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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연의 댓살을 잡을 때 제일 행복한 사람, 지연장 배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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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연의 댓살을 잡을 때 제일 행복한 사람, 지연장 배무삼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3.15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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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전통연 /부산광역시공예협동조합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지연장은 부산시 동래구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동래 전통연(동래연)의 제작 기술을 지닌 장인으로, 연장(鳶匠)이라고도 불린다. 지연장은 2014년 1월 1일 동래연 제작 기술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2014년 1월 1일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제21호로 지정되었다. 무형문화재 제21호 지연장 배무삼 장인은 동래연 분야 1세대 이수룡과 2세대 한태정의 전승 계보를 잇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연은 크게 방패연과 가오리연으로 나누며 동래연도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연과 구분되는 동래연만의 특색이 있다. 다른 지역의 연은 가로 세로 비율이 3:4이고, 연의 뼈대를 이루는 대나무 연살이 넓고 투박하며 무거운 편이다. 그에 비해 동래연은 가로 세로 비율이 2:3 또는 5:7, 7:9로 연의 움직임이 빠르다. 또한 가볍고 탄력이 있으며 바람에 견디는 힘도 강한 편이다. 

2009년 9월, 제주도에서 날리는 연 /배무삼 동래전통연보존회

이런 제작 기법은 바다와 가까워 유난히 겨울바람이 강한 동래의 지역적 특성 때문에 연날리기를 할 때 센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연이 필요했던 것에서 유래한다. 동래연의 종이는 전통 한지만을 사용하는데, 연살을 만드는 대나무는 왕죽 대신 산죽의 일종인 시너리대를 많이 사용하며 연살은 밥풀이나 찹쌀풀로 붙인다. 연을 꾸미는 문양은 대부분 둥근 원의 모양이 많다.

동래 지역에는 오래 전부터 연날리기 전통이 이어져 왔다. 특히 1900년 전후로 전통연 제작과 연날리기 분야가 활성화가 되며 김두식, 김태현, 이수룡 등 많은 사람들이 이름을 날렸다고 전해진다. 배 장인은 1973년 입문해 한태정, 박윤수로부터 약 10년간 동래연 제작과 연날리기 기능을 전수받고 40년 이상 동래연을 제작하고 있다. 배 장인이 지금까지 만든 연은 한 해 평균 3천여 개, 40여 년 이상 만든 연만 해도 12만여 개를 훌쩍 넘는다. 


지연장 배무삼, 연을 사랑하게 되다 

연을 만들고 있는 배무삼 장인 /배무삼 동래전통연보존회

배무삼 장인은 일곱 살 때  6·25 전쟁이 발발해 부산으로 피란을 와 중구 보수동 피란민 마을에서 유일한 낙인 연날리기를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까진 졸업했으나 대학 시절 중간에 입대하며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시대가 워낙 어려웠던 터라 대학 졸업이란 꿈에 가까웠다. 그는 제대 후 착암기로 바위를 뚫는 일, 비행장 수로 공사, 판문점 인근 자유의 다리 터널을 뚫는 공사 등의 일을 했다. 

배 장인은 원래 화가가 꿈이었고, 손재주가 좋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아 힘들었다고 회고한다. 그러다 1973년, 그의 운명을 바꾸는 일이 발생한다. 부산 지역의 한 방송국 주최로 연날리기 대회가 열린 것이다. 대회에 참가한 그였지만 그 해 보기좋게 떨어졌고, 다음 해 또 대회에 참가해 연을 만들고 있는데 어떤 어르신들이 자신을 불렀단다. 

그 당시 배 장인을 불렀던 어르신은 '부산민속보존협희'의 문장원·천재동 선생이었다. 그는 문장원·천재동 선생의 눈에 띄어 ‘부산연 동호회’에 가입했고, ‘연 할아버지’로 불리던 한태정 선생을 만나 동래연의 제작과 연날리기 기량을 배웠다. 한 선생에게서 배운 연에 매료된 배 장인은 1978년,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연에만 매달렸다. 그의 스승인 한 선생은 임종 시에 그의 손을 잡으면서 "이젠 네가 이 일을 맡아서 해라"는 당부를 남겼다고 한다.
 

