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10-23 04:35 (토)
[현장스케치 ②] 일상 속 편안함을 제안하는 리빙 디자이너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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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②] 일상 속 편안함을 제안하는 리빙 디자이너의 전시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6.01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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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상재 전시에 가장 많은 인파 몰려
휴식과 업무가 결합한 민트색 공간이 된 집
풍등의 움직임이 선물하는 일상 속 휴식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트렌드는 쉽게 말하면 ‘유행’이지만, 사전적 정의를 보면,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을 말한다. 꼭 트렌드를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이정표처럼 참고하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 5월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2021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도 디자이너와 작가들이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와 결합한 리빙 트렌드를 제시했다.
 

사일로 랩의 ‘풍화, 아세안의 빛’ 전시 / 전은지 기자
사일로 랩의 ‘풍화, 아세안의 빛’ 전시 / 전은지 기자


윤현상재 ‘일상(日常), 위요감(圍繞感)’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획전이 있다면, 윤현상재의 ‘일상(日常), 위요감(圍繞感)’ 전시다. 이 전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바뀌어 버린 일상 속에서 혼란스럽지만, 그 안에서 적응하고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벽이나 나무로 둘러싸여 생기는 아늑한 느낌’이라는 뜻의 위요감이라는 단어를 제시하며, 집이나 사무실 등 어떤 공간에 있을 때 같은 루틴이 반복되지만, 그 안에서도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휴식의 일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작가 27명의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
 

줄을 서서 관람할 정도로 가장 큰 인기를 얻은 윤현상재의 전시 / 전은지 기자
줄을 서서 관람할 정도로 가장 큰 인기를 얻은 윤현상재의 전시 / 전은지 기자

이 전시는 총 6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것은 흔히 말하는 벽돌색 타일로 둘러싸인 공간이다. ‘윤현정원’이라는 이름의 이 공간은 타일로 만든 놀이터다. 보통 놀이터라고 하면 탁 트인 야외 공간에 모래나 고무바닥, 시멘트로 만들어진 곳을 말하지만, 타일로 만든 놀이터라니 새롭다.
 

임태희 디자이너가 작업한 윤현정원 / 전은지 기자
임태희 디자이너가 작업한 윤현정원 / 전은지 기자

건축 자재의 하나인 타일은 차갑지만, 물에 강하다. 그래서 주방이나 욕실에 주로 쓰이게 된다. 그런 타일로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고정관념을 깬다. 곳곳에는 식물을 배치하고, 창문과 같이 트여있는 부분을 만들어서 폐쇄적인 공간이지만 개방적인 느낌을 동시에 받게 된다. 마치 목욕탕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지만, 여기는 엄연히 놀이터다.
 

창문처럼 뚫려있는 공간이 식물과 어우러져 시원하고 홀가분한 느낌을 준다 / 전은지 기자
창문처럼 뚫려있는 공간이 식물과 어우러져 시원하고 홀가분한 느낌을 준다 / 전은지 기자

‘놀이터’라는 이름처럼 아이들도 오르락내리락하며 놀 수 있을 듯하지만, 곳곳에 테이블처럼 배치된 타일 조형물과 도자기가 있어 휴식을 취하는 어른을 위한 놀이터라는 느낌이 든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으로 만나는 것이 익숙해진 시대, 타일로 만든 신개념 공간도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찻잔이 가득한 2번째 세션 ‘나의 소우주’ / 전은지 기자
찻잔이 가득한 2번째 세션 ‘나의 소우주’ / 전은지 기자

길거리에서 카페 하나 찾기는 쉬운 시대이지만, 그곳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도 어려운 시대이기도 하다. 2번째 세션인 ‘나의 소우주’에서는 그런 여유를 맘껏 누릴 수 없게 된 일상을 위로하는 듯하다. 앞서 벽돌색 타일과는 정반대의 느낌으로 파란색 배경이 오묘하게 작품을 감싸고 있다.
 

