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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이 그들에겐 환상적인 뷔페나 다름없지, 덤스터 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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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이 그들에겐 환상적인 뷔페나 다름없지, 덤스터 다이빙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4.30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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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스터 다이버들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미국에 가면 쓰레기통을 뒤지는 젊은이들을 운이 좋다면 한번쯤은 볼 수 있을 것이다. 덤스터 다이빙은 대형 쓰레기통이란 뜻의 덤스터(dumpster)에 다이빙((diving)을 합친 단어로 말 그대로 쓰레기통에 뛰어드는 행위를 뜻한다. 이들은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수 있는 것,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골라내 재활용한다. 

단어가 생겨날 당시에는 가난한 사람이나 노숙자가 대형 슈퍼마켓 쓰레기통을 뒤져 유통기한으로 인해 폐기된 식료품을 줍거나 버려진 옷을 주워 입는 것을 가리켰으나, 이후엔 과잉생산과 소비를 반대하는 일종의 사회운동적 성격을 가진다. 이것은 쓰레기통에 한정된 것이 아닌 일반 가정용 폐기물 용기, 매립지, 작은 쓰레기통들까지 포함한다. 
 

덤스터 다이빙의 세계 

쓰레기통에서 보물을 캐는 그들, 덤스터 다이버 /flickr

'덤스터'라는 단어는 1937년 쓰레기통 브랜드인 '뎀스터 덤스터'에서 유래했으며 1970년대 들어 일반화되었다. 쓰레기 매립지에 버려진 자원을 재사용하거나 용도를 변경해 씀으로써 덤스터 다이버들의 행위는 환경보호주의적 노력으로 간주되어 왔다. 환경을 사랑하는 녹색 공동체들 또한 이를 실천하며, 일부 개인에게 사용 가능한 물품이 파괴되거나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며 다시 쓸 수 있는 기회를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여러 물건들은 고쳐 쓸 수 있고, 더 쓸 수도 있지만 버려져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물건들은 다시 쓰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되파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될 수 있다. 기능은 하지만 계속 쓸 수 없거나, 흠이 생기고 손상된 제품들은 정기적으로 버려지며 약간의 결함, 유통기한의 임박 등도 다시 새로운 물품으로 교체된다. 자연히 먹을 수 있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일도 많다. 많은 가게들은 괜한 책임을 지기 싫어 떨이 상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음식의 1/3 이상이 멀쩡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며, 매년 13억톤의 식량이 매립지에 버려진다. 미국에서는 매년 1,650억달러 상당의 음식이 버려진다고 한다. 대형 상점이나 호텔에서는 항상 새롭고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음식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쓰지 않고 문제가 없는 재료라도 남는 건 호텔의 특성상 버리게 된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 또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쓰레기통으로 간다.

덤스터 다이버들이 쓰레기통에서 가져온 음식들 /flickr

그래서 쓰레기통을 뒤지다 보면 멀쩡한 상품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과일 상자, 달걀, 채소와 더불어 텍도 안 뜯은 물건들이 발견된다. 왜 이런 멀쩡한 것들이 쓰레기통으로 가는 걸까, 소비자들이 구매하지 않는 상품을 계속 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트에서는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이 가까워진 음식을 사지 않기 때문에 버릴 수밖에 없다. 먹을 수는 있지만 흠이 나거나, 예쁘게 생기지 않은 것들 또한 가치가 없어 버려진다. 운송 과정 중 6개들이 맥주 캔 중에 하나라도 깨져버리면 그 상자 전체가 쓰레기통으로 간다.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들과 멀쩡한 제품들을 다시 재사용하고 쓰기 위해 덤스터 다이빙이 생겨났다. 덤스터 다이버 말고도 행위 예술가들이 종종 쓰레기통에서 회수한 물건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덤스터 다이빙은 현대 생활에서 쓰레기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자들에게도 좋은 예시다. 민간 및 정부 관계자들도 연구나 조사를 위해 얼마든지 쓰레기통을 찾을 수 있다.  

