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10-21 13:15 (목)
[현장 스케치] 스프레이로 말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10인의 예술, ‘STREET NOISE’ 전
상태바
[현장 스케치] 스프레이로 말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10인의 예술, ‘STREET NOISE’ 전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4.02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유명한 식당이나 카페에도, 해서는 안 되지만 잘 알려진 문화재가 있는 유적지에도 ‘낙서’는 빠지지 않는다.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특성 탓일까. 도심 속 벽에서도 가끔 그 흔적을 발견한다. 스프레이로 알 수 없는 욕설이나 그림이 그려지는데, 요즘에는 예술로 인정받는 ‘그래피티’다.
 

STREET NOISE 전 / 전은지 기자
STREET NOISE 전 / 전은지 기자

그래피티를 ‘거리의 소음’으로 표현하며, 여러 종류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있다. 최근 한 사건으로 유명세를 치른 ‘STREET NOISE’전이다. 롯데월드몰 문화예술복합공간인 POST에서 펼쳐지는 예술의 소음을 지켜봤다.


낙서라는 인식을 깨줄 작가들의 작품

‘STREET NOISE’ 전은 총 5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그래피티의 시작과 가능성, 팝아트적 요소와 자신만의 기법을 만든 작가들, 사회 비판과 캠페인 내용을 담은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평일 오전 일찍 찾은 전시장은 한산했지만, 관리 중인 매니저에 따르면 주말에 많은 이들이 와서 즐긴다고 한다.
 

전시회장 입구 / 전은지 기자
전시회장 입구. 전체적으로 어두워서 놀이공원 귀신의 집을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 전은지 기자
전시회장 입장 전에도 다양한 조형물이 가득하다 / 전은지 기자
전시회장 입장 전에도 다양한 조형물이 가득하다 / 전은지 기자
굿즈를 파는 POST / 전은지 기자
굿즈를 파는 문화예술복합공간 POST / 전은지 기자
가장 인상 깊었던 제우스 작가의 마그넷과 렌티큘러 엽서를 구매해봤다 / 전은지 기자
가장 인상 깊었던 제우스 작가의 마그넷과 렌티큘러 엽서를 구매해봤다 / 전은지 기자

전시장 입구는 2곳이다. 전시회장 굿즈와 조형물이 있는 문화예술복합공간 POST와 전시장 입구로 나뉘어 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래피티의 자유로움을 담고 있어 함께 구경하며 사진 찍기에 좋다. 보통 굿즈를 판매하는 곳은 전시가 마친 후에만 볼 수 있지만, 이곳은 전시를 다 보기 전과 본 후에도 구경할 수 있다.
 

전시장 내부 모습 / 전은지 기자
전시장 내부 모습 / 전은지 기자

전시장 내부는 탁 트인 공간으로 요즘 말하는 ‘힙’한 느낌이 가득했다. 그레이 톤이 어두울 수 있지만, 화려한 네온사인과 빔으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섹션 순서대로 12명의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작품과 그들에 대한 인물 소개를 해놓아 작품 이해를 도운 점이 인상 깊었다.
 

전시회장 내부 의자와 도록은 모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 전은지 기자
전시회장 내부 의자와 도록은 모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 전은지 기자

또한, 전시 일부라고 생각해 앉기 어려웠던 의자는 모두 앉아도 되는 것들이며, 그 의자에는 작가별 도록이 놓여있어 전시된 그림 외에도 더 많은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가게 될 것이다.

지나가는 시간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평소 그래피티를 낙서라고 생각했다면, 어느새 작품을 깊게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직접 체험하며 공감하는 그래피티

이 전시에서 가장 재미있는 요소는 관객이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전시장 입구에는 작가들의 작품에 자유롭게 컬러링을 해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입장 전에는 그저 단순한 컬러링인줄 알았지만, 관람 후 나와서 보면,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김귀연 매니저는 "관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부분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라고 설명했다.
 

작가의 작품을 자유롭게 칠할 수 있도록 마련해 두었다 / 전은지 기자
작가의 작품을 자유롭게 칠할 수 있도록 마련해 두었다 / 전은지 기자
일반 관람객들의 작품 / 전은지 기자
일반 관람객들의 작품 / 전은지 기자
마스킹테이프로도 그래피티의 느낌을 낼 수 있었다 / 전은지 기자
마스킹테이프로도 그래피티의 느낌을 낼 수 있었다 / 전은지 기자

전시된 관람객 작품 중에는 멋지다고 생각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것부터, 전시회 관람을 기념하는 의미로 남긴 메모 형식의 그림까지 다양했다. 한쪽에는 여러 색의 마스킹테이프로 문구를 써 붙여 놓은 것도 있었다.