달의 표면과 비슷한 질감의 잔 / 전은지 기자
달의 표면과 비슷한 질감의 잔 / 전은지 기자
우주의 신비로움을 닮은 독특한 찻잔 / 전은지 기자
우주의 신비로움을 닮은 독특한 찻잔 / 전은지 기자

이 공간의 이름이 ‘나의 소우주’인 이유는 전체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별빛이 비치는 듯한 조명이 있기 때문이다(아쉽게도 관람객이 많아 내부 전체 샷은 촬영이 어려웠다). 그 별빛 아래에는 평범함을 거부하는 디자인을 갖춘 찻잔이 가득했다. 달의 표면을 닮은 듯한 잔부터 아이보리빛 보자기, 앞접시처럼 널찍한 푸른색 잔까지 보는 재미를 더했다.
 

식물과 어우러진 작품 / 전은지 기자
식물과 어우러진 작품 / 전은지 기자
타일 위에 그려진 산의 풍경과 그릇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 전은지 기자
타일 위에 그려진 산의 풍경과 그릇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 전은지 기자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작품. 마치 우주 은하계 같다. 반짝이는 아름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 전은지 기자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작품. 마치 우주 은하계 같다. 반짝이는 아름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 전은지 기자

같은 공간이지만, 옆으로 넘어오면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식물과 어우러진 식기가 따뜻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작품의 형태를 보면, 구석기 시대처럼 투박하면서도 정교하고, 예술적 감각이 더해졌다. 앞서 푸른 공간이 일상 속에서 차를 마시며 망상에 빠져들게 했다면, 이곳은 자연 속에서 위로를 받으며 차를 마시는 일상을 떠오르게 했다.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의 다기(茶器) / 전은지 기자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의 다기(茶器) / 전은지 기자
전통적 느낌을 주는 받침 / 전은지 기자
전통적 느낌을 주는 받침 / 전은지 기자

세 번째 세션은 ‘친밀한 사물들’이다. 일상 속에서 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다기(茶器)와 주전자, 재료와 도구를 보관하는 함까지 낯설지 않은 것들이다. 가끔은 이런 친밀한 사물들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때가 있다. ‘소확행’이라는 단어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공간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다.
 

안문수 작가의 ‘함(HAM)’ / 전은지 기자
안문수 작가의 ‘함(HAM)’ / 전은지 기자
외나무 다리에 서 있는 듯한 인간의 모습 / 전은지 기자
외나무 다리에 서 있는 듯한 인간의 모습 / 전은지 기자

그 옆 개별 공간에는 2개의 전시가 이어졌는데, 안문수 작가의 ‘함’은 여러 가지 중에 중요한 것 하나만 남게 되는 과정을 함에 물건을 보관하는 것에 비유했다. 보통 요즘은 서랍장이나 장식장처럼 쉽게 여닫을 수 있지만, 손잡이를 위로 잡아당겨 여는 함은 무언가 신중해진다.

닫혀있는 함을 보면 무엇이 들어있을지 열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다.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그런 호기심과 신중함을 갖고 살아가라는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중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사람 모형이 꽤 인상적이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을 걸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류연희 작가의 ‘주전자는 주전자다’ / 전은지 기자
류연희 작가의 ‘주전자는 주전자다’ / 전은지 기자

요즘은 물을 끓여 먹기보다는 정수기나 커피포트를 사용한다. 편리함 때문이다. 그래서 주전자 하면 어딘지 모르게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정서적 따뜻함이 느껴진다. 작가도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되는 주전자를 통해 따뜻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보통은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주전자이지만, 주전자의 친근함을 표현하기 위해 구리와 금속 외에도 가죽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 모양도 매우 다양하다. 찻주전자도 있지만, 핸드드립 커피를 내릴 때 쓰는 얇은 주둥이를 가진 주전자도 많았다. 차가운 금속이지만, 그 안에 담길 따뜻한 물을 떠올리면 어딘지 모르게 정겨워진다.
 

