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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의 장인 정신이 담긴 공예품, ‘MADE 51’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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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의 장인 정신이 담긴 공예품, ‘MADE 51’에서 만난다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11.16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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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핸드메이드, 수공예 제품에는 항상 ‘장인 정신’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손은 신체 일부이지만, 그 손에서 탄생하는 제품에는 오랜 시간과 기술,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담겨있어서다. 또한, 수공예에는 성별, 경제력, 신분 등의 잣대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누구나 ‘장인’으로 존중받을 수 있다. 이것이 핸드메이드의 매력이다.
 

MADE 51 인스타그램 @made51_unhcr
MADE 51 인스타그램 @made51_unhcr

최근에는 수공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경제적인 수익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디어스가 대표적이며,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되는 ‘엣시’가 바로 대표적인 예다.
 

MADE 51 홈페이지
MADE 51 홈페이지

또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닥치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각자가 가진 능력을 갖추고 자립하도록 돕는 단체도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2016년에 만든 ‘메이드(MADE 51)’이 바로 그런 곳이다. ‘난민 장인(Refugee Artisan)’이 만든 제품을 디자인하고 개발, 생산해 글로벌 마켓에 판매해 창출된 수익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공정무역을 통한 윤리적 판매

여행을 가면 기념품으로 한 번씩 구매해보는 것이 현지에서만 판매되는 공예품이다. MADE 51에서도 난민들이 어린 시절부터 배워온 수공예 기술을 토대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MADE 51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한다면 ‘난민 장인의 기술’이다. 분쟁이나 폭력 등으로 뜻하지 않게 고향을 떠난 사람들에게는 멀쩡히 남아있는 물건이 많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잊어버릴 수 없는 것이 ‘손기술’이면서 전통과 문화이다. 이를 활용해 독특하면서도 가치 있는 수공예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MADE 51의 제품 제작, 판매, 유통 구조 / MADE 51 홈페이지
MADE 51의 제품 제작, 판매, 유통 구조 / MADE 51 홈페이지

각 국가나 지역에서도 난민들이 만든 수공예품이 판매됐지만, 더욱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품질과 유통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인 만큼 MADE 51이 택한 방법은 ‘공정무역’이다.

난민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형태다. 세계공정무역기구(WFTO)와 협력해, 기구에서 제시하는 공정 거래 10대 원칙을 충족하면서 공정한 임금과 근무조건 안에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세계공정무역기구 홈페이지
세계공정무역기구 홈페이지

공정 거래 10대 원칙에는 ▲경제적으로 불우한 생산자를 위한 기회 창출 ▲투명성과 책임 ▲공정한 거래 관행 ▲공정한 임금 지급 ▲아동 노동 및 강제 노동 금지 ▲차별금지, 성평등 및 여성의 경제적 권한 부여 ▲좋은 근무조건 보장 ▲역량 구축 제공 ▲공정 거래 촉진 ▲환경 존중이다.

유엔난민기구는 이러한 윤리적 기준을 제시하면서 세계공정무역기구와 함께 사회적 기업 파트너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난민 보호와 공정 거래 인증 프로세스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난민이기 전에 ‘장인’인 사람들

MADE 51은 아프리카, 아시아 및 중동 전역 난민 장인과 지역 사회적 기업을 연결해 관련 상품을 판매하도록 한다. 판매되는 제품의 종류는 다양하다.
 

지역 사회적 기업과 난민 장인을 연결해 수익을 창출시킨다. MADE 51을 통해 판매되는 사회적 기업 제품들. 모두 수공예다 / MADE 51 홈페이지
지역 사회적 기업과 난민 장인을 연결해 수익을 창출시킨다. MADE 51을 통해 판매되는 사회적 기업 제품들. 모두 수공예품이다 / MADE 51 홈페이지

이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는 공예품을 보면 ▲말리 북부의 유목민 투아레그족이 재활용 청동, 알루미늄, 구리로 만든 망치나 그릇, 주얼리 ▲케냐,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전역에서 만드는 전통 바구니 ▲미얀마 카렌족 여성들이 베틀로 만드는 스카프 ▲아프간 여성들이 남은 천 조각으로 만드는 인형 ▲케냐 마콘데 인들이 만드는 목공예품 등이다.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사고를 지원하기 위해 제작된 키링. 업사이클 패브릭과 폭발사고 당시 남아있던 유리조각이 사용됐다. 현지 난민 장인이 제작에 참여했다 / MADE 51 홈페이지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사고를 지원하기 위해 제작된 키링. 업사이클 패브릭과 폭발사고 당시 남아있던 유리조각이 사용됐다. 현지 난민 장인이 제작에 참여했다 / MADE 51 홈페이지

현재 자체 샵에서는 지난 8월에 발생한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사고를 돕기 위한 키링과 핸드메이드 마스크를 판매 중이다. 지난 8월 레바논 베이루트 항에서 질산암모늄 폭발로 190명이 사망하고, 6500여 명이 부상당했으며, 30만 명은 집을 잃었다. 이에 유엔난민기구는 레바논 사회적 기업과 함께 이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고, ‘아름답고 상징적인 방법’을 찾던 중 선택한 것이 핸드메이드 키링이다.

