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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버닝, 나무를 태워서 그림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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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버닝, 나무를 태워서 그림을 그리다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1.28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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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생활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물건 중에서 플라스틱 다음으로 많은 것이 나무로 만든 것들이다. 큰 가구부터 수저, 작은 인테리어 소품까지 다양하다. 자연 그대로의 나무를 보면, 따뜻한 느낌이 전해져 두루 사용되는 것 같다.
 

위키미디어
우드버닝으로 그린 독수리 / 위키미디어

나무와 관련된 취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에는 나무를 깎아서 만드는 우드카빙이 인기였다. 그러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나무를 태워서 다양한 소품을 만드는 취미도 있다.

이름 그대로 ‘우드버닝’. 자연 그대로 나뭇결을 보는 것도 좋지만, 타버린 듯한 느낌 속에 살아나는 그림을 보면 또 다른 생명력이 더해진 듯하다.


나무에 불로 글씨를 새기는 공예

우드버닝은 파이로그라피(Pyrography)라고 알려져 있다. 펜촉처럼 날카로운 도구에 열을 가해서 나무를 종이 삼아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듯 자국을 내어 그리는 공예이다. 나무에 화상자국을 낸다고도 표현한다. 그도 그럴 것이 파이로그라피의 어원을 보면, 그리스어로 불이라는 뜻의 pur와 쓰기라는 의미의 graphos가 합쳐졌기 때문이다.
 

우드버닝을 만든 공예품 / flickr
우드버닝으로 만든 공예품 / flickr

파이로그라피는 17세기에 시작해 19세기에 가장 발달했다고 하지만, 파이로그라피스트인 로버트 바이어는 초기 인류가 불에 그을린 잔해를 이용해 물건을 만드는 등의 예술 형태를 보면 선사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도 한다.

이집트, 아프리카 부족 등의 문화권에서 파이로그라피를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중국이나 영국 등 각국의 문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이름으로 발전해왔다.

중국 한나라 때는 ‘불바늘 자수’로,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는 파이로그라피 기계를 발명하면서 이 공예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이 쏟아졌으며, ‘파이로그라피’라는 용어도 만들어졌다. 루마니아, 폴란드, 헝가리, 아르헨티나 등 남미와 유럽에서도 전통 민속예술로 발전하기도 했다.
 

인두기로 그림 그리는 모습 / flickr
인두기로 그림 그리는 모습 / flickr

19세기 말에는 건축가인 알프레드 스마트가 열이 가해진 백금연필에 벤졸린 가스로 펌프질해 수성페인트를 뜨겁게 칠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하면서, 나무에 색을 입히거나 코팅을 하고, 음영을 주는 등 이전에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해졌다. 20세기에는 전기 열선 기계가 개발되면서 파이로그라피 과정이 자동화되었다.

우드버닝은 사용되는 펜팁의 모양, 온도 또는 재료에 적용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색조와 음영을 얻을 수 있다. 디자인을 태운 후에는 종종 색을 칠하기도 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뜨거운 펜팁으로 세밀한 표현 가능

우드버닝은 ‘인두화’라고도 하는데, 사용하는 버닝기와 펜팁 외에도 인두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말로는 ‘pokerwork’라고도 하는데, 펜팁이나 인두기의 모양이 부지깽이(poker)와 닮아있어서다.
 

펜촉과 버닝기 / flickr
펜촉과 버닝기 / flickr

우드버닝에 사용되는 도구는 버닝기, 인두기, 토치 등 가열해서 나무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들과 버닝기에 끼워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굵기의 펜촉, 부드럽게 갈아낼 수 있는 사포, 칼 등이 있다.

인두로 우드버닝 작업하는 모습 / pixabay
인두기로 우드버닝 작업하는 모습 / pixabay

사용하는 도구를 크게 3가지로 구분하면, ▲고정된 온도에서 작동하는 납땜인두와 비슷한 솔리드 포인트 버너 ▲버닝기를 사용해 온도 조절이 가능하며, 교체 가능한 펜팁이 있는 와이어 펜촉 버너 ▲레이저로 나무를 절단하거나 그을려, 소프트웨어로 원하는 이미지를 그릴 수 있는 레이저 절단기 등이다.
 

pixabay
pixabay

주재료는 역시 나무다. 플라타너스, 참나무, 너도밤나무, 자작나무처럼 가벼운 목재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데, 단단한 활엽수이기 때문이다. 소나무 등의 침엽수나 박처럼 단단한 물체에도 우드버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MDF 등의 합판은 사용하면 안 된다. MDF는 나무의 섬유질이나 톱밥에 접착제를 섞어 열과 압력으로 가공한 것으로, 열기에 의해 독소 등 화학성분이 방출되거나 나무 파편이 나올 수 있어 위험하기 때문이다.


파이로그라피 삽화가, 마거릿 페니 이튼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예술가로 활동한 마거릿 페니 이튼(Margaret Fernie Eaton)은 수채화 외에도 우드버닝으로 그린 삽화가로 알려져 있다. 남편인 휴 이튼과 함께 장서표 등 여러 예술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마거릿이 우드버닝으로 그린 ‘자고있는 브룬힐드’(1902) / 위키미디어
마거릿 페니 이튼이 우드버닝으로 그린 ‘자고있는 브룬힐드’(1902) / 위키미디어

1871년 영국에서 태어난 마거릿은 미국 브루클린 J.B. Whitaker 아래에서 공부한 후, 뉴욕의 유명한 뉴욕 미술 학생 연맹에서 배움을 이어갔다. 그녀가 미술을 배웠던 스승에는 미국의 예술가였던 해리 모브레이와 화가이자 작가,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케니언 콕스가 있다.
 

