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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도화지 삼아 그리는 예술, 보디 페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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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도화지 삼아 그리는 예술, 보디 페인팅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4.01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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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 페인팅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보디페인팅은 예술 작품이 사람의 몸에서 탄생하는 보디 아트 장르 중 하나다. 문신이나 타투 등의 보디 아트와는 달리 일시적이며 특정 행사에 참여하거나 자신의 무언가를 표출할 때 쓰인다.

페인팅은 몇 시간, 또는 몇 주까지 지속되며 얼굴에만 하는 페인팅은 페이스 페인팅이라고 부른다. 몸 전체에 그려지는 그림을 보디 페인팅이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며 템퍼러리 태투라 불리는 건 그림만 피부에 붙여서 즐기는 것을 뜻한다.

이브 클랭의 퍼포먼스 /flickr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PETA는 버버리에 반대하는 시위에 보디 페인팅을 이용하기도 했고, 1950-60년대에는 보디 페인팅이 대안 예술 운동의 하나로도 이어졌다. 이 운동은 모델을 페인트로 칠한 다음 모델이 물체를 만지거나 모델 자신의 몸을 굴려 페인트를 묻히는 것이다.

프랑스의 화가 이브 클랭은 나신의 여성에 페인트를 칠해 캔버스 위를 구르게 했으며, 2층 높이에서 뛰어내려 ‘허공으로의 도약’을 연출하기도 했다. 정장을 차려입은 관객들은 이 나신의 여인들이 바닥에 놓인 커다란 캔버스 위에서 구르고 움직이는 것을 지켜봤다.

라바라마 스킨 아트 페스티벌에 참가한 모델의 보디 페인팅 /flickr

보디 페인팅 축제는 매년 전세계 곳곳에서 열린다. 축구 경기나 다른 축제에서도 보디 페인팅은 흔한 이벤트로 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에서 열리는 세계 보디 페인팅 페스티벌은 50여개 국가에서 온 참가자들이 참석해 2만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축제를 즐긴다. 그 외에도 이탈리아의 라바라마 스킨 아트 페스티벌은 보디 페인팅의 예술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유명하다. 


원주민들에게서 시작된 보디 페인팅 

보디페인팅은 원래 원시미술의 한 부분이었다. 고대 원주민들은 흙이나 광물의 점토, 식물에서 채취한 안료를 사용해 신체를 아름답게 꾸미고자 했다. 고대 사회에서는 제사의식의 춤과 노래를 통해 종족의 번영을 바라는 의미를 몸에 표현했다. 이들은 염료를 사용하거나 피부에 문양을 새기기도 했다.

오스트레일리아 토착민들 사이에서, 그리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뉴질랜드와 태평양 섬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선 여전히 이 페인팅 문화가 남아 있다. 중남미와 남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은 잇꽃 나무의 씨를 이용하여 만든 향신료인 아나토, 열대 과일인 우이토와 젖은 숯을 사용해 얼굴과 몸을 장식했다.

북미 원주민의 보디 페인팅 /Francis Vachon

원주민들의 보디 페인팅을 포함한 역사적, 문화적 의식은 원주민들의 부족과 지형적 위치에 따라 다르다. 그들의 보디 페인팅은 영적이며, 창의적이다. 구체적인 디자인과 모티브는 그들의 가족, 사회적 지위, 조상, 동물신, 그들이 딛고 있는 땅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이들은 그림에 따른 장식에도 엄격한 지침이 있고, 전통적인 패턴을 고수하고 있다. 각 부족들 특유의 보디 페인팅 스타일은 아직도 이들의 문화 중 자랑스러운 부분으로 남아 있다. 

얼굴에 칠하는 페이스 페인팅에는 숯, 체리, 잎, 황토 등이 독특한 예술 양식을 완성하는 특별한 모양, 점을 그리는 데 쓰였다. 이러한 디자인은 전투 중 전사들과 부족장들이 적들에게 최대한 험상궂게 보일 수 있게 했고,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했다. 체로키족과 몇몇 원주민 부족들은 전사의 얼굴을 전쟁의 폭력과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로 붉게 칠했다고 한다.

일부 부족은 검은색을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색'으로 인식해, 전사들은 전쟁에 대비해 검은색을 얼굴에 칠했다고 한다. 전투가 끝나면 전쟁에서 승리한 전사들은 그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페이스 페인팅을 했는데, 이것은 승리한 군인들을 위해 배지와 훈장을 수여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카야포의 보디 페인팅 /flickr

브라질 원주민 부족 카야포는 그들의 조상과 신을 기념하기 위해 보디 페인팅을 사용한다. 이 토착 부족은 애니미즘을 믿으며 벌, 거미, 딱정벌레 같은 곤충을 신성시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들은 조상들이 이 곤충들로부터 환경에 적응하고, 살고, 일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믿는다.

그래서 카야포는 마치 곤충처럼 보이게 하는 보디 페인팅과 깃털로 된 의상을 착용한다. 곤충을 모방함으로써 그들은 영혼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검은색 페인팅은 이들에게 특히 중요한데, 카야포는 검은색을 칠하면 딱정벌레와 거미처럼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고 숲에서 사냥할 때도 유리하다고 믿어 왔다.

