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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뚜껑 꽁다리가 이야기를 품은 ‘뚜껑맨’이 되는 마법 – ‘kwangtree’ 박광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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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뚜껑 꽁다리가 이야기를 품은 ‘뚜껑맨’이 되는 마법 – ‘kwangtree’ 박광철 작가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4.07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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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만들기에는 한계가 없다. 정말 별걸로 별걸 다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 소재가 평소 주목하기 힘든 버려지는 것들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그 완성도만큼은 여느 공예작품과 다르지 않아 놀랍다. 여기, 그런 소재로 자신만의 예술을 개척해 나간 작가가 있다.

평소엔 엔지니어였다가, 병뚜껑만 손에 쥐면 아티스트가 되는 ‘kwangtree’ 박광철 작가. 버려지는 것들을 이용해 ‘뚜껑맨’을 만들며 버리는 것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뚜껑맨에는 우리와 이웃, 삶 속에서 겪을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기자기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BTS를 모델로 한 뚜껑맨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BTS를 모델로 한 뚜껑맨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작가님께서 만드는 ‘뚜껑맨’은 어떤 공예인가요

병뚜껑을 이용해 사람 모양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소주나 음료수 병뚜껑을 주로 이용하며, 뚜껑과 뚜껑에 달린 꽁다리를 이용해 몸통과 팔, 다리를 붙여 인형처럼 만듭니다. 사람 외에도 동물이나 공룡, 로봇 등도 만들 수 있어요. 천이나 실 등의 재료를 이용해 옷을 만들어 입히고, 폐품을 이용해 주제에 맞는 소품을 제작해 완성합니다.


뚜껑맨은 그때그때 마다 의미를 부여해서 만들어지는 작품 같은데요

네, 잘 보셨습니다. 저만 아는 것이겠지만, 제 작품 하나하나에는 이야깃거리가 있습니다. 보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만화나 영화 주인공도 있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내용을 작품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작업을 하다 보며 느끼는 거지만, 예술이란 것이 우리 삶과 동떨어진 것은 인정을 받기 힘들더군요. 우리 사회와 공존하며 삶 속에 스며들어야 공감할 수 있고, 그런 작품이 진정한 예술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뚜껑맨 작품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다양한 뚜껑맨 작품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이름처럼 작품의 주 소재는 병뚜껑입니다. 버려지는 것으로 인식되는 병뚜껑을 작품의 소재로 삼기란 쉽지 않은데 계기가 있었나요

뚜껑맨이 일상의 모습을 담듯, 저에게도 병뚜껑은 우연히 다가왔습니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술 마시며 얘기를 나누다, 손으로 병뚜껑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죠. 왜 의미 없는 손장난 같은 것 있잖아요. 그러다 문득 ‘이걸로 뭔가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뚜껑에서 꽁다리를 떼어 팔과 다리를 붙여 사람 형태를 만들었는데, 처음엔 어색함과 서툰 모습 그 자체였어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무척이나 신기해했죠. 그 후로도 술자리 때마다 하나씩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점점 흥미가 생기면서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나름 만드는 방법도 터득하게 되고, 소품을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실력도 점점 늘어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죠.
 

작가가 모은 병뚜껑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작가가 모은 병뚜껑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병뚜껑이 작가님에겐 정말 남다른 존재인 것 같네요

우연히 찾은 재료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재료 선택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이지만, 누구도 사용하지 않던 재료라 관심을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조금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미술 하는 분들이 물감이나 먹, 크레용 등 다양한 재료로 작업을 하듯 제게는 뚜껑이 물감과 같은 존재입니다.


단순한 손장난이라기엔 손재주가 남다르신 것 같은데요. 전문적으로 배우신 적은 없나요

어려서부터 만드는 걸 좋아했지만, 따로 배울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냥 보통 사람들처럼 제가 할 줄 아는 범위 내에서 고장 난 거 고치고, 나무를 깎아 장난감을 만드는 정도였습니다.

작가라고 불리는 것도 쑥스럽지만, 작가 이전의 제 직업은 엔지니어입니다. 전기/전자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오랜 시간 기계를 수리하거나 전자 제품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시계, 전기압력밥솥, 김치냉장고, 선풍기 등의 가전제품, 로타리 히터, 카 오디오 등 여러 제품을 만들었어요.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도 제가 개발했던 제품을 한두 개 정도는 접하거나 써 보셨을 겁니다(웃음). 지금은 오디오 제품을 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계를 접하는 일이 많아졌고, 기능 구현을 위해 사양 하나하나 꼼꼼하게 처리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꼼꼼함이 습관이 되고 공예 활동까지 이어진 듯하네요.
 

