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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정착 문화를 보여준 고대인들의 쉼터, 인도 빔베트카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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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정착 문화를 보여준 고대인들의 쉼터, 인도 빔베트카 바위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3.26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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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빔베트카 바위 은신처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빔베트카 바위 은신처는 중부 인도 평원의 남쪽 가장자리인 빈디아 산맥 기슭에 있다. 울창한 숲과 거대한 사암층이 노출된 지형에 오랜 시간 동안 자연적으로 생긴 바위 은신처는 다양한 암각화들로도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10㎞에 걸쳐 분포된 수많은 동굴과 7개의 언덕으로 구성되어 200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적어도 10만년 전까지만 해도 은신처들 중 일부에 사람들이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한다. 이 거대한 바위 쉼터는 인간의 정착, 문화적 진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빔베트카의 일부 바위 은신처에서는 선사시대의 동굴 벽화가 전시되어 있으며 가장 이른 그림은 기원전 80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한다. 동굴에 그려진 벽화들은 사람들이 사냥을 했다는 초기 증거를 알려주고 있다. 빔베트카 바위 은신처의 암각화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많은 동굴들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장소 중 가장 규모가 컸던 곳 중의 하나다. 


빔베트카 바위의 발견 

빔베트카 바위 동굴 내부 /flickr

이 유적지에 있는 동굴을 발견한 최초의 고고학자는 와칸카르라는 학자였다. 그는 이 바위들의 형태를 보고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봤던 유적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고고학자 팀을 꾸려 이 동굴을 방문했고, 이듬해 와칸카르의 지시에 따라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탐사가 이루어졌다.

이 탐사로 은신처 약 700곳을 발굴했으며, 빔베트카 동굴은 243곳을 발견하게 된다. 1972년~1977년 와칸카르가 탐사작업을 하면서 선사시대 문화 유적과 후기 아슐리안 시대부터 후기 중석기 시대까지 아우르는 유물이 계속 이 유적지에서 발견되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석벽과 암층을 이루는 곳이기도 했다. 와칸카르는 신석기에서 금석기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시기인 금석병용시대의 도기를 포함해 층을 이루는 퇴적층도 발굴하였다. 이를 근거로 주변 지역이 금석병용시대의 인류와 접촉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바위에 그려진, 소로 추정되는 암각화 /flickr

발굴된 유물들은 석기 도구의 시대연속성 등을 입증하기 위해 면밀히 검토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발굴된 자료와 암각화 사이에 결론지을 만한 확실한 증거가 없어 결정적인 연대가 정해지진 않았다. 다만 퇴적물과 암각화에 사용된 안료를 증거로 볼 때 정황상 농경 이전 사회를 나타내며, 세부적인 연대는 아직 미정이다. 이 암각화들은 당시 사회상과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디토리엄 동굴 /flickr

특히 오디토리엄 동굴은 수많은 은신처 동굴 중에서도 중요한 곳이다. 대략 25미터 길이의 수평 터널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 개의 통로가 하나의 동굴로 통하며 엄청나게 높은 천장을 가지고 있다. 오디토리엄 동굴 안에서 고고학자들은 약 11개의 암각화를 발견했는데, 암각화들은 초기 구석기 시대에 널리 채굴되었던 단단한 석영 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발견된 아슐리안 주먹도끼 등으로 보아 빔베카트 바위 은신처의 암각화 또한 초기나 중기 아슐리안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시대별로 다양한 빔베트카 동굴 암각화 

빔베트카 동굴 은신처에 가면 수많은 그림들을 볼 수 있다. 그림들은 일반적으로 동굴 틈새나 안쪽 깊숙한 곳에서 그려졌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버틸 수 있었다. 빔베트카 동굴 은신처에는 예술 작품들이라 부를 수 있는 그림들이 500개가 넘으며 동굴들마다 그림 또한 다양하다. 어떤 동굴들은 단지 몇 점의 희미한 형상만을 남겼고, 어떤 동굴들은 벽과 천장에 무수한 그림들을 갖고 있다. 심지어 천장이 꽤 높은데도 천장에는 정교한 그림들이 존재한다. 

무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 /flickr
모여서 춤을 추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 /flickr

전기 구석기 시대, 이 시기의 그림들은 들소, 호랑이, 코뿔소 등 거대한 동물 형상을 그렸다. 이후 중석기 시대엔 상대적으로 그림의 크기가 작아지며 몸체에 선으로 그린 형상이 보인다.

또한 인간이 동물을 사냥하는 장면에서는 인간이 사용하는 무기류였던 투창이나 스틱, 활과 화살이 그려져 있어 그들이 사용했던 무기가 무엇인지를 추정할 수 있다. 어떤 그림은 각 부족들간의 부족 전쟁을 묘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시기 그림들에는 사람들의 춤, 새, 악기, 죽은 동물을 나르는 남자, 음주하는 모습 등이 역동적인 동작으로 나타나 있다.