여러 꽃이 가득해 정원처럼 보였던 공간 / 전은지 기자
여러 꽃이 가득해 정원처럼 보였던 공간 / 전은지 기자
세션을 옮기는 틈새로 보이는 ‘일상의 여백’ / 전은지 기자
세션을 옮기는 틈새로 보이는 ‘일상의 여백’ / 전은지 기자

네 번째 세션인 ‘일상의 여백’은 자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여유를 뜻하는 공간 같았다. 어떤 식물이 있는지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지만, 잔잔하게 피어있는 꽃이 보기만 해도 편안함을 전해준다. 이 공간은 가운데에 서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포토존을 마련해 두기도 해서 관람객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나 스크린에 비치는 정원의 모습과 그 안에 보이는 여인의 모습은 우리네 엄마를 떠오르게 했다. 미디어와 식물의 결합이라는 점도 인상 깊게 다가왔다.
 

다양한 형태의 유리잔 / 전은지 기자
다양한 형태의 유리잔 / 전은지 기자
다양한 형태의 유리잔 / 전은지 기자
다양한 형태의 유리잔 / 전은지 기자

앞선 공간이 일상을 벗어난 여유를 뜻했다면, 다섯 번째 세션인 ‘적당한 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다. 사람들을 만나며 또 다른 즐거움과 에너지를 얻었던 것이 우리지만, 지금은 거리두기를 위해 만날 수가 없다. 만나면 적당히 즐기는 술자리도 그리워진다.

이 공간에 전시된 수많은 유리잔이 그런 그리움을 나타내기라도 하는 듯 줄지어 서 있다. 빛과 어우러진 유리잔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단란한 모임을 그리워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표현한 작은 창이 인상적이다 / 전은지 기자
단란한 모임을 그리워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표현한 작은 창이 인상적이다 / 전은지 기자
집에서 혼술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전통주와 술잔이 고독함을 더한다 / 전은지 기자
집에서 혼술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전통주와 술잔이 고독함을 더한다 / 전은지 기자

유리잔 전시 공간 옆에는 또 다른 공간이 있다. 실력이 뛰어난 요리사의 양식 코스가 나올 것 같은 아늑한 곳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과 식사 한 끼가 어렵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조차 조심스럽다.

그런 마음은 공간 뒤로 보이는 작은 창을 통해 표현한 듯하다. 관람객들은 작은 창으로 이 공간을 들여다보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나도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느낌이었다. 코로나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고독하게 혼술을 해야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 옆에 놓인 전통주와 술잔이 고독함을 더한다.
 

바쁘고 똑같은 일상에서 고요함을 찾아보자는 의미를 주는 듯한 그릇들 / 전은지 기자
바쁘고 똑같은 일상에서 고요함을 찾아보자는 의미를 주는 듯한 그릇들 / 전은지 기자

마지막 세션의 이름은 ‘뜰(庭)’이다. 꽃이나 나무가 가득하고, 잔디가 파릇파릇 돋아있는 곳에서 뛰노는 생각이 난다. 뜰에서 일하기보다, 휴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이 공간에 전시된 다기와 도자 그릇들도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있지만, 화이트 컬러가 차분한 느낌을 준다.
 

뜰 세션에서 마지막 부분 / 전은지 기자
뜰 세션에서 마지막 부분 / 전은지 기자
정자처럼 고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 전은지 기자
정자처럼 고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 전은지 기자

이 공간을 벗어나면 이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일상의 위요감이 해방된 듯한 느낌의 공간이 펼쳐진다. 모래로 표현되어 있지만, 연못 위에 떠 있을 것 같은 공간이다. 하얀 천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여유롭게 차를 마실 수 있는 정자 같은 곳이다. 보기만 해도 고요함이 느껴진다. 트여있는 부분으로 식물을 보며 마시는 차는 인생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마당에 있는 평상도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그 위의 깔개와 베개가 시원한 느낌을 준다 / 전은지 기자
마당에 있는 평상도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그 위의 깔개와 베개가 시원한 느낌을 준다 / 전은지 기자

뜰 밖에 있는 침대 같은 평상은 옆에 심어진 나무와 어우러져 있다. 짙은 녹색 타일로 뒤덮여 있어 눕기만 해도 시원할 듯하다. 이런 곳에서 여유를 즐기면 남부러울 것이 없을 듯하다.