마거릿이 그린 수채화 ‘Doing Her Bit’(1897) / 위키미디어
마거릿이 그린 수채화 ‘Doing Her Bit’(1897) / 위키미디어

본격적인 미술 활동을 시작한 마거릿이 1895년까지 그린 수채화는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이었다. 수채화 작가로서 “인간에게 드문 재능을 가졌으며, 해마다 발전하는 힘을 보여준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수채화만큼 그녀의 유명세를 높인 것은 파이로그라피다. 마거릿은 잡지 삽화에 파이로그라피를 사용한 최초의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는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frize’, ‘바다의 노래(Song of the sea)’다.
 

마거릿이 우드버닝으로 그린 ‘3월을 위한 노래’(1901). 프랭크 패링턴 시에 그려진 삽화다 / 위키미디어
마거릿이 우드버닝으로 그린 ‘3월을 위한 노래’(1901). 프랭크 패링턴 시에 그려진 삽화다 / 위키미디어

그녀의 남편인 휴 이튼은 예술 활동의 동반자로서도 맹활약했다. 부부는 브루클린 Valhall Studio에서 함께 공동 작업을 했으며, 책표지, 삽화, 파이로그라피 작품 등을 그렸다. 휴 이튼은 아내가 그린 삽화를 직접 출판하기도 했다. 오래도록 삽화와 이야기책을 그리던 그녀는 8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한국의 우드버닝, 낙화

우리나라에서 우드버닝은 ‘낙화(烙畫)’로 알려져 있다. 나무·대나무·상아 따위의 표면에 인두로 지져서 그린 그림 또는 그 기법을 말한다. 전해지는 사료에 따르면, 오세창의 ‘근역서화징’에서 안동 장씨라는 여성이 17세기에 낙화를 그렸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조선 말기 화가 박병수가 그린 ‘낙화 화조도 12폭 병풍’. 낙화로 유명세를 떨친 박창규의 손자다 / 국립중앙박물관
조선 말기 화가 박병수가 그린 ‘낙화 화조도 12폭 병풍’ 중 일부. 낙화로 유명세를 떨친 박창규의 손자다 / 국립중앙박물관

우리나라에서 낙화로 가장 유명했던 인물은 조선 후기 화가인 ‘수산(垂山) 박창규(朴昌珪)’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규경은 자신의 저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속 ‘낙화변증설(烙畵辨證設)’에서 박창규의 낙화를 두고 옛날부터 지금까지 가장 최고라는 뜻의 ‘고금제일(古今第一)’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그림 실력을 갖춘 박창규는 임금의 총애는 물론 중국의 사신까지 그의 낙화를 훌륭하다고 할 정도였다.
 

2019년 낙화장 보유자로 인정받은 김영조 씨 / 문화재청
2019년 낙화장 보유자로 인정받은 김영조 씨 / 문화재청

현재 낙화장(烙畵匠)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36호로 지정됐다. ‘낙화장’은 종이, 나무, 가죽 등의 바탕 소재를 인두로 지져서(烙) 산수화, 화조화 등의 그림(畵)을 그리는 기술과 그 기능을 보유한 장인을 말한다. 한국의 낙화 기법은 본래 전통 회화에 바탕을 두고 있어 전통 수묵화 화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인두로 수묵화 속 먹의 농담 등을 나타낸다는 점이 차별성이다. 그 때문에 인두와 불을 다루는 숙련된 손놀림과 미묘한 농담을 표현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지난 2019년에는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22호 김영조 씨가 낙화장 보유자로 인정받기도 했다. 김영조 씨는 낙화 유물을 포함한 다수의 동양화에 대한 모사를 통해 산수화‧화조화 등 전통 낙화에 대한 숙련도를 높이면서 낙화의 전승에 이바지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우드버닝 배운다

혹시나 우드버닝에 관해 관심이 생겼다면,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으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한다.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무료 온라인 평생학습 사이트 ‘지식(GSEEK)’에는 다양한 생활 취미 강의가 있는데, 최애정 강사가 운영하는 ‘나무에 그리는 휴식, 우드버닝’이라는 강좌가 있다. 최애정 강사는 유튜브 ‘러브애정 공방’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공예 활동을 가르치고 있다.
 

경기도 평생학습 사이트 지식 캡처
경기도 평생학습 사이트 지식 캡처

강좌는 6차시로 구성되어 우드버닝이 무엇인지, 도구는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동영상과 사진 자료 등으로 알려주며, 냉장고 자석, 문패, 도마, 액자 등의 공예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 직접 강의를 들어보니 세세한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아주 어려워 보이진 않는다.

우드버닝 관련 도구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으나 고가부터 저가까지 다양하다. 최애정 강사는 취미로 접근한다면, 다양한 온도 조절이 가능한 전문가용 버닝기와 기본 펜팁 2개와 0.7펜팁, 볼팁 정도가 있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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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불에 닿으면 타버리기 때문에 멀리해야 한다. 하지만 우드버닝은 서로 상극인 것이 합쳐진 멋진 공예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꿈보다 해몽이지만, 우드버닝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울 수도 있다. 자신을 태워 가면서 멋진 그림을 만들어내는 나무처럼, 양보할 것을 양보하며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달까.

우드버닝은 나무판과 버닝기가 있으면,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혹시나 집콕 취미생활로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면 도전해봐도 좋겠다.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화재 주의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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