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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핸드메이드 가구, 마음을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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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핸드메이드 가구, 마음을 울리다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3.10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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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결혼하면 ‘인륜지대사’라는 한자 성어가 떠오른다. 그만큼 인생에 있어 중요한 일 중 하나라는 걸, 몸과 마음으로 온전히 느끼는 요즘이다. 더군다나 코로나 시국이라는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힘들었다. 그 와중에 나를 위로한 것이 있으니 친정아버지가 직접 만든 가구들이다.
 

본 기자의 아버지가 만든 탁자의 일부. 참나무 조각과 참죽나무의 조화가 돋보인다 / 전은지 기자
본 기자의 아버지가 만든 탁자의 일부. 참나무 조각과 참죽나무의 조화가 돋보인다 / 전은지 기자

본 기자의 아버지는 병풍과 족자 등 동양화나 서예나 서양화 작품 등으로 표구와 액자를 만드는 업을 40여 년째 하고 있다. 팔불출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농담이 아니라 손을 가만히 두기 아까울 정도로 재주가 뛰어나신 분이라 맞춤 가구도 직접 만들고 있다.

그런 와중에 딸이 결혼한다니, 살림에 보탬이 되어주겠다고 지난 2월부터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혼수 가구의 필수품이라고 하는 화장대부터, 서재에 놓을 책상과 책꽂이, 이불과 옷을 넣을만한 이불장과 서랍장 등이었다. 워낙 집에도 아버지가 만든 가구들이 많으니, 딱 그 정도로만 만들어주셔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다.

직접 만드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일터는 수많은 기계와 나무, 각종 표구 자재로 둘러싸인 곳이라 작업 내내 갈 수가 없었다(먼지도 많고,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 사진 촬영을 꺼리기도 하셨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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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야 직접 가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공방도 많고, 나무 관련 공예를 취미생활로 삼은 이들도 많으므로, 어떤 작업 과정에 따라 만들어지는지는 많이들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한다. 정말 어느 것 하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서재에 놓을 책상과 책꽂이 초기 구상 디자인 / 전은지 기자
서재에 놓을 책상과 책꽂이 초기 구상 디자인 / 전은지 기자

처음 가구를 만들기 위해 방 크기를 재고, 어떤 디자인으로 만들지 구상할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머리를 쥐어짰다. 기존에 혼자 쓰던 원목 가구들을 그대로 활용해 부분 부분만 새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 길이가 맞는지 혹시나 길이가 맞지 않다면 어떻게 변형해야 하는지 등을 함께 논의했다.
 

처음 방의 모습(왼쪽)과 다시 구상한 방의 모습(오른쪽) / 전은지 기자
처음 방의 모습(왼쪽)과 다시 구상한 방의 모습(오른쪽) / 전은지 기자
방 크기를 수없이 재고 또 쟀다 / 전은지 기자
방 크기를 수없이 재고 또 쟀다 / 전은지 기자
완성된 책상 겸 책꽂이. 옮겨서 조립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 전은지 기자
완성된 책상 겸 책꽂이. 옮겨서 조립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 전은지 기자

서재로 쓰기로 한 방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처음에는 오른쪽 벽에 책상과 책꽂이로 채우면 되겠다고 계획하고, 높이와 가로 길이만을 열심히 측정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인터넷 단자와 콘센트 등이 모두 왼쪽에 있었다.

세심한 부분을 살피지 못했던 터라, 아버지와 본 기자 모두 당황했다. 신랑은 오른쪽에 둘 수 없다고 어필한 상황. 그래서 왼쪽에 놓기 위해 문을 열고 길이를 다시 쟀다. 문제가 해결될 거로 생각하고, 아버지와 다시 이렇게 만들면 되겠다고 디자인을 했다.

그런데 두 번째 변수가 생겼다. 기존에 있는 상부장 가구가 길어 방문을 활짝 열 수 없던 것이다. 문을 열면 남는 벽의 길이는 230cm, 가구 길이는 255cm였다. 30cm 자에서 살짝 부족한 25cm. 인생에서 이 정도 실수와 변수는 아무것도 아니라지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듯한 기분이었다. 결국은 문을 좀 덜 열더라고 그냥 놓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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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 엄마로부터 전해 들었지만, 치수에 맞게 원목 판을 자르는 것도 꽤 문제였다고 한다. 아버지의 일터는 가구 전문 공장이 아니었기에, 판을 마음 놓고 자르기가 어려워 재단해주는 곳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대여섯 군데를 돌았지만, 찾기가 어려워 고생하셨다고 한다. 주변에 업체를 수소문해, 멀리 파주시 광탄면까지 가서 작업해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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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한 치수에 맞게 잘린 원목 판은 샌딩기로 표면을 부드럽게 다듬고, 모양에 맞게 자르고, 또다시 다듬고, 구멍을 내어 나사로 튼튼하게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가구로 탄생하게 되었다. 가구에 사용된 원목도 매우 다양했다. 편백부터 참죽나무, 참나무, 월넛까지. 화장대 거울에는 이탈리아산 몰딩까지 들어갔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눈으로 구별하기는 어려울 정도다.
 

