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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마세요, 눈에 양보하세요. ‘과일’ 눈으로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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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마세요, 눈에 양보하세요. ‘과일’ 눈으로 감상하기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1.05.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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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을 소재로 한 그림을 모아봤다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과일은 우리에게 친숙한 열매다. 보통 사람이 식용하는 열매를 과일이라 하는데 향과 맛이 다양한 만큼 그 매력도 다채롭다. 과육을 한 입 크게 맛보면 촉촉한 과즙이 입안에 퍼지는데 종류별로, 시기별로, 달기도 하고 때로는 신맛도 담고 있어 과일의 매력이란 특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과일을 소재로 작품을 완성한 작가들도 있다. 사실 과일이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되는 경우는 비교적 흔한 일이다. 서양화의 한 분야인 정물화는 멈춰있는 물건을 주제로 한 회화 작업이다. 주로 꽃, 화병, 음식, 기물 등을 화폭에 담으며 과일 역시 정물화의 대표적인 소재라고 볼 수 있다. 
 

과일 정물 픽사베이
탐스러운 과일 정물, 픽사베이

상큼 달달한 과일을 맛보며 휴식의 꿀맛을 즐길 수도 있지만 한 번쯤 과일을 눈으로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멈춰있는 과일의 모습을 빤히 들여다본들 어떤 특별한 감상이 느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예술 작품이 있다. 언뜻 과일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무생물과도 같으나 예술은 이런 평범함도 비범한 것으로 변화시킨다. 작가의 시선으로 표현된 과일의 무한한 매력을 들여다보는 것 역시 집에서 편하게 즐기는 취미로서 손색이 없을 듯하다.


진짜 사과를 그리는 일, 화가 폴 세잔의 ‘사과’ 그림 

사과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과일이면서도 그 안에 비범함을 담고 있다. 사실 과일 정물화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바로 사과다. 국내 입시 미술에서도 사과를 그리며 정물화의 기초를 다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그린 풋풋한 사과 그림을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물화를 그릴 때 사과를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서부터 현대까지 사과를 정물화의 소재로 가장 흔히 선택하는 이유는 어쩌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한 동그란 구 형태로 꼭지 부분이 있고 아무래도 이러한 사과의 형태는 그림의 묘사에 있어서 명암과 디테일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과 픽사베이
정물 소묘 기초를 배우는데 좋은 소재인 사과 /픽사베이

프랑스의 화가 폴 세잔은 사과 정물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인생 중 40년 동안 주로 사과를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사과 그림을 남긴 화가다. 현대에는 인상주의를 개척한 화가로서 우리에게 유명하지만 놀랍게도 세잔은 자신의 재능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시선이 화가로서 예리하지 못하다고 여길 정도로 능력을 낮게 평가했고 이를 채우는 것은 사물을 오래 관찰하는 행위로 대체했다. 

정물화는 멈춰있는 물체를 그림에 담는다는 특성이 있어 이를 굉장히 단순하게 여기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정물화는 사물이 가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담는 묘사 그 이상으로 물체의 배치와 구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한편으로는 물건이 가진 본질적인 형태 그리고 그 의미를 표현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Paul Cézanne,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Paul Cézanne,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폴 세잔은 사과의 모든 모습을 자신의 그림에 담고자 했다. 사물의 가장 단순한 형태를 추구하면서도 사물이 가진 모든 모습을 화폭에 표현된 소재에 그려내곤 했다. 자신이 사과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순간일 뿐이며 그 모든 시선을 그림에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빛의 반사에 의해서 물체의 표현은 달라지기 마련인데 변화하는 다양한 모습을 하나의 그림에 모두 표현하고자 했으며 이는 고정된 하나의 모습이 아닌 사물의 다각화된 모습을 단순한 화법으로 담았다. 

