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04-11 10:40 (일)
국내외 도제식 교육의 방향성, 공예 분야는?
상태바
국내외 도제식 교육의 방향성, 공예 분야는?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1.03.15 12: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공예장인학교, 수공예 전문 인력 양성 위해 교육생 모집한다
국내외 도제식 교육의 방향성과 그 의의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전주 수공예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한국전통문화전당이 ‘한국공예 장인학교’ 기초반 교육생을 모집한다. 본 기초반 모집은 전통공예 기술을 보유한 장인에게 직접 1대1 도제식 교육을 받을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전통목조각, 색지공예, 부채(단선), 전통섬유(침선) 등 4개 분야로 구성된 수업은 1, 2학기(각 14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기초반 교육 기간은 1년이며 이번 기초 교육을 이수하면 별도의 심사 없이 심화반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교육 강사진도 화려하다. 장인에게 1대1 도제식 교육을 받게 되는 해당 교육생 모집의 특성상, 각 분야의 장인이 직접 수업에 참여한다. 민속목조각장 김종연(무형문화재 제58호) 장인, 색지장 김혜미자(무형문화재 제60호) 장인, 선자장 방화선(무형문화재 제10호) 장인, 전통섬유 분야 박순자(침선, 대한민국 산업 현장 교수) 장인까지, 교육생은 각 분야의 장인으로부터 우리 민족 고유의 얼을 담고 있는 전통공예를 전수받게 된다.
 

부채,EBS,공유마당,CC BY
전통 부채는 선자장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다 ,EBS,공유마당,CC BY

이외에도 전문 강사의 특강을 통해 공예에 대한 이론 교육과 공예 디자인 활용 등의 내용을 함께 배우게 된다.

교육생 모집 기간은 이달 3월 25일까지이며 모집인원은 과목별 5명 이내로 최종 접수 상황에 따라 교육생 선정 심사가 진행될 수 있다. 수강료는 30만 원으로 수업 참여 실적이 80% 이상이면 반환 가능하다. 재료비는 일부 지원하나 도구 및 장비는 개인 지참 해야 한다.

본 모집 내용은 전통 수공예에 관심을 가지고 전문인력으로서 수련하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며 국내 수공예 도제식 교육의 확대에도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공예 분야의 도제식 교육

사실 공예는 도제식 교육이 필수적인 분야로 손꼽혀 왔다. 실제로 국내외를 중심으로 대부분 공예가 도제 교육의 형식으로 그 맥을 이어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특히 과거에는 공예를 익히고 전수 받기 위해서 더욱더 도제제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유럽에서는 전통 직업 교육을 통해 장인 정신과 전통 기술의 맥을 기어나가기 위한 사례가 다양하게 발견된다.

13세기 이탈리아 베니스 무라노섬에서는 최초로 유리 공예품을 제작해 유럽에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그 기술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업을 물려받아 수십 년간 활동하는 장인들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유리공예의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무라노 섬의 유리박물관, Deror avi, CC BY-SA 3.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이탈리아 베네치아 무라노 섬의 유리박물관 /Deror avi, CC BY-SA 3.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실제 유리공예 장인이 되기 위한 수련생들은 학교보다는 작업장에서 훈련하는 경우가 많으며 무라노섬의 1000년이 넘는 유리 공예 기술은 비밀 수첩을 통해 수제자에게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과학이 발전한 현대에도 유리를 입으로 직접 불어 만드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자신들만의 비법을 담아 유리 제작에 예술의 혼을 담는다.
 

유리 공예 /픽사베이
유리 공예 /픽사베이

모든 교육에 있어 이론이 빠질 수 없는 부분임은 틀림없지만 도제식 교육에서는 직접 실무에 부딪혀보며 끊임없이 연습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탈리아의 크레모나 국제현악기 제조학교 역시 실무 수업을 중요하게 여기며 철저하게 실습 위주의 교육으로 장인을 키운다.

크레모나는 이탈리아 밀라노 동남쪽에 있다.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제작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현악기를 통틀어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부르는데 현악기 연주자라면 누구나 이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하는 것을 꿈으로 여긴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는 그의 일생을 크레모나에서 보냈다고 알려진다.