4종의 키링은 베이루트에 거주하는 시리아와 레바논 장인들이 제작했다. 베이루트 폭발사고가 일어난 날짜와 베이루트라는 단어가 영어와 아랍어로 수놓아져 있다. 키링에 사용된 천은 업사이클 패브릭이다. 달려있는 작은 구슬은 베이루트 폭발사고 당시 건물에서 깨진 유리를 사용했다고 한다. 키링 판매 수익금은 장인들의 작업 공간과 집을 재건하는 데 사용된다. 우리나라 돈으로 2만8천 원 정도다.
 

난민들이 제작한 핸드메이드 마스크 / MADE 51 홈페이지
난민들이 제작한 핸드메이드 마스크 / MADE 51 홈페이지

수제 마스크는 여러 나라에 거주하는 난민들이 제작했다. 말레이시아, 요르단, 터키, 인도에 거주하는 시리아‧아프간 난민, 케냐에 거주 중인 콩고‧소말리아‧남수단 난민 등이다. 각 지역에서 직접 만든 만큼 디자인도 다양하다.
 

스텐실 기법을 가르쳐 수공예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 MADE 51 인스타그램 @made51_unhcr
스텐실 기법을 가르쳐 수공예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 MADE 51 인스타그램 @made51_unhcr

이 외에도 난민 여성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공예 기술을 가르쳐 MADE 51의 자체 상품을 만들도록 한다.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메쉬 스텐실 기법을 활용해 잉크를 밀어 인쇄한 천을 가지고 오가닉 코튼 토트백을 손으로 꿰매 만들고 있으며, 케냐에서는 나이로비의 한 샵에서 일하는 장인에게 난민이 기술을 배워 수작업으로 황동 주얼리를 만든다.

또는, 이미 여성들이 가진 기술을 가지고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지도한다. 시리아 난민 여성들은 유네스코 무형 문화 유산으로 꼽힐 정도의 자수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 전통을 이어갈 뿐만 아니라 회복력, 사회적 결속력, 소속감까지 이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난민 장인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한 움직임

유엔난민기구는 MADE 51이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세계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여하기도 한다. 난민 장인들이 제작한 상품의 판로를 넓히면서,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함을 세계에 호소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AMBIENTE 2020에 참여한 유엔난민기구 / Ambiente 공식 홈페이지
AMBIENTE 2020에 참여한 유엔난민기구 / Ambiente 공식 홈페이지

지난 2월에는 세계 최대 소비재 박람회로 알려진 ‘암비엔테 2020(AMBIENTE 2020)’에서 난민들이 만든 여러 공예품을 선보였다. 2018년 처음 참여한 데 이어 3회 연속 참여다. MADE 51 매니저인 하이디 크리스트(Heidi Christ)는 “암비엔테에서 3년 연속 난민이 만든 제품을 시장이 선보여 기쁘다. 우리는 컬렉션 전반에 걸쳐 소싱하거나 전략적 파트너로서 합류하는 것에 대해 소매업체들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일본에서 열린 인테리어 라이프 스타일 국제 박람회에 참여하면서 아시아에 MADE 51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하이디 크리스트 매니저는 행사 기간 동안 ‘난민에 의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토크쇼에 참여하기도 했다.

MADE 51은 현재 15개국 22개 지역 사회적 기업과 협력 중이며, 컬렉션 라인을 개발해, 2030년까지 전 세계 30만 명의 난민을 돕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MADE 51이 난민 장인들의 공예품을 공정무역으로 판매하는 플랫폼 정도로 인식될지 모른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난민에 대한 인식 개선에 큰 역할을 한다고 보인다. ‘난민’ 하면 도움을 주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동정표를 던지게 되지만, ‘장인’이라는 단어가 붙게 되면, 각자의 능력을 갖추고 성장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여러 기관의 지원이 아니라, 이들을 바라보는 인식, 핸드메이드 제품에 대한 고정관념 타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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