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03-08 20:45 (월)
[우리가 몰랐던 한복이야기] 레이어드의 미학
상태바
[우리가 몰랐던 한복이야기] 레이어드의 미학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1.01.14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복의 다양한 레이어드룩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개성이 중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레이어드룩은 다양한 모습으로 연출된다. 레이어드룩은 옷을 여러 겹 겹쳐서 입는 코디를 말하는데 실제 패션 용어로도 흔히 사용되고 있다.

여러 벌의 옷을 조화롭게 겹쳐 입는 것은 한 가지 의상만으로는 표현될 수 없는 개성을 드러내기에 좋은 착장 방식이다. 흔히 이 레이어드룩을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과거에는 다소 레이어드를 과감하게 시도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패셔니스타의 전유물이라 여기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흔히 맨투맨이나 셔츠 아래에 목폴라를 받쳐입기도 하는데 이 역시 일반적으로 시도하기 어렵지 않은 레이어드룩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조상의 의복인 한복에서도 이 레이어드룩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 우리는 이 레이어드룩이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먼저 짚어봐야 한다.
 

레이어드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한복 /픽사베이
레이어드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한복 /픽사베이
조끼 형태의 전통 배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오간자 셔츠와 레이어드한 모습 /윤미지 기자

레이어드룩은 현대패션에서 1970년대 중반부터 유행했다. 보통 옷을 겹쳐 입는다는 것은 보온 기능을 위한 경우가 많았지만 레이어드룩은 조금 다르다. 보온을 위해 착용하는 내의의 경우엔 완벽하게 겉옷에 숨겨지도록 입는다. 밖으로 보이는 외출복이 아닌 실내복의 개념이 크며 속옷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레이어드룩은 안에 받쳐 입는 내의의 정의를 완전히 뒤집는다. 70년대 중반의 레이어드룩은 안에 입은 옷이 겉으로 보이도록 꺼내서 입곤 했다. 주로 긴 소매의 상의 위에 베스트 형식의 조끼 니트를 입는다거나 반소매 니트 혹은 재킷을 걸치기도 했다.

레이어드룩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청년의 사상적 변화에서 기인한다. 미국과 유럽의 60~70년대는 히피룩, 보헤미안 스타일 등 빈티지한 패션이 유행했다.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청년의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하는데 이들의 반 부르주아적 태도와 사상이 외적인 모습에도 그대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폐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히피족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50년대 후반부터다. 반체제 주의를 주장하는 청년운동에 근거하여 그들은 일관된 모습의 기성복을 기피하고 패션에서도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이들은 치렁치렁하고 화려한 패션을 선보였으며 나팔바지, 술이 달린 조끼, 청키한 신발, 주름 장식 등이 이를 대표한다.
 

히피룩 스타일 /픽사베이
자유주의를 표현하는 히피풍 스타일 /픽사베이

21세기에 들어서 히피룩은 복고풍의 이미지를 강하게 입는다. 레트로 패션의 대표격으로 가리키기도 하며 과거를 전혀 경험해보지 않았으나 그 문화에 매료된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는 뉴트로 패션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도 히피풍 디자인은 꾸준히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소재다. 이는 그 시대 청년의 자유주의와 그로 인해 기성복을 기피하는 태도에서 발생한 다양한 의복의 활용이 많은 요인 중 하나라 생각할 수 있다. 그 시대 청년은 기성복의 경직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치렁치렁하면서도 장식적인 느낌의 조끼를 겹쳐 입고 보헤미안풍의 겹겹이 레이어드된 치마를 즐겨 입었다.


한복의 다양한 레이어드룩

신기하게도 이 레이어드룩은 조선시대 한복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그 시작은 전혀 다르다. 주로 보온의 목적과 장식적 의미를 담고 있는 레이어드룩이 다수인데 안에 겹쳐 입은 의복이 밖으로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의복을 겹쳐 입는다는 특성상 홑겹의 옷보다 훨씬 장식적 요소가 많은 것은 물론이다.

조선 시대 한복 중 레이어드룩이라고 하면 가장 흔하게 ‘배자’를 떠올린다. 배자는 소매가 없는 상의 디자인으로 지금으로 치면 조끼와 비슷하다. 과거에는 저고리나 적삼 위에 겹쳐 입었는데 소매가 없이 겨드랑이 부분이 터져있는 모습이다. 옷의 본체가 되는 몸통 부분의 앞길과 뒷길만 있고 소매, 섶, 고름 등이 없는 디자인으로, 깃의 모양도 일반 저고리랑은 다르게 맞닿아있다. 배자는 남녀 모두가 착용했던 평상복 중 하나로 조선 후기 화가 김홍도의 단원풍속도(檀園風俗圖)에서도 이를 발견할 수 있다.
 

