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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 유행한다는 네이처 시리얼, 우리에겐 익숙한 화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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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 유행한다는 네이처 시리얼, 우리에겐 익숙한 화채잖아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6.02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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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happyfeelgood 인스타그램
eathappyfeelgood 인스타그램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요즘 SNS에서는 꽤 특별한 음식이 인기라고 한다. 바로 '네이처시리얼'이 그 주인공이다. 만들기 쉽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만들어진 이 음식은 현재 서양에서 꽤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 가공되고 설탕 범벅인 인스턴트 음식에 지친 사람들이 이 자연의 시리얼이라는 음식에 열광하고 있다.

그런데 어째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국내 네티즌들은 이 '자연의 시리얼'을 봤을 때 이게 화채와 뭐가 다르냐고 신기해하는 눈치다. 누가 봐도 이 모습은 우리가 다양한 과일에 우유나 음료수를 부어 먹는 화채와 너무나도 비슷한 모습이다.  


예로부터 먹었던 화채 

화채 /flickr

화채는 음청류의 한 종류로 음청류란 술 이외의 기호성 음료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예로부터 다과상이나 후식으로 올렸으며, 맛있는 음식을 푸짐하게 먹은 후 시원한 화채류를 마시면 훌륭한 후식 음료가 된다. 아마 인류가 최초로 마신 음료는 물이었겠지만 기호라기보다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마신 것이었을 테다. 시간이 지나면서 환경이나 지역에 따라 물맛도 달라 사람들이 물을 맛있게 마시는 법을 찾아 그들만의 풍토와 식문화, 풍습에 맞는 특색 있는 음료 문화가 발달한 것으로 추정한다. 

삼국 시대에 전통 음료는 사람들의 후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중요한 기호 식품으로 발달한다. 많은 종류의 음청류가 있었지만 문헌상으로는 감주(식혜), 박하차, 밀수(꿀물)등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을 뿐이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신라가 가야를 합병한 후 수로와 자손에게 제사를 지내게 했는데 제물의 품목이 술, 감주, 떡, 차 등이었던 것을 봐서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전통 음료로 알려져 있는 식혜의 역사가 다른 음료보다 먼저임을 알 수 있다.

숭늉 /crowdpic

고려시대 음료 문화는 우리나라 역사상 차 문화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이었다. 숭불정책에 의해 연등회나 팔관회, 연회 등 각종 국가적인 행사뿐만이 아닌 사신을 맞이할 때도 왕이 차를 하사하곤 했다. 이 문화는 서민에게까지 퍼졌으며, 솥에 눌러 붙은 누룽지에 물을 붓고 끓여 만든 숭늉은 고려시대 이미 백성들 사이에서 즐겨 찾던 음청류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1123년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 서긍의 견문록인 <고려도경>에는 고려 사람들의 숭늉 마시는 풍속에 대해 기록되어 있다. 

궁궐 사람들은 화채도 자주 먹었다고 전해진다. 1957년 발행된 <이조궁정요리통고>는 사라져 가는 조선시대 궁중 음식의 조리법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에는 유자, 배 등을 이용해 화채를 만드는 방법이 적혀 있다. "유자는 껍질을 까서 얇게 잘라 다시 가늘게 채 썰고, 배도 가늘게 채 썰어 설탕 끓인 것을 넣고 단맛을 내어 그릇에 담는다"라고 언급되어 있는데, 유자 특유의 쌉쌀한 맛을 줄이고 향과 단맛을 배가시켜 후식으로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 시대에 들어서는 고대로부터 전래된 밀수, 식혜 등이 더욱 널리 보편화되었으며 각종 꿀과 설탕을 이용해서 만든 보리수단, 식혜, 감주, 수정과, 배숙, 장미화채, 두견화채, 배화채, 앵두화채, 복분화채, 복숭아화채 등 각종 화채류가 발달한다. 이는 의례 문화 중 혼례나 회갑 등 여러 가지 음식을 많이 차려 많은 사람들에게 접대를 할 때 뜨거운 차는 준비하기가 어려워 한 번에 많이 끓여두고 때마다 쉽게 낼 수 있는 음료로 차가운 화채나 수정과, 식혜 등이 발달한 것으로 추정한다. 