크레모나 국제현악기 제조학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악기 수공 학교로 ‘리우타이오’라고 불리는 악기 제조 마이스터를 배출하고 있다. 악기 수공의 전통 기술을 전수하며 입학 조건은 만 14~19세의 학생, 외국인 학생은 이탈리아어 시험을 따로 통과해야 한다.

크레모나 국제현악기 제조학교는 이탈리아 교육 과정 중 고등학교에 해당한다. 과거엔 4년제로 운영되었지만 5년제로 교육 과정이 변화했으며 3년 동안은 이탈리아어와 영어, 역사, 과학 등 주 40시간의 수업이 이뤄지고 나머지 2년 동안 주 36시간의 실습을 하게 된다. 실제 교수진이 모두 리우타이오이므로 학생들은 작업장에서 일을 배울 수 있다.
 

현악기를 만드는 것은 예술에 가까운 일이다 /픽사베이
좋은 소리는 잘 만들어진 악기에서 나온다 /픽사베이

5년의 수업 과정을 마치게 되면 학생들은 자신이 제조한 악기를 제출해 평가받게 된다. 2개월 간은 전문 리우타이오에게 일을 배우며 실습 시험을 치르고 현악기 제조기술사 자격증까지 따면 리우타이오로서 출발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무형문화유산의 맥을 잇기 위한 공예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과거 1대1 식 도제 교육이 주를 이뤘다면 현대에는 다양한 교육기관을 통해서도 전통 공예를 배울 수 있다. ‘한국공예 장인학교’에서도 전통 수공예 전수자 양성 교육을 위해서 인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국립 특수대학교인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는 전통 건축학과 전통 미술학, 문화재 관리학 등의 전공을 이수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전통 공예 전공 수업이 주로 기본 학력 이후의 교육 기관인 대학교에서 이뤄진다. 고등학교부터 공예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특수목적고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그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며 한국조형예술고등학교 등 미술 수업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교가 눈에 띈다.

특히 국내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는 전통 공예보다는 전통 예술을 전공할 수 있는 고등학교의 수가 더 많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서는 무용과, 음악연극과, 한국음악과로 전공을 나눠 수업하며,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는 한국미술디자인과, 한국음악과, 조리과학과로 전공이 분리되어 있다.

국악의 경우에는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실습 교육을 받아볼 수 있는데 국립국악중학교가 대표적이다. 입학시험을 통해서 학생을 선발하며 기악 전공과 성악 전공, 무용 전공에 따라 실기 시험이 다양하게 이뤄진다.
 

예술 교육을 통해 어린 나이부터 무형문화재의 꿈을 키울 수 있다 / 픽사베이

특히 전공이 아주 세분되어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 아쟁, 타악, 정가, 판소리, 민요, 한국무용 등을 배울 수 있으며 이들은 어린 나이부터 전통 무형문화재의 꿈을 키울 기회가 주어진다.


도제식 교육, 핵심은 무엇일까

과거 선진국식 수업으로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했던 도제식 교육은 2016년을 기점으로 다양한 국가사업, 기관 진행으로 점차 그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정부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유럽의 도제식 교육제도를 벤치마킹하려는 계획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스위스는 과거 30%의 불과한 낮은 대학진학률에도 세계 최고의 기술자를 양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들의 청년실업률은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인 7%에 해당한다.

국내 교육 실정과 비교할 때 이는 여러 차이를 보인다. 한국 대학진학률은 2004년부터 80%를 넘었으며 한 언론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학진학률은 70% 내외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사실 대학 진학의 중요성은 한국 사회에서 그간 수차례 강조되어왔다. 국가에서도 차별 없는 직업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보였지만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은 당분간 변화하기에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따라붙는다. 국내 대입 중심의 교육은 청년 취업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어 그 뿌리를 바꾸는 것엔 무리가 따른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 졸업 이후에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관점이 사회적으로 만연하므로 국내 입시 경쟁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었다.