윤현상재의 전시는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잔잔한 음악과 함께 은은한 향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도 자연 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전시였다.


김효진 디자이너의 ‘Layered Home’

가구 브랜드 덴스크의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김효진 디자이너는 코로나로 인해 공간의 의미 부여가 커진 집에 집중한 작품을 선보였다.
 

‘Layered Home’ / 전은지 기자
김효진 디자이너 ‘Layered Home’ / 전은지 기자

특히, ‘Layered Home’은 집의 여러 공간 중에서 ‘거실’에 포커스를 두었다. 작품 설명을 보면, ‘거실은 더는 소파와 텔레비전만의 공간이 아니다. 재택근무를 위한 오피스 역할, 손님을 맞이하는 라운지의 역할, 식사를 위한 다이닝의 역할, 지극히 개인적인 휴식 공간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식탁은 식사를 하다가도 업무를 보는 공간이 된다 / 전은지 기자
식탁은 식사를 하다가도 업무를 보는 공간이 된다 / 전은지 기자

그래서 작품을 보면 보통의 거실과는 다르게 조금 복잡해 보인다. 거실에 있는 소파나 텔레비전은 기본이며, 주방 가까이 있을 듯한 식탁이 있다. 식탁 위에는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즐긴 듯, 와인잔과 와인이 놓여있다.

옆의 선반과 함께 보면, 식탁은 업무 공간이 되기도 한다. 노트북이 펼쳐져 있고, 선반에는 집에서는 찾기 어려워진 전화기, 사무실에나 있을 법한 서류 파일함이 있다. 하지만, 이 공간이 거실임을 보여주는 디퓨저와 식물도 함께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민트 컬러로 표현한 점도 포인트다. 거실이 코로나로 인해 지금은 업무 공간이면서도 휴식 공간, 식사 공간으로 쓰이지만, 어쨌든 하나의 공간이라는 점을 표현하기 위한 듯하다.
 

사방에 거울이 가득하고, 의자 여러 개가 뒤엉켜 있다 / 전은지 기자
사방에 거울이 가득하고, 의자 여러 개가 뒤엉켜 있다 / 전은지 기자

그런데 이 공간 뒤로 돌아가면, 비현실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이곳에는 의자가 뒤엉켜 있는데, 사무실에서 쓰는 의자부터 거실이나 카페에서 쓸 것 같은 의자까지 다양하다.

앞선 공간이 우리가 집에서 볼 수 있는 현실적인 공간을 의미했다면, 이 공간은 하나의 공간이 여러 가지 역할을 하게 된 현실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의자들은 위태로우면서도 내실 있게 쌓여있어서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마치, 코로나로 두려움에 빠졌던 우리가 현실에 금방 적응해서 살아가는 삶의 단단함을 표현한 듯하다.

이 공간은 윤현상재의 전시 다음으로 많은 관람객의 포토존으로 사용되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김효진 디자이너가 던진 말에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Layered Home’과 삶의 의미를 되짚게 한다.

“한 가지 사물을 소유한다는 건 여러 책임이 따라오지만, 우리는 그 책임에 대해 무심하며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가치 있는 물건도 쓰레기가 될 수 있기에, 무엇보다 소유에 대한 가치 소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AGO×BIG-GAME ‘Everyday Moments’

한국의 조명 브랜드 아고(AGO)와 스웨덴 디자인 스튜디오 빅게임(BIG-GAME)의 디자이너들은 서로 협업해 ‘Everyday Moments’라는 전시를 선보였다.
 

AGO×BIG-GAME ‘Everyday Moments’ / 전은지 기자
AGO×BIG-GAME ‘Everyday Moments’ / 전은지 기자

이 전시는 ‘Everyday Moments’를 주제로 다섯 가지 장면을 제안했다. 아고의 유화성 디자이너와 빅게임의 디자이너들이 함께 오브제의 조합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표현했다. 5개로 나뉜 공간은 우리의 일상을 표현했다. 외출을 준비하고, 거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책상에서 업무를 보고, 바에서 시간을 보내는 등의 모습 말이다.