배무삼 장인 /국제연연구소

배 장인은 "당시 '연 할아버지'로 불리던 한태정 씨는 제게 스승 같은 분이었고, 동래 지역 어르신들에게 연을 배우며 아버지의 정을 느껴 전통 연에 대한 열정을 더 키웠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각종 연날리기 대회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1987년 일본 도쿄 국제연날리기대회 창작부 최우수상, 1996년 한국관광공사 주최 대전국제연날리기 대회 최우수 등 여러 상을 받았으며 2000년 8월에는 미국의 시카고와 뉴욕에서 연 전시회도 가졌다. 해외 교류도 활발히 해 일본 후쿠오카연협회 특별임원, 중국 세계연축제 국제심사위원이란 직함도 있다. 부산국제연날리기대회도 그가 있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배 장인은 부산전통예술 관내 부산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입주 공방에서 전통연을 만든다. 배 장인이 주로 만드는 것은 방패연으로, 배 장인의 이름을 따 '배무삼 연'으로도 불린다. 방패연은 그리는 문양에 따라 이름이 다르게 불리는데, '배무삼 연'이라고 하면 양 귀에 빨강과 검정 모양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긴 코박이눈쟁이 /배무삼 동래전통연보존회
이충무공 전술신호연들 /배무삼 동래전통연보존회

배 장인은 “연 만드는 데 무슨 기술이 필요하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연 만들기는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댓살의 굵고 가는 정도에 따라, 줄의 길이에 따라 연이 노는 것이 다르다. 종이와 댓살의 간단한 만남과 조화에도 과학적 이치가 담겨 있다”라고 전했다. 외국 연은 하늘에 가만히 떠 있지만 우리 연은 새처럼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데 묘미가 있다는 것이다. 

배 장인은 그래도 자신이 살 때까지 동래연이 잊히지 않고 부산국제연날리기대회를 통해 40여년간 지속되어온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이 이 손을 놓으면 동래연에 대한 명맥도 끊어질까 걱정도 크다. 배 장인은 자신이 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것도 전통 연을 보존하는 행위가 문화재가 되어야 이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한 것이라 밝혔다. 그의 마음속에는 우리의 전통 연 보존이 맥이 끊기지 않고 후대에도 이어지길 바라는 소망밖에 없다.  


동래연을 만드는 과정 
 

연을 만드는 배 장인 /배무삼 동래전통연보존회

방패연은 우선 종이를 물에 축여 다림질해 질기게 만든 다음 가로, 세로 2:3의 비율로 재단한다. 보통 연 크기는 가로 40cm, 세로 60cm 정도이다. 재단한 종이는 맨 윗부분에 머릿살을 싸서 접을 만큼 여분(2~3cm 정도)을 두고 한가운데를 둥글게 오려 내 방구멍(바람 구멍)을 낸다.
 

연을 만드는 배 장인 /배무삼 동래전통연보존회

잘 마른 댓가지를 얇게 다듬어 뼈대(머릿살은 다섯 뼈대 중 가장 실하게, 허릿살은 가장 가늘고 약하게, 중살, 장살은 중간 굵기)를 만든다. 종이 맨 위 여분 밑으로 머릿살을 붙인 다음, 나머지 뼈대를 방구멍 중심점에 교차시켜 허릿살 → 중살 → 장살 순으로 댓살 안쪽을 풀칠해서 붙인다. 머릿살 양쪽 끝과 장살 위쪽 끝은 활벌이줄을 매기 쉽게 약간 튀어나오게 한다.

연을 만드는 배 장인 /배무삼 동래전통연보존회

맨 위 여분 종이로 머릿살을 싸바른다. 뒤집어서 앞면에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를 써넣고 꼬리나 발을 달아 장식을 한다.

그 다음에는 연 위쪽 머릿살과 장살이 겹쳐진 양쪽 끝을 20도 가량 휘어지게 활벌이줄을 맨다. 나머지 살이 앞으로 15도 가량 불룩하게 휘어져야 연이 잘 뜬다. 나머지 윗줄, 가운데 줄, 아랫줄을 맨 다음 네 가닥을 한곳에서 묶어 목줄을 만들고 그 끝에다 연줄을 연결하면 된다. 


연에 인생을 바친 장인, 지연장 배무삼 
 

무형문화재 혼맥(魂脈)잇기 /부산시

최근 부산시는 부산 대표 무형문화재로부터 직접 전통공예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무형문화재 혼맥(魂脈)잇기’를 3월 17일부터 11월 23일까지 부산전통예술관에서 운영한다고 밝혔다.

‘2021년 전수교육관 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이번 교육은 무형문화재의 전승·보존과 우리 전통문화 우수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기획했다. 무형문화재 보유자 7인이 참여하며, 배 장인도 전통연 전수 교육을 진행한다.

배 장인의 교육은 9월 4일부터 25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3시간씩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전통공예 기능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을 소장할 수도 있다. 

2019년 9월 독도에서 열린 연날리기 행사 모습 /배무삼 동래전통연보존회

일생을 전통 연에 바쳐 온 배 장인은 "연날리기는 땅만 보고 사는 현대인에게 바람과 하늘을 보라는 지혜가 담긴 놀이"라며, "전통 연을 만들고 문화를 보존하는 데 남은 생을 모두 걸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연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그는 전국적으로 전통 연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동호회 활동 또한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나아가 동래연을 전시, 교육하고 보존하는 박물관이나 기념관이 세워지는 것이 그의 간절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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