과거 조상은 보온의 목적을 위해 털 배자를 겹쳐 입었다 /국립민속박물관
과거 조상은 보온의 목적을 위해 털 배자를 겹쳐 입었다 /국립민속박물관
양털을 덧댄 배자 /국립민속박물관
양털을 덧댄 배자 /국립민속박물관

현대의 한복 중 배자 착용은 계절감을 드러내는 것에 목적이 있다. 과거 조상들이 방한 목적으로 배자를 입은 것과 비슷한데 가족 행사나 특별한 이유로 한복을 착용할 때 그 시기가 동절기에 해당하면 배자까지 갖춰 입는 경우가 다수다. 현대의 한복 착용에서 여름에 배자를 입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과거에는 여름에도 얇은 모시나 삼베로 배자를 지어 입기도 했다.

여러 기록 중에 독특한 것은 배자라고 불리는 것이 조끼의 형상을 가지고는 있었으나 종종 장배자, 단배자로 구별을 하는 경우가 존재했다고 한다. 장배자에는 소매가 달렸다는 기록도 있다 보니 사실 배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복을 가리키는지 미스터리한 요소가 있는 것이다.

유물의 연도를 보아서는 우리 조상의 배자 착용이 꽤 일찍부터 이뤄졌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정확한 유래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알려진다. 단지 통일신라 시대 때 ‘배당’이라는 소매가 없는 상의가 존재했는데 조선 시대의 배자가 여기서 내려왔다고 보지 않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배자의 형태가 의외로 다양했기 때문에 그 유래를 밝히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포인트는 조상의 레이어드룩을 살펴볼 때 조선 시대 배자 그 이전에 통일신라 시대의 배당이 존재했다는 내용이다.

배당은 소매가 없는 상의라는 점에서 형태 면에서는 배자와 어느 정도 유사성을 보인다. 흥덕왕의 복식금제에서 배당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데 여자의 배당은 제작 단계에서 직물 사용에 제한이 내려졌다고 한다. 통일신라시대의 복식금제는 우리나라 최초의 복식 규제로 사치를 줄이고 지위에 따라 의복의 모습을 다르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신분 그리고 성별을 구분해서 의복의 직물이나 문양, 색, 장식 등을 규제하는 내용에 배당이 포함된 것이다.

배당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같은 신라 시대의 복식 중 ‘반비’ 역시 레이어드 디자인에 속한다. 반비는 민소매가 아닌 반소매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단의 위에 입는 웃옷이다. 자연스럽게 반비를 걸치면 단의의 소매가 일정 부분 노출되는 디자인이라 볼 수 있다. 통일신라 시대 여인은 단의 위에 반비를 입고 또 그 위에 머플러 형식의 영포를 두르기도 했다.

과거 조상의 한복 중 레이어드 패션은 상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조선 전기의 여인들이 입었던 치마에서도 레이어드룩을 발견할 수 있는데 ‘전단후장형 치마’가 이에 속한다. 전단후장형 치마는 말 그대로 겉치마가 앞은 짧고 뒤는 긴 형태를 말한다. 치마의 앞부분을 원하는 만큼의 길이로 줄이기 위해 접어서 침선했다.

이외에도 조선 전기부터 중기까지 유행했던 ‘접음단 치마’ 역시 레이어드룩의 형태를 띠고 있다. 전단후장형 치마가 앞은 짧고 뒤는 긴 모양으로 만들어졌다면 접음단 치마는 아예 겉치마가 되는 부분의 밑단을 전체적으로 접어 올려 속치마의 아랫단을 보이도록 제작했다. 전체적으로 치마가 이중의 단으로 보이는 것이다.
 

전단후장형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의례용 치마 /국립민속박물관
전단후장형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의례용 치마 /국립민속박물관
접음단 형태의 치마, 의례용 치마 /국립민속박물관
접음단 형태의 치마, 의례용 치마 /국립민속박물관

이 전단후장형 치마와 접음단 치마는 주로 예복용으로 구분이 된다. 우리가 흔히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스란치마 역시 예복용 치마로 분류할 수 있는데 아랫단에 금박으로 장식한 단이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이 금박의 장식을 스란단이라고 한다. 계급에 따라 스란단의 무늬를 다르게 해서 입을 수 있었다.