오미자 화채 /문화재청 

지금은 수박이나 딸기 등 과일로 만들어 먹는 화채가 일반적이지만 옛날에는 대표적으로 오미자 화채, 앵두 화채, 유자 화채 등 오늘날과는 조금 다른 화채들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차게 해서 마시는 음료를 화채라고 부르는데 오미자는 화채의 국물로 가장 많이 쓰이며 전통 청량 음료로 이용되어 왔다. 한방에서 오미자는 만성기관지염, 인후염, 가래와 기침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오미자의 신맛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입이 마르고 갈증이 심한 증상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앵두 화채 /문화재청 

앵두 화채는 5월 단오를 전후해 한창 여물은 앵두를 재료로 물과 꿀, 또는 설탕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시원하게 먹는 계절 음식이다. 단오절에 더위를 이기고자 먹는 계절 음식으로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좋다. 앵두는 서양 버찌에 비해 크기가 작고 열매에 비해 씨가 크며 6월 전후로 빨간 열매가 달린다. 잘 익은 신선한 앵두를 따서 잘 손질한 후 씨를 제거하고 설탕이나 꿀에 재워 두었다가 설탕물이나 꿀물, 혹은 오미자 국물에 넣고 잣을 띄워 낸 앵두 화채는 한 여름 더위를 가시게 하는 전통 청량음료이다.

유자 화채 /농촌진흥청 

유자 화채는 우리에게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전통 음료로서 <동국세시기>, <음식방문> 등에 제조법이 소개되어 있다. 유자는 비타민C와 F, 구연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또한 유자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구연산은 피로 회복과 식욕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유자 화채는 다과상에나 후식으로 올리는 전통 음료인 화채의 한 종류로 유자 껍질과 유자 알맹이, 석류알이 들어 있어 향긋한 냄새, 달콤한 맛이 진하다. 배와 붉은 석류알, 잣을 띄운 다음 꿀물이나 설탕물을 부어 시원하게 먹는다. 특히 유자 화채는 9월에 먹는 시절식(춘하추동 계절에 따라 나는 식품으로 만드는 음식)이기도 해서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중양절(9월 9일)에 국화전, 국화주와 곁들여 먹는다고 한다.


네이처 시리얼, 그들이 즐기는 이유 

미어스의 SNS에서 볼 수 있는 네이처 시리얼 /TikTok @natures_food 캡쳐

SNS에서 활동하는 미어스는 이 '자연의 시리얼'을 처음 만든 유저다. 그는 늦은 밤 생각해냈던 아이디어가 그의 SNS를 유명하게 만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단다. 그저 그날도 밤에 침대에 누워 있다가 막 자려고 TV를 끄는데 갑자기 머릿속에 과일들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마치 시리얼을 만드는 것처럼 코코넛 워터와 블루베리, 석류씨, 블랙베리 등을 준비했다.