뚜껑맨 본체 제작 과정 / 박광철 작가 블로그 (https://m.blog.naver.com/kwangtree/221374035317)
뚜껑맨 본체 제작 과정 / 박광철 작가 블로그 (https://m.blog.naver.com/kwangtree/221374035317)

뚜껑맨이 보기보다는 손이 많이 가는 작품 같아요. 뚜껑을 찾는 것부터 콘셉트를 정하고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병뚜껑 수집부터 주제를 정하는 것이 가장 첫 단계입니다. 뚜껑은 눈에 보일 때마다 모아 두는데요. 처음엔 지인에게 부탁하기도 했고, 폐품 버리는 곳에서 병뚜껑만 챙겨 오기도 했어요. 길거리를 다니다 우연히 발견하면, 노다지라도 찾은 듯 남들 시선을 피해 가져 온 적도 있죠(웃음).

주제가 정해지면, 그에 어울리는 소품과 옷을 만듭니다. 소품 역시 버려지는 것들을 재활용해서 만드는데, 적합한 소품을 만들기 위해 몇 달간 고민하기도 합니다. 옷은 천이나 실을 이용하는데 저는 주로 십자수 실을 감아서 만듭니다.
 

뚜껑맨 옷 입히는 과정 / 박광철 작가 블로그(https://blog.naver.com/kwangtree/220532809219)
뚜껑맨 옷 입히는 과정 / 박광철 작가 블로그(https://blog.naver.com/kwangtree/220532809219)

 

뚜껑맨의 본체는 머리와 몸통, 팔과 다리, 손과 발 순서로 만듭니다. 로고나 그림이 바르게 인쇄가 된 병뚜껑을 골라서 꽁다리를 감아 몸통을 만들고, 다른 병뚜껑의 꽁다리 2개를 감아 팔, 다리를 만듭니다. 손과 발은 팔, 다리 끝부분을 구부리거나 잘라서 만들어 주지요.

이후 옷을 입히고, 원하는 자세를 잡아 이쑤시개나 철사로 지지대에 고정해주면 완성됩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품을 감상할 때마다 아이디어에 감탄했던 적이 많습니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는지 비결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작가에게 ‘어떤 작품을 만들까?’는 늘 고민이죠. 앞서 이야기했듯, 뚜껑맨에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이슈나 뉴스를 많이 봅니다. 또는 생활 속 소품을 보고 작품을 정하기도 하고, 뚜껑에 그려진 그림이나 모양에 따라 주제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슈가 된 유명인 뚜껑맨도 만든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스티브 잡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이슈가 된 유명인 뚜껑맨도 만든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스티브 잡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물론 그때그때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즉흥적으로 탄생할 때도 많아요. 우연히 발견한 폐품을 보고 갑자기 생각나는 걸 만드는 과정도 즐거워서 밤을 새워서 만드는 때도 많네요.


공예가에겐 공구도 중요한데, 필요한 공구를 직접 만드시는 것 같은데요. ‘펴라리’라는 이름도 센스가 넘칩니다. 작품을 만들 때 사용하시는 공구인가요

‘펴라리’, ‘뚜껑잡이’, ‘사포잡이’ 이렇게 세 가지 공구가 있는데, 모두 제가 직접 만든 공구입니다. 초기엔 ‘병뚜껑 글씨’라고 하죠? 글자와 캐릭터 모양 등을 주로 만들었는데, 만들다 보니 ‘꽁다리가 평평하고 곧게 펴져 있으면 작업이 쉽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뚜껑 모양을 따라 둥글게 굽어 있다 보니 꽁다리를 펴는 일이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죠. 더 쉽고 편한 작업을 위해 공구 만드는 곳에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 검색도 해봤지만, 제가 원하는 공구는 찾지 못했습니다.
 

(위) 작가가 직접 만든 펴라리, 사포잡이 (아래)뚜껑잡이. 모두 뚜껑맨을 만들 때 쓰이는 공구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위) 작가가 직접 만든 펴라리, 사포잡이
(아래)뚜껑잡이. 모두 뚜껑맨을 만들 때 쓰이는 공구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그러던 중 2년 정도 지났을 때, 제게 맞는 베어링을 찾았습니다. 날아갈 듯 기뻤지요. 그 베어링을 고정할 손잡이를 어찌 만드나 고민했는데, 동생이 가지고 있는 3D 프린터가 생각났어요. 공구 작동을 위한 방법을 구상하고, 시제품을 만들고,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끝에 탄생한 것이 ‘펴라리’입니다. 외제차 브랜드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꽁다리를 반듯하게 펴는 공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편하게 작업하려고 만든 공구이지만, 병뚜껑 좀 만진다는 사람들은 제 공구를 사용하고 있어요. 비록 40명 정도지만요(웃음). ‘뚜껑잡이’와 ‘사포잡이’도 다음 과정에 필요해서 만들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게 버릇이 됐네요.


