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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본뜬 왕실의 유물이 사람들에게 복을 전하다,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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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본뜬 왕실의 유물이 사람들에게 복을 전하다, 우정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1.01.04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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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문화재청
우정의 뚜껑에 새겨져 있는 ‘牛’ /국립고궁박물관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최근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2021년 소띠 해(신축년)를 맞아 조선시대 농경 사회에서 중요한 노동력이자 재산이었던 소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우정牛鼎’을 이 달의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정하고, 4일부터 유투브에 공개했다. '우정'은 소의 머리와 발굽 모양을 한 세 개의 발과 두 개의 손잡이가 달린 제기용 솥으로, 뚜껑에도 소를 뜻하는 한자인 ‘牛’자가 새겨져 있다.

우정은 양정, 시정과 함께 조선시대의 주요 국가제례를 거행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취기(음식을 삶거나 끓이는데 사용하는 그릇)였다. 이에 따라 '세종실록오례의' 와 '국조오례서례', '경모궁의궤' 등 역대의 전례서와 다수의 의궤들에서도 우정, 양정, 시정의 내용을 다양하게 수록하고 있다. 


종묘제례에 주로 쓰인 제기, 우정 


종묘제례는 조선 왕조 시기 조상들에게 바치는 유교 의례를 칭한다. 조상의 영혼이 쉬고 있다 여겨지는 사당인 종묘에서 시행하며, 왕실에서 거행되는 장엄한 국가 행사 중 하나였다. 제례는 왕이 향을 피워 신을 맞아들이고 음식과 고기를 대접한 후에, 술잔을 올리고 제사에 사용한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그 후 고기나 과일을 상에서 거두고 조상신을 보내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제례에 쓰인 여러 음식들 /국립고궁박물관 공식 유투브

종묘제례는 가장 큰 국가 행사 중 하나였던 만큼 규모가 매우 컸고, 많은 음식을 준비했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제기에 담아 올려야 했다. 용도에 따라 술과 물을 다루는 데 쓰이는 제기, 제물이나 제찬 같은 재료를 담는 제기 등으로 나누었다. 

종묘제례에 사용되는 제기로는 고기를 담는 조와 생갑, 땅과 물의 산물을 담는 변과 두, 고깃국을 담는 등과 형, 곡식을 담는 보와 궤 등이 제사상에 올려졌다. 그밖에도 등, 찬반, 작, 확, 우정 등 다양한 종류의 제기가 있다. 종묘 제향에 사용되는 제기는 역대 국왕과 왕비의 신명에게 바치던 기물이었기에 조선 초부터 정성껏 관리되었다. 

발 모양이 소 모양으로 되어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우정은 소의 모양을 본떠 만든 솥으로 몸체는 원통형이고, 정의 세 발이 모두 소의 다리 모양을 하고 있으며 세 발 윗부분에도 소머리 모양의 장식이 달려 있다. 정의 외관을 희생인 소로 장식한 것은 그 안에 소를 담는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우정'을 묘사한 그림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동일한 의미에서 양을 삶는 데 사용하는 '양정'과 돼지를 삶는 '시정'도 각각 양 모양과 돼지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우정의 입구와 바닥의 지름은 모두 39.4센티, 우정 내부의 깊이는 약 37센티, 내부 용량은 30되 정도 들어간다. '국조오례서례'에 수록된 이 그림에서는 우정과 함께 우정의 덮개인 우정멱, 우정을 들어 올리는 데 사용하는 막대인 우정경, 소를 건져 올리는 데 사용하는 막대인 우정필도 함께 묘사했다. 

우정의 바로 위에 있는 둥그런 덮개 모양이 우정멱이고, 그 위에 있는 긴 막대가 우정경이며 우정의 오른쪽에 있는 갈고리 같은 것이 달린 긴 막대는 우정필이다. 우정멱은 내음이 새지 않도록 띠풀을 촘촘하게 엮어 만든다. 우정경의 길이는 약 91센티며, 양쪽 끝을 각각 길이 약 9센티 정도의 옥으로 장식한다. 

