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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素)로 돌아가고 싶은 세 작가의 사색을 담은 예술, '素_empty morph' 전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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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素)로 돌아가고 싶은 세 작가의 사색을 담은 예술, '素_empty morph' 전시 개최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2.26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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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素 empty morph' 전시 /더페이지갤러리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더페이지갤러리의 2021년 첫 기획전인 <素_empty morph>가 2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개최된다. <素_empty morph>전은 김춘수∙신수혁∙천광엽 작가들의 합동 전시회로, 이 전시를 통해 미니멀리즘의 큰 흐름 속 한국 미술의 독특한 태도를 드러내고자 기획되었다. 

세 작가의 작업은 하나의 근원으로 회귀하려는 공통의 과정을 추구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용대 전 대구시립미술관장은 “’반복성과 과정의 주목’이라는 면에서 이들의 작업은 포스트 미니멀리즘과 아주 가깝다”고 말한다. 지금껏 단색화라는 큰 범위 내에서 세대로 분류되어 왔던 이들의 작업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 보고, 작품이 뿜어내는 팽팽한 긴장을 엮은 것이 이번 전시이다. 
 

김춘수 '2101' 2021, Oil on canvas, 316.5 x 185.5 cm /더페이지갤러리
김춘수, '1967', 2019, Oil on canvas, 72.7 x 60.9 cm /더페이지갤러리

김춘수(1957)작가는 30여년 동안 캔버스 위에 변함없이 ‘푸른 기운’을 전하고 있다. 작업에 보이는 것은 그저 손가락으로 찍은 푸른 점들이며 가끔씩 캔버스의 흰 바탕이 살짝 드러날 뿐이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작업을 마칠 때까지 숨을 쉬는 것처럼, 길을 걷는 것처럼, 그의 몸의 흐름을 느끼면서 손가락으로 물감을 찍는다. 몸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퍼포먼스나 해프닝을 연상할 수 있으나 그의 작업의 본질은 중성적으로 몸을 사용하면서 손에 묻힌 물감이 캔버스에 닿을 때 느끼는 그 촉감에 주목하는 것이다. 미묘한 차이의 푸른 점들은 그의 호흡으로 잠시 머물러 있다가 사라진다. 그 흔적의 쌓임이 바로 김춘수의 푸른 회화이다. 
 

신수혁, 'No. 2001', 2020, Oil on canvas, 197 x 291 cm /더페이지갤러리
신수혁, 'No. 1922', 2019, Oil on canvas, 53 x 41 cm /더페이지갤러리

신수혁(1967)작가의 작업은 구조적인 평면과 같다. 평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많은 레이어가 쌓인 추상적 공간이다. 그는 평면 위에 세필로 수직∙수평의 교차를 수없이 반복하며 중립적인 느낌의 공간을 만든다. 타탄 무늬의 구조처럼 원근도 그라데이션도 없는 평면 구조를 만들어 낸다. 짧게 끊어치는 경쾌한 선의 무한 반복은 그의 예민함을 담아내고 있으며 순간의 움직임을 머금고 있다. 이처럼 푸르고 흰 물감의 교차된 모습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구조적 평면”으로 표현하고 있다. 반복 속에서 늘 새로움을 발견하고 싶은 그의 소망이 드러난다.
 

천광엽, 'omni no.3', 2017, Oil & mixed media on canvas 145 x 112 cm /더페이지갤러리
천광엽, 'omni offwhite no.4', 2017, Oil & mixed media on canvas 145 x 112 cm /더페이지갤러리

천광엽(1958)의 작업은 물감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 낸 작품이다. 그는 바탕을 이루고 있는 일정한 간격과 크기의 도트 위에 평필(붓)로 물감을 칠한다. 아무것도 암시하지 않는 이 행위는 무심한 물감이 층층이 쌓여 있는 모습을 남긴다. 몇 번을 칠했는지 가늠할 수 없는 이 행위와 함께 깨어나는 그의 잠재의식은 다시 물감의 지층 사이에 묻히고, 우리의 시야에는 오직 모노톤의 표면만이 보일 뿐이다. 그 과정과 노동에 비해 결실은 없는 듯한 물감의 도트 모양, 그 무한 반복의 사막에서 천광엽은 ‘살아남고 있는’ 중이다. 천광엽의 9cm x 9cm x 6cm의 직육면체 입체 작업은 평면 작업의 진행 중 사포질로 생기는 유화 가루를 모아 물로 침전시킨 “회화적 지층”으로, 물의 성분을 이용하고 시간의 힘을 빌려 완성한 프로세스 아트다.

“empty morph”는 허상의 형태로,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지만 이전과 이후 환경에서의 출현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서 어떤 형태소에도 속하지 않는 형태”를 가리킨다. 김춘수, 신수혁, 천광엽의 화면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작가의 사색이 쌓인 하나의 결과물이다. 그들의 반복되는 작업 과정은 비로소 모든 것을 제거하고 아무것도 없는 원래의 성질, 본디(素)로 돌아가려는 작가들이 끊임없이 사고하는 방법이다. 

더페이지갤러리는 <素_empty morph> 전시를 통해 수십 년간 각자의 방식으로 회화를 반복하고 수행해 온 세 동시대 작가의 치열함이 조명받기를 기대한다. 전시는 4월 3일까지이며, 코로나19로 인해 네이버 예약을 통한 사전 예약제로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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