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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품은 한국식 정원’...도심 속 자연 힐링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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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품은 한국식 정원’...도심 속 자연 힐링 스페이스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1.03.17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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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환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한국 궁궐의 정원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인 ‘더 현대 서울’이 개점했다. 개점 첫 주말에만 100만 인파가 몰리는 등 코로나19 시국 중 방역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똑같은 백화점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더 현대 서울’에서는 3대 명품인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을 만나볼 수 없다. 당초 3대 명품 브랜드의 부재에 대해서 매출 부진을 우려했던 시각도 있었지만 ‘더 현대 서울’은 백화점을 쇼핑의 공간이 아닌 도심 속 힐링의 공간으로 꾸며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고객이 쇼핑 공간에 더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도록 기업은 다양한 시도를 선보인다. 절대적이라 볼 순 없지만 고객의 체류 시간은 매출과도 어느 정도 연관을 갖기 때문이다. ‘더 현대 서울’이 선택한 방법은 약 1000평의 엄청난 공간에 대규모로 실내 정원을 꾸미는 것이다. 도심 속 힐링 스페이스를 만들어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목적이 반영되어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더 현대 서울 백화점 내부 전경. 백화점 내부 정원 인테리어는 도심 속 힐링 스페이스를 연상하게 한다 윤미지 기자
더 현대 서울 백화점 내부 전경. 백화점 내부 정원 인테리어는 도심 속 힐링 스페이스를 연상하게 한다 /윤미지 기자

과거부터 인간은 자연을 느끼고 즐기는 것에 많은 동경을 가졌다. 때론 자연으로부터 얻고 자연에 돌려주며, 그렇게 인간의 삶에서 자연이란 분리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 영역이었다. 과학이 발전하며 산림 훼손 등의 극심한 환경 파괴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지만, 인간은 이에 자정적인 노력을 시도하며 끊임없이 자연을 지키기 위한 대안을 내놨다. 

국내 도심 속 힐링 스페이스는 여의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창경궁이나 경복궁 등 서울 도심 속 중요 궁궐에서도 평화롭게 조영되어 있는 정원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현대의 시선에서 왕가의 궁궐을 둘러볼 수 있는 셈이니 더욱 의미 있고 흥미롭다. 

물론 한국의 정원이 궁궐 정원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민가의 정원부터 한국식 정원의 정수를 볼 수 있는 사례는 다양하다. 그렇다면 한국식 정원이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조선 시대의 사상이 담겨 있는 한국식 정원 

과거 우리 조상들은 녹수청산의 아름다움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고 정신을 수양했다. 자연을 벗 삼고자 했던 염원은 주거 공간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그들은 집에서도 난과 화초를 길렀으며 조선 상류 주택에서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기도 했다. 

한국식 정원은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기품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 시대 한국식 정원에는 유교 사상, 풍수지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 정원은 터를 잡는 것부터 매우 중요하며 인간의 뜻을 담아 자연을 거스르려 하지 않고 때로는 존재하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야 했다.

한국의 정원은 지나치게 화려함만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미학을 보여준다. 소박하면서도 초록빛 식물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된다. 

물론 궁궐의 정원은 일반 민가의 정원에 비해서는 훨씬 그 규모가 크고 화려한 장식도 종종 보였으나 기본적으로는 소박하면서도 평화로운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다. 옛 사대부들은 붕당 간의 대립, 정치적 탄압으로 인한 사화를 겪으며 현실적인 풍파를 겪을 때 자연으로 들어가 자신을 정화했다. 이런 시대적 배경이 정원 조경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세상과 분리되기 위한 목적으로 자연에 칩거하는 삶을 동경한 것은 물론, 그 사상은 배산임수와 같은 형태의 풍수지리와 연결된다. 
 

자연의 모습 그대로 조화롭게 어우러진 한국식 정원 /픽사베이
자연의 모습 그대로 조화롭게 어우러진 한국식 정원 /픽사베이

정원의 구성을 통해서도 조선 시대 자연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수목과 화훼, 연못 등을 자연스럽게 구성했던 것은 물론이며 심미적인 아름다움과 생태계적 측면을 고려하여 편안하게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때로는 원거리에서 산의 모습을 직접 감상하는 듯한 효과를 위해 석가산(감상 가치를 지닌 돌을 쌓아서 만든 산의 모형물)과 괴석을 조성하여 정원을 꾸미기도 하였으며 다양한 건축물을 짓기도 했다. 
 

