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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전설이 사랑을 기념하는 날을 만들다, 발렌타인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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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전설이 사랑을 기념하는 날을 만들다, 발렌타인 데이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2.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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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은 발렌타인 데이다 /freepik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곧 있으면 발렌타인 데이다. 성 발렌타인 데이라고도 부르는 이 날은 매년 2월 14일 사람들이 기념하는 날이다. 성 발렌타인이라는 이름의 기독교 순교자를 기리는 작디 작은 서양 기독교의 잔칫날로 시작한 이 날은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낭만과 사랑이 넘치는 날이 되었고 중요한 문화적, 종교적, 상업적인 축제로 자리잡았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발렌타인 데이의 역사와 순교자들의 이야기는 아직 베일에 쌓여 있다. 다만 사람들은 2월이 사랑의 달이라는 것만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다. 사실 발렌타인 데이에는 기독교와 고대 로마 전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발렌타인이란 성인은 과연 누구였고, 그가 왜 이 문화에 관련되어 있는 것일까. 그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은 시간이 지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전설로 발전했다. 

연인들이 초콜릿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나누는 낭만적인 날, 평범한 사랑이 싹트는 날로 알려져 있는 발렌타인 데이에는 사실 한 성인의 이야기와 조금은 잔인한 전설들이 숨어 있다. 


발렌타인 데이의 유래

 

세인트 발렌타인 /clan

발렌타인 데이의 유래에는 세 가지 설이 있다. 첫번째로는 이날이 그리스도교의 성인 발렌티노(발렌타인은 영어 발음)의 축일이라는 설이다.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는 독신인 남자가 아내와 가족을 가진 남자보다 더 월등한 군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젊은 남성들의 결혼을 금지했다. 이 칙령의 불합리함을 안 가톨릭 신부 발렌티노는 클라우디우스에게 반항해, 비밀리에 젊은 연인들의 결혼식에 주례를 서 주었다. 

그러나 곧 발렌티노의 행위가 발각되고, 클라우디우스는 그를 처형할 것을 명령한다. 발렌티노는 로마 밖에서 클라우디우스 2세에 의해 참수당하는데, 이때 그가 죽은 날이 2월 14일이라는 것이다. 
 

발렌티노의 이 로맨틱한 문구는 지금도 발렌타인 데이에 널리 쓰인다 /flickr

또 하나는 발렌타인 데이가 발렌티노가 수감 중, 자신을 찾아온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 후 '발렌타인 데이'를 보냈다는 것에 착안해 나온 것이라는 설이다. 그가 죽기 전 그는 여자에게 오늘날에도 여전히 쓰는 표현인 'From your Valentine' 이라 서명한 편지를 써서 보냈다는 것이 전해진다. 이 또한 유래는 불분명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모두 발렌티노가 로맨틱한 인물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발렌타인 데이는 발렌티노를 기리기 위해 서기 496년, 교황 겔라시우스 1세에 의해 제정되며 사랑이란 관념이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레 번성하게 된다. 영국에서는 꽃과 초콜릿, 카드를 연인이 서로 교환하며 사랑을 표현하는 등 발렌타인 데이는 점점 더 성장했다. 오늘날 쓰는 발렌타인 데이의 기호는 하트 모양의 초콜릿, 날아가는 비둘기, 날개가 달린 큐피드 등을 주로 쓴다. 
 

'큐피드의 공장' 카드 /V&A

1797년, 영국의 한 종이 출판사는 '"The Young Man's Valentine Writer"란 제목의 책을 발행한다. 이 책에는 젊은 연인들을 위한 감상적인 구절들이 실려 있었으며, 인쇄 업체들은 낭만적인 구절과 그림이 그려진 카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1840년, 우편 요금이 인하되며 카드 발행 갯수도 늘었고, 발렌타인 카드는 사람들에게 익명으로 카드를 교환하는 것을 활발하게 만들었다. '큐피드의 공장' 이란 카드는 엄청난 생산량을 자랑했고, 약 3000여명 이상의 여성들이 제조업에 종사했을 정도로 발렌타인 데이 카드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발렌타인 데이의 또다른 유래, 루페르칼리아 축제


마지막으로, 발렌타인 데이가 발렌티노의 사망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는 믿음과 달리 이교도의 루페르칼리아 축제가 발렌타인 데이로 진화한 거라 주장하는 설도 있다. 루페르칼리아는 로마의 농업신인 파우누스뿐만이 아닌 로마를 세운 로물루스와 레무스에게도 바치는 축제였다. 