뚜껑맨 외에도 와이어로 나무, 자전거 등을 만든 작품도 있던데, 닉네임 ‘kwangtree’와도 연관 있을 것 같아요

닉네임과 공예 활동이 큰 연관은 없지만, 제 닉네임은 ‘나무’와 관련이 있습니다. 1970년대 미국 밴드인 ‘Tony Orlando & Dawn’의 의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라는 곡을 좋아했는데, 동생이 ID를 만들 때, ‘Oaktree’를 제안할 정도였죠. 동생 이름이 옥철이거든요. 그 후에 저도 ID를 만들 때 동생과 비슷하게 정하자 해서, ’kwangtree’로 짓게 되었어요.
 

작가가 와이어공예로 만든 나무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작가가 와이어공예로 만든 나무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작가가 와이어공예로 만든 나무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작가가 와이어공예로 만든 나무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병뚜껑공예와 함께 와이어 공예도 접하게 되었을 때, 나무를 백여 그루 만들었던 것도 연관 지어볼 수는 있겠습니다(웃음). 알고 지내던 지인이 ‘와이어로 작품 만들어도 잘하실 것 같다’며 B급 와이어를 한 박스 보내 주셨어요. 뭔가 답례를 해야겠다 싶어 와이어로 몇 가지 작품을 만들어 보내 드렸죠. 그때 자전거도 한 백여 대 만들었던 것 같네요.

지금은 와이어 공예를 하시는 분이 많이 늘었지만, 미개척 분야인 것 같아서, 새로운 재료와 와이어를 접목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7년 넘게 하셨으면, 병뚜껑만 봐도 어떤 제품인지 맞힐 수 있는 달인의 경지가 되지 않으셨을까요? 병뚜껑과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가 있을 것 같네요

다른 사람보다 많이 접하긴 했을 겁니다. 초기엔 병뚜껑 구하기가 꽤 힘들었어요. 술자리 있으면 한두 개 모았는데, 작업에 부적합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뚜껑 로고 인쇄 방향이나 꽁다리 상태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죠. 100개가 있으면 그중 5~6개 건질 정도입니다.
 

병뚜껑 수집 후 세척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병뚜껑 수집 후 세척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방송에 출연했을 때, 제가 병뚜껑 수집하는 걸 안타깝게 보셨는지, 김포에 사는 한 아주머니께서 뚜껑을 모아 보내 주신 일이 있습니다. 정말 고마워서 뚜껑맨을 몇 개 만들어 선물해드렸죠. 그 뚜껑맨을 본 자녀와 손자들이 신기해한다며 이후로도 아는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몇 번 더 보내셨는데, 그분은 병뚜껑만 보면 제 생각이 난다고 하시더군요.

이제 흔한 뚜껑은 많이 모아 놔서 일부러 주우러 다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대신 직업병이라고 할까요? 마트나 편의점 등에 새로운 뚜껑이 보이면 굳이 마시지 않는데도 충동구매를 하는 나쁜 버릇이 생겼어요. 병뚜껑 이외의 재료들도 틈틈이 모아 두는데, 그래서 제 가방에는 항상 잡동사니들이 한두 개씩 자리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아서 고르기 어려우시겠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골라주세요

작가에게 애착이 가는 작품을 고르라는 건 고문입니다. 매 작품 정을 쏟아 만든 것들이니까요. 흔히들 작품을 두고 자식 같다고 ‘내 새끼’라고도 하는 것처럼요. 그래도 해야 한다면 최근작들을 5개 정도 소개하고 싶군요.
 

코로나 관련 작품들. 모두 다 쓴 마스크, 폐품 등으로 만들어졌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코로나 관련 작품들. 모두 다 쓴 마스크, 폐품 등으로 만들어졌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먼저, 코로나로 힘든 시절을 보내는 분들과 공감할 만한 작품들인데요. 왼쪽은 ‘코로나’와 이름이 같은 수입 맥주 브랜드 뚜껑을 이용해 만든 것인데, 들고 있는 창 역시 폐품으로 만든 겁니다. 오른쪽의 작품은 코로나를 막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꼭 챙겨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뚜껑맨인데, 들고 있는 마스크는 다 쓴 마스크를 오려 만든 것입니다.
 