창덕궁 부용지와 어수문, EBS, 공유마당, CC BY
수목과 화훼, 연못의 조화로운 모습이 돋보인다. 창덕궁 부용지와 어수문 /EBS, 공유마당, CC BY

정원의 건축물은 여러 가지 목적을 가졌다. 주로 휴식을 취하고 정원의 경관을 감상하기 위한 장소로 쓰였다. 가장 먼저 손꼽히는 건축물은 ‘정자’다. 사대부가 혹은 공공건축의 부속채로서 만들어지기도 하며 때로는 정자 단독으로 건축될 때도 있다.

정자는 사모정, 육모정, 팔모정 등 그 모양에 따라서 유형이 구분되며 산에 짓는 산정과 넓은 들판에 자리한 야정, 연못가에 위치한 연정 등이 있다. 사실 정자는 조선 시대부터 가장 흔하게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은 건축물이다. 보통 벽이 없고 지붕과 기둥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햇볕을 가려 그늘을 만들고 바람이 선선하게 잘 통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위 위에 지어진 정자,EBS,공유마당,CC BY
바위 위에 지어진 정자 /EBS,공유마당,CC BY

정원을 구성하는 건축물은 정자 외에도 다양하다. 이층집 모양을 한 ‘누’는 자연 상태의 바닥을 일층지대로 활용하거나 때로는 기단으로 남겨두고 그 위층에 마룻바닥이나 온돌 바닥을 깐다. 역시 주변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하며 강원도 삼척의 죽서루나 남원의 광한루가 여기에 해당한다. 

궁궐의 전각에도 부속된 누를 세우기도 한다. 휴식을 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축되며 이는 향교와 서원에도 존재한다. 서원의 유생들은 주로 누 위에서 시를 짓거나 한가로운 여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누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건축물 중엔 ‘각’이 존재한다. 형태적으로 조금 다른 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각은 누보다는 조금 더 날렵하게 다듬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 
 

대구 달성공원 2층 누각,한국저작권위원회,공유마당,CC BY
대구 달성공원 2층 누각 /한국저작권위원회,공유마당,CC BY

이 외에도 남향으로 지어 정원 전체를 완상하도록 했다고 하는 ‘당’과 주 건축이면서도 단독 별서로써 이용되었던 ‘헌’ 등 다양한 건축물들이 정원을 구성했다고 알려진다. 


자연을 품은 궁궐의 정원

시대를 막론하고 궁궐은 어느 장소보다 중요하며 상징성을 가진 왕의 공간이므로 그 입지와 공간 구성에 탁월하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궁궐의 정원은 유교 사상과 신선 사상 그리고 풍수지리 등의 여러 가지 사상이 결합하여 조경되었다. 

궁궐의 정원은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정원의 아름다운 모습 외에도 정원을 즐기는 주체의 시선을 생각했다는 것에 있다. 한국식 정원은 자연이 주는 심신의 평안함에서는 최상의 상태를 지니지만 화려하게 꾸미기보다는 단순하면서도 인공적인 가공이 훨씬 덜하게 느껴진다. 실제 심미적인 형태에 있어서만 바라보자면 그 꾸밈이 과하지 않기 때문에 종종 단조롭다는 느낌도 들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정원은 더 깊은 곳에 중요한 의미를 내재하고 있다. 바로 정원을 거닐며 산책을 즐기고, 실제 거주하는 사람의 시선을 고려한 구성이다. 

‘경복궁’은 실제 서울을 만들 때 가장 먼저 만든 궁궐이다. 여러 가지 입지 조건을 고려하여 가장 최선의 장소를 택하게 되는데 위엄을 가진 북악산을 주산으로 하였고 서쪽으로는 큰 인왕산이 보인다. 
 

