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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는 내 마음과 잘 맞아요” 붓과 하나가 된 배우이자 화가, 혜우원(惠雨園) 김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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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는 내 마음과 잘 맞아요” 붓과 하나가 된 배우이자 화가, 혜우원(惠雨園) 김규리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6.09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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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우리에게는 배우로 잘 알려진 김규리 작가가 붓을 잡은 지도 벌써 13년이 흘렀다. 신윤복의 생애를 연기하며 빠져든 한국화이지만, 그 어느 것보다도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어서 맘에 든다는 그녀는 반박할 수 없는 화가의 모습이었다.
 

배우이자 화가 김규리 / 갤러리 혜우원 제공
배우이자 화가 김규리 / 갤러리 혜우원 제공

그녀의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혜우원은 그녀의 작업 공간이기도 하다. 전시회 한쪽에는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여러 개의 붓과 물감 등이 늘어져 있었다.


아트페어나 단체전에도 꾸준히 참여했지만, 이번이 첫 개인전입니다. 느낌이 어떠신가요

사실 부끄러운 면이 있습니다. 아직 개인전을 할 만큼의 능력이 되나 싶기도 하고요. 많이들 아시다시피 2008년부터 그림을 혼자 그려왔어요. 조용히 혼자서 그리거나 선생님께 배워왔어요.

오랜 시간 개인전을 하지 않았던 이유가 계속 부족하게 느껴졌어요. (개인전 같은 전시를 할) 때가 아니라고 미뤄왔던 거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에게 그때가 올까’ 싶었어요. 그때가 오기만을 바라면서 공부했던 거지만, 때라는 게 결심하기 전까지는 안 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기다리지 않고 ‘그때’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어요. 시작하면 뒷걸음질 칠 수 없고, 그럴 생각도 없어서 ‘가보자’ 생각해서 전시회를 하게 됐습니다.

 

2008년 초기작 중 하나인 ‘봉화 청량사’(좌)와 가장 최근 작품인 ‘건드리지마!! 한번만 더 건들면~’ / 전은지 기자
2008년 초기작 중 하나인 ‘봉화 청량사’(좌)와 가장 최근 작품인 ‘건드리지마!! 한번만 더 건들면~’(우) / 전은지 기자

2008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신 지, 13년 정도 흘렀습니다. 매우 긴 시간인데, 작가님 본인이 보시기에 스스로가 성장한 것 같으신가요? 처음 그림 그릴 때와 지금의 작품활동은 얼마나 다를까요

제가 그렇게 많이, 오래 그렸는지 몰랐어요.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제 마음을 수행하고 다스리기 위해 그린 그림들이기 때문에 이만큼 그렸는지도 몰랐던 거죠. 마음의 울림이 있을 때, 그림에 담았어요. 마음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표현할 것이 없을 때도 그렸고요.


만약 그림을 시작한 계기가 한국화가 아니라 서양화였다면, 서양화가가 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아닐 수도 있어요. 한국화였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제 감수성과 잘 맞기도 하고요. 한국화는 그림을 그리다 실수를 해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채색하면서는 가릴 수 있지만, 수묵은 튀거나 실수하면 덧칠한 것까지 티가 나기 때문이죠.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요. 잘 그리고 싶어서 마음을 잡지 않으면 흔들리는 것이나 실수가 모두 그림에 다 드러납니다. 마음이 흔들리고 거칠고 화가 나는 날은 붓질이 거칠 정도로 눈에 보여요. 그래서 마음이 정돈되지 않으면 붓을 잡지 않아요.