코로나 관련 작품. 방역에 힘쓰는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느껴진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코로나 관련 작품. 방역에 힘쓰는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느껴진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이 작품은 코로나 방역에 힘쓰는 분들을 위한 작품으로, 전자담배 카트리지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후 만든 작품과 미국 대선 결과를 담은 작품. ‘Bye 든 트럼프’라는 작품명에서 작가의 언어유희가 느껴진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남북정상회담 후 만든 작품과 미국 대선 결과를 담은 작품. ‘Bye 든 트럼프’라는 작품명에서 작가의 언어유희가 느껴진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2가지는 정치적 이슈를 담은 작품인데요. 왼쪽은 남북관계가 좋았던 판문점 회담을 주제로 한 작품인데, ‘좋은 날’이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좋은데이’라는 소주 뚜껑을 선택했어요.

또 하나는 미국 대선 결과를 보며 만들었는데, 바이든이 선출되고, 트럼프가 물러난 것을 표현했습니다. 작품명은 ‘Bye 든 트럼프’죠.


이렇게 센스 가득한 작품을 보면, 소장하고 싶다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판매하기도 하시는지, 아니면 모두 작가님이 갖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지인들 선물로 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집에 소장하고 있습니다. 가뭄에 콩 나듯 문의하는 분이 있는데, 실제 거래로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봐야 병뚜껑인데 왜 이리 비싸냐?’는 식으로 말하는 분들이 간혹 있어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판매는 안 하고 있습니다. 한두 개 판다고 경제적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돈 몇 푼에 제 작품이 평가받는 것이 그다지 좋진 않더군요. 그런 이득보다는 제 작품을 알리고, 작품활동을 즐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실력 향상에 힘쓰고 있습니다.
 

직접 만든 작품은 집안에 전시 중이다. 집이 곧 뚜껑맨 갤러리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직접 만든 작품은 집안에 전시 중이다. 집이 곧 뚜껑맨 갤러리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뉴욕 교포의 부탁을 받고 만든 한복 뚜껑맨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뉴욕 교포의 부탁을 받고 만든 한복 입은 뚜껑맨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물론 그중에도 간절하게 요청하시는 분들은 거절을 못 할 때도 있어요. 방송을 봤다며 연락해주셨던 뉴욕에 사시는 교포분이 기억에 남아요. 어려서 미국으로 갔다고 하시며 한복 입은 뚜껑맨을 만들 수 있냐고 물으시더군요. 타국에서 모국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와 닿아서 신경 쓰며 작업해 보냈습니다. ‘예쁘게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받으니 저도 괜히 기분 좋아지더군요.


요즘 업사이클링(새활용)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작가님의 작품은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적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평소 환경보호 등에도 관심이 많으신지 궁금합니다

환경보호에 관심은 있지만, 거창하게 뭔가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기엔 부끄럽습니다. 그저 남들처럼 쓰레기 줄이고, 길에 안 버리고 하는 정도입니다.

제 작품의 대부분이 폐품을 이용해 만든 것은 맞습니다만, 쓸모없는 작품으로 다시 쓰레기가 되는 게 아닐까 고민한 적도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질리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작품을 드리는 분에게 ‘이게 싫증이 나거든 버리지 말고, 다른 사람한테 선물로 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버려진 물건들이 저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 쓸모를 찾아 사람들의 인식변화에 조금의 보탬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예술가에겐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조력자가 있기 마련이죠. 가장 가까운 가족분들은 작가님의 작품활동을 어떻게 지켜보시나요

처음엔 아내도 달가워하진 않았어요. 방송 출연 때, 속마음을 처음 들었는데 ‘처음엔 그런 거 만들고 있는 게 과히 좋지는 않았다’였어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빨리 완성하고픈 욕심에 그것만 붙잡고 있는 일이 많았으니 싫어했을 만도 하죠(웃음).

그런 마음을 알기에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준비작업을 하고, 가족들이 잠든 후 2~3시간 정도 작업을 하죠. 새벽까지 작업해서 완성품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잡니다. 그럼 아침밥 먹을 때 가족들이 작품을 보게 되죠. 반응이 궁금해 물어보면, 워낙 많이 봐서 그런지 ‘귀엽네’ 정도가 최고의 찬사입니다(웃음).
 

박광철 작가의 딸이 만든 라푼젤. 아빠의 능력을 그대로 닮은 듯하다. 그에게 가족은 가장 가까운 조력자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박광철 작가의 딸이 만든 라푼젤. 아빠의 능력을 그대로 닮은 듯하다. 그에게 가족은 가장 가까운 조력자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전시회도 하고 방송에도 나간 후로는 가족들도 호의적입니다. 응원도 해주고, 이런 걸 만들면 어떠냐며 아이디어를 먼저 주기도 할 정도죠. 가장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저의 큰 딸입니다. 관심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이런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지 만들기를 곧잘 합니다. 가끔 필요한 소품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해요.