루페르칼리아는 해마다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열렸는데 악령을 피하고, 도시를 정화하며 시민들의 건강과 풍요를 빌기 위해 기념하던 날이었다. 그렇다면 로마인들은 이 날을 어떻게 보냈을까, 그 축제는 사람들의 벌거벗기, 채찍질 등의 기묘한 행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루페르칼리아의 한 장면 /WIKIMEDIA COMMONS
루페르칼리아, 채찍질을 하는 모습 /NovaRoma

이 날은 제물로 바쳐진 수캐와 숫염소가 제단으로 옮겨지면서 축제가 시작된다. 루페르칼리아 축제에서 숭배하는 루페르쿠스 신의 사제인 루페르키는 숫염소 가죽으로 만든 띠를 두르고, 동물들의 피로 이마를 닦은 다음 우유에 적신 털실로 그 피를 닦아낸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벌거벗은 채 팔란티노 언덕의 주위를 돌다 여자들을 만나면 가죽으로 된 띠로 여자들을 내리쳤다. 이 행동은 여자들이 아이를 많이 낳을 뿐 아니라 출산할 때의 고통도 덜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루페르칼리아 축제는 교황 겔라시오 1세가 루페르칼리아를 중단시키고, 성 발렌타인 데이로 선포하면서 이 과정이 발렌타인 데이의 유래라 보는 사람들도 있다. 즉 이교도의 휴일을 기독교의 휴일로 대체하려는 기독교 교회의 경향과 함께, 겔라시우스 교황이 루페르칼리아를 발렌타인 데이로 대체했다는 이 정보 또한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이전에 언급했던 다른 설들처럼 이 역시 전설일 뿐, 확실한 유래는 아니지만 다만 사람들이 조심스레 추측할 뿐이다. 


세계의 발렌타인 데이

 

장미꽃 부케 /unsplash

대만에서는 1년에 두 번, 2월 14일과 7월 7일에 발렌타인 데이를 보낸다. 남자들은 사랑에 빠진 여성에게 꽃으로 만든 부케를 준다. 꽃의 색과 수에 따라 전통적으로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하는데 빨간 장미는 단 하나의 사랑을, 99개의 꽃은 영원한 사랑을, 108개의 꽃은 '나와 결혼해 줄래?' 라는 의미를 뜻한다. 
 

Be My Valentine 문구가 적힌 카드 /freepik

미국의 발렌타인 데이는 연인끼리 축하하는 날이라기보다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카드를 보내거나 마음을 표현한다. 카드에는 'Be My Valentine'이라는 문구를 주로 새기는데 나의 발렌타인이 되어줘, 즉 소중한 사람이 되어 달라는 진심이 적힌 카드를 준비해 교환한다. 

영국에서는 인구의 절반 이하가 발렌타인 데이에 돈을 쓴다고 하는데, 매년 약 13억 파운드가 카드와 꽃, 초콜릿과 기타 선물에 쓰이며 약 2500여만장의 카드가 사람들에게 오간다고 한다. 영국에서 발렌타인 데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날로 마트에 가면 발렌타인 데이를 기념하는 스페셜 기프트들을 볼 수 있다. 또 마치 할로윈 데이처럼,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돌아다니면 어른들이 초콜릿과 캔디 등 군것질거리들을 아이들에게 준다고 한다. 
 

모리나가 제과의 초콜릿 /flickr

일본의 모리나가 제과는 1960년부터 발렌타인 데이 판촉 행사를 시작했는데, 이것이 기업 차원에서 벌인 최초의 발렌타인 데이 판촉 행사라고 한다. 모리나가 제과는 신문 광고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발렌타인 데이에는 초콜릿을 보내요”라는 광고도 게재했다고 한다. 기업 차원에서 발렌타인 데이 초콜릿의 원조라는 모리나가 제과는 영어로 'MORINAGA & CO., LTD'로 쓴다.

