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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핸드메이드 도시] 태국 북부의 한적한 도시에서 만드는 도자기, 람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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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핸드메이드 도시] 태국 북부의 한적한 도시에서 만드는 도자기, 람빵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6.01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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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빵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태국 방콕에서 599km 정도 떨어져 있는 람빵은 예로부터 무역과 교통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치앙라이와 치앙마이로 가는 고속도로의 교차 지점이며, 태국의 오래된 도시들 중 하나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전형적인 곳은 아니지만 람빵 곳곳에 있는 아름다운 사원들과 공원, 옛 주택들의 모습은 치앙마이를 벗어나 조금 더 그 지역만의 느낌을 준다. 

람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탉 모양 /flickr

람빵은 태국 전역에서도 볼 수 있는 붉은 수탉 모양의 도자기와 그릇이 유명하며, 실제로 이 수탉은 람빵의 상징이기도 하다. 여기엔 재미있는 설화 하나가 있는데 부처가 람빵을 찾아오는 걸 눈치챈 인드라 신이, 자고 있는 도시 사람들을 깨우기 위한 알람을 생각해 낸다. 그래서 인드라 신이 마법으로 수탉을 보내 도시 속 시민들을 깨웠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도자기 생산으로 최적의 도시, 람빵


태국 관광청은 람빵을 '시간이 멈춰버린 곳'으로 소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조용한 시골 도시로 오래된 주택들이 도시 곳곳에 늘어서 있는 풍경은 마치 현대의 시간이 닿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7세기부터 람빵은 몬족의 하리푼차이 왕국의 여왕이었던 차마 테위의 아들에 의해 세워진 도시였다. 11세기에는 크메르 제국이 점령하였고 이후 1292년, 란나타이 왕국의 멩라이 왕 시대에는 타이족의 왕조에 편입되었다.

이후 17~18세기 란나타이 왕국이 멸망한 후에 이 지역은 쇠퇴했고 인구도 격감, 버마족의 지배 하에 있었다. 18세기 말, 람빵 출신의 난팁창은 버마의 통치자를 암살하고 버마에 반란을 일으킨다. 반란의 승리 후 그는 옛 란나타이 왕국의 중심지였던 치앙마이의 통치자로 임명되었고, 그의 후손인 차오체드똔은 방콕과 동맹을 맺고 많은 란나타이의 도시를 지배하게 되었다. 도시는 계속해서 태국 북부의 정치적, 경제적 중심지의 하나로 머물렀고 1892년에 람빵은 태국의 한 주가 되었다.

지금의 람빵 /flickr

람빵은 예로부터 도자기 산업으로 유명했다. 태국의 백토 중 93%가 람빵에서 나오며, 이 백토는 열에 강해 양질의 도자기를 생산할 수 있었다. 1969년까지 경제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본격적으로 람빵의 도자기에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도시에서는 도자기 경연 대회, 소규모 공장 지원 확대, 도자기 관련 세미나 등 여러 행사를 진행했고 도자기 장인들이 해외에 나가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75년부터 약 10년간 도자기 산업에는 기술의 발전이 더해져 도자기의 더 나은 품질, 비용 절감까지 이루어냈다. 이후 도자기 산업은 경쟁이 치열해졌고 람빵의 도자기 공장들은 생산 원가를 낮추면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을 찾아 새로운 형태의 가마들을 만들어냈다. 오늘날 람빵의 도자기 공장들은 작은 규모에서부터 큰 규모까지 다양하며 공장당 100-600여명의 직원들이 있고 소규모 공장 120여개, 중대형 공장 30여개가 있다. 이 도자기들은 현지인들의 소득, 경제 성장의 증진에 한몫하고 있다. 

가게의 도자기 /flickr
도자기 /mychiangmaitour.com

람빵 주변의 산지는 백토 이외에도 도석, 점토, 갈탄이 풍부해 발전소 외에 여러 곳에 연료를 공급한다. 또한 도자기 산업에서 널리 이용되는 고령토와 할로이사이트가 주성분인 흙, 카올린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어 전국의 도자기 제조 공장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람빵은 태국을 대표하는 도자기 공업 지역이며, 주요 제품은 화분이나 인형 등의 일상 생활용품, 타일이나 건축 자재, 식기 등을 만든다. 1년에 한번 도자기 전시회도 열린다. 매년 람빵에서는 도자기 축제를 열며 전국 각지의 바이어들과 해외 바이어들이 참여한다. 


람빵을 대표하는 수탉, 그리고 치킨 보울 

치킨 보울 /Dhanabadee Ceramic Museum

우리들에게 익숙한 이 치킨 보울은 원래 죽이나 음식을 담아 먹는 그릇으로, 그릇에 닭 그림이 들어가 있어 치킨 보울이라 부른다. 이 치킨 보울은 원래 중국 광둥 지방에서 유래한 그릇으로, 람빵에서 이 치킨 보울이 유명한 이유는 다름아닌 2차 세계 대전과 관련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도중 전쟁을 피해 태국 북부 지역으로 중국, 특히 광둥 지역 사람들이 피난을 많이 왔다고 한다. 비록 피난을 와 태국에서 살지만 자신들의 생활이나 문화를 포기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광둥 지역에서 쓰던 치킨 보울을 들여왔다. 하지만 전쟁 중이라 물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가격까지 폭등해 사람들은 결국 가마를 만들어 직접 그릇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람빵의 도자기 /Dhanabadee Ceramic 유투브 캡쳐