정물화란 멈춰있는 소재를 그리는 장르였으나 세잔에게 있어서 사과 정물을 그리는 행위는 단순한 묘사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세잔은 정확한 묘사를 완성하기 위해서 사과가 썩을 때까지 그렸다고 한다. 단순히 사과의 외적인 모습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물체가 가진 내적인 특성까지 이해하고자 했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Paul Cézanne, CC0, via Wikimedia Commons
Paul Cézanne, CC0, via Wikimedia Commons
Paul Cézanne,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Paul Cézanne,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세잔이 그린 정물화는 그 시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들을 화폭 위에 담았다. 평범한 사과, 평범한 탁자, 평범한 술병 등 삶에 가까운 일상적인 소재들을 예술의 반열에 올리고 세심하면서도 단순하게 묘사했다.

그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사과의 한 모습이 아니라 진짜 사과를 그리고자 했다. 사과의 단적인 모습이 아닌 모든 모습을 담아서 진짜 사과를 그리는 것이 그의 목적이자 작업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과라는 주제는 굉장히 탐미적이며 흥미롭다. 사과는 태초에 아담과 이브에게 금기되었던 과일이기도 했으며 현대 스마트폰 세상을 연 애플까지, 세상을 바꾸는 과일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과가 가진 과일 이면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예술 작품 속 사과의 모습에 집중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5월, 마지막 제철 ‘딸기’를 그림으로 감상하다 

딸기는 장미목 장미과의 열매채소이며 이른바 ‘딸기덕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매우 높은 열매이다. 딸기는 1월부터 5월까지를 제철로 보지만 최근에는 하우스 재배로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됐다. 물론 제철에 먹는 딸기는 특유의 향과 맛이 달콤해서 더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붉은색의 촉촉한 과육은 한 입 베어 물면 새콤함과 달콤함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인기가 높다. 딸기는 그냥 먹어도 맛이 좋지만 여러 가지 베이킹 재료로도 활용되며 딸기청, 딸기쨈, 딸기 라떼, 딸기 셔벗 등 다양한 디저트로도 맛볼 수 있다. 최근에는 떡을 만들 때도 딸기를 재료로 쓴다. 쫄깃한 찹쌀떡 안에 딸기와 단팥을 넣어서 맛보면 은근히 맛이 잘 어우러지는데 이를 단면으로 잘라보면 더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다. 
 

붉은 과육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딸기 /픽사베이
붉은 과육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딸기 /픽사베이

딸기는 특유의 붉은 과육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과일이다. 맛과 향이 좋은 것은 물론 플레이트에 포인트를 줄 수 있어 디저트를 만들 때 재료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인지 이를 화폭에 담은 화가도 많다. 딸기를 그린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과일 정물화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딸기를 소재로 한 여러 그림에서는 야생 딸기의 신선함을 화폭에 표현했으며 색의 대비를 통해서 소재에 집중하는 효과를 준다. 과일 정물화는 비교적 단순하다는 인상을 주는데, 딸기의 울퉁불퉁한 표면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것과 과일의 구도 등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그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Adriaen Coorte,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Adriaen Coorte,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National Gallery of Art, CC0, via Wikimedia Commons
National Gallery of Art, CC0, via Wikimedia Commons

서양의 정물화는 화가의 시선으로 포착한 일상생활의 모습을 섬세하고 예술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물체가 소재로서 훌륭한 점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 평범한 일상도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소재로써 가능성은 사물이 가진 매력적인 외형에서 찾게 된다. 

과일은 그런 점에서 매우 적합한 면을 가진다. 특히 딸기는 붉은색의 과육과 촉촉한 표면까지 특유의 화려함이 느껴지는 모습에서 회화의 소재로서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도 그런 딸기의 매력을 제대로 화폭에 표현했다. 그의 그림인 ‘딸기’는 밝은 테이블보와 그 위에 놓인 붉은색 딸기, 녹색의 잎사귀의 모습이 색상의 조화를 이루며 그려져 있다. 
 

Pierre-Auguste Renoi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Pierre Auguste Renoi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르누아르는 인상주의 화가로 주로 화려하고 예쁜 소재를 자신의 화폭 위에 담았다. 그의 그림은 색채표현이 돋보이며 우아하고 화려한 감성이 느껴진다고 볼 수 있는데 딸기 정물에서도 그 특성이 드러났다. 테이블 위의 사물을 그려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듯하나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고 볼 수도 있다.