이제는 가족들도 제 작품의 첫 관람객이자 조력자로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고마울 때가 많아요.
 

작가의 또 다른 취미. 나무 조각 공예, 은행 공예품, 와이어로 만든 자전거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작가의 또 다른 취미. 나무 조각 공예, 은행 공예품, 와이어로 만든 자전거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금손이신 분들은 평소 작품활동 외에도 다른 취미도 갖고 계시는데, 작가님이 가진 다른 취미도 궁금합니다. 어떤 취미로 스트레스를 극복하실까요

만드는 거라면 특정한 한계를 두지 않고 다 좋아하는 편입니다. 종이접기도 2년 정도 했었고, 나무 조각도 어려서부터 해왔죠. 지금 가장 많이 하는 게 뚜껑맨이지만, 이 작업 자체가 저에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취미입니다.

엔지니어로서 오디오 제품을 개발하면서, 한창 바쁠 때는 거의 매일 야근과 휴일도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매우 많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여태 살아 있는 것은 이런 취미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한때 병뚜껑으로 글씨를 만드는 아트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공예라고 보이는데요. 이런 분들에게 팁을 주신다면

저도 첫 시작이 글씨 만들기였을 정도로 병뚜껑공예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재료도 구하기 쉽고, 몇 번 해보면 금방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병뚜껑 꽁다리로 만든 화분. 정교함이 느껴진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병뚜껑 꽁다리로 만든 화분. 정교함이 느껴진다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팁이라면, 꽁다리를 납작하게 펴는 것도 중요하고, 글자의 크기를 비슷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한 붓 그리기 하듯 연습하면 됩니다. 별이나 하트처럼 쉬운 것부터 해보세요. 해보지 않으면 영원히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지금 병뚜껑을 잡으세요!


하나하나의 뚜껑맨을 모으면 하나의 세계가 될 것 같은데, 앞으로 만드실 작품으로 큰 테마를 정해 시리즈물을 만들어 보실 생각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작가라면 누구나 그런 욕심이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니죠. 큰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은 늘 갖고 있습니다. 집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큰 작품을 만든다 해도 보관 장소가 여의치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작업은 미래를 위한 연습이며, 아이디어를 모으는 작업입니다.

이것들이 모여 큰 작품이 될 날을 기대해 주세요. 그날을 위해 새로운 제작 방법이나 재료를 찾아 좀 더 나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뚜껑맨 작품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다양한 뚜껑맨 작품 / 박광철 작가 인스타그램 @kwangtree1

손이 없었다면, 이런 작품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데요. 작가님에게 손은 어떤 의미일까요

손에 대해 따로 생각은 해 본 적은 없지만, 이 질문을 듣고 손을 보니, 짜리몽땅해 보이는 손이 못마땅할 때도 있지만, 어머니에게 바꿔달라 할 수 없으니 그냥 살아야죠(웃음). 어떨 때는 주인 잘못 만나 굳은살이 박인 걸 보면, 혹사만 시킨 것 같아 미안한 생각도 듭니다. 오늘은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위안의 말이라도 해줘야겠네요. 제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고 어설픈 작품이나마 만들 수 있는 게 손 덕분이니 늘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소통한다고 하죠. 앞으로 ‘뚜껑맨’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움직이는 작품이 아니다 보니 고정된 상태에서도 역동적으로 보이는 자세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 특징을 살리기 위해 표현할 수 있는 자세와 소품, 의상이 잘 조화되도록 노력합니다. 뚜껑으로 만드는 작은 인형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들을 남기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처럼 제가 살면서 접한 것들,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작품의 주제가 되겠죠.

미래의 추억이 될 오늘의 우리 모습도 열심히 담아 보겠습니다. 사진사가 사진을 통해 그 시절의 기록을 남기듯 저는 뚜껑맨을 통해 우리네 삶을 기록하게 되겠네요.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작품에 담으며 서로 공감하고 살고 싶습니다.

 

- 기자 코멘트

인스타그램의 순기능이라면, 숨겨진 보물 같은 작가들을 마음껏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핸드메이드’라는 해시태그로 만난 kwangtree 박광철 작가는 여느 작가들 못지않은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겸손함이 더 큰 사람이었다. ‘정’이 가득 담긴 ‘시간’을 만드는 것, 그의 사전 속 ‘핸드메이드’의 뜻이 깊게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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