물론 각각의 공간은 모습도 색도 다르지만, 어쨌든 하나의 집에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통일성은 있다. 디자이너들은 그런 통일된 공간을 파란색 계열로 표현한 듯하다. 가까이서 볼 수 없도록 거리 제한을 두어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각 공간에 어울리는 조명과 의자, 탁자는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바 형태의 공간 / 전은지 기자
바 형태의 공간 / 전은지 기자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디자인은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듯하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생활에 무리가 없는 디자인은 소유욕을 자극하기도 했다. 어쩌면 미래에는 이처럼 일(一)자 형태의 집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사일로 랩(SILO Lab)의 키네틱아트 ‘풍화, 아세안의 빛’

이번 페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시는 D홀에 설치된 키네틱아트 ‘풍화, 아세안의 빛’이었다. 디자인하우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아시아문화원(ACI)이 협력해 개최된 특별전시는 공학, 디자인, 영상을 베이스로 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모여 설립한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 랩인 ‘사일로 랩(SILO Lab)’의 작품이다.
 

풍화, 아세안의 빛. 풍등 모양의 전구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 전은지 기자
풍화, 아세안의 빛. 풍등 모양의 전구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 전은지 기자

전시장 천장 가득 설치된 풍등 모양의 전구와 실제 물이 흐르고 있는 수조가 조화를 이루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전시장을 걸으며 느낀 피로를 관람객들은 앉아서 풀며 멍하니 풍등을 지켜보기도 했다.
 

실제 풍등과 같은 느낌을 준다 / 전은지 기자
실제 풍등과 같은 느낌을 준다 / 전은지 기자

풍등 모양의 오브제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진짜 풍등이 바람에 날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그 아름다움에 계속 멍하니 쳐다보게 만든다. 사일로 랩 역시 그런 부분에 집중했다고 한다.

작품 설명을 보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몰입형 경험(Immersive Experience)을 제공한다고 되어 있다.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통해 순수 예술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수조에 비친 풍등의 모습 / 전은지 기자
수조에 비친 풍등의 모습 / 전은지 기자

또한, 현대적인 기술이지만, 동양적인 요소인 풍등과 결합한 점도 인상적이다. 180개의 풍등의 움직임은 수조 속 물에 반사되면서 더 많은 풍등이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백열전구의 깜빡임으로 아름다움을 더하는 묘화 / 전은지 기자
백열전구의 깜빡임으로 아름다움을 더하는 묘화 / 전은지 기자

수조 사이로 걸어가면 뒤쪽에는 벽면 가득 점멸하는 전구가 있다. 이를 ‘묘화(妙火)’라고 표현했는데, 이름 그대로 묘한 빛이다. 백열전구 수백 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요즘에 잘 쓰지 않는 백열전구의 깜빡임이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그 따뜻함이 수조 속 물에 비치면서 오묘한 느낌을 더 한다.
 

수조 가운데 징검다리로 걸어가면 인생샷을 남길 수 있었다 / 전은지 기자
수조 가운데 징검다리로 걸어가면 인생샷을 남길 수 있었다 / 전은지 기자

수조 가운데에는 징검다리가 있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서 ‘인생샷’을 건지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섰다. 수조 끝부터 피어나는 물안개를 표현하기 위한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리빙디자인페어는 리빙 트렌드 외에도 기획전을 통해 볼거리를 더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 기획전도 리빙 트렌드를 반영한 점이 돋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멀어진 사람들의 모습을 그릇으로, 공간 연출로 표현하거나, 집이 여러 가지 역할을 하게 된 상황을 컬러와 오브제로 표현했다. 각박한 감염증 상황에서도 여유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우리의 의지가 풍등으로 떠 올랐다.

코로나를 피해 2년 만에 개최된 2021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이어 8월에 열리는 인천리빙디자인페어에서는 어떤 전시가 눈을 즐겁게 하며 일상의 편안함을 제시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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