스란단을 하나 댄 것은 스란치마로 소례복으로 주로 착용했으며, 2층으로 댄 건은 대란치마라 부르며 대례복으로 사용됐다. 본래 궁중 여인들의 복장으로 이를 사극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접한 이가 다수일 것이다. 스란치마는 다른 치마에 비해서 굉장히 폭이 넓고 땅에 닿도록 길게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매체를 통해 많이 접하는 스란치마는 다홍색이나 남색 소재다. 혼례 시 안 치마로 남색의 스란치마를 입었고 그 위에 홍색의 대란치마가 겉치마 역할을 했다. 자연스럽게 안쪽의 남색 스란단이 밖으로 노출되는 형태로써 착용이 된 것이다. 비록 이 스란단 치마 자체가 레이어드형태라고 볼 수는 없으나, 때에 따라 착용 단계에서 이를 레이어드식으로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과거 조선의 여인들이 주로 치마 단에 장식적 요소를 추가하여 입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궁중 복식 중 찾아볼 수 있는 ‘전행웃치마’는 스란치마 위에 덧대어 입는 의복으로 현대의 레이어드룩의 표현과 상당히 비슷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전행웃치마는 조선 왕실과 황실의 여성이 대례복을 갖춰 입을 때 덧입었던 세 가닥 치마다. 착용하면 세 가닥의 치마 형태가 앞, 뒤로 독특하게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전행웃치마의 의의는 레이어드룩과 다르지만 아래 받쳐 입는 스란치마와 장식적으로 조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형태 면으로 볼 때 비슷한 면이 많다.
 

전행웃치마 /국립고궁박물관
전행웃치마 /국립고궁박물관

그 외에 조선 시대의 상류층 부녀들이 입었던 ‘무지기 치마’도 레이어드룩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지기 치마는 앞서 설명했던 두 가지 치마와는 조금 다른 점을 가진다. 전단후장형 치마와 접음단 치마는 겉치마였지만 무지기 치마는 속에 입는 내의 형태의 속치마였다. 겉치마를 조금 더 풍성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이 무지기 치마를 속에 받쳐 있었던 것이다.

무지기 치마는 서로 다른 길이를 가진 치마를 허리에 달아 단마다 층이 지도록 만든다. 층의 수에 따라 종류가 다양했는데 3합부터 5합, 7합 등 다양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고 각 단마다 채색하는 경우도 있었다.
 

광복이후 무지기치마 /국립민속박물관
광복이후 무지기치마 /국립민속박물관

현대에 와서는 이 무지기 치마를 리디자인해서 겉치마 형태로 새롭게 제작한 한복도 찾아볼 수 있다. 그 외에도 현대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레이어드 한복 치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여러 겹이 레이어드 된 한복 치마의 경우 한층 치마를 풍성하게 보이도록 하고 한국적인 곡선의 아름다움을 살려 제작된다. 풍성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패션 화보에서도 활용되고 있으며 사극 드라마, 영화에서도 레이어드 한복을 착용하는 경우가 있다.


한복이 가진 레이어드의 미학

우리나라 전통 한복은 현대에 들어서 여러 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리디자인 되고 있다. 그만큼 의복의 종류가 다양하고 디자인적으로도 풍부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복은 그 자체로 레이어드룩이다. 조선 왕실 여인의 옷차림을 살펴보면 이 많은 의복을 다 입고 어떻게 생활을 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많은 종류의 옷을 겹쳐 입는다. 속속곳부터 단속곳을 갖춰 입었고 치마를 풍성하게 하기 위해 입는 무지기치마부터 대슘치마, 겉치마로는 스란치마와 대란치마 등 하의로 입는 것만 해도 그 종류가 어마무시했다. 상의로 저고리와 당의까지 입고 나면 그 위에 별의를 걸치고 또 치마의 장식적 역할을 하는 전행웃치마를 입는다. 이외에도 착용하는 의복과 장신구가 더 있으니 레이어드의 정수라고 표현할 수 있다.
 

레이어드의 미학이 느껴지는 현대 한복 디자인 /아랑한복
레이어드의 미학이 느껴지는 현대 한복 디자인 /아랑한복

한복은 레이어드의 미학이 잘 표현된 전통의상이다. 신분과 성별에 따라 의복 종류와 이를 입는 방식의 차이는 존재했지만 여러 겹을 겹쳐 입는 방식은 대체적으로 비슷했다. 우리 조상은 과거부터 염색이나 금박 사용, 여러 가지 장신구 외에도 옷을 겹쳐 입는 것으로 남다른 디자인성을 표현하기도 했던 것이다.

어쩌면 레이어드룩이 현대에 와서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여긴다면 이는 큰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한복의 종류와 역사 속에 더 다양한 현대의 모습이 녹아있을지도 모른다.

 

참고 자료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참고 서적 : 아름다운 한국복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