 

신 문자도 속 닭(입신양명), 까치호랑이(좋은 소식과 보호), 달항아리(전통), 금관(전통), 목화(엄마의 마음)의 모습. 각각의 소재가 가진 의미에 집중했다 / 전은지 기자
신 문자도 속 닭(입신양명), 까치호랑이(좋은 소식과 보호), 달항아리(전통), 금관(전통), 목화(엄마의 마음)의 모습. 각각의 소재가 가진 의미에 집중했다 / 전은지 기자

작품 설명 하실 때 들어보니, 사진을 많이 보거나 답사를 가기도 한다고 하셨어요. 특히 산수화 등 풍경이 많은데 작품 소재는 어떻게 찾으시나요

의미가 담긴 소재가 있어요. (신 문자도를 보면) 높은 벼슬과 화려한 봉황의 꼬리를 가진 닭은 시험에 합격해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라는 입신양명의 의미도 있고, 호랑이는 무언가를 보호하고 지키려는 의미가 있지요. 소재가 가진 의미에 집중해요. 그런 걸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림도 공부하게 됐고요. 어떤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 그에 맞는 소재를 이용합니다. 소재에 내 마음을 투영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지요.


일월오봉도 속 소나무에도 ‘하트 모양’이 그려졌어요. 여러 작품을 보니 작가님만의 표현력이 돋보이던데요

(일월오봉도는) 그림이 다 똑같아요. 다른 일월오봉도도 소나무, 해, 달, 바다 등이 다 들어가야 하죠. 소나무 부분은 일(一)자로 그리거나, 저처럼 동그랗게 송진이 묻은 것처럼 그리기도 하는데, 저는 자신감이 없기도 했고, 이렇게 그려도 되나 싶기도 했어요. 그러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일부러 하트처럼 보이게 그린 거죠.
 

직접 그림을 설명해주는 김규리 작가 / 전은지 기자
작가의 도슨트 / 전은지 기자

전시회를 많이 다녀봤지만, 작가님이 직접 도슨트로 나서 작품 설명을 해주시는 건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관람객들이 많이 오면 힘드실 것 같아요(웃음)

이렇게 작품 설명을 해주면 재미있잖아요. 제가 좋은 선생님들께 그림을 배웠어요. 선생님들이 그렇게 가르쳐주셨고요. 제가 설명을 해드리면, 다들 재미있어하시기도 하고, 저도 관람객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람마다 그림이 다르게 보일 수 있구나 하고 신기하기도 해요.

제가 지금 이렇게 전시회를 하는 이유는 한국화에 대해 좀 더 알리는 것에 있어요. 한옥과도 잘 어울리잖아요. 우리의 것이고요. 이렇게 멋진 우리의 멋과 문화를 즐겨보자는 거죠. 코로나 때문에 북촌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저의 작품을 통해 우리의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갤러리 내에도 작업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 전은지 기자
갤러리 내 작업 공간 / 전은지 기자

좀 예민한 질문일 수 있는데요. 연예인이 화가로 활동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각자의 표현력과 개성을 갖고 작품활동에 열중하지만, 일부는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는데요. 작가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연예인은 기본적으로 혜택이 있어요.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뭔가를 했을 때 주목을 받는 게 분명히 있어요. 그게 곧 혜택이죠.

평생 그림을 그리고 공부하는 선생님들이 계세요. 그분들의 필력과 공부량을 따라가기엔 한참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연예인이라는 특별함이 있는 만큼, 공부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이에요.

그렇다면 연예인이기 때문에 주목받는 게 나쁜 건가? 그건 아닙니다. 혜택이기 때문에 선한 영향력으로 사용해야 아닌가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선한 영향력'이란 어떤 걸까요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일반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제 입장을 말씀드린다면, (개인전을 통해) 제 그림 보다도 한국화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져서 좋은 작가님들, 기함이 터져 나오는 좋은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생각이에요. 그게 선한 영향력이고요.

한국화가 서양화보다 몇몇 선생님들 빼고는 주목받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수요도, 시장규모도 적기 때문이지요. 한국화가 한국에서 제일 대접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것이 이번 전시를 기획한 계기이기도 하지만, (한국화에) 주목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어요. 재밌게 보는 방법을 알려드리면 관심이 생기고 흥미가 생기지 않을까, 그러면 한국화에 궁금해하는 분들도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림 보는 게 재밌으니까요. 그래서 일일이 도슨트를 해드리는 거죠.