쓰레기들을 뒤지는 사람들 /flickr
덤스터 다이버가 쓰레기통을 뒤져서 얻은 수확 /flickr

덤스터 다이버들은 다양한 팁을 공유한다. 그들은 쓰레기통에서 주운 음식을 먹었다고 해서 탈이 난 것도 아니고, 아프지도 않았다며 덤스터 다이빙에 대한 시도를 주저하는 사람들을 이끈다. 그들에게 다른 사람들의 쓰레기는 보물 그 자체다. 그들은 덤스터 다이빙이라는 행위 자체가 그저 들판에 나가 이삭을 줍는 것이라 말한다. 

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덤스터 다이빙을 시작하게 된다. 쓸모없거나 부족한 것들을 먹고 사는 법을 배우는 노숙자들을 포함한 사람들이 다이빙을 한다.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들은 공짜로 쓰레기통에 있는 흥미로운 것들을 찾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다.

즉 자신이 직접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사냥하는 그 스릴과 손맛이 좋은 것이다. 그래서 외출해 쓰레기통으로 향할 때마다 어떤 일을 겪을지,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는 것이 덤스터 다이빙의 매력이다. 이들에게 쓰레기통은 그저 더러운 곳이 아닌 금광 중의 금광이다. 


덤스터 다이빙의 문제점 

쓰레기통 /flickr

2009년, 벨기에의 덤스터 다이버이자 환경운동가인 '올리'는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가져간 절도 혐의로 한 달간 구금되었다. 올리의 재판은 버려진 음식물을 가져가는 것의 제한에 반대하는 시위를 일으켰다. 독일에서는 덤스터 다이빙을 도난으로 간주한다. 폐기물의 내용물은 컨테이너 소유주의 재산이고, 따라서 이 컨테이너에서 물건이나 음식을 가져가는 것은 절도라는 것이다.  

2018년, 식료품점 뒤에 있는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가져가다 붙잡힌 두 명의 덤스터 다이버들은 벌금을 내야 했다. 나중에 두 사람은 벌금 대신 8시간의 사회봉사 처분을 받았지만 피고측 변호사인 맥스 말커스는 이 사건이 음식물 쓰레기 문제에 대한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여러 나라들이 음식 낭비에 대한 입법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모든 도시에서 덤스터 다이빙을 좋게 보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엄밀히 따지면 불법이고, 보통은 소비자가 돈을 내고 물건을 가져가는 데 비해 이 행위는 소비하지 않은 채 물건을 얻으니 대형 마트나 호텔 등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곳에서는 이들을 곱게 보지 않는다. 종종 덤스터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이 구금되거나 벌금을 내는 것도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덤스터 다이버들 /flickr

우리나라에서야 아직 쓰레기통에 있는 음식들을 뒤진다는 것은 평범하지 않은 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흔한 일인 만큼 골치아픈 일이기도 하다. 특히 자신들의 소유인 쓰레기통에 덤스터 다이버들이 몰려드는 걸 막기 위해 이들은 쓰레기장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해 쓰레기통에 있는 것을 숨기거나 환한 불을 켜 놓기도 한다. CCTV를 설치하거나 쓰레기통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잠글 수 있는 문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어떤 가게 주인들은 덤스터 다이버들을 막기 위해 쓰레기통에 표백제를 붓기도 한다고.

덤스터 다이빙을 할 수 없도록 특정 쓰레기를 아예 자체 처리하는 방법도 있다. 많은 음식이 버려질 시 이들은 버리는 것 대신 대피소나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는 방법을 찾는다. 또는 사람들에게 맞지 않을 경우 동물들에게 주기 위해 지역 동물 보호소에 문의할 수도 있다. 사용 가능한 물품, 수리해 쓸 수 있는 물품은 버리는 대신 기부할 수 있으며, 일부에서는 폐기물 취급받는 오래된 장비나 자재들을 다시 쓸 수 있는 곳에 보낸다. 덤스터 다이빙들을 막는 것과, 주위의 공동체를 돕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덤스터 다이빙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쓰레기통도 엄연히 누군가의 재산이다 /flickr

만일 미국이나 유럽에 갔을 때 덤스터 다이빙을 해 보고 싶은 초보자들을 위해 다이버들은 약간의 조언을 전한다. 우선 첫 번째 규칙은 절대 쓰레기통에 무작정 뛰어들지 않는 것이다. 쓰레기는 사유재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덤스터 다이빙을 하다 적발되면 바로 절도죄가 되진 않겠지만 사유지에 있는 쓰레기장의 무단침입은 범죄이니 말이다. 덤스터 다이빙은 법에 관련해서는 애매한 영역이지만 쓰레기통 관련 관계자들이 가라고 하면 두말없이 떠야 한다. 애초에 쓰레기통을 찾기 전 관련 법을 습득하는 게 중요하다. 

