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03-01 19:05 (월)
공방으로 간 금손 배우 유해진, 보는 사람도 유쾌한 체험기를 그리다
상태바
공방으로 간 금손 배우 유해진, 보는 사람도 유쾌한 체험기를 그리다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2.16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V 속 핸드메이드]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공방이 다시 열리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방역 수칙을 지키며 다시 손의 움직임이 시작되는 모습을 보니 반갑기도 하다. 핸드메이드의 힘과 즐거움으로 전염병의 두려움도 이길 수 있는 듯하다. 배우 유해진이 보여주는 공방 체험기를 봐도 느낄 수 있다. 집콕을 하면서 여러 공방이 운영되는 모습, 하나의 공예품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니 즐겁다.
 

KBS 한국방송공사 인스타그램 @mylovekbs
KBS 한국방송공사 인스타그램 @mylovekbs

지난 14일 설 연휴에 KBS 1TV에서 선보인 교양 프로그램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는 금손으로 소문난 배우 유해진이 직접 여러 공방을 방문해 손으로 만들면서 ‘소만행(소소하게 만들며 느끼는 행복)’을 찾는 과정을 담아냈다. 짜맞춤 가구부터 안경, 시계, 구두까지 공방을 찾아가 작가들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한다.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세세한 체험 과정

2주에 걸쳐 진행되는 유해진의 공방 체험의 첫 번째는 의자나 탁자로 사용할 수 있는 짜맞춤 협탁과 핸드메이드 안경 만들기였다. 짜맞춤 가구로 유명한 고범석 가구 디자이너의 공방에 찾아간 유해진은 기계로 홈파기부터 시작했다. 짜맞춤은 나무에 홈과 촉을 만들어서 끼워 맞추는 것을 말한다.
 

배우 유해진과 고범석 가구 디자이너. 이들의 뒤로 가구 제작에 쓰이는 도구들이 보인다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배우 유해진과 고범석 가구 디자이너. 이들의 뒤로 가구 제작에 쓰이는 도구들이 보인다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짜맞춤 가구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짜맞춤 가구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톱이나 끌, 대패 등 모두 손으로 움직여야 하는 도구들도 많지만, 처음 해보는 유해진을 위해 고범석 작가는 기계로 편리하게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홈을 파는 기계인 각끌기는 오래되기도 했지만, 조작이 쉽지 않아 유해진도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이었다(하지만 금손이라서 작가가 가르쳐주는 과정에 따라 어렵지 않게 해냈다).
 

협탁 만드는 과정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협탁 만드는 과정. 기계와 톱으로 홈과 촉을 파내고 접착제를 바르고 고정시키는 여러 과정을 유해진 씨가 직접 해낸다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간편하게 쓰는 협탁이라서 크게 어렵지 않을 거로 생각했지만, 수많은 톱질과 사포질이 필요했고, 짜맞춤이기 때문에 홈과 촉이 잘 맞게 자르는 것도 중요했다. 그 과정을 유해진 씨가 대신 체험하면서 세세히 보여주기 때문에 요즘 같은 언택트 시대에도 맞춤형 방송이 아니었나 싶다.
 

완성된 협탁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완성된 협탁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홈과 촉을 만든 뒤, 접착제를 칠해 클램프로 고정해서 말려준다. 다 마른 협탁 다리를 튼튼하게 만들어줄 코너블록과 상판을 만들어주면 된다. 사포질, 오일 마감 등의 마무리를 거치면 완성된다. 4시간 만에 완성했지만, 그 작업 과정에서 손을 얼마나 움직여야 하는지를 느끼게 했다.
 

김종필 안경 디자이너가 만든 안경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김종필 안경 디자이너가 만든 안경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안경 디자이너 김종필 작가의 공방이었다. 25년 넘게 안경을 만들어온 그는 일상 속에서 예술을 더해서 일상을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안경은 어느 하나 독특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안경렌즈가 들어가는 프런트와 그 사이를 연결하는 브릿지, 안경다리까지 디자인이 모두 달랐다. 그에게는 작업이 도전, 실험 등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모두 직접 깎아서 만든다.
 

안경 제작에 주로 쓰이는 아세테이트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안경 제작에 주로 쓰이는 아세테이트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안경을 만들기 위한 스케치 작업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안경을 만들기 위한 스케치 작업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그가 수제 안경을 만들 때 사용하는 소재는 아세테이트. 다양한 색상을 가지고 있으며 안경을 만들기에 적합한 소재다. 먼저 원하는 안경 디자인을 스케치한 뒤에, 아세테이트 판에 도안을 붙여준다. 유해진 씨가 그린 스케치는 김종필 작가가 다시 다듬어서 안경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미숙한 스케치도 작가의 손을 거쳐 하나의 도안이 되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느낄 수 있다. 20여 년의 시간에서 고수의 향기가 느껴졌다고 할까.
 

수제 안경을 만들기 위해 줄톱으로 자르는 과정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수제 안경을 만들기 위해 줄톱으로 자르는 과정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완성된 안경을 써보는 유해진 씨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완성된 안경을 써보는 유해진 씨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도안을 붙인 아세테이트 판은 줄톱으로 잘라준다. 줄톱은 가늘고 예민해서 적당한 힘으로 방향을 잡아주어야 한다. 수직과 수평을 맞추어야 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줄톱을 처음 만져본 유해진 씨도 처음엔 힘을 주어 그 열기에 아세테이트가 녹고, 톱날이 끊어지기도 했지만, 힘을 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는 다시 톱질해 나갔다. 1시간여의 톱질을 마치자 멋진 안경 프런트가 나타났고, 미소를 띠는 유해진 씨의 모습에서 보람이 느껴졌다. 톱으로 잘린 프런트는 다듬기 과정을 거쳐 하나의 선글라스로 완성됐다.


