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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패브릭 밴드가 색을 만나 감정과 자아가 되다, 소은명 개인전 ‘감정의 이야기들’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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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패브릭 밴드가 색을 만나 감정과 자아가 되다, 소은명 개인전 ‘감정의 이야기들’ 展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5.24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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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작가가 어떠한 의도를 담아 작품을 표현할 때, 어떤 기법을 사용해 형태를 만들거나, 여러 가지 색을 이용한다. 색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느낌이 크게 다가온다. 또한, 그 소재가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물건이라면 익숙한 것도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아트숨비에서 열리는 소은명 개인전 ‘감정의 이야기들’ 전 포스터 / 아트숨비 제공
아트숨비에서 열리는 소은명 개인전 ‘감정의 이야기들’ 포스터 / 아트숨비 제공

은평구 아트숨비 갤러리에서 열리는 소은명 작가의 개인전 ‘감정의 이야기들’이 그런 전시다. 지난 5월 5일부터 오는 6월 2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개인적인 이야기와 그 안에서 느낀 감정을 밴드와 색으로 풀어냈다. 또한, 그 작품이 생활 소품이 될 수 있는 마법도 느낄 수 있다.


공간과 작품과 사람의 조화

소은명 작가의 개인전은 아트숨비 1층과 2층에서 진행된다. 갤러리 1층은 '카페 숨비로와'로 운영되는데, 이곳에는 작가가 만든 예술 가구와 오브제, 페인팅 작품이 조화롭게 전시되어 있다. 커피나 차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틈에 설치된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은 카페 내에 구비된 색연필 등으로 컬러링 북에 색칠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색’으로 감정과 이야기를 표현한 소은명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듯했다.
 

전시 이벤트로 패브릭 밴드를 마음대로 꾸밀 수 있었다 / 전은지 기자
전시 이벤트로 패브릭 밴드를 마음대로 꾸밀 수 있었다 / 전은지 기자

카페 내에는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Show Your Color!’라는 이름의 전시 이벤트도 진행 중이었다. 여러 가지 채색 도구와 빤짝이 풀 등 다양한 재료가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다. 만들어진 밴드들 모두 개성이 넘쳤다. 관객이 참여한 작품은 카페 내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카페 테이블에 놓인 오브제. 연필을 꽂아놓아 실용성을 더했다 / 전은지 기자
카페 테이블에 놓인 오브제. 연필을 꽂아놓아 실용성을 더했다 / 전은지 기자
갤러리 내에 간이 테이블처럼 설치된 오브제 / 전은지 기자
갤러리 내에 간이 테이블처럼 설치된 오브제 / 전은지 기자

카페 테이블마다 오브제가 놓여있는 점이 참신했다. 무엇보다 다가가기 어려웠던 ‘작품’이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도구가 되도록 전시해두었기 때문이다. 밴드 위에는 페인팅 물감이 흐르듯 칠해져 있었는데, 오브제 가운데에는 원통 기둥과 함께 연필이 꽂혀있었다. 작품이 생활용품으로 변신한 순간, 카페 방문객들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어 작품과 관람객이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The lines_엘라스틱 밴드, 메탈_120×145×20cm_2017 / 전은지 기자
The lines_엘라스틱 밴드, 메탈_120×145×20cm_2017 / 전은지 기자

소은명 작가의 작품 중에는 앞서 테이블에서 볼 수 있던 오브제처럼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가구에 예술요소를 더한 ‘아트가구’도 있다. 2017년 작품인 ‘The lines’와 2019년 작품 ‘치유의 5단계 : lighting’는 장식장과 전구다.

‘The lines’는 작품명처럼 책꽂이에 밴드를 직선 형태로 감아주었다. 밴드 때문에 실제 수납은 어렵겠지만, 튼튼하게 감싼 느낌이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작품 설명을 보면, 한옥 전통의 창살 무늬를 연상시키는 수납장에 앞뒤 구분 없이 자율적으로 바꿔 낄 수 있는 밴드는 생활의 편의성과 함께 아이가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한다. 여기에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이 녹아들기도 했다. 작가의 삶과 일상의 스토리가 반영된 가구라는 점에서 엄마의 공감, 관람객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 듯하다.
 

치유의 5단계 : lighting_패브릭 밴드, 메탈, LED 전구_90×160×20cm_2019 / 전은지 기자
치유의 5단계 : lighting_패브릭 밴드, 메탈, LED 전구_90×160×20cm_2019 / 전은지 기자

‘치유의 5단계 : lighting’는 1층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데, 눈여겨 보지 않으면 지나칠 수 있을 듯했다. 여러 가지 색으로 감긴 밴드 주변으로 주황색 알전구가 배치된 형태인데, 작가가 고무 밴드와 빛으로 치유를 받은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늘어진 밴드와 컬러로 감정을 치유하다
 

2층 갤러리 전경 / 전은지 기자
2층 갤러리 전경 / 전은지 기자
2층 갤러리 전경. 전등 밑 장식도 ‘치유의 5단계’와 비슷하게 되어 있었다 / 전은지 기자
2층 갤러리 전경. 전등 밑 장식도 ‘치유의 5단계’와 비슷하게 되어 있었다 / 전은지 기자