실제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2월 취업준비생 기준 91.3%가 공채 지원에 취약한 점이 존재한다고 답변했으며, 이에 대해 46.3%가 출신학교·전공 등의 ‘학벌’을 꼽았다. 어떤 학벌을 가지고 있느냐가 취업 시장에서 민감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입시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도제식 교육을 쉽게 국내 실정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대부분 고등학생이 도제식 기술 교육을 받기보다 입시 성공에 더 무게를 두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되어왔다.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추진됐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자율형 사립고 100개와 기숙형 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등 고교를 다양화하여 운영하고 특성화된 교육 시행을 목적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사교육을 초래하고 가정환경에 따라 교육 격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또한 이 역시 대학 진학을 위한 초석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으며 대학 서열화에 이은 고교 서열화를 조장하게 될 수 있다는 관점도 존재했다. 교육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능력 있는 인재를 빠르게 양성하기 위해서지만 한국 사회에서 입시를 제외하고 오로지 직업 교육만을 바라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선진국에서는 직업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도제식 교육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나라는 스위스와 독일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스위스의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직업 훈련학교에서 실무교육을 받고 취업하더라도 승진이나 사회적 시선에 있어서 문제를 겪지 않는다. 스위스 정부는 오히려 기업에게 직원의 5% 상당을 도제생으로 뽑도록 권고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직업 교육과 인문 학교가 이원화되어 운영되고 있다. 인문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학생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레알슐레라고 불리는 직업학교로 전환하는 시도도 적지 않다. 이에 관한 요인으로는 독일 내 마이스터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좋으며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독일에서는 마이스터와 4년제 대학 졸업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일할 수 있다.
 

독일 맨든지역에 있는 한 레알슐레, Timmiboy1984, CC BY-SA 3.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국내 특성화고 사업 역시 현재, 다양하게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실제 직업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이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도록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고교 단계에서 일학습병행인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스위스나 독일의 직업 교육 제도를 한국의 실정에 맞도록 변화를 거쳐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본 제도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기르는 특성화고 학생은 ‘도제 학생’으로서 고급 기술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무와 이론을 수학한다. 지역 기업과 학교가 한 팀이 되어 학생이 하나의 고급 인력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거친다.

2016년 교육부 지정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로 선정된바 있는 홍성공고는 실제 2017년 기준 2학년의 1개 학급이 도제반으로 편성되어 1인 1기업 취업을 확정했다. 당시 도제 학생들은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학교에서 이론을 배우고 목요일, 금요일은 현장과 도제 센터에서 실습하며 교육을 받은 바 있다. 학생의 전공을 살려주는 취지의 본 사업은 실무 중심의 교육을 통해서 빠르게 기술 명장의 자리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여 의미를 가진다.
 

산업 현장에서 실무 중심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픽사베이
산업 현장에서 실무 중심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픽사베이

또한 고용노동부가 주최하는 ‘일학습병행 우수사례 경진대회’ 역시 눈여겨볼 만한 사업이다. 일학습병행은 산업 현장의 실무형 인재 육성을 위한 것으로, 본 경진대회는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한 기업이나 실무 중심형 인재로 거듭난 학생의 우수사례를 평가해 시상한다.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는 일학습병행 사업에 우수 중소·중견 기업의 참여 비중을 확대한 바 있다. 우수 중소·중견 기업의 참여 비중을 현재 30%에서 2030년에는 40%까지 늘릴 전망이며, 2023년까지 새로운 신기술 분야 훈련 직종을 24개 추가 개발하고 일학습병행 자격 취득자를 현재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특성화고 학생인 도제 학생의 장기근속을 돕고 중도 탈락을 방지하기 위해서 학생과 기업의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게 하고 면접과 견학, 체험 등의 ‘잡마켓’을 도입해 내실을 다진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도제 학생을 거쳐 고급 기술자로 인정받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요구될까. 한 언론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KRIVET Issue Brief 제203호를 통해 도제 학생이 고급 기술자로 인정받는데 평균적으로 12.7년의 경력이 필요하다고 연구 결과를 전했다.

10년이 넘는 시간은 물리적으로 볼 때 긴 시간에 해당하지만 하나의 분야를 익히고 고급 숙련자로서 인정받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라고 치면 그렇게 길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선진국형 실무 중심 교육으로 평가받는 도제식 교육의 확대가 진로를 결정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선택의 기회가 되길 바라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전쟁 같은 입시는 한국의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치러야 하지만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은 비교적 그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불합격의 멍에를 안아야 하며 자신의 성적에 맞는 대학교에 맞춰 원서를 써야 한다. 성적에 맞춰 대학교 원서를 쓰는 선택도 틀렸다고 볼 수 없으나 누구나 입시라는 한 가지 선택 앞에만 서는 것은 어딘지 아쉬운 기분이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