핸드메이드를 대하는 초심자의 진솔함

작업 시작 전, 작가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바라보는 유해진 씨의 모습이 꽤 진중해 보였다. 또는, 처음 작품을 만들어서 설레는 초보자의 표정도 보였다. ‘삼시세끼’에서 무엇이든 뚝딱하고 만드는 금손이지만, 작가를 대하는 모습을 보니 겸손하기까지 했다. 공방에 가서 원데이 클래스 등 체험을 할 때 가져야 할 우리의 모습 같기도.
 

작가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유해진 씨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작가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유해진 씨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실제로도 그는 막 자르는 톱질이나 망치질은 해봤어도 정교한 작업은 처음이라며 멋쩍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안경을 만들 때는 줄톱 사용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작가에게 노하우를 듣고 바로 적응해서 완성해내기도 했다. 작업 과정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완벽주의자의 모습도 보였다. 톱질 하나를 할 때도 각도와 세기 등을 작가에게 물어가며 신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만든 작품들의 완성도도 높았다.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작업 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처음 무언가를 만들어 본 사람의 천진난만함과 설렘이 느껴졌다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중간중간 내레이션을 들으면, 작업하면서 느끼는 ‘손맛’이라는 표현, 기계가 낡았지만 삐걱거리는 느낌이 좋았다는 이야기, 직접 자른 가구가 뻑뻑하게 맞춰지는 데서 짜릿함이 느껴진다거나 조용한 공방에서 작업하면서 들려오는 소리가 와닿는다는 등의 소감에서 유해진 씨가 얼마나 핸드메이드를 진솔하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었다.
 

작업을 하다가 힘을 가득 주고 살아왔던 자신의 삶과 닮아있음을 느끼며 이야기하는 유해진 씨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작업을 하다가 힘을 가득 주고 살아왔던 자신의 삶과 닮아있음을 느끼며 이야기하는 유해진 씨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작업을 하다 줄톱이 끊어진 부분에서는 유해진 씨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그는 “연기할 때도 어깨가 딱딱하게 굳어있다. 왜 굳어있냐는 소리를 들었다.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힘 빼라고 하는데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며 “(삶의) 진리가 같이 도는구나”라고 말했다. 공방에서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면서 느낀 것도 있지만, 그 작품을 사용하는 자신의 삶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교훈도 얻은 듯했다.


작가의 V log를 보는 듯

이 프로그램에서 느낀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하면, 작가에게도 포커스를 맞췄다는 점이다. 그 공방에서 무슨 공예를 하는지 외에도 작가는 종일 어떻게 일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호스트가 배우 유해진이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작가에게 던지는 아재스러운 질문은 방송 촬영에 긴장한 듯 보이는 작가도, 시청자도 피식 웃게 만든다.
 

공방체험 외에도 작가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공방체험 외에도 작가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작가가 일하는 공방의 모습이나 삶까지 이끌어내서 나누는 일상의 대화가 많다. ‘눈 오는 날 작업하면 즐겁겠다’부터 시작해서, 작가가 작품활동을 시작하고, 어떻게 작품을 만드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각자의 직업이 다르므로 배우는 어떻고, 작가는 어떤지 고충을 물어보기도 한다. V log처럼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을 보면, 다큐멘터리를 보는지, 일상을 보는지 헷갈리게 하는 즐거움도 있다.
 

고범석 가구 디자이너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고범석 가구 디자이너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중간중간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도 나온다. 고범석 가구 디자이너는 의류 무역회사에 다니다가 건강을 해치는 등 번아웃이 와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가구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단순한 작가의 삶이 아니라, 사람에게 휴식도 필요하며, 좋아하는 취미와 활동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김종필 안경 디자이너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김종필 안경 디자이너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그가 만든 수제 안경. 수십 번의 줄톱 자국이 그대로 살아있다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그가 만든 수제 안경. 수십 번의 줄톱 자국이 그대로 살아있다 / KBS ‘아날로그 라이프 핸드메이드’ 방송 캡처

김종필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두고 ‘비싼 취미생활’이라고 했다. 자신만의 ‘위트’와 ‘유머러스함’을 담아서 그 안경을 쓴 사람들의 반응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작가가 20여 년 동안 한 가지에 몰두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며, 왜 그가 만든 안경이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지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했다(검색해보니 김종필 작가의 수제 안경은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이었다).

고범석 가구 디자이너가 한 말이 깊게 남는다. 좋은 가구가 무엇이냐고 했을 때, 제작자가 얼마나 그 가구에 고민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나무와 나무에 홈과 촉을 만들어 끼워 맞추는 가구를 만들지만, 그 가구를 사용할 사람까지 고려한다는 거니까. 가구도 짜 맞추지만, 사람의 마음도 짜 맞추는 셈이다. 왜 핸드메이드가 가치 있게 평가받아야 하는지를 느끼게 하는 말이었다.

혹시나 방송을 놓쳤다면, 21일에도 기회가 있다. 그때도 역시 유해진 씨가 직접 시계와 구두 공방을 방문해 직접 만든다고 하니 그의 유쾌한 체험을 지켜보면 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