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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사라질지도 모르는 장인(匠人)의 손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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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사라질지도 모르는 장인(匠人)의 손기술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1.01.25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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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대한민국’이라는 네 글자를 해외에 알리며 특출난 재능을 뽐내는 사람들이 있다. 김연아, 박태환 선수처럼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이 시상식 단상 가장 높은 곳에서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가 울려퍼진다거나, BTS처럼 세계에서 인정받는 빌보드 차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다거나 하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 등에서는 “국적이 대한민국인 게 단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종종 발견한다. 이들이 더 큰 능력을 펼칠 수 있지만, 문제가 생기면서 발목을 잡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비꼬는 말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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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었지만, 수공예 분야에서도 ‘장인’들을 보면 안타까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오래 보존되고 보전되어야 할 전통기술이지만, 어렵고, 힘들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단점 때문에 명맥이 끊기고 있다. 배우는 사람도 없지만, 전통과 장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본을 뒤흔든 칠예 장인, 전용복

전통공예 중에 어떤 것이 있느냐고 질문하면, 나전과 옻칠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전’은 ‘자개’라고 하면 더 이해가 쉬운데, 조개껍데기를 그림에 따라 잘라 붙이는 칠공예 기법을 말한다. ‘옻칠’은 이름 그대로 옻나무에서 추출한 옻액을 그릇이나 가구 등에 발라주는 공예다.
 

나전칠기로 만든 서함, 옻칠을 한 제기 / 위키미디어(이화여대박물관 소장품), 국립중앙박물관
나전칠기로 만든 서함, 옻칠을 한 제기 / 위키미디어(이화여대박물관 소장품), 국립중앙박물관

그 기법이나 공예품은 청동기 시대 또는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가치를 지금도 높게 평가한다. 빛을 받지 않아도 오묘하게 반짝이는 자개의 아름다움이나 나무 고유의 색을 살린 듯 고풍스럽게 옻칠이 된 그릇은 우리에게 이런 고유한 문화가 있음을 자랑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요즘 말하는 ‘국뽕’이 차오른다고 할까.

또한, 아름다움 외에도 조상들의 현명한 생활의 지혜도 엿볼 수 있다. 옻액에는 방수 효과도 있어 습기에도 강하고 잘 썩지 않는다. 오래될수록 단단해지는 성질도 있어 벌레를 방지한다. 그래서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인 이점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골동품’으로 취급받으며 길거리에 버려진 자개장롱을 보면, 전통기법은 물론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장인들이 오래 활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칠예작가 전용복 / 전용복 작가 공식 홈페이지
칠예작가 전용복 / 전용복 작가 공식 홈페이지

이런 와중에 해외에서 우리의 전통기술을 인정해주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인 1991년, 일본 도쿄의 메구로가조엔이라는 대규모 연회장 안의 5천여점의 옻칠 작품 복원을 맡은 이가 있었으니, 칠예작가인 전용복 작가다.

전용복 작가는 한 일본인이 찾아와 ‘오젠’이라는 밥상을 수리해달라고 부탁하면서 메구로가조엔에 대해서 알게됐다고 한다. 나전공예 기법으로 만들어진 밥상을 수리해주자 일본에서 만족해했고, 1000개의 같은 밥상을 수리해야 한다고 부탁한 것이다. 이 밥상이 메구로가조엔의 것이었다.
 

전용복 작가가 3년간 복원한 메구로가구인의 모습 / 전용복 작가 공식 홈페이지
전용복 작가가 3년간 복원한 메구로가조엔의 모습 / 전용복 작가 공식 홈페이지

1931년 메구로 지역에 건립된 메구로가조엔은 건물 자체를 예술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옻칠 작품이 있는 곳이다. 고위급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일본의 한 명문 가문이 지은 연회장으로, 천장부터 바닥까지 옻칠로 화려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유명한 애니메이션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 작품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로 끌려온 조선의 옻장이들이 만든 것들이었다. 이런 점이 전용복 작가를 움직였다고 한다. 지진과 홍수로 망가진 이 곳의 복원 공사 책임자를 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전용복 작가는 그날로 일본어를 배우며, 기술을 습득하면서 입찰에 참여했고, 3000여 명의 일본인 장인을 제치고 공사를 맡게 되었다.

그는 300여 명의 한국인 장인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3년동안 메구로가조엔의 옻칠 작품을 복원하면서 1조원을 사용해 화제가 되었으며, 그 과정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을 정도로 이슈가 되었다.
 

