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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조각 공동체가 만든 자연 그대로의 예술, 쇼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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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조각 공동체가 만든 자연 그대로의 예술, 쇼나 조각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1.25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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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나 조각 /flickr
쇼나 조각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현대 아프리카 조각은 많은 부분에 있어 전통적인 뿌리를 보존하고 있다. 식민지 이전 시대엔 예술적 소질을 갖추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기능적, 미적, 의식적인 목적을 가지고 섬유, 나무, 돌과 같은 다양한 천연 재료로 여러 작품을 만들었다. 쇼나 조각은 1950년대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조각 공동체인 '텡게넨게'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현대 조각을 의미한다. 

쇼나 조각은 대표적인 제3세계 미술로 꼽히며, 쇼나는 짐바브웨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부족 이름이다. 짐바브웨 역시 '돌로 지은 집'이란 뜻으로 돌과 인연이 많은 나라다. 특히 쇼난 조각은 돌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정과 망치 등 전통적인 도구만 이용해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돌 그 자체에 영혼을 불어넣는 자연의 조각이라는 점에서 서양의 조각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한 조각 공동체에서 시작된 쇼나 조각

프랭크 맥퀸 /antiquarianauctions.com
프랭크 맥퀸 /antiquarianauctions.com

1950년, 로디지아(지금의 짐바브웨) 정부는 서양의 미술을 들여올 목적으로 짐바브웨 내셔널 갤러리 설립을 추진하며 프랑스에서 여러 미술가들과 친분이 있었던 프랭크 맥퀸을 초대 고문으로 위촉했다. 로디지아 정부는 맥퀸이 유럽 미술의 세련미를 들여오는 것을 기대했고, 후원자들은 더 많은 예술을 접할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맥퀸은 그런 기대와는 달리 자유로운 토착 예술 운동을 장려하는 데 신경을 썼다. 

1957년, 큐레이터이자 디렉터였던 프랭크 맥퀸은 짐바브웨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토마스 무카롭과를 만나 이 분야에서 경력을 쌓을 것을 권유했다. 후에 무카롭과는 맥퀸을 두고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멘토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맥퀸은 조각가들에게 그들의 문화를 반영한 여러 작품들을 만들도록 했다. 설립된 워크샵과 여러 학교들은 더 많은 예술가들을 끌어모았다.

이들 중 여러 예술가들은 초기 선교 학교에서 예술 훈련을 받거나 이미 재능이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이 예술 운동은 천천히 진행되다가 1966년 남아프리카 태생의 백인 농부였던 톰 블롬필드에 의해 큰 변화를 맞게 된다. 텡게넹게 담배 농장 주변에는 때마침 조각에 적합한 사문암이 광범위하게 매장되어 있었다. 조각가였던 블롬필드는 자신의 땅 사용을 허락했고 새로운 조각가들을 맞아들여 일종의 작업 예술가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주 수입원이었던 담배가 더는 충분한 수입을 창출할 수 없었던 상황에 일어난 일이었고, 우연찮게도 당시 텡게넹게는 '시작의 시작'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했다. 마치 이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작을 환영하는 것처럼 맞아떨어진 셈이다.  

쇼나 조각 /flickr
쇼나 조각 /flickr
쇼나 조각 /인투아트
쇼나 조각 /인투아트

맥퀸은 쇼나인들의 예술적인 재능을 발견했고, 이를 격려했다. 미술관 내 작업장을 설치하고 재능있는 사람들에게 페인팅과 조각을 하도록 시켰다. 워크샵에 소속되어 있었던 조각가들은 1969년 뉴욕의 현대미술관, 파리의 현대미술관과 로댕미술관 전시에 참여했으며 이를 통해 쇼나 조각은 서구 미술계에서 매우 격조 있는 조각 예술로 인정받게 되었다. 맥퀸은 평소 아프리카의 작품의 훨씬 우수하며, 유럽인 가운데 이 정도 수준의 예술가가 있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당시 '쇼나 조각 운동'은 르네상스, 예술 현상, 기적 등으로 묘사되곤 했다. 비평가들과 수집가들은 그동안 조각 유산도 없었고, 시각 예술은 메마른 것처럼 묘사되었던 그 아프리카 지역에서 어떻게 이런 예술 장르가 자발성, 독창성을 갖고 발전할 수 있었는지를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로디지아는 조각품들이 국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공개되는 것을 막았지만 맥퀸의 노력 덕분에 쇼나 조각들이 여러 미술관에 전시될 수 있었다.

이들의 작품이 점저 널리 알려지자 맥퀸은 이들의 작품이 상업화되는 것을 경계해 따로 자비를 들여 예술인 마을을 만들어 예술가들을 후원했다. 이 시기 조각들은 예술가들의 기술, 표현력, 더 단단하고 다양한 돌의 사용 등을 볼 수 있었으며 '쇼나 조각 운동'은 맥퀸을 비롯한 많은 후원자들과 지지자들 덕분에 발전해 갔다.  