그래피티 체험 기구 / 전은지 기자
그래피티 체험 / 전은지 기자
움직이는 그래피티 / 전은지 기자
움직이는 그래피티 / 전은지 기자
나만의 그래피티를 체험해보는 관람객 / 전은지 기자
나만의 그래피티를 체험해보는 관람객 / 전은지 기자

또 다른 체험은 전시장 초입에 있는 나만의 그래피티 체험이다. 패드에 이미 디자인된 모양을 누르거나, 직접 원하는 문구나 그림을 그리면 레이저가 비치면서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그래피티를 감상할 수 있다. 아트와 미디어의 결합을 통해 움직이는 그래피티를 직접 눈으로 감상할 수 있다.


우리가 아는 그래피티
- 크래쉬(Crash), 닉 워커(Nick Walker)


보통 그래피티라고 하면 문구나 그림을 스프레이 페인트로 투박하게 그린 것을 떠올린다. 정교하기보다는 스프레이로 뿌려진 페인트의 느낌이 매력적이다. 1세대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크래쉬와 닉 워커의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크래쉬(Crash)의 그래피티 작품 / 전은지 기자
크래쉬(Crash)의 그래피티 작품 / 전은지 기자

기차에 그림을 그렸던 그래피티 아티스트 크래쉬의 작품은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렸지만, 팝아트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작가 설명을 보면, 당시 그래피티는 공공기물 훼손이라는 불법행위에 해당해 빨리 그리고 사라져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실용성 있는 도구로 택한 것이 스프레이 페인트였다고. 스프레이 페인트는 실용성을 갖춘 도구인 동시에 2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탄압받았던 문화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기도 했다. 스프레이로 그렸다기에는 굉장히 깔끔하고, 정교하다.
 

크래쉬(Crash)의 그래피티 작품 / 전은지 기자
크래쉬(Crash)의 그래피티 작품 / 전은지 기자

작품 속 눈은 외롭고 어려운 사람, 불쌍한 어린이 등 사회적으로 소외당하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동시에 악한 이들에게는 항상 지켜보고 있음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그의 작품은 캔버스를 가득 채우는 듯한 특징도 보인다. 이 역시도 그래피티의 저항정신을 나타내는 동시에 관객들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라고 한다.
 

닉 워커(Nick Walker)의 작품들 / 전은지 기자
닉 워커(Nick Walker)의 작품들 / 전은지 기자

닉 워커는 뉴욕에서 시작된 그래피티를 영국으로 확산시킨 주인공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프리핸드와 스텐실을 결합한 독특한 그래피티 작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프리핸드 스타일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손으로 그리는 기법을 말한다.
 

닉 워커(Nick Walker)의 작품들 / 전은지 기자
닉 워커(Nick Walker)의 작품들 / 전은지 기자

아마도 그는 미리 스케치한 뒤에, 종이에 모양을 오려낸 후, 스프레이나 물감 등으로 빠르게 찍어내는 그래피티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한다. 때문에 스피디하게 그려내야 하는 그래피티에 딱 맞았다.

이런 기법으로 닉 워커는 유행에 빠르게 적응해 예술세계를 펼치는 컨템포러리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로 꼽힌다고 한다. ‘중절모를 쓴 영국의 신사’라는 닉네임처럼 그림에 등장하는 시그니처이자 트레이드 마크인 ‘미스터 반달’과 ‘하트’도 인상적이다. 그림 속 빨간 하트는 ‘하트 반달’로도 불리며 닉 워커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동시에 예술에 대한 ‘뜨거운 심장’을 상징한다고 한다.


팝아트 느낌의 작품들
- 퓨어 이블(Pure Evil), 페닉스(FenX)


그래피티와 팝아트는 어딘가 많이 닮아있다. 그래서인지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작품에서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다.
 

퓨어 이블(Pure Evil)의 작품 / 전은지 기자
퓨어 이블(Pure Evil)의 작품 / 전은지 기자

영국 출생의 퓨어 이블도 닉 워커처럼 스텐실과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작품활동을 한다. 그는 모든 인간은 순수하지만, 악한 모습이 있다고 믿어 ‘퓨어 이블’이라는 독특한 닉네임을 지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그의 작품인 ‘나이트 메어’ 시리즈에는 인물들이 눈물을 흘리는 듯한 작품이 많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의 상처와 슬픔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한다.

