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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과 하울의 성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몽생미셸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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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과 하울의 성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몽생미셸 수도원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4.2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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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미셸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어떤 한 주교가 꿈을 꾸었다. 꿈에서 그에게 익숙한 존재인 미카엘 천사가 나타나, 바위섬에 예배당을 지으라는 말을 한다. 꿈에서 깨어난 주교는 천사의 부름을 받지 않고 처음엔 무시했다. 그러자 화가 난 미카엘 천사는 다시한번 이 주교의 꿈에 나타나 손가락으로 주교의 머리에 강한 빛을 비추고는, 구멍을 내 버렸다고 한다. 실제 오브랑슈 박물관에 가면 구멍이 난 오베르 주교의 해골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전설이겠지만 꽤 그럴듯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오베르 주교와 미카엘 천사의 모습 /flickr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웃 마을에서 잃어버렸던 소가 몽생미셸 바위에서 발견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주교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결국 천사가 내린 계시를 인정하게 된다. 사람들은 바위를 깎았고, 미카엘 천사를 기리기 위한 성당을 지었다. 8세기부터 시작한 공사는 약 천 년의 증축과 개축을 거쳐 오늘날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관광명소 중 하나가 되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flickr

몽생미셸은 특유의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여러 영화와 애니메이션에도 모티브로 등장했다. 영화 '라푼젤'의 코로나성,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에서 나오는 성의 이미지들은 모두 몽생미셸을 참고해 나온 것이다. 때문에 관광객들 말고도 영화와 애니메이션 팬들까지 실제로 존재하는 라푼젤과 하울의 성을 보기 위해 온다고 한다. 


몽생미셸의 탄생 

육지에서 불과 수백미터 떨어진 몽생미셸 수도원은 썰물 때가 되면 수도원으로 향하는 순례자들의 행렬로 가득했지만, 만조 때는 멀리서밖에 볼 수 없는 신비로운 섬이 되었다. 수도원은 바위섬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마을은 고대의 방어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은 순례자들의 순례길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순례자들은 썰물 때에나 걸어 수도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특히 고립되어 있는 지역적 특성 탓에 루이 11세는 이 바위섬이 자연적인 고립이 가능하다고 판단, 이곳을 감옥으로 쓰기도 했다. 

몽생미셸은 고대부터 갈로 로만 시대 아르모리카인들의 근거지였고 프랑크족이 이 지역을 점령한 이후 8세기까지는 프랑크 왕국의 서부 지방 영토에 속해 있었다. 처음 수도원이 건설되기 전까지 이 바위섬은 '몽 통브'라 불렸다가 오베르 주교가 미카엘 천사에 대한 꿈을 꾸고 난 뒤 수도원이 세워지고 '성 미카엘의 산'이란 뜻인 몽생미셸로 불리게 된다.

천연의 요새 역할을 한 몽생미셸 /flickr
당시 군인들이 버리고 간 대포를 복원해 전시한 모습 /flickr

이후 프랑스와 영국 간의 백년전쟁 당시 영국은 여러 차례 몽생미셸을 자신들의 영토로 만들려 했지만 바위섬 자체가 요새화되는 바람에 결국 손에 넣는 건 실패한다. 프랑스 왕에게 충성하는 소수의 기사들이 영국군들을 막았고, 바위섬은 철저히 둘러싸인 방어벽으로 보호되었다. 덕분에 몽생미셸은 거의 30여년간 영국군의 공격에서 버틸 수 있었다. 1433-1434년에 걸친 대대적인 침략에도 불구, 점령에 실패하자 영국 군인들은 결국 대포를 버린 채 섬에서 철수한다. 몽생미셸의 이 처절한 저항은 후에 잔다르크 등 프랑스인들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었다. 

시간이 지나며 몽생미셸은 성지로서의 의미가 점점 없어지고, 프랑스 혁명 이후 공화제를 반대하는 성직자들을 가둬놓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가 1836년 몽생미셸의 건축물들을 국가의 보물로 지정하자는 캠페인이 펼쳐졌다. 1863년, 몽생미셸은 감옥으로써의 용도가 아닌 국가 기념물로 인정받았다. 이후 1979년 몽생미셸은 문화적, 역사적, 건축적, 자연적 등의 여러 의미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썰물 때 몽생미셸로 가는 관광객들 /flickr

현재는 프랑스의 관광지로써 몽생미셸은 주변에 있는 조수(밀물과 썰물)의 변화로 인해 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몽생미셸 주변의 조수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만조 때 몽생미셸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초현실적으로 보인다. 썰물 때에는 모래로 뒤덮인 이곳을 많은 방문객들이 걸어다니며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북쪽의 탑 전망대로 가면 몽생미셸 주변의 조류를 관찰할 수도 있다. 

수세기 동안 순례자들은 순례의 마지막 단계인 몽생미셸을 걸어서 건너는 것으로 순례를 끝냈다. 만조로 인해 몽생미셸은 매일 약 1시간 동안 섬으로 변하며, 썰물 때는 모래분지를 건너갈 수 있다.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몽생미셸까지는 약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9월 말 대천사 미카엘을 기념하는 '성 미카엘의 날'과 가까운 일요일에는 수도원에서 미사가 진행되고, 성 미카엘의 날 당일에는 아침 기도와 미사가 진행된다고. 


