마 줄기 단면. 다각형 모양이 밀집해있어 린넨이 거칠다 / 위키미디어

린넨이 왜 여름옷에 많이 사용되는지는 그 속성에 있다. 열기가 차가운 면으로 전달되는 열 전도성이 높아 열이 금방 식게 된다. 그래서 린넨 천을 만지면 시원하다. 해충에도 강한 편이다. 곰팡이나 땀, 표백제 등에는 약하지만, 식물성 섬유이기 때문에 좀벌레 등 옷에 생기는 벌레에 망가질 염려가 적다.

뻣뻣한 원단인 린넨은 먼지나 얼룩에도 저항력이 강해서 드라이클리닝, 세탁기 등에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쉽다. 다만, 단점이라면 린넨은 탄력이 낮아 주름이 쉽게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당한 수분기가 있을 때 다림질을 해줘야 편하다.


린넨과 비슷한 한국의 삼베

우리나라에도 린넨과 비슷한 원단이 있는데, 삼이나 마의 줄기로 만든 원단이다. 린넨의 성질과 매우 비슷하다는 특징이 있다. 식물의 섬유로 만들었기 때문에 누런색을 갖고 있으며, 이를 표백하게 되면 원단이 상할 수 있어 그대로 사용한다.
 

삼베 / pixabay
삼베 / pixabay
삼베로 만든 저고리와 바지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삼베로 만든 저고리와 바지 /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수분을 빨리 흡수하고 배출하며, 자외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삼베는 여름옷에 주로 사용되었으나 현대에 들어서는 수의로 주로 쓰이고 있다. 곰팡이를 억제하는 항균성과 항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린넨처럼 뻣뻣하고 신축성이 적고, 물에 강하기 때문에 옷감 외에도 침구류, 로프, 카펫 등으로 사용된다.


린넨의 다양한 용도

보통 린넨은 하얀색이나 베이지 같은 밝은색만 있다고 여겨지지만, 염색을 통해 다양한 컬러가 만들어진다. 또한, 천연 린넨은 고대나 중세처럼 값비싼 원단이기 때문에 린넨과 폴리에스터, 면 등이 섞인 린넨 합성 원단으로 의류를 만들어 보편화되었다. 여름철 린넨 원단으로 만들어진 원피스나 자켓, 바지 등이 2만 원 대에 팔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린넨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의류 / pixabay
린넨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의류 / pixabay
염색을 통해 다양한 컬러와 무늬로 만들어 지기도 한다 / pixabay
염색을 통해 다양한 컬러와 무늬로 만들어 지기도 한다 / pixabay
린넨 손수건 / 위키미디어
린넨 손수건 / 위키미디어

린넨으로 만든 손수건은 20세기 초에 남성의 정장 포켓을 장식하는 표준이 되기도 했다. 실제 린넨 의류를 입으면 뻣뻣하고 거칠지만, 가볍다. 날실과 씨실 등으로 짜이는 직물이라 비칠 수도 있지만, 안감 등을 덧대어 단점이 보완되기도 한다.
 

침구에 사용된 린넨 / filckr(Didriks)
침구에 사용된 린넨 / filckr(Didriks)

또한, 린넨은 천연소재이기 때문에 피부 자극이 적으며, 튼튼한 내구성으로 의류 외에도 침구류, 식탁보, 냅킨 등으로도 사용된다.
 

캔버스로 사용된 린넨. 사진은 백현진 작가의 작품 / 전은지 기자
캔버스로 사용된 린넨. 사진은 백현진 작가의 작품 / 전은지 기자

생활용품 외에도 전문가들이 사용한 중요한 소품이 되기도 했다. 린넨은 화가들이 유화를 그릴 수 있는 캔버스에도 사용되었는데, 미국에서는 린넨의 비싼 가격 때문에 전문 화가들만 사용하도록 제약을 두기도 했다. 보통의 면보다 내구성이나 보관 측면에서 린넨의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빵을 굽기 전 반죽을 고정하는 린넨 원단인 쿠슈(couche) / flickr(Mike McCune)
빵을 굽기 전 반죽을 고정하는 린넨 원단인 쿠슈(couche) / flickr(Mike McCune)

제빵사들도 린넨 천을 사용했는데, 반죽을 오븐에 굽기 전 고정하기 위해 사용했다. 이를 ‘쿠슈(couche)’라고 지칭했다. 쿠슈에 밀가루를 뿌려 옷감의 빈틈이 없도록 만든 후, 반죽 위에 놓는다. 밀가루를 뿌렸기 때문에 반죽을 단단하게 잡아줄 수 있다. 대체로 바게트와 같이 긴 빵을 만들 때 사용했다고 한다.
 

1923년 발행된 독일 빌레펠트의 지폐 / 위키미디어
1923년 발행된 독일 빌레펠트의 지폐. 린넨에 인쇄되었다 / 위키미디어

그림을 그릴 때 사용된 린넨은 책이나 지폐를 만들기도 했다. 1923년 독일의 도시 빌레펠트에서는 린넨에 인쇄한 지폐를 발행했고, 미국 지폐도 25%의 린넨과 75%의 면을 섞어 만든다고 한다.

요즘은 생활 전반에 환경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패션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한 해 버려지는 옷이 10억 벌이라는 결과도 있으며, 유럽에서는 580만 톤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버려지는 옷을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옷을 만들기 위해 폐플라스틱 등 재활용을 통해 만든 의류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린넨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현대에 등장한 린넨은 합성 섬유가 섞여 있지만, 식물성 원단이며, 이를 통해 환경의 중요성과 인식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더운 여름, 시원함을 찾고 싶다면 자연의 원단인 린넨으로 만들어진 옷을 구매해보는 건 어떨까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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