세이코와 협업한 옻칠 공예 시계 / 전용복 작가 공식 홈페이지
세이코와 협업한 옻칠 공예 시계 / 전용복 작가 공식 홈페이지

칠예작가로 명성이 알려진 전용복 작가는 2008년 다시 한번 일본기업과 협업하게 된다. 일본 시계 브랜드인 세이코는 명품라인인 크레도르에 ‘옻칠 공예 콜렉션’을 발표한다. 일본의 전통미와 장인의 옻칠 공예를 융합시켜 전통문화에 더 관심을 가지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전용복 작가는 이 시계를 만들기 위해 현미경을 이용했으며, 미세한 선을 표현하기 위해 숨을 참았을 정도로 몰두했다. 그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옻칠로 시계를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가 매우 험난한 창작과 예술의 길이었다”고 표현했는데, 이 말만 봐도 얼마나 집중했는지 알 수 있다. 이어 “만년을 가는 옻칠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을 약속하는 징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도 말했다.
 

2008년 당시 전용복 작가가 만든 크레도르 시계/ 일본 세이코 홈페이지
2008년 당시 전용복 작가가 만든 크레도르 시계 / 일본 세이코 홈페이지

일본에서도 전용복 작가의 능력을 얼마나 높이 평가했는지 알 수 있다. 세이코는 제품 출시 보도자료에서 “한국에서 일본으로 칠예 기능을 전해 승화시킨 옻칠 공예가 전용복 씨의 탁월한 공예기술과 수년 동안 크레도르가 쌓아온 시계 조립 테크닉이 고도로 융합되어 칠예의 바래지 않는 빛과 아름다룸을 두드러지게 한다”고 표현했다.

이런 가치를 제대로 알았기 때문일까, 이 시계는 당시 5250만엔으로 책정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면 8억 4천만원 정도 된다.

세이코와의 협업 이후, 전용복 작가는 국내 시계 브랜드와 옻칠로 만든 삼족오 무늬가 들어간 시계를 선보였지만, 크게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인정받지 못해도 해외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장인들의 모습을 보면 자랑스러우면서도 씁쓸하다.


샤넬 장식끈 장인에게서 배우는 열정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다가, 다큐멘터리 캡쳐를 보았다. 일명 ‘샤넬 장식끈 할머니 장인’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영상이다. 여성스러운 의상 중 하나인 트위드 자켓에 들어가는 장식끈을 손으로 직접 만드는 할머니인데, 전세계에서 유일하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1960년대 샤넬 트위드 수트 / 위키미디어
1960년대 샤넬 트위드 수트 / 위키미디어

트위드 자켓은 샤넬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코코 샤넬이 1923년 처음 선보인 정장이다. 재킷과 스커트로 구성된 수트는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가벼운 울이나 모를 사용했으며, 어깨 패드를 넣지 않았다. 또한 목부분을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둥그렇게 디자인했다. 여성들이 일상 생활을 할 때 신체 일부를 노출시키지 않도록 노력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런 자켓 테두리에 장식처럼 달려있는 끈은 독보적인 디자인이 되기도 했다.
 

단추가 달려있는 장식끈 / 샤넬 다큐멘터리 영상 캡쳐(https://youtu.be/HxgTKMuZ4OA)
단추가 달려있는 장식끈 / 샤넬 다큐멘터리 영상 캡쳐(https://youtu.be/HxgTKMuZ4OA)

이 영상에서 놀라웠던 점은 이 장식끈을 샤넬 내부에서는 그 누구도 만들 줄 모르며, 할머니 장인만이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상 캡쳐본을 보면, 할머니가 직접 장식끈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샤넬에서 보낸 옷감을 풀어헤치면서 실을 모두 뽑아낸다. 옷감에 섞인 실의 색이 다르기 때문에 다 풀어헤쳐야 그 비율에 맞게 끈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샤넬에서 보낸 옷감에서 실을 뽑아내는 할머니 장인 / 샤넬 다큐멘터리 영상 캡쳐(https://youtu.be/HxgTKMuZ4OA)
샤넬에서 보낸 옷감에서 실을 뽑아내는 할머니 장인 / 샤넬 다큐멘터리 영상 캡쳐(https://youtu.be/HxgTKMuZ4OA)

실을 다 풀어내면 우리나라의 베틀을 닮은 위빙기구를 이용해 실을 순서대로 꼬아가며 장식끈을 만들기 시작한다. 장인은 직접 망가진 기구를 고치면서 밤새도록 만든다. 70대의 노인이지만 안경하나 쓰지 않고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피곤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한계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며 쿨하게 일침을 던진다. 자신만이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피곤함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듯 말이다.
 

