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10-21 11:55 (목)
팔메트(Palmette) · 당초문의 기원과 쓰임
상태바
팔메트(Palmette) · 당초문의 기원과 쓰임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5.18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와 서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넝쿨무늬

 

양주 화엄사지 사리탑 /양주시청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최근 문화재청은 경기도 유형문화재 '양주 화엄사지 사리탑'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양주 회암사지 사리탑(이하 사리탑)은 조선 전기 왕실에서 발원하여 건립한 진신사리탑으로 규모가 장대할 뿐만 아니라 보존상태도 양호하며, 사리탑의 형식과 불교미술의 도상, 장식문양 등 왕실불교미술의 여러 요소를 알 수 있는 귀중한 탑이다.

사리탑은 팔각을 기본으로 구축된 다층의 기단부와 원구형 탑신, 상륜부로 구성되어 있다. 팔각을 평면으로 지대석 윗면에 2층으로 조성된 기단을 구축하고 다른 승탑에 비해 기단 면석은 높게, 갑석은 두텁게 다듬어 현존하는 사리탑 중 가장 높은 기단을 구비하고 있다. 또한, 기단의 각 면에 다양한 장엄이 새겨져 있는데 용과 기린, 초화문(草花紋), 당초문(唐草紋)등이 순차적으로 조각되어 있다. 

여기서 당초문은 여러 가지 덩굴이 꼬이며 뻗어 나가는 모양의 무늬를 말하며, 당초문의 일종으로 화문과 덩굴 무늬가 결합된 인동문(인동무늬)이 있다. 당초문은 서양의 팔메트에서 변화한 것으로, 덩굴 식물로 끊어지지 않고 오래도록 이어지기 때문에 장수한다는 의미도 있다. 영어로는 허니 서클(honeysuckle:인동덩굴), 프랑스·독일에서는 팔메트(Palmette)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당초문

팔메트 가로대 /flickr

이 무늬는 종려나무의 잎을 부채꼴로 편 모양인 팔메트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유래된 기나긴 역사를 갖고 있으며 원래 모습과는 달리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발전했다. 도자기 위에 그리거나 칠하고, 건축물의 장식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원래 이집트에서는 파피루스와 연꽃, 백합 등 다양한 꽃들 바탕으로 한 무늬들을 썼다. 후광을 표현하는 태양 무늬도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형태의 팔메트에는 로제트(장미꽃 무늬)나 지평선 너머로 지는 석양, 떠오르는 태양 등을 묘사한 것들이다.

나중에는 연꽃과 봉오리 등의 모습을 포함해 크레타, 메소포타미아, 고대 페르시아에서도 나타난다. 이후 4세기경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과 함께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다. 중국을 비롯, 우리나라와 일본 등지에서 불교 문화의 유입과 함께 성행했다. 이집트에서 시작해 그리스에서 완성된 식물 장식이 불교 미술에 흡수되며 여러 방면으로 발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5세기경 고구려 고분 벽화를 비롯해 불교 미술 양식이 모든 미술에 영향을 미치면서 백자와 항아리 등으로도 나타났다. 

연꽃넝쿨무늬수막새 /국립중앙박물관

우리나라 당초문의 모티브는 팔메트로, 인동무늬당초문이라 불리는 무늬의 모티브이기도 하다. 삼국시대 즈음 전래된 당초문은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주로 나타났으며 중국에도 영향을 미쳤던 불교 미술에서 전파된 양식이라 할 수 있다. 

고구려 시대의 '연꽃넝쿨무늬수막새'는 꽃무늬와 당초무늬가 결합된 식물 무늬로 북아프리카, 시리아, 메소포타미아, 소아시아, 페르시아,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국 및 한국과 일본 등 여러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이 넝쿨무늬는 고대 이집트의 꽃무늬를 응용하여 그리스의 예술품에 도안으로 완성되었으며, 이후 간다라 불교미술에 흡수되어 여러 형식으로 변형되었다. 

천마도 /문화재청

백제 시대의 당초문은 고구려의 영향을 많이 받아 구름 형식의 무늬가 있고, 신라 시대에는 백제의 당초문과는 달리 포도당초, 모란당초, 국화당초 등의 새로운 식물 무늬가 성행했다. 신라 천마도에서 보여지는 천마의 말꼬리와 천마 주위의 당초문 등은 고구려 벽화와 양식적인 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통일신라 시대에 들어서는 불교를 근본으로 한 우리나라 특유의 예술을 형성, 당초문은 당나라의 영향을 받아 암막새기와에서 주로 나타났다. 암막새기와에 장식된 당초문은 대체로 덩굴의 곡선이 굵고 잎이 동그랗게 표현되는 경향이 있다. 당초문 암막새는 주류로 장식하던 당초문을 조각한 것으로 덩굴풀이 서로 비꼬여 뻗어나가는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당초문의 주엽(중심의 이파리)과 지엽(곁가지 잎)의 곡선이 크고 가늘며 가장자리를 구슬 모양으로 장식하여 화려함을 더했다.

백자 청화보상당초문 항아리 /문화재청

고려시대에 들어서는 통일신라 시대에 성행했던 보상당초문(보상꽃과 당초 덩굴로 나타낸 장식 무늬)형식이 계속되며 불교 미술에 나타난다. 고려에서는 불교 미술, 귀족적인 취향이 반영되어 화려한 양식이 발전했고 덩굴 곡선도 일정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변형되었다. S자 형의 넝쿨에 연꽃, 보상꽃, 종려나무잎 등이 섞인 무늬가 주를 이뤘다. 