이후 람빵에서 질이 좋은 고령토가 발견되면서 도자기 공장이 세워졌고, 대량 생산을 하게 되며 오늘날 수백 개의 공장과 도자기 박물관이 세워졌다고 한다. 1950년대에 세워진 이 도자기 박물관은 미스터 E(Chin Simyu)라는 사람이 세웠으며, 미스터 E는 팡가 마을에서 발견한 카올리나이트 퇴적물에 대해 알게 된 후 그 자원을 이용해 람빵 최초의 도자기 공장을 설립한다. 지금까지 'Dhanabadee Ceramic museum'을 설립해 오리지널 치킨 보울을 생산하고 있다. 이 수탉 모양은 람빵의 상징이 되었고 닭 그림은 이 지방의 거리 표지판, 다리, 다양한 주요 구조물 등에서 볼 수 있다.

미스터 E의 아들 또한 대학에서 도자기 공예를 공부한 후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돌아와 아버지의 일을 도왔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도자기와 예술 세계를 펼치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에게서 독립 후 'Dhanabadee Art Ceramic Co., Ltd'를 세운다. 이곳에서도 치킨 보울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 공장만의 독창적인 제품들도 생산하고 있다. 약 2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제품은 중국, 일본, 미국 등 7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다나바데 도자기 박물관은 현대 문명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태국의 전통 도자기 방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것과 똑같은 고대 기술을 보존하며 도자기를 생산한다. 그러나 아무리 현대적인 도자기들을 생산해도 이들의 브랜드에는 핵심 아이덴티티가 있는데, 바로 오리지널 치킨 보울이다.

여러 도자기 /mychiangmaitour.com

다나바데 도자기 박물관의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번째는 미스터 E가 람빵에서 고령토를 생산, 공장을 세우기까지의 일련의 과정과 다양한 종류의 치킨 보울을 볼 수 있다. 두번째는 치킨 보울과 다른 도자기 제품들의 생산 과정이다.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과 현대적인 반자동 공정을 비교해서 보여주며, 두 과정의 차이는 생산성에서 약 10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지금은 반자동으로 도자기를 만들며 수작업 공정은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가마는 전통적인 재래식 도자기 가마를 쓰고, 땔감으로는 대나무를 썼지만 요즘은 환경 오염 문제 때문에 가스로 불을 때는 현대식 가마를 쓴다. 

제작 과정 /Dhanabadee Ceramic 유투브 캡쳐
제작 과정 /Dhanabadee Ceramic 유투브 캡쳐

요즘은 사람의 손으로 그림을 일일이 그리는 대신 전사지를 입히는 것으로 도자기의 생산 단가를 대폭 낮출 수 있었다고 한다. 치킨 보울 이외에도 코끼리를 그린 제품이 많은데, 태국인들이 워낙 코끼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람빵에는 코끼리 보호소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물관의 도자기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코끼리 보호소에 기부하며, 시각 장애인 교육 및 교육의 기회가 부족한 어린이들을 위한 장학금을 지급한다. 

람빵에서 유명한 코끼리 보호소 /flickr

마지막 부분은 미스터 E의 작품을 전시한 곳으로, 도자기 경연 대회에 출품해 대상을 받은 작품들도 전시해 두었다.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은 치킨 보울 만들기 시연, 가마 사용법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워크숍에도 참여할 수있다. 

도자기 박물관 이외에도 람빵에는 여러 도자기 공장들이 있다. 도자기 주방용품 유통업자였지만 자본을 모아 자신만의 공장을 연 사람들도 있다. 가게에서 그릇을 파는 것 이외에도 전국의 다른 도자기 가게에 그릇들을 공급한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도자기 가게들이 치앙마이로 통하는 람빵의 주요 도로에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게 주인들은 현지인이든 해외 관광객이든 쇼핑을 하는 사람들은 수탉 그림이 그려진 그릇들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치킨 보울 /bonussmiletour.com

그만큼 수탉이 그려져 있는 그릇은 필수품이고 현지에서도 인기가 많다. 주민들은 닭이 근면한 사람의 상징이라며 그릇에 보여지는 수탉이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릇 옆면에 수탉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고, 모두가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일하도록 영감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치킨 보울에 담긴 음식을 먹을 때마다 닭처럼 부지런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람빵의 전통이자 사람들이 사랑하는 도자기
 

도자기 /mychiangmaitour.com

도자기 산업은 태국에서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산업 중 하나다. 태국 도자기는 태국 경제의 수입원으로써 현지인들에게는 고용의 원천이며 수출 분야에도 효자 제품이다. 중국 도자기의 영향을 받았지만 태국 도자기 특유의 모양과 색, 장식 등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람빵에 있는 수많은 도자기와 박물관들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아직도 옛날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람빵의 도자기 공장들은 오늘도 수많은 도자기와 그릇을 생산하고 있으며 다나바데 도자기 박물관에 가면 옛날부터 만들어진 도자기의 생산 과정과 찬란한 도자기 제품들을 볼 수 있다. 람빵이 도자기를 생산한 지는 불과 50여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도자기는 태국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 중 하나이며 지금도 전통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대를 이어 제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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