경복궁의 경회루. 정원 너머에서 큰 산의 위엄 있는 경치가 보인다 /픽사베이
경복궁의 경회루. 정원 너머에서 큰 산의 위엄 있는 경치가 보인다 /픽사베이

흔히 정원을 구성할 때는 외부적 공간을 차단하고 정원 내부의 디자인과 심미성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경복궁의 정원은 어딘지 다르다. 외부의 거대한 산의 모습을 지우려 하지 않았으며 큰 연못과 그 위에 위엄있게 서 있는 건축물 ‘경회루’까지 조화로운 모습을 이루고 있다. 

경회루는 ‘누’ 형태의 건축물로 조선 후기 연회 장소로도 이용됐다. 가장 아름다운 누각으로 손꼽히는 경회루는 이전엔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개방되지 않았으나 2010년 이후로 예약을 통해 특별관람을 할 수 있도록 변화했다. 주변 자연 그대로의 경관이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경복궁의 정원은 외부의 특징이 훤히 내다보이는 것에 비해 내부 중심은 다소 단조롭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비례와 질서를 지켜 아름답고 고즈넉하게 꾸몄다는 것이 특징이다. 

왕을 위한 정원으로 ‘창덕궁’의 ‘후원’ 또한 많이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숨겨져 있는 정원으로 비원이라 불리기도 했으며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으므로 현대에는 이곳에 대해 신비로운 감상을 느끼기도 한다. 아무래도 창경궁과 지리적으로 붙어있어 이 정원을 창경궁의 후원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이 후원은 우리나라의 조경 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어 대표적 정원으로도 많이 언급된다. 조선 시대 조경의 기술이 가장 많이 사용된 정원이긴 하나, 그렇다고 하여 지나칠 정도로 가공을 많이 거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자연과의 조화가 가장 돋보이는 정원이라고 할 수도 있다. 

후원은 북악산의 한 줄기인 매봉을 등지고 있으며 누정과 연못이 마련되어 있다. 후원 담 안으로는 계류가 흐르는데 금천교 밑을 지나 흐르고, 후원 내 옥류천은 동쪽으로 흘러나간다. 이 후원에는 곳곳에 맑은 샘물이 솟아나며 숙종 18년에 만들어진 연꽃이 피는 연못 애련지 그리고 사각형의 연못 부용지를 채우고, 창경궁의 춘당지까지 흐르다가 남쪽으로 나간다. 
 

창경궁 옥천교 일원 /문화재청
창경궁 옥천교 일원 /문화재청
창덕궁 애련지, 이상화, 공유마당, CC BY
창덕궁 애련지 /이상화, 공유마당, CC BY

이 창덕궁의 후원은 어찌 보면 궁궐의 정원과 자연의 영역이 크게 분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준다. 조경적으로는 여러 기술을 통해서 외부의 풍경이 아닌 내부 정원에 시선이 쏠리도록 하였으나 전반적으로는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정원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창덕궁의 후원은 예약을 통해서 관람할 수 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3월 12일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의 봄꽃 개화 시기를 안내했다. 창덕궁 후원 관람지는 14일부터 28일까지로 개화가 가장 먼저 예상된다고 전한다. 
 

경복궁 경회루 일원 봄풍경 문화재청
경복궁 경회루 일원 봄풍경 /문화재청

창경궁 경춘전 뒤편 계단식 화단인 화계(花階) 일원의 노란 생강나무 꽃을 시작으로, 3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과 종묘 등 4대 궁궐과 종묘 일대에서는 개화 시기가 서로 다른 매화와 앵두, 살구, 벚나무 등의 봄꽃들이 앞다퉈 피어나면서 아름다운 전통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사실 한국의 정원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비교적 단순하다는 평이 있다. 자연을 동경하는 마음에서 꾸며진 민가의 정원도 그다지 큰 욕심을 보이지 않는다. 훌륭한 입지 조건과 의미를 지닌 궁궐의 정원 역시 주변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으로 품격을 보여준다. 

정원 집중적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외국의 정원은 조경 기술을 자랑하는 것에 탁월할지 모르나, 우리의 정원이 비교적 평이한 모습을 하는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존재한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을 소유하기보다는 직접 찾고 산속에 스스로 구성되기를 바랐다. 

아름다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즐겼던 조상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사대부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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