나전대모국당초문염주합 /한국콘텐츠진흥원

나전칠기를 대표하는 원형 합인 나전대모국당초문염주합의 전면에는 '국화당초문'을 장식했는데, 당시 국화는 장수를 의미하는 꽃으로 당초문과 어울려 고려시대 공예 문양으로 즐겨 사용하던 문양이다. 진주빛의 국화당초문 위에는 다시 붉은색과 노란색 대모로 큰 꽃 문양을 듬성듬성 배치하였다. 세밀한 문양의 적절한 배치와 나전과 대모, 금속선의 색채 대비 효과가 이 유물을 매우 세련되고 화려하게 보이게 만든다.

조선시대에는 도자기 등에 회화풍의 당초문을 그려넣는 소박한 민화 장식이 등장한다. 이때 나타나는 당초문의 형태는 보통 S자 곡선의 줄기에 잎이 달리고 갈라지는 곳에는 싹이 돋는 형식이다. 


서양의 팔메트 

헤로디움 헤롯의 궁, 중앙에는 로제트 무늬와 모서리에 팔메트가 보인다 /flickr

서양의 당초문은 안테미온계에서 세분되어 나온 것으로, 안테미온계 당초무늬는 로터스(연꽃)당초와 함께 팔메트(종려나무)당초, 아칸서스당초로 나뉜다. 고대 그리스에서 완성된 이 식물 무늬는 기하학적인 모양이 되풀이되며 소용돌이 모양을 형성한 것에서 시작했다. 애초에 꽃에 줄기를 형상화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를 예로 들어 모란을 더하면 모란당초문, 포도를 더하면 포도당초문, 연꽃을 더하면 연화당초문이 되는 것이다. 

팔메트는 단독으로 쓰이기보다는 줄기가 꽃이나 꽃잎에 덩굴처럼 얽혀져 꽃 문양을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하거나 다른 무늬를 연결하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해 왔다. 팔메트의 모티브는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했으며 북아프리카, 시리아, 메소포타미아, 서아시아, 페르시아 등의 제국과 인도, 중국, 한국, 일본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아마투스 석관 끝 쪽에 보이는 팔메트 /flickr
에트루리아 헬멧에서 보이는 팔메트 /flickr

꽃과 식물을 묘사한 이 무늬는 무덤, 절, 벽지와 카펫 등 다양한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연꽃 무늬는 이집트의 상위층과 하위층이 모여 하나의 나라로 완성되는 것을 상징하는 뜻으로 쓰였다. 당시의 팔메트는 태양신 '라'의 왕관을 많이 닮아 있는데, 이것은 영원한 생명과 신성성을 상징했다.

팔메트는 장례식에서 보이는 기념물, 관이나 투구 등에서도 나타났다. 대개 삶과 죽음을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이집트 예술과 건축에서 중요한 상징이기도 했다. 팔메트는 이집트에서 꽃으로 나타나거나 긴 줄기를 가진 나무로도 등장했다. 

모자이크로 된 바닥에서 보이는 팔메트 /flickr
고대 미에자 무덤 천장에서 보이는 팔메트 /flickr

이후 고대 그리스에서도 팔메트를 볼 수 있었다. 그리스와 이집트 사이에서는 많은 경제적, 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졌으며 그리스 장식 예술에서도 이집트 예술 양식을 볼 수 있었다. 그리스의 팔메트는 안테미온이라고도 불렸는데, 19세기 미국에서는 그리스 부흥 양식으로도 소개되었다. 그리스의 독립 전쟁 이후 오스만 제국의 지배와 통치를 거쳐 1830년대에 유행하게 된다. 게르만족은 위대한 기둥이란 뜻의 '이르민줄'이라 부르는 상징으로 사용했고 고대 로마에서 팔메트는 생명의 나무란 뜻으로 통용되었다.

페르시아 양탄자에서 보이는 팔메트 /invaluable.com

페르시아에서 팔메트의 연꽃 모티브는 제일 흔하고 아름다운 패턴 중 하나다. 팔메트는 페르시아의 융단이나 카펫 디자인과도 관련이 있는데 사파위 왕조와 가장 많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사파위 초기 왕조 시대 궁정은 양탄자 짜기를 포함한 예술 지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페르시아 궁정의 부와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팔메트는 궁정이 생산하는 양탄자에서 많이 발견되었고 사파위 왕조 통치자들의 일종의 상징이 되었다. 국가가 후원하는 작업장에서 생산한 작품들은 주변 지역에서 일반 사람들이 짠 양탄자와 쉽게 구별이 가능했다고 한다. 


중요한 식물장식 중 하나인 당초문

천흥사지 발굴조사 전경 및 유적 현황 /천안시

천안시와 (재)고운문화재연구원은 지난 17일 오후 문화재청과 충청남도 지원으로 진행한 ‘천안 천흥사지’ 발굴조사 주요 성과를 천흥사지(성거읍 천흥리 190-2)에서 열린 학술자문회의를 통해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천안시는 고려 초기 최대급 규모의 절터인 천흥사지에서 고려시대 중요사찰로서의 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심 건물인 금당지(추정)와 2호 건물지, 천흥(天興)이라고 적힌 명문기와 등을 발굴·조사한 결과, 충남지역 고려시대 절터 중 가장 우수하고 장엄한 최대급 규모의 절터였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천안시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천흥(天興)’ 명문기와와 당초문암막새, 치미편, 고려청자 등이 수습돼 천흥사의 창건 시기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 의회 도서관의 가로등 /flickr

고대 사람들이 식물과 꽃을 모티브로 만들어 동방까지 전해진 당초문 무늬는 지금도 서양뿐만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한 식물장식 중 하나로 꾸준히 발견되고 있으며, 각종 건축양식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