딸기는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로 잘 알려져 있다. 음식을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는 당연히 영양 섭취가 되지 않지만 때로는 그림 감상을 통해 삶의 여유를 가지고 일상의 활력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이왕이면 붉게 빛나는 딸기 그림을 보며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국화에 자주 등장했던 과일 ‘포도’

포도는 탐스러운 열매가 생글생글하게 열려 있는 과일로 비교적 당분이 높은 식품이다. 향도 좋고 잘 익은 포도는 깊은 단맛을 느낄 수 있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포도는 의외로 한국의 전통 회화에도 자주 등장한 소재다. 포도가 탐스럽게 열려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 많으며 전통적인 기법을 통해서 포도 열매를 그려냈다.

한국화에서 포도의 등장은 단순히 포도의 외형 표현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동양화는 대부분 그림 속의 소재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이를 감상할 때 상징적인 뜻을 함께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동양화에 자주 등장하는 포도는 자녀를 많이 낳는다는 뜻의 ‘다자’를 의미하고 있다. 다산의 뜻과 함께 비슷하게 풍요 등의 의미를 가지기도 하며 포도나무는 가정에 선물하기도 좋은 그림으로 꼽을 수 있다. 비슷한 소재로는 석류 등이 있다. 아무래도 열매가 많은 외형적 특성에서 그 의미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다자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포도 /픽사베이
다자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포도 /픽사베이

포도를 그린 대표적인 화가로는 우리가 잘 아는 조선 중기의 예술가 신사임당이 있다. 그녀는 산수와 함께 포도 그림을 잘 그린다고 알려졌다고 한다. 사실 현대에는 그녀의 화조도나 초충도가 널리 알려져 있으나 당시에는 생동감 있는 포도 그림으로 유명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사임당필 산수도. 국립중앙박물관
신사임당필 산수도. 국립중앙박물관

신사임당의 ‘묵포도도’는 오만 원권 지폐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지폐의 앞면에 신사임당의 초상과 함께 이 묵포도도가 그려져 있으며 사실 현대에 더 유명하게 알려진 초충도 등 그녀의 여러 작품이 존재하나, 포도를 잘 그렸다는 일화를 전해 들으면 묵포도도를 대표작으로 함께 소개하는 것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묵포포도가 그려진 오만 원권 지폐 /윤미지 기자
묵포도도가 그려진 오만 원권 지폐 /윤미지 기자

조선의 포도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수묵화로 표현된 포도도를 다양하게 발견할 수 있다. 수묵화는 채색하지 않고 먹을 재료로 그림을 표현하는 동양화 회화 기법의 하나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인 일본과 중국보다도 우리나라에서 포도도를 그리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포도, 이계호(1574-1645), 국립중앙박물관
포도, 이계호(1574-1645), 국립중앙박물관
포도도(葡萄圖), 낭곡 최석환, 국립민속박물관
포도도(葡萄圖), 낭곡 최석환, 국립민속박물관
포도도(葡萄圖), 국릭민속박물관
포도도(葡萄圖), 국립민속박물관


신사임당부터 황집중, 최석환, 이계호 등 조선의 여러 화가가 이 포도도를 그렸으며, 그림에서는 넝쿨 식물 소재의 특성상 율동감이 느껴지며 먹의 농담을 활용해 포도알을 표현한 것이 돋보인다. 단순하게 표현한 듯하지만 의외로 탱탱한 포도알이 섬세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입체감 있는 포도송이를 그림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포도, 이계호(1574-1645), 국립중앙박물관 (2)
포도, 이계호(1574-1645), 국립중앙박물관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듯, 과일은 달짝지근한 맛과 함께 특유의 싱싱함, 상큼한 맛까지 가지고 있어 기분전환에 있어서 딱 좋은 간식이다. 영양 가득한 음식을 먹으며 신체적 건강을 챙기는 것만큼이나 사람에게 있어 충분한 휴식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다. 상큼 싱싱한 과일이 그려진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휴식도 취하고 정신적 활력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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