살균, 항균작용을 한다고 알려진 편백 / pixabay
살균, 항균작용을 한다고 알려진 편백 / pixabay

편백은 살균, 항균 작용을 한다고 잘 알려져 가구 외에서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사용된다. 참죽나무는 광택과 결이 고운 나무로, 뒤틀리거나 갈라지지 않는 성질이 있어 가구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어두운 브라운 컬러와 나뭇결이 매력적인 월넛(호두나무)도 가구재로 많이 쓰이는 목재 중 하나다.
 

아버지가 만든 화장대와 서랍장. 화장대 손잡이는 참죽나무의 결과 모양 그대로를 붙였으며, 서랍장 외부에는 꽃잎처럼 보이는 나무 조각이 붙어있다. 나무 조각에는 컬러 매직으로 테두리에 칠을 했다 / 전은지 기자
아버지가 만든 서랍장(왼쪽)과 화장대(오른쪽).
화장대 손잡이는 참죽나무의 모양 살려 붙였으며, 서랍장 외부에는 꽃잎처럼 보이는 참나무 조각이 붙어있다. 나무 조각에는 컬러 매직으로 테두리에 칠을 했다 / 전은지 기자

가구들은 대체로 나무의 원래 모양과 색을 살려서 만들어졌다는 점도 특징이다. 참죽나무의 모양 그대로 잘라 붙인 화장대 서랍 손잡이, 꽃잎처럼 나무 조각을 잘라 하나하나 칠한 장식까지. 전체적인 칠도 최소화해서 나중에 가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버려야 할 때가 되어도 자연 그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모두 핸드메이드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이 아닐까. 그래서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가구가 더욱 특별해진다.
 

편백으로 만들어진 이불장 겸 옷장. 편백의 향이 깊다.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사랑만큼 / 전은지 기자
편백으로 만들어진 이불장 겸 옷장. 편백의 향이 깊다.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사랑만큼 / 전은지 기자

원목 그대로 사용한 만큼, 관리도 신중해야 한다. 물걸레나 물티슈 등 습기가 있는 것으로 닦으면 안 되고, 마른걸레 등으로 닦아 윤을 내주는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때가 묻으면 지우개로 지워도 된다고 한다.

가구 제작부터 관리까지 모두 수작업이다. 이래서 어느 것 하나 손길이 스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직접 가구를 만든 제작자이자 작품의 작가인 아버지도 농담과 진담이 섞인 투로 이야기하셨다. “어디서도 이런 가구 살 수도 없고, 시중 가격으로는 매길 수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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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나무 자재뿐만 아니라 내부에 사용된 경첩 하나까지 쓰기 편하라고 ‘신상’으로만 구매했다고 하셨다. 어느 정도만 힘을 주어 밀면 문이 저절로 스르르 닫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걸 고르기까지 얼마나 고심하셨는지, ‘핸드메이드 작가’의 마인드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혼자 쓰던 짐을 신혼집으로 옮기면서 아버지의 가구를 바라보고 있으니, 괜히 반성하게 된다. 그동안 속만 썩여왔나 싶어 마음마저 울먹여진다. 친구들에게 아빠의 가구를 자랑하니, “아버지가 혼수 가구 만들어주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사랑이 가득 담긴 가구다”라고 답이 왔다. 더욱 마음이 찡해졌다.

아버지에게는 “적당히 만들어주지 왜 이렇게 힘들게, 비싸게 만들었냐”고 겨우 한마디 말을 건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래서 여러 해 기자로 일해온 본질을 살려 이렇게 글로 아버지의 가구를 자랑해본다.

서재에 들어설 때마다 풍기는 편백의 진한 향이 가구를 만드느라 고생했을 아버지의 손때를 코로 느끼게 한다. 핸드메이드 가구라는 정성도 있지만, 애지중지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아쉬움을 담은 아버지의 마음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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