쇼나 조각 /flickr
쇼나 조각 /flickr

현대의 쇼나 조각은 이 '쇼나 조각 운동'으로 시작된 전통이 진화한 것이며, 쇼나족의 관계와 이전에 없었던 방식으로 작품을 창조해낸 사람들의 열정은 여러 조각의 생산과 그 조각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도 커다란 자극을 주었다. 프랭크 맥퀸과 여러 예술가들, 박물관에서의 전시 등 여러 노력으로 이 운동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맥퀸의 노력은 짐바브웨 내셔널 갤러리 설립으로 이어졌고 그들의 예술을 통해 쇼나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으며 쇼나 예술가 1세대들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짐바브웨의 독립 이후 쇼나 조각 운동은 다시 발전하기 시작했고 텡게넹게는 짐바브웨 조각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이미 내전 이전에 텡게넹게를 떠났던 실베스터 무바이, 헨리 문야라지 등의 유명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업장을 만든 후였다. 텡게넹게의 조각 마을은 다른 재능 있는 조각가들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새로운 조각 세대들을 탄생시켰다. 이곳의 예술 워크샵은 짐바브웨 내셔널 갤러리와 함께 다시 문을 열었고, 맥퀸이 떠난 이후 로이 구스리가 디렉터가 되어 다른 나라에서 쇼나 조각 전시회를 열었다. 

차풍구 조각 공원에서 볼 수 있는 쇼나 조각 /flickr
차풍구 조각 공원에서 볼 수 있는 쇼나 조각 /flickr

이후 하라레 도심에서 동쪽으로 8km 정도 떨어진 곳에 차풍구 조각공원이 지어진다. 이곳은 짐바브웨 내셔널 갤러리와 더불어 짐바브웨 조각 예술의 진수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잔디밭과 미술관에는 수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실내에 전시되어 있는 조각들은 대개 판매용으로 전시되어 있다. 

1990년대 쇼나 조각은 짐바브웨와 해외 모두에서 활발하게 판매되며 전성기를 맞는다. 네덜란드 와게닝겐에서 열린 전시회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톰 블롬필드가 조각한 쇼나 조각과 텡게넹게 예술가들의 조각품들이 사람들에게 소개되었다. 곧 서유럽의 여러 전시회에서도 그들의 작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이후 전세계에 있는 여러 작은 갤러리에서도 쇼나 조각을 볼 수 있게 된다. 

치퉁기자 예술센터, 작업중인 조각가들이 보인다 /Zimsculpt 유투브
치퉁기자 예술센터, 작업중인 조각가들이 보인다 /Zimsculpt 유튜브

현재 짐바브웨의 쇼나 조각은 1세대부터 대를 이어 가족 단위로 작업장을 만들어 활동을 하거나, 여러 조각가들이 치퉁기자 예술센터에 모여 작품을 만들고 있다. 치퉁기자 예술센터는 신흥 예술가들과 함께 다양한 아프리카의 예술, 음악, 예술품들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현재는 짐바브웨의 열악한 경제 상황과 최근의 인플레이션 등으로 짐바브웨 예술가들은 예술이 아닌 전업으로 조각을 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한다. 유명한 조각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조각가들은 예술보다는 생계를 위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예전 전통적으로 수작업으로만 이루어지던 작업도 이제는 기계를 이용해 조각하는 경우도 많다. 

스프링스톤으로 만든 쇼나 조각 /neuerraum.com
스프링스톤으로 만든 쇼나 조각 /neuerraum.com

여러 돌 중에서도 스프링스톤은 조각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어두운 색을 띠며 밀도가 높아 윤이 나게 닦아 작업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어두운 스프링스톤으로 작업한 조각은 밝은 환경에서 전시될 때 상대적으로 대비를 이뤄 큰 무게감과 존재감을 주기 충분했다. 그 외에도 짐바브웨에는 매우 다양한 원석이 생산되는데 오팔스톤, 백운석, 레오파드락, 사문석, 코발트스톤, 버터제이드, 라피도라이트를 비롯해 원석의 특징과 색감에 따라 200여가지의 원석이 쇼나 조각에 활용되고 있다.

버나드 마테메라의 쇼나 조각 /flickr
버나드 마테메라의 쇼나 조각 /flickr
버나드 마테메라의 쇼나 조각 /flickr
버나드 마테메라의 쇼나 조각 /flickr

쇼나 조각으로 유명한 1세대 작가들은 버나드 마테메라, 헨리 문야라지 등을 들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목각에 재능을 보였던 버나드 마테메라는 텡게넹게 담배 농장에서 운전 기사로 일하다가 톰 블롬필드가 예술촌을 세우자 그곳에 합류하게 된다. 초기부터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한 재능을 엿보였고 스스로 조각을 터득해 한번 작업에 몰두하면 끝날 때까지 하루종일 몰두했다고 한다. 텡게넹게 출신 조각가들 중에 단연 천재라 하는 사람을 뽑는다면 버나드 마테메라와 헨리 문야라지라 할 정도라고. 