우정의 입구에 붙어 있는 두 개의 네모난 손잡이 안쪽으로 우정경을 넣은 후, 우정을 들어 운반하는 방식이다. 우정필은 양을 잡는 부분인 갈고리 모양의 잎과 자루로 구성되는데, 잎의 너비는 약 9센티고 잎 가운데의 약 3센티 가량을 오목하게 깎아내었으며 자루의 길이는 약 72센티이다. 우정필은 대개 가시나무로 만들며 자루의 끝 부분과 잎을 붉은 색으로 칠한다.  
 

우정 /국립고궁박물관 

왕실의 제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 중에서 '정'은 세 발과 두 귀가 달린 솥으로 희생고기, 즉 제물로 바치는 동물을 담는 용도였다. 희생고기의 종류에 따라 소를 담는 '우정' 외에도 양고기를 담는 '양정', 돼지고기를 담는 '시정'이 있었고 솥의 모양은 각 동물의 형태를 따라 만들어졌다.

제사에서는 희생물의 간을 화로의 숯불에 구워 술을 놓는 곳에 올리는 행위를 궤식(饋食)이라고 불렀는데, 궤식은 국가 차원에서도 중요한 행사라 왕이 친히 제사를 지낼 때만 진행됐고 우정도 그때 사용되었다.

'세종실록'의 궤식에 대한 내용을 보면 "국왕이 관향의 예를 행하면, 전사관은 주방에 가서 가마에 익힌 소, 양 돼지고기를 정에 담는다. 축사가 이것을 찬만 안에 옮겨 놓으면 전사관이 대기하고 있다가 '찬을 올리라' 는 소리와 함께 정에 들어 있던 고기를 소, 양, 돼지의 순서로 생갑에 옮겨 담는다."고 쓰여 있다. 
 

흑우 /국립고궁박물관 공식 유투브

국가제례에서 쓰인 소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황소가 아닌 흑우였다. 제주도나 거제도에서 키운 흑우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제례에 사용될 가축을 최종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인 '전생서'라는 곳에 보내진 뒤 제물로 쓰였다.

국가제례에서 희생고기는 신과 교류하기 위한 중요한 매개체였던 만큼 제물이 될 동물이 다른 짐승들과 섞이지 않도록 담을 쌓고 깨끗하게 관리했다. 다만 인조 16년 이후부터는 흑우를 구하기가 어려워 대신 황소를 썼다고 한다.

우정은 신에게 바친 고기를 국왕이 다시 받는 절차에 쓰였던 솥이었다. 이 솥은 신이 제물에 복을 담아 인간에게 돌려주는 것을 의미했고, 우정에 담겼던 고기는 제례가 끝난 후 연회에서 왕과 신하들이 함께 먹거나 종친들과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우정은 신과 국왕, 백성을 연결하는 매개체였으며 우정에는 신에 대한 공경과 신이 내린 복을 아래로 널리 베풂으로써 백성들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전시되어 있는 우정 /국립고궁박물관 공식 유투브

조선 시대의 국가제례는 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국가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례였고, 우정은 국가 제례에서 그 당시 가장 귀하게 여긴 소의 상징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우리네 농경 사회에서 조선에서 소는 농사를 위한 핵심 노동력이자 재산이었고 더 나아가 풍요를 상징하는 신성한 동물이었던 만큼, 국가의 큰 행사에서도 복을 나눠주는 의미로 쓰였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 소띠 해를 맞이하여, 조선 시대 풍요로운 나라를 꿈꿨던 마음처럼 평안한 신축년 새해를 기원하고자 1월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우정牛鼎’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과 문화재청·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에서 박물관을 직접 찾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고품질의 온라인 영상으로 '우정'에 대한 상세한 모습과 종묘 제례에 쓰이는 우정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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