고전미의 대표적인 배우 오드리 헵번, 섹시 심볼인 마릴린 먼로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슬퍼 보이면서도 무서워 보인다. 화려한 인물들이어도 슬픔과 악함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뜻이 잘 전달된다.
 

페닉스(FenX)의 작품 / 전은지 기자
페닉스(FenX)의 작품 / 전은지 기자

아마도 요즘 세대가 좋아할 느낌의 작품은 페닉스가 아닐까 한다. 프랑스 태생의 작가 페닉스는 강렬하고 단순한 색감과 문자, 여성의 얼굴과 신체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여성이 작품의 주요 소재인데, 이는 여성이 느낄 수 있는 섬세한 분석과 감정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페닉스(FenX)의 작품 / 전은지 기자
페닉스(FenX)의 작품 / 전은지 기자

여성이 나체로 자유롭게 춤을 추는 듯한 작품들은 그래피티의 자유로움도 느껴지면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여성들의 당당함까지 느껴진다. 벗고 있지만,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든다.


그래피티로 말하는 사회
- 제우스(Zevs),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의도를 전달하는데, 사회 비판의 도구로도 사용하기도 한다. 제우스와 셰퍼드 페어리가 그런 작가들이다.

제우스 작가는 브랜드 로고를 흘러내리게 그리는 특유의 기법을 가지고 있다. 그만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에 보내는 비판적인 경고의 메시지라고 한다.
 

제우스(Zevs)의 작품 / 전은지 기자
제우스(Zevs)의 작품 / 전은지 기자

‘제우스’라는 이름도 목숨을 잃을 뻔한 열차 사고에서 살아남은 뒤, 해당 열차의 이름을 딴 것이라는 그가 로고를 망치는 듯한 그래피티 작품을 만드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의 리퀴데이티드 로고 연작 중 ‘흐르는 나이키 로고’가 가장 첫 작품인데, 나이키 측에서 이를 허락 없이 티셔츠로 제작해 판매했다고 한다.

그 후로 그는 다른 브랜드 역시 건강한 이미지보다는 대기업의 횡포가 있다고 주장하며 흘러내리는 로고로 저항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석유회사의 마크는 석유 유출 사건을 떠올리게 하면서,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대기업의 모습을 나타내는 식이다.
 

제우스(Zevs)의 작품 / 전은지 기자
제우스(Zevs)의 작품 / 전은지 기자
제우스(Zevs)의 루이뷔통 리퀴데이션 작품 / 전은지 기자
제우스(Zevs)의 루이뷔통 리퀴데이션 작품 / 전은지 기자

그가 이렇게 흘러내리기 기법으로 로고를 그린 계기는 굉장히 감성적이다. 비가 내리던 밤에 창밖의 광고판의 로고를 보는데, 그 위에 빗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명품브랜드인 루이뷔통의 로고의 경우, 2016년 내한 당시 서울여대 재학생 21명과 함께 제작한 초대형 작품이다. 세로 8m, 가로 16m로 제우스 작가가 작업한 루이뷔통 리퀴데이션 작품 중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존원의 작품만큼이나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제우스(Zevs)의 루이뷔통 리퀴데이션 작품 중 일부 / 전은지 기자
제우스(Zevs)의 루이뷔통 리퀴데이션 작품 중 일부 / 전은지 기자

브랜드 리퀴데이션 작품이 아이러니한 점은,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로고이기 때문에 다른 작가의 작품들보다 대중적이라는 점이다. 익숙해서 더 눈길이 간다. 아무래도 제우스 작가가 로고를 사회 비판의 도구로 사용한 것에도 이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대중들에게 더 쉽게 브랜드의 이중성을 알리기 위한 의미 말이다.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의 작품 / 전은지 기자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의 작품 / 전은지 기자

제우스 작가처럼 작품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알리는 작가가 있으니, 셰퍼드 페어리다. 미국 태생인 그는 미국을 넘어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라고 한다. 스프레이 기법 대신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만드는 포스터와 스티커 작품이 그의 특징이다.

또한, 캔버스 말고도 스케이트보드, 의류, 알루미늄 동판 등 작품을 그릴 수 있다면 가리지 않는 듯이 실험적이기도 하다.