우선 덤스터 다이버들은 아침 일찍 가는 것을 추천한다. 아침에는 다이버들에게 귀찮을 직원들이 적고, 식료품 가게들은 대개 오래 된 음식들을 아침에 버리기 때문이다. 어두운 밤에 손전등을 들고 악취가 심한 쓰레기통 안을 뒤지는 것보단 나은 것도 있다. 마트나 슈퍼마켓은 대개 온전히 먹을 수 있는 식품도 유통기한이 임박했다거나 지났다는 이유로 버리니 그쪽을 노리는 것이 좋다. 

쓰레기통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찾는 사람들 /flickr
버려졌다가 다시 식탁에 올라온 음식들 /flickr

덤스터 다이버들이 쓰레기통에서 발견할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다. 신발, 의류, TV, DVD, 케이블, 포장된 음식, 가구 등 다양하다. 대개 다이버들은 음식을 주로 꺼내오는데, 꺼낼 때 악취가 난다면 그 음식은 그냥 버리는 게 낫다. 쓰레기통에서 이들이 주로 줍는 안전한 음식은 통조림, 포장된 시리얼, 약간의 흠이 있는 과일과 빵 등이다. 이들이 대체로 피하는 건 해산물, 고기, 유제품 등이다.

이들이 쓰레기통에 가기 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입을 옷이다. 위생과 안전을 위해 되도록이면 편한 옷과 두꺼운 장갑을 착용한다. 아무래도 쓰레기장이므로 세균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리고 깨진 유리나 금속 등으로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장이므로 옷이 더러워지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핸드폰도 필수이다. 만일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컨테이너의 뚜껑이 닫혀 갇히게 된다면 구조 요청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마지막으로 뒷정리이다. 안 그래도 별로 좋은 평판을 듣지 못하는 마당에 청소라도 깨끗이 해 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뒤졌던 쓰레기 봉투는 다시 쓰레기통에 넣고 주변이 원래 자신이 왔던 그대로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덤스터 다이버들이 쓰레기를 뒤지느라 곳곳에 어지럽게 널린 또다른 쓰레기는 그 앞에 있는 마켓 직원들이 다시 나와 치워야 한다. 이것이 덤스터 다이버들이 좋지 못한 소리를 듣는 이유 중 하나다. 공짜로 음식과 의류를 얻었다면 청소 정도는 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덤스터 다이빙, 그들의 맛있는 세상 

쓰레기가 좋은 사람들, 덤스터 다이버 /flickr

미국과 유럽에서는 덤스터 다이빙을 하는 자신들을 '프리건(freegan)'이라 칭한다. 그들에게 쓰레기통은 금광이며, 잘 차려진 뷔페다. 그들은 메탄을 내뿜는 매립지에서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의 일부를 없애는 데 자신들이 하는 행위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른 아침, 또는 늦은 밤 손전등을 들고 커다란 컨테이너 안에 들어가 쓰레기를 뒤지는 이 기괴한 취미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 의해 퍼지고 있다. 사람들은 덤스터 다이빙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해 조언을 얻고, SNS에서 전문 덤스터 다이버들을 따라다니며 쓰레기통 안을 탐험한다.  그들은 SNS에서 서로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것을 공유하며 일상의 재미를 느낀다. 

멀쩡한 상태로 버려진 요거트 /flickr

뉴욕에 사는 덤스터 다이버인 안나는 하룻밤 동안 한 스타벅스 가게에서 나온 쓰레기를 뒤져 샌드위치 9개, 쿠키 15개, 요거트 18개를 발견했다. 총 42개의 이 품목들은 모두 멀쩡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덤스터 다이버로 획득한 것들을 올린다.

덤스터 다이버들은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들을 찾아 오늘도 쓰레기통을 찾는다. 이들은 덤스터 다이빙으로 애써 환경 운동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히 돈을 아끼려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쓰레기를 또다른 식으로 활용하는 것, 덤스터 다이빙은 이들에게 온갖 먹거리가 가득한 또다른 세상을 만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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