2층 갤러리에는 작가의 설치 작품과 페인팅 작품 몇 개가 전시되어 있다. 갤러리를 들어서자마자 반기는 것은 ‘치유의 5단계 : 연결’이었다. 넓은 창가에 설치된 형형 색색의 늘어진 밴드는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치유의 5단계 : 연결_패브릭 밴드, 혼합 재료_가변설치_2021 / 전은지 기자
치유의 5단계 : 연결_패브릭 밴드, 혼합 재료_가변설치_2021 / 전은지 기자

작품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사이사이로 동선을 이동하며 가까이 관찰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지만, 어느 위치에서 작품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다가왔다. ‘5단계’라는 말만 보았을 때는, 같은 색이 채도에 따라 5가지로 표현되어 그 단계에 따라 치유의 과정을 거쳤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치유의 5단계 : 연결_패브릭 밴드, 혼합 재료_가변설치_2021 / 전은지 기자
치유의 5단계 : 연결_패브릭 밴드, 혼합 재료_가변설치_2021 / 전은지 기자

늘어진 밴드의 형태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추측해보자면, 각박한 현실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지쳐 있는 모습 같다.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집으로 퇴근한 직장인처럼 말이다. 또는, 다양한 컬러와 곡선의 리드미컬함으로 시각적인 즐거움과 경쾌함을 전해주기도 한다. 창가의 햇살과 어우러진 작품은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들기도 했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바라보면 조금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치유의 5단계는 2017년부터 매해 다른 형태로 발표하고 있는 시리즈 작품이다.
 

소은명 작가 / 아트숨비 블로그(https://blog.naver.com/artsoombi) 인터뷰 영상 캡처
소은명 작가 / 아트숨비 블로그(https://blog.naver.com/artsoombi) 인터뷰 영상 캡처

올해 전시된 신작에 대해 소은명 작가는 “밴드를 풀어서 연결하고 묶는 작업이다. 감정에 집중해서 (그에 따른) 키워드를 도출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색과 연결했다. 그런 5단계의 작업 과정 속에서 스스로 치유를 경험한다”며 “생활 안에서 기능적 소품이 되거나 단순한 오브제가 될 수 있지만, 사용하면서 보게되면 감정이 무뎌져간다”고 말했다.
 

치유의 5단계 : INSTALLATION WORK_패브릭 밴드, 혼합 재료_가변설치_2021 / 전은지 기자
치유의 5단계 : INSTALLATION WORK_패브릭 밴드, 혼합 재료_가변설치_2021 / 전은지 기자

같은 이름의 작품이지만, 이 작품은 여러 색의 밴드가 돌돌 말려있다. 어떤 것은 단정하고 깨끗하게 잘 말려있지만, 어떤 것은 팽이처럼 가운데로 갈수록 돌출되어 있다. 또한 설치 형태도 마치 모빌처럼 질서없이 매달려 있다.
 

치유의 5단계 : INSTALLATION WORK_패브릭 밴드, 혼합 재료_가변설치_2021 / 전은지 기자
치유의 5단계 : INSTALLATION WORK_패브릭 밴드, 혼합 재료_가변설치_2021 / 전은지 기자

늘어진 밴드 형태인 ‘치유의 5단계’와 달리 힘있게, 탄탄하게 말려있는 이 작품은 왠지 모를 힘이 느껴진다. 슬프지만 이겨내려는 굳센 이의 감정, 혹은 너무 행복해서 뛸 듯이 기쁜 사람의 감정이 모두 느껴진다. 어떤 밴드는 마치 양궁의 과녁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어서 목표에 집중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감정도 느낄 수 있었다.

작가가 많은 소재 중에서 밴드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은명 작가는 인터뷰에서 “묶이고, 엮이고, 연결하는 의미가 좋게 다가왔다. 컬러밴드를 사용하면서 컬러에서 오는 여러 의미를 차용하게 되었고, 그게 작업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컬러로 표현한 현실과 또 다른 세계의 나

이번 전시에는 밴드로 만든 오브제 외에도 페인팅 작품이 많았는데, 작품명은 모두 ‘2개의 세계, 2개의 자아’였다. 작품들은 오브제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컬러로 칠해져 있는데, 글씨나 그림 위에 덧칠된 느낌이 대부분이다.

소은명 작가는 이 작품들에 대해 “현실의 나와 또 다른 세계의 나를 표현했다. 현실은 직접적인 나이다. 생활 안에서 현실적인 스케쥴과 감정, 사회적 이슈 등을 무작위로 적고, 뿌리고, 그렸다. 또 다른 세계의 나는 현실의 나와 중첩되지만 현실의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나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현실의 나를 숨기고, 그러내고 싶지 않아 또 다른 세계의 나가 현실의 나를 덮어쓰는 과정을 덧칠한 페인팅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를 보는 관람객들도 그 2개의 자아를 모호하게 느끼게 만든다.
 