제우스 작가가 사회비판적이었다면, 셰퍼드 페어리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 많다. 신문을 보는 신사의 뒷모습에 ‘NO Future’라는 슬로건의 포스터를 스케이트보드에 그리는가 하면, ‘MAKE ART, NOT WAR’, 전쟁에 쓸법한 수류탄을 쥐고 있는 손 뒤로 체리 열매를 그려놓고 ‘IMPERIAL Glory’라는 마크를 그렸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를 상징하는 국회의사당 돔에는 여신상 대신 달러를 그려놓았다.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자유롭게 전달하는 작품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의 작품 / 전은지 기자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의 작품 / 전은지 기자

2008년 미국 대선 당시에는 오바마 대선 후보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를 그렸는데, 작가가 자발적으로 제작해 붙인 포스터가 공식 이미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포스터 아래 문구가 처음에는 ‘PROGRESS(진보)’였으나, 이후에는 ‘CHANGE’, ‘VOTE’로 바뀌어서 선거를 독려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백인이 아닌 소수 인종을 그려놓고 ‘WE THE PEOPLE’이라는 문구를 그린 포스터도 사회적 경종을 울린다. 최근 미국 사회에 빈번해지는 인종차별에도 깊은 메시지를 전달할 듯하다.


색다른 형태로 즐기는 거리 예술
- JR


그래피티가 단순히 1차원적인 그림을 보는 것에서 발전해, 동적인 예술로도 표현할 수 있는 듯하다. 전시장 입구의 움직이는 미디어 그래피티도 봤지만, JR 작가의 사진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JR의 작품 / 전은지 기자
JR의 작품 / 전은지 기자

그의 작품활동은 그래피티보다 좀 더 포괄적인 ‘스트릿 아트’다. 하지만 불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래피티와 분명 닮아있다. 어린 시절 지하철에서 우연히 주운 카메라가 계기가 되어 ‘28 Millimeters’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표현하는 수단이 스프레이 페인트가 아닌 28mm 카메라 렌즈인 것이다. 상업적 후원 없이 작품의 수익금만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점에서도 예술가의 당당함을 느낄 수 있다.
 

JR의 작품 ‘오페라 가르니에’를 확대한 모습. 발레단 단원들이 오페라 극장 옥상에 서 있다 / 전은지 기자
JR의 작품 ‘오페라 가르니에’를 확대한 모습. 발레단 단원들이 오페라 극장 옥상에 서 있다 / 전은지 기자

그가 2014년에 작업한 ‘오페라 가르니에(Opera Garnier)’라는 작품을 보면, 화려한 건물의 전면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누군가를 지켜보는 눈이 보인다. 작가는 이 눈이 전 세계의 불쌍한 소년 소녀 가장들에게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가까이 보면, 건물 옥상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눈’을 표현하기 위해 뉴욕 시립 발레단 단원들이 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단원들은 도트 무늬의 옷을 입고 서 있다. 옥상에 서 있는 것이 위험할 수 있지만, 그 표정만큼은 당당하다.
 

JR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오페라 가르니에(Opera Garnier)’ / 전은지 기자
JR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오페라 가르니에(Opera Garnier)’ / 전은지 기자

동명의 또 다른 작품 역시 눈을 표현했는데, 여기도 사람의 눈을 표현했는데, 단원들이 누워서 눈동자의 홍채 무늬와 눈썹, 눈매 등을 누워서 표현하고 있다. 가까이서 보면 잔혹하기도 한 느낌을 주는 이 작품도 누군가에게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진으로도 이런 거리 예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색다름을 전달해준 작품이다.

 

티켓과 함께 증정하는 PVC 파우치와 스티커 / 전은지 기자
티켓과 함께 증정하는 PVC 파우치와 스티커 / 전은지 기자

롯데월드몰 지하 1층 P/O/S/T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오는 6월 13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네이버나 인터파크 등에서 예매도 가능하다. 관람료는 성인 1만5천 원, 청소년 1만2천 원, 어린이 1만 원이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0시다. 근처 석촌호수도 산책하며 둘러보기 좋은 전시회이니 봄나들이에도 딱 맞다.

제우스 작가의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익숙하기도 했지만, 그가 예술가로서 남긴 말이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지, 그것이 어디에 전시되느냐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한 마디가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신감도 드러내지만, ‘그래피티’라는 예술처럼 때로는 길거리도 전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래피티가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낙서로 보이겠지만, ‘STREET NOISE’ 전의 작품들처럼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안다면, 예술로 인정받을 날이 머지않다고 생각된다. 다시 한번, 예술은 표현방식과 시간과 장소 등의 한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던 전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