그림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에요. ‘내가 이만큼 그린다’고 화려한 필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보여주고 관객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림도 책처럼 읽을 수 있어요. 읽는 방법을 알려드리면 재밌게, 쉽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갤러리 내에서도 그녀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 많았다 / 전은지 기자
갤러리 내에서도 그녀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 많았다 / 전은지 기자
평소 갖고다니며 스케치를 그린 화첩 / 전은지 기자
평소 갖고다니며 스케치를 그린 화첩 / 전은지 기자


작품을 보고 ‘연예인이 이 정도 그리네’ 하고 평가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작가님은 작품활동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시나요

저는 좀 게으른 편입니다. 마음이 잡히기 전에는 붓을 잘 못 잡아요. 붓을 잡으면 저돌적으로 들이붓는 식으로 그리기 때문이요. 그래서 나쁜 작가 중 하나예요.

3월 ‘신 문자도’ 전에서 함께 작업한 임옥상 선생님을 보면서, 그림은 이렇게 해야 지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어요. 임옥상 선생님은 정해진 시간 내에서 작품활동을 하세요. 그렇게 해야 작가가 건강하고, 작업량도 꾸준해요.

저는 나쁜 케이스인 게, 마음이 잡히면 며칠 밤을 새우고 쓰러져요. 그러다 보면 저도 그런 저 자신이 질려서 한동안 붓을 못 잡게 됩니다. 붓을 잡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기 때문이죠. 이번 개인전 이후에는 회복의 시간을 가지고, 저를 다시 길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꾸준하고 성실하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저에게 가르쳐야 할 겁니다.


대중들이 한국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그리고 싶은 것이 있다거나 작가님만의 목표가 있다면요

특별히 그런 걸 정하진 않았고요, 제가 제일 열심히 해야 합니다. 이번 전시회 이름도 ‘길’인 것처럼 다음에 나아갈 길이 보이기 때문에 첫 전시회를 하게 된 거예요. 다음 숙제는 다음에 풀어야 하겠죠. 개인적으로 풀고 싶은 숙제가 몇 개 있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그림에 가장 담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여기 오신 분들에게 그림 설명을 해드렸을 때,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누구나 살면서 어떤 순간이 있죠. 그 순간이야 다 다르지만, 그 당시의 감정은 공감하고 느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제 그림을 보면서 공감해주시고, 위로를 받기도 하시는 것 같아요. 관람객 중에는 우시는 분들도 더러 있었어요.

결국은 진정성이 답인 것 같아요. 저는 그림을 잘 그려서 그린 게 아니라, 혼자서 마음을 표현할 곳이 없어서 그림을 그린 거예요. 제가 저에게 하는 말이 그림에 담겨있다 보니, 보시면서 공감하게 되고 마음에 울림이 있기 때문에 공감해주시는 게 아닐까요.

제가 저를 표현하기 위해서 했던 게 그림이라서 그림을 보면 제가 다 드러나 있습니다. 연기도 진정성이 있어야 상대에게 울림을 주듯, 그림도 그렇게 그리고 있어요. 저를 수행하고 다스리기 위해 그려왔고, 그래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연예인의 예술 활동이 늘어나면서 ‘아트테이너’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특히, 화가로 제2의 직업을 찾는 연예인이 많아지면서 시선이 집중됐으며, 한 미술평론가는 혹독한 비평을 던졌다가 쓴소리를 듣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들이 비평을 받는 이유는, 미술을 전공한 이들과 다르게 이목이 쏠리지만, 그만큼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김규리 작가는 조금 달랐다. 여전히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부를 꾸준히 하며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가 10여 년간 그려온 작품을 보면 그 누구도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비평할 수 없어 보인다.

갤러리 혜우원에는 연예인이 아니라, 먹과 붓을 가져다주면 지금이라도 하나의 산수화를 완성할 것 같은 한국화 작가가 있다. 이것이 앞으로 그녀가 한국화 작가로서 어떤 ‘길’을 만들어 갈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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