일본에서도 발렌타인 데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사귀는 연인을 챙기는 날이란 인식이 있다면 일본에서는 고백을 하는 날의 의미가 강하다. 사귀지 않아도 남자 친구들에게 '의리'라 적힌 초콜릿을 돌리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화이트 데이도 있다.

반대로 조금 특이하게, 발렌타인 데이가 금지된 나라도 있다. 자연스럽게 생겨나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즐기는 기념일을 금지한다니 2021년에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정말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01년부터 발렌타인 데이를 금지했는데, 다름아닌 이교도의 축일이라는 이유다.

발렌타인 데이를 축하하는 사람과 그 기간 동안 선물이 될 물건을 치우지 않은 상점을 잡아내기 위해 종교 경찰이 돌아다니며, 어기면 5년 이하 징역에 처하고 남녀가 같이 있으면 형량이 더 커진다. 그러나 다른 중동 이슬람 국가에서는 멀쩡하게 기념일을 챙기는 곳도 있어 시민들의 반발이 크다고 한다. 
 

이란의 세판다르마자간을 묘사한 그림 /persianwine

이란도 2011년에 발렌타인 데이를 금지했다. 그러나 이란의 젊은이들은 발렌타인 데이 대신 '세판다르마자간' 기간에 이성에게 꽃이나 초콜릿을 전한다. 이름만 발렌타인 데이가 아닐 뿐 의미는 비슷하다. 세판다르마자간은 2300년도 넘은 전통이고 기독교적인 발렌타인 데이보다 자신들의 전통적인 날이 낫다고 판단해 이란 정부에서도 인정해 주는 분위기라 한다. 


어쨌든 사랑스러운 날, 발렌타인 데이 

 

발렌타인 데이에 가장 많이 찾는 하트 모양의 초콜릿 /flickr

우리나라에서 발렌타인 데이는 다른 나라의 발렌타인 데이와 조금 다르다. 발렌타인 데이는 매달 14일을 기념하는 12개의 기념일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이 더 크다. 화이트 데이, 블랙 데이, 허그 데이 등 여러 기념일 중 하나지만 유독 발렌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에 온갖 선물이 오가는 반면 다른 기념일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번 발렌타인 데이는 조금 다를 전망이다. 마켓컬리가 지난 2월 1일~7일까지 발렌타인데이 기획전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판매량 상위 10위 내에 이름을 올린 상품들의 평균 판매 가격이 지난해 동일 기획전 대비 5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렇게 올해 발렌타인 데이 기획전에서 가성비를 갖춘 상품의 인기가 높게 나타나는 데에는 이번 발렌타인 데이가 설 연휴와 겹친 ‘설렌타인데이’라는 점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마켓컬리는 분석했다. 연인 간 선물 외에도 가족, 친척끼리 함께 즐기려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가격 부담이 덜하면서도 넉넉한 양을 갖춘 가성비 상품을 찾는 고객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꽃과 초콜릿은 발렌타인 데이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pixabay

현대의 발렌타인 데이는 낭만적인 커플의 사랑을 기념하는 날로도 쓰이지만, 다른 도시에서는 가족과 친구들 사이의 사랑을 표현하는 날로도 쓰인다. 어떤 나라의 발렌타인 데이 문화는 아이들을 위해 선물을 사고, 다른 나라의 발렌타인 데이 문화는 친구들 사이에 감사를 표시하는 날로 쓰인다.

이렇듯 다양한 의미로 쓰이며 세계의 보편적인 문화로써 자리잡은 발렌타인 데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날은 가장 흔한, 로맨틱한 사랑과 관련이 있는 날이 되었다. 매년 2월 14일엔 수백만 장의 발렌타인 데이 기념 카드가 사람들 사이에서 교환된다. 초콜릿이나 빨간 장미 한 송이, 감성 있는 메시지와 함께 커플들은 이번 발렌타인 데이에도 저마다 사랑스러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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