미어스는 신선한 석류의 안을 파내고 블랙베리와 블루베리 위에 얹은 다음 코코넛 워터를 그릇에 부었다. 그리고 그 음식에 관한 비디오를 SNS에 올렸다. "이건 내 친구들, 내가 먹는 아침 시리얼의 모습이다. 나는 이것을 자연의 시리얼이라고 부른다"라는 말과 함께 그는 이 음식의 이점도 설명했다. 이 음식은 소화를 돕고 변비를 예방할 수 있으며 에너지도 충전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그는 이 음식을 먹으면 마라톤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까지 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후에 유명 가수 리쪼가 이 영상을 참고해 딸기를 블랙베리로 대체하고, 얼음을 넣어 음식을 만든 영상을 자신의 SNS 페이지에 올린다. 그는 로맨틱한 피아노 음악을 배경 음악으로 깔고 나레이션을 한 영상을 만들었고 천만이 넘는 그의 팔로워들은 자연스레 이 음식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미어스는 리쪼가 그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즐기는 것을 기뻐했고, 사람들이 자신의 이 방식을 같이 즐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 '자연의 시리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건 아니다. 대부분은 단순히 이 음식이 과일 그릇에 불과하며 섞기 전의 스무디일 뿐이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이 음식이 곡물을 포함하지 않는데 왜 시리얼이라고 부르냐며 지적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 음식은 미어스가 만들고 리쪼가 대중화한 하나의 아침밥 대용으로 떠올랐다. 

네이처 시리얼 /This Healthy Table

이 음식이 유명해진 건 (비록 곡물은 없지만)건강한 시리얼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모든 열매, 과일들을 얼음과 함께 그릇에 담아 코코넛 워터를 넣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흔히 먹는 시리얼처럼 5분 안에 만들 수 있으며 하루 동안 섭취할 수 있는 과일의 양을 맞출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얼음 조각과 코코넛 워터 위에 떠 있는 색색깔의 과일은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신선한 자연의 이미지를 묘사한 것과 다름없었다. 과일을 그냥 먹는 것은 지루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먹는 건 즐겁다는 것이다. 

이 '자연의 시리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블루베리는 건강상으로도 이점이 많은 과일이다. 칼로리도 낮고 영양소도 높아 과일과 채소 중 항산화 비율이 가장 높은 식품군 중 하나다. 같이 들어가는 석류는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C가 함유되어 있다. 과일들을 둥둥 뜨게 하는 코코넛 워터는 칼로리와 탄수화물이 낮으며 수분의 좋은 공급원 중 하나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은 코코넛 워터가 수분을 회복하고 손실된 전해질을 보충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정해져 있는 레시피인 이 자연의 시리얼 말고도 자신의 취향에 따라 레시피를 바꿔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블루베리와 블랙베리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딸기는 작게 다진다. 코코넛 워터는 100%인 것이 좋으며 얼음 조각은 3-4개가 적당하다. 옵션으로 코코넛 과자나 그래놀라를 첨가해 토핑을 얹어 먹으면 된다. 

또 이 음식을 먹을 때 약간의 팁을 전하는데, 과일을 씻은 다음 완전히 물기를 빼야 음식에 과도한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으며 요리를 만든 후 즉시 먹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코코넛 워터 대신 레몬 주스나 라임 주스를 넣어도 되고, 과일의 종류를 완전히 바꿔도 된다. 딸기 대신 망고나 파인애플, 키위로 바꿔도 맛있다. 바삭함을 느끼고 싶다면 그래놀라를 더 추가하면 된다. 


올 여름, 시원한 화채 어때 

화채와 화전 /옥천군 

옥천전통문화체험관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4월 14일, 삼짇날(음력 3월 3일)을 맞아 봄맞이 행사를 펼쳤다. 삼짇날은 꽃놀이를 즐기면서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을 펴고, 서로 마음을 다잡고 한 해의 건강과 평화를 비는 세시풍속일이다. 이날 옥천전통문화체험관은 절기 음식인 화전과 화채 만들기 체험을 통해 지역 주민에게 전통 문화의 향유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옛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먹었던 음청류의 한 종류인 화채가 서양에서 갑자기 재미있고 건강한 음식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한테야 익숙하지만 과일을 재미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 하루에 신경써서 섭취하지 않는 과일을 아침에 먹을 수 있다는 점, 인스턴트처럼 가볍게 먹을 수 있지만 건강하다는 점 등이 사람들에게 새롭게 다가온 듯하다. 다가오는 여름, SNS에서 한창 유행 중인 이 '네이처 시리얼', 화채를 만들어 건강하게 즐기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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