/ 샤넬 다큐멘터리 영상 캡쳐(https://youtu.be/HxgTKMuZ4OA)
작업을 하느라 굵어진 장인의 손 / 샤넬 다큐멘터리 영상 캡쳐(https://youtu.be/HxgTKMuZ4OA)

영상에서 장인은 끈을 꼬아 만들며 굵어진 손을 보여주며, “왜 요즘 아가씨들은 장식끈은 안 만들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샤넬 본사에서 장식끈 만드는 방법을 배우도록 직원을 보내지만, 배우다가 포기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을 보니, 기술을 전해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였을까. 자문자답이라도 하듯 할머니 장인은 영상을 통해 “나는 내 방법이 있지만, 5년, 10년, 50년 후에 누군가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말한다.

/ 샤넬 다큐멘터리 영상 캡쳐(https://youtu.be/HxgTKMuZ4OA)
밤새도록 작업에 몰두하는 장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샤넬 다큐멘터리 영상 캡쳐(https://youtu.be/HxgTKMuZ4OA)

할머니의 예언이 맞아 떨어진 것일까.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으며, 이 기술을 전승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해졌다. 멋진 기술이 오래 이어질 기회는 사라졌지만, 할머니 장인의 말처럼 새로운 방법을 찾아서 옛것을 살려내는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장인이라면 가져야 할 자세도 짧은 영상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한계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도, 피로함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열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걸 왜 해?’ 광고에 등장한 핸드메이드에 대한 시각

사람들은 장인들을 마주하게 되면, ‘멋지다’, ‘대단하다’라며 존중한다. 그들이 한 가지 분야에서 기술을 습득하며 손으로 작품을 만드는 전문가이자 예술가로 활동해 온 그 세월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경제적인 활동이 중요한 사회이기 때문에, 옛것인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은 힘들고 고달프다는 인식 때문이다.
 

네스카페 광고 영상 캡쳐(https://youtu.be/kn8QyBoaI14)
네스카페 광고 영상 캡쳐(https://youtu.be/kn8QyBoaI14)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주는 광고가 있다. 첫 번째 광고에서는 한 여성이 미니어쳐를 만들고 있다. 자신만의 취미생활에 몰두한 모습이 인상적인데, 크게 등장하는 카피 문구는 ‘그거 해서 뭐하려고?’라고 묻는다. 이어 들리는 목소리는 “활동적인 취미도 있잖아”라고 말한다. 다른 활동적인 취미생활도 많은데, 왜 그런 것을 만드냐는 잔소리처럼 들린다.
 

/ 네스카페 광고 영상 캡쳐(https://youtu.be/zM7grkCdVZs)
네스카페 광고 영상 캡쳐(https://youtu.be/zM7grkCdVZs)

두 번째 광고에서는 한 여성이 쇠를 달구고 망치질을 하고 있다. 무언가를 열심히 만드는 모습이다. 여기에서도 ‘요즘 누가 그런걸 해?’라는 카피 문구가 크게 등장한다. 이어 “너무 위험하지 않아?”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위험한 취미를 왜 하느냐는 식이다.

시끄러운 목소리가 줄어들고 “바깥의 소리는 잠시 줄이고, 마음의 소리를 따르다”라는 카피가 나온다.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즐기라는 의미다. 15초의 짧은 커피 브랜드 영상이지만, 핸드메이드에 대한 인식을 간결하게 잘 표현해낸 듯하다. 광고 카피가 씁쓸하지만, 자신만의 일에 집중하면 된다는 용기를 준다.

물론 요즘은 손으로 만드는 취미생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때라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공예와 장인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았으면 한다.


칠예작가 전용복이 2018년 포브스 코리아와 했던 인터뷰에 따르면, 그의 셔츠에는 ‘바꿔야 전통이다’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전통을 이어오는 것은 필요하지만, 전통도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2019년 엘리베이터 문에 옻칠과 자개 장식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전통의 한계를 ‘변화’로 깨부순 것이다.

‘한계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프랑스 할머니 장인의 말처럼, 우리 문화도 한계가 생기기 전에 장인의 열정을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사람과 기술이 나타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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