몽생미셸의 곳곳을 둘러보다 

왕의 문 /flickr
그랜드 루 /flickr

몽생미셸의 입구에는 '왕의 문(Porte de Roi)'이라 불리는 커다란 문이 있다. 이 문을 지나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면 중세 시대 존재했던 모습 그대로의 집들과 여러 상점, 호텔, 음식점 등을 볼 수 있다. 원래 이 곳은 수도승들이 포도주를 마시던 술집들과 가게가 있는 곳이었다. 일명 '그랜드 루'라 불리는 이 거리는 몽생미셸 수도원 입구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끝난다. 

라 메르 풀라르의 오믈렛 /flickr

그랜드 루를 지나는 동안 무기와 그림 등이 전시된 역사박물관과 몽생미셸의 명물인 오믈렛을 파는 레스토랑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프랑스의 '라 메르 풀라르'는 1888년 오픈한 이래로 꾸준히 영업을 하고 있는 레스토랑으로, 대표 메뉴인 오믈렛은 관광객들이 몽생미셸을 방문한다면 꼭 먹어보는 음식 중 하나다.

이 오믈렛은 오늘날까지 비밀에 부쳐지는 특별 레시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2015년에는 국내에도 런칭되어 서울 서초구에 '라 메르 풀라르' 국내 1호점을 오픈했다. 

몽생미셸 수도원 /Rene Jacques Centre des Monuments Nationaux

몽생미셸 수도원은 고딕 양식의 첨탑이 약 155m 높이로 솟아 있는 거대한 건축물이다. 이 바위섬까지 건축 자재를 들여오는 고충을 생각한다면 더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기술적인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수도원은 다양한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966년 공작의 후원으로 베네딕토 수도사들이 수도원에 정착하면서 베네딕토 수도원으로 지정되었다. 이후 순례자들이 늘어나자 본당과 별채를 새로 지으며 수도원의 규모도 자연스레 커졌다. 

이후 귀족들이 머물 공간도 마련, 수세기에 걸쳐 화재, 붕괴, 재건, 용도 변화와 복구 등에 따라 수도원은 모습은 여러 양식이 혼합되는 모습을 보인다. 몽생미셸 수도원은 로마네스크 양식 예배당 위에 고딕 양식의 첨탑, 르네상스 양식까지 더해져 다양한 건축 양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때문에 건축가들에겐 공부하고 연구하기 좋은 건축물의 예로 꼽힌다. 

몽생미셸 수도원 내부 /flickr
첨탑 꼭대기에 있는 미카엘의 모습 /flickr

성당은 노르망디 특유의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수도원은 천장을 높게 하기 위해 기둥을 여러 층으로 쌓았다. 제단 주위 벽 일부분은 아직도 초기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첨탑 맨 꼭대기에는 오베르 주교의 꿈에 나왔던 대천사 미카엘의 동상이 빛나고 있는데, 미카엘의 오른손엔 정의를 상징하는 칼과 왼손에는 인간 영혼의 무게를 잴 수 있는 저울을 갖고 있다. 

화랑 /flickr
화랑 안,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 기둥들 /flickr

화랑은 수도사들이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게 지붕이 있는 장소로 만들었다. 가운데에 있는 작은 정원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적인 수도원의 화랑은 건물 중심에 있지만 이 곳은 수도사들이 명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상층부에 만들어졌다. 수도승들은 이 화랑을 거닐며 사색을 했는데,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하는 이들이 유일한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중간층에는 이곳을 방문한 왕이나 귀족이 주로 사용한 손님의 방, '기도와 노동'이라는 수도회의 규율에 따라 필사 노동을 하던 기사의 방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층은 입구로 들어오는 계단, 가난하고 병든 순례자들을 수용하던 사제관, 식료품 등을 저장하던 저장실로 구성되었다. 


홀로 떨어진 신비의 섬, 몽생미셸

몽생미셸 /flickr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 중의 하나인 몽생미셸은 매년 약 250만명의 손님을 맞이한다. 운이 좋으면 합창단의 노래도 들을 수 있는 수도원과, 성벽을 따라 걸으며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을 구경하는 건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뿐인가, 중세 시대부터 뿌리내린 상점들에서 몽생미셸만의 기념품을 구입하거나 특제 오믈렛을 먹는 것 또한 흥미있는 일이 될 테다. 

현재 몽생미셸은 다른 관광지들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문을 닫아 놓은 상태지만 나중에 관광이 재개되는 날 너도나도 다시 이 바위섬을 찾아 천 년의 역사를 직접 만끽할 것이다. 다만 주의할 것은, 몽생미셸 수도원이 관광객들에게 개방되어 있긴 하지만 엄연히 주민들이 사는 마을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몽생미셸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관광지가 아닌, 수도원에 거주하는 수도승들을 포함한 44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수도원에 들렀을 때 합창단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소리는 그저 조용히 감상만 하고, 사진을 찍거나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게 좋다. 또한 거리에서 보이는 집들은 주민들이 실제 살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니 충분한 배려가 필요하다. 몇 가지만 주의한다면 오랫동안 신기루처럼 떠 있는 바위섬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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