헨리 문야라지의 쇼나 조각 /flickr
헨리 문야라지의 쇼나 조각 /flickr
헨리 문야라지의 쇼나 조각 /sangoartgallery
헨리 문야라지의 쇼나 조각 /sangoartgallery

헨리 문야라지는 어느날 숲을 걷다가 망치질 소리를 듣고 소리를 따라갔다가 텡게넹게 예술촌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정과 망치로 조각을 하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 부인에게 자신은 조각가가 될 것이라 말했다고. 예술촌에 합류한 그는 다음 날부터 조각을 시작했고, 당시 텡게넹게 조각가들이 버나드 마테메라나 레만 모세 등 유명 조각가들의 스타일을 모방했던 반면 그는 혼자 작업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세웠다. 그는 아무 돌이나 고르지 않고 마치 신이 깃들어 있을 법한 돌을 골랐다고 한다. 조각 작업 또한 돌 속에 갇혀 있는 신을 해방시키는 일이라 생각했다.

현재 짐바브웨에는 조각가들이 수천 명이 있으며, 주로 작은 지역 사회 단위로 작업을 한다. 돌의 대부분은 조각가들이 사는 마을과 작업장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채석한다. 예술가들은 작업을 할 때 밑그림이나 스케치를 하지 않는데, 이미지가 돌 그 자체이거나 자신들만의 영적 세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헨리 문야라지는 '조각은 이미 돌 안에 있다. 난 그냥 그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 뿐이다'라고 말했다. 

쇼나 조각 /flickr
쇼나 조각 /flickr
작업중인 조각가들 /Zimsculpt 유튜브
작업중인 조각가들 /Zimsculpt 유튜브

도구와 작업 방법에는 전동 공구가 종종 사용되지만 대부분 전통적인 수작업으로 조각한다. 작은 조각은 완료하는 데 몇 주가 걸리며, 더 큰 조각은 몇 달이나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망치와 끌은 원석을 조각하기 위한 기본 도구이며 줄은 세심한 조각을 하는 데 필요하다. 표면은 줄과 미세한 사포를 사용해 부드럽게 만들며, 조각의 점무늬는 망치를 사용해 돌을 여러번 타격해 만든다.

연마는 마지막 단계로 우선 열을 가해 왁스를 바른다. 이 작업은 돌의 색상을 뚜렷하게 하고 풍화로부터 보호한다. 보조나 견습생은 샌딩이나 왁싱 등의 마지막 손질을 맡고 조각의 전체적인 작업은 오롯이 예술가들의 손길로만 이루어진다.  

러브모어 본지시의 쇼나 조각 /창원문화재단
러브모어 본지시의 쇼나 조각 /창원문화재단

우리나라에서도 쇼나 조각 관련 전시회들이 꾸준히 열리고 있다. 2017년 '영혼의 울림-쇼나 조간전'이 창원성산아트홀 제1전시실에서 열렸고, 작가 15명의 작품 60여 점이 전시되었다. 2019년에는 '아프리카 쇼나 조각전'이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렸다. ‘아프리카 쇼나 조각’전시는 쇼나조각의 진면목을 국내에 소개해 오고 있는 인투아트의 개관 17주년을 기념해 7명의 작가 작품 60여 점이 전시되었다.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조화, 쇼나 조각

텡게넹게의 쇼나 조각 /Mobemaja 유튜브
텡게넹게의 쇼나 조각 /Mobemaja 유튜브

쇼나 조각은 대표적인 제3세계 미술로 추앙받는다. 돌의 본성에 대한 영적 접근을 통해 아프리카 토착 문화의 역동적인 생명력을 표현하면서도,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조화까지 아우른다. 자연을 중요시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꾀하면서도 인간과 인간의 조화, 전통과 현대의 조화 등 돌을 통해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순수함을 이끌어낸다는 호평을 받는다.

쇼나 조각은 피카소, 마티스 등 현대 미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피카소는 쇼나 조각에 영감을 받아 큐비즘(입체주의)을 창시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록펠러, 로스차일드가, 찰스 왕세자 등이 쇼나 조각의 대표적인 애호가들이라 알려져 있다. 한 이국인은 짐바브웨의 한 조각 공동체와 만나 예술가들의 영혼을 깨웠다. 재능있는 예술가들의 손에 의해 태어난 작품들은 세계로 퍼져나가 '쇼나 조각파'로 인정받으며 지금도 현대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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