2개의 세계, 2개의 자아_Acrylic on canvas_97×145.5cm_2020 / 전은지 기자
2개의 세계, 2개의 자아_Acrylic on canvas_97×145.5cm_2020 / 전은지 기자
2개의 세계, 2개의 자아_Acrylic on canvas_97×145.5cm_2021 / 전은지 기자
2개의 세계, 2개의 자아_Acrylic on canvas_97×145.5cm_2021 / 전은지 기자
2개의 세계, 2개의 자아_Acrylic on canvas_130.3×193.9cm_2020 / 전은지 기자
2개의 세계, 2개의 자아_Acrylic on canvas_130.3×193.9cm_2020 / 전은지 기자

제목은 같지만, 여러 가지 컬러를 사용해서인지 그림의 느낌은 조금씩 다르다. 작가의 설명처럼 각각의 그림 속에는 의미를 쉽게 알 수 없는 그림이나 글씨가 적혀있다. 마치 업무를 하면서 적는 메모처럼 말이다. 이런 메모는 중요하기도 하지만, 간혹 일상 속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미없는 내용을 적기도 한다. 친구와 오랜 통화를 하면서 낙서를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지도 모른다.

보통은 그런 메모를 못 알아보도록 덮지 않지만, 작가는 과감한 페인팅으로 덮어버렸다. 다른 채도의 색이라 글씨가 여전히 보인다. 이는 현실의 나를 다른 세계의 나가 온전히 덮을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완전히 다른 나를 꿈꾸지만,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2개의 세계, 2개의 자아_Acrylic on canvas_116.8×80.3cm_2021 / 전은지 기자
2개의 세계, 2개의 자아_Acrylic on canvas_116.8×80.3cm_2021 / 전은지 기자
2개의 세계, 2개의 자아_Acrylic on canvas_(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60.6×60.6cm_53×33.4cm_53×33.4cm_2020, 2021 / 전은지 기자
2개의 세계, 2개의 자아_Acrylic on canvas_(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60.6×60.6cm_53×33.4cm_53×33.4cm_2020, 2021 / 전은지 기자
2개의 세계, 2개의 자아_Acrylic on canvas_193.9×130.3cm_2021 / 전은지 기자
2개의 세계, 2개의 자아_Acrylic on canvas_193.9×130.3cm_2021 / 전은지 기자
2개의 세계, 2개의 자아_Acrylic on canvas_60.6×90.9cm_2021 / 전은지 기자
2개의 세계, 2개의 자아_Acrylic on canvas_60.6×90.9cm_2021 / 전은지 기자

위의 작품처럼 한 가지 색을 채도만 다르게 해서 표현하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색을 사용한 작품도 있었다. 작가만이 알 수 있는 단어나 그림이 적히고, 덧칠된 형식은 같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색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그래피티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림에 써진 글씨와 그림을 해석하기보다는, 작품 자체가 주는 의미와 컬러만 무엇인지만 느끼면 되는구나 라는 것을 말이다.

어떤 작품은 레드 컬러, 어떤 작품은 블루, 그린 계열로 칠해져있다. 앞선 작품과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색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어느 하나 채도가 낮아보이지 않고, 원색 그대로의 강렬함이 느껴진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분명하고, 그 이야기를 통해 느낀 감정 또한 두루뭉술하지 않고 혼합되지 않은 한 가지의 감정만 나타내고 싶은 듯하다. 오히려 이렇게 표현하는 페인팅 기법이 어려웠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갤러리에서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면, 그 형태와 색이 기억에 남지만 소은명 작가의 작품처럼 그 형태와 소재, 느낌이 색으로 오래 남는 경우는 드물다. 어떻게 보면 혼란스럽고 심오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쉽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작품을 액자에 가둬두지 않고, 관객이 공간을 보고 느끼며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세계관을 공유하고 싶다”던 소은명 작가의 바람이 온전히 느껴지는 전시였다.
 

치유의 5단계 : face2_패브릭 밴드_40×40×10cm_2018 / 전은지 기자
치유의 5단계 : face2_패브릭 밴드_40×40×10cm_2018 / 전은지 기자

소은명 작가의 ‘감정의 이야기들’ 개인전은 은평구 아트숨비 갤러리에서 6월 26일까지 무료로 열린다. 5월 28일과 6월 18일에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인 아티스틱 살롱, 5월 29일에는 작가와 함께하는 아티스트 클래스 마음을 위한 色이 진행될 예정이다.

커뮤니티 프로그램 ‘아티스틱 살롱’은 작가의 작품을 프레그런스 오일 시향 활동과 연계해 작품을 통해 느낀 것을 나누는 토크 방식이며, 아티스트 클래스 ‘마음을 위한 色’은 밴드와 아크릴 물감으로 오브제를 만들며 컬러테라피를 통해 내면의 감정을 느끼는 시간이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나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아트숨비’를 검색한 후 예약 신청하거나 아트숨비 1층 카페 숨비로와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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