오세아니아에 위치한 파푸아뉴기니는 800여개의 다양한 부족이 산다. 그들 중 많은 부족들이 고유의 언어와 관습을 갖고 있으며, 파푸아인들은 조상의 역사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각 마을에서 지역 부족들은 춤, 음악, 의상을 통해 그들의 토착 문화의 뿌리를 되새긴다. 

파푸아인들의 페이스 페인팅 /flickr

파푸아뉴기니의 하이랜드에서는 얼굴과 몸에 전신 페인팅을 하는 것이 부족들이 참여하는 축제의 키포인트다. 수백개의 부족 사람들이 하는 노래는 각 부족의 색깔과 정신, 그들의 전통을 의미한다. 다양한 장식과 보디 페인팅은 참가자들에게 그들이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다. 원주민들은 독특한 보디 페인팅과 깃털, 진주, 조개껍질로 장식된 멋진 머리 장식을 쓰고 있으며, 각자마다 취향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빨간색, 노란색, 흰색은 파푸아뉴기니에서 얼굴과 몸을 그리는 데 제일 인기가 있는 색이다. 


현대의 보디 페인팅

보디 페인팅 중인 모델 /flickr
2017 월드 보디 페인팅 페스티벌 /flickr

지금도 전 세계의 사람들이 보디 페인팅, 또는 페이스 페인팅을 직업으로 삼고 있거나 취미로 하고 있다. 이젠 토착민들이나 원주민들뿐만이 아닌 인도에서는 카타칼리 공연과 같은 민속 춤과 축제에도 쓰이고, 결혼식에서는 헤나로 하는 문신 기술인 멘디 디자인이 즐겨 쓰인다.

또한 사냥꾼들이나 군인들에겐 위장하는 형태로 쓰이기도 하는 보디 페인팅은 박람회, 대규모의 축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필두로 한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락거리였다. 할로윈 전날 좀비 분장을 한 사람들이 춤을 추는 곳에도 페이스 페인팅이나 보디 페인팅을 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19세기 페이스 페인팅은 귀족들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프랑스 귀족들의 몰락 후 서구 문화에서는 잠시 사라졌다가, 1960년대 후반 히피 운동의 일환으로 페이스 페인팅이 젊은이들의 대중 문화에 다시 진입하게 된다. 

엠마 핵의 보디 페인팅 /flickr
Somebody That I Used To Know 유투브 영상 캡쳐 /gotyemusic

1990년대 초부터 미국에서는 보디 페인팅이 널리 퍼지고 있었다. 2006년 세계 보디페인팅 페스티벌 챔피언이자 심사위원인 크레이그 트레이시가 보디 페인팅만을 위한 최초의 갤러리를 열었다. 호주의 시각 예술가인 엠마 핵은 무늬가 있는 배경의 벽과 벌거벗은 사람의 모습이 합쳐진 사진을 만들었고, 고티에의 'Somebody That I Used to Know' 뮤직 비디오를 작업했다. 이 영상은 보디 페인팅을 사용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현재 16억뷰를 기록 중이다.  

트리나 메리의 보디 페인팅 작품 /flickr
트리나 메리의 보디 페인팅 /flickr

트리나 메리는 위장으로 유명한 보디 페인팅 예술가이다. 그는 건축물에 자신의 모델을 위장시켜 사라지게 만드는 데 탁월하며, 굳이 모델과 함께 18시간 넘게 걸리는 작업을 고집하는 건 현실의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데에서 오는 특별한 교감과 영감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드러나지 않는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심장이 뛰는, 살아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클 플라트닉의 보디 페인팅 /Michel Platnic
 마이클 플라트닉의 보디 페인팅 /flickr

이스라엘의 현대 시각 예술가인 마이클 플라트닉은 '살아 있는 그림'으로 유명하다. 그는 사진, 비디오, 페인팅 등 여러 매체를 사용하며, 비디오와 사진을 등을 배경으로 한 입체적인 세트를 만든 위 자신이 세트 내에 배치한 모델의 몸에 직접 그림을 그린다. 플라트닉은 이 기법을 이용해 프란시스 베이컨, 에곤 실레, 루시안 프로이트 등 명화들을 여러 장면으로 되살려 재해석했다. 


사람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된 보디 페인팅 

보디 페인팅 /flickr

보디 페인팅은 현재에도 미적 가치를 표출하는 수단, 광고, 문화 체험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예술적 수단으로서의 보디 페인팅은 패션쇼, 연극,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소비자가 친근하게 느끼는 인체에 다채로운 색감을 입혀 광고에 표출시킴으로써 시각적 효과를 높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포츠 경기나 이벤트에서 관중 퍼포먼스와 함께 사용되면서, 우리나라도 2008년 ‘대구 월드 보디 페인팅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현재 ‘대구 국제 보디 페인팅 페스티벌’로 발전할 만큼 새로운 문화 컨텐츠가 되었다.

원주민들에게 보디 페인팅은 독특한 삶의 방식, 부족의 영속성 등을 반영했고 그들의 문화가 수천년 동안 번성했으며 미래에도 계속됨을 알리는 증표이다. 또한 오늘날 사람들에게 보디 페인팅은 다양한 색의 마술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작가들에겐 자신의 영감과 창작 욕구를 피어나게 하는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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