이후 초기 역사 시대 그림들은 적색, 노란색, 흰색 등으로 그림을 채색했다. 종교적 상징물이나 서로 다른 시대의 문자 등 다양한 그림이 뒤섞여 있는데 이 종교적 신앙관은 산스크리트어로 야크샤, 즉 인도 신화 빛 불교에 나오는 신 중의 하나인 야차나 마법의 하늘 전차 등의 모습 등으로 표현되어 있다. 

적색으로 그려진 사람들과 동물들의 모습 /flickr
암각화 곳곳에 파란색의 색소가 아직 남아 있다 /flickr

이후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하는 중세 시기, 이 때의 그림들은 기하학적이고 선형적이며 도식적이지만 예술적으로는 퇴보했다고 한다. 동굴 거주자들이 그림에 사용한 색상은 망간, 적철광, 붉은 돌, 석탄 등을 조합해 만든 것으로 동물의 지방과 나뭇잎 추출물을 혼합해 쓰기도 했다. 붓은 식물 섬유로 만들었고 적색, 백색, 황색, 녹색 등의 색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건 천연 색소의 산화가 암석 표면의 퇴적물과 화학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라고. 

Zoo rock에 그려진 수많은 동물들의 모습 /flickr
말 위에 활을 든 채 올라탄 사람들의 모습 /flickr

'Zoo rock' 이라 불리는 일명 '동물원 바위'는 코끼리, 들소, 사슴 등을 묘사한 그림으로 빔베트카 암각화 중에서도 잘 알려진 그림에 속한다. 다른 바위에 그려진 그림들에서는 공작새, 사슴, 큰 상아를 가진 코끼리 등을 볼 수 있다. 활과 화살, 칼과 방패를 든 사냥꾼들이 사냥하는 모습의 그림으로 선사 시대에 이들이 공동체를 이루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동굴들 중 한 곳에서는 들소가 사냥꾼을 쫓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다른 곳에서는 궁수들과 기병들이 한 멧돼지를 쫓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그림들은 대개 두 그룹으로 분류되며, 하나는 사냥꾼과 식량을 모으는 사람들을 묘사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기를 운반하는 코끼리와 말을 탄 사람들을 묘사했다. 첫번째 그림들은 선사 시대, 두번째 그림들은 역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 시대의 그림들은 대부분 창, 칼, 활, 화살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전투를 그리고 있다. 

빔베트카 동굴 암각화는 초기 그림의 크기가 컸으나 나중에는 더 작고 정교해지는 경향을 띠었다. 처음에는 동물이나 사람의 윤곽만 그렸다가, 나중에는 이 윤곽이 다양한 색과 세밀함으로 채워졌다. 현대의 사람들은 빔베트카 동굴 안에서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심리적, 사회적 사고 방식의 변화 등을 알 수 있다.

빔베트카 바위 은신처의 주변 풍경 /flickr

빔베트카 언덕 은신처가 있는 이 지역은 자연 자원이 풍부하고, 천연 요새와 더불어 울창한 숲에 동식물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렇듯 살기 좋은 적당한 조건은 문명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과 위대한 암각화 창조를 도왔다. 빔베트카 바위 은신처는 각 시대의 암각화 양식을 일정하게 보여주는 소중한 유산이다. 


고대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어 주었던 빔베트카 바위 은신처

빔베트카 바위 은신처 /flickr

빔베트카 바위 은신처의 벽에는 그곳에서 살았던 인간들이 수만년 동안 지속되었던 역사를 기록했던 유산이 남아 있다. 은신처 바닥의 퇴적물들은 석기시대 문화 전반에 걸쳐 아슐리안에서 중석기 문화까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사람들은 이 동굴을 처음에는 은신처라고 생각했겠지만, 나중에는 편안한 쉼터로 바뀐 삶을 살았을 것이다. 벽에 사냥하는 모습과 자신들이 춤을 추는 모습, 수많은 동물과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말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세밀한 묘사와 같이, 동굴에 그려진 그림들은 중세 시대까지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 양식을 보여준다. 현장에는 약 500개의 그림들이 있는 바위 은신처가 있지만, 유적지를 보호하기 위해 현재는 15개 정도만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는 상태다. 바위 쉼터의 평화로운 분위기 속을 걸어다니면서 수천년 전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을 상상하는 건 꽤 재밌는 일이 될 것이다. 빔베카트 바위 은신처의 수많은 동굴들은 고대 사람들이 살아왔던 삶을 무언으로 보여주는 해설자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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