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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을 빻기위해 만들어진 풍차, 친환경 대체 에너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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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을 빻기위해 만들어진 풍차, 친환경 대체 에너지로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0.11.02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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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 있는 풍차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풍차는 바람의 힘을 이용해서 동력을 얻는 기계로, 보통은 탑 위에 여러 장의 날개를 장치한 바퀴가 있으며 바람이 부는 방향을 향해 회전한다. 날개의 회전축의 방향에 따라 회전축이 지면에 대해 수직으로 설치되어 있는 수직축 풍차와 회전축이 지면에 대해 수평으로 설치되어 있는 수평축 풍차로 구분된다. 회전축에 따라 나뉘는 수직축, 수평축 풍차들은 12세기 서유럽에서 처음 등장했다.
 

헤론이 고안한 풍력 장치 'Wind Wheel' /Public Domain

1세기경 알렉산드리아의 과학자 헤론은 기계에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바람으로 움직이는 바퀴의 형태를 묘사한 적이 있다. 'Wind Wheel' 이라 불리는 이 그림은 현대의 풍차처럼 풍력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는 아니고, 풍력을 이용해 그림에 보이는 오르간을 연주하도록 설계된 장치이지만 최로로 풍력을 이용해 고안된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풍차의 처음이 어디에서 누가 먼저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중국인지 페르시아인지 지금도 여전히 논쟁이 되고 있으며, 거의 동시에 비슷한 목적을 위해 이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은 물을 펌프질하기 위해, 곡식을 갈기 위해 풍력을 이용했으며, 그 과정에서 풍차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다양한 풍차의 종류 

풍차의 가장 중요한 용도는 곡식을 빻는 것이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토지 배수 및 양수장 등 물을 퍼내고 퍼올리는 등에도 썼다. 아프가니스탄, 이란, 파키스탄 같은 중동 지역에서는 7세기부터 물을 퍼올리기 위해 풍차를 이용했다. 그밖에도 풍차는 옥수수를 빻거나 제분, 설탕 제조 산업 등에 이용하는 데 쓰였다. 풍차의 사용은 이 이슬람 세계에서 널리 보급되었고, 이후 동아시아와 남아시아로 확대된다. 풍차는 중세 시대 후반부터 주로 농업용이나 건축용 토지의 배수용으로 쓰였는데 특히 네덜란드와 영국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처음 회전식 풍차가 등장했고, 탑형 풍차, 다각형 풍차가 순차적으로 나오게 된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웃우드 포스트 밀 /flickr

▲ 포스트 밀 Post mill (회전식 풍차)

유럽 풍차의 초기 유형은 회전식 풍차였다. 포스트 밀은 수직축 풍차의 한 종류로 건물 자체가 지면에 고정된 수직의 중앙 기둥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둥엔 날개가 부착되어 있어 날개에 가해지는 바람의 힘으로 회전한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회전이 가능해 풍향이 꽤 유동적인 서유럽에서는 포스트 밀을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포스트 밀은 초기 유럽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었다. 

포스트 밀은 나중에 견고하며 여러 디자인을 가진 타워 밀과 스모크 밀의 등장에 추월당했지만 원래의 포스트 밀 중 일부는 지금도 여전히 보존되어 있거나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영국의 스템브릿지 타워 밀 /flickr

▲ 타워 밀 Tower mill (탑형 풍차)

타워 밀은 석조나 벽돌탑으로 이루어진 수직축 풍차의 한 종류다. 회전 날개를 덮고 있는 캡이 회전하며 날개가 바람을 정면으로 받는 구조다. 16세기 중반 제작된 타워 밀은 건설 비용이 훨씬 많이 들기는 했지만 크고 더 안정적인 동력원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 성장과 같이 자연스레 곳곳에 확산되었다. 타워 밀은 벽돌과 석재로 이루어져 있어 건물을 높이 올릴 수 있고 견고하며 내구성이 뛰어나다. 영국의 서부 해안에 건설된 방앗간들은 주로 강한 바람을 견디기 위해 타워 밀 형식의 돌탑으로 만들어졌다.   


 

영국에 있는 12면 방앗간 스모크 밀 /flickr

▲ 스모크 밀 Smock mill (다각형 풍차) 

타워 밀의 등장 이후 사람들은 이 방앗간을 변화무쌍한 바람에도 대응할 수 있고, 더 견고하게 지을 수 있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더 저렴한 나무 풍차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계획도 세운다. 석조나 벽돌로 이루어진 방앗간은 대부분 직사각형이나 원형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스모크 밀을 만든 사람들은 이 목재 방앗간을 6면이나 8면의 탑으로 만들어 내구력을 더하는 쪽을 택했다. 이것은 스모크 밀이 강풍에 훨씬 더 잘 견딜 수 있게 해 주었고 무게도 포스트 밀보다 훨씬 가벼워져 습한 지역에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스모크 밀은 일반적으로 건물 구조가 8면체이지만 면이 더 많은 곳도 있다. 영국에서는 6개에서 12개의 면이 있는 스모크 밀도 있다. 스모크 밀은 더 튼튼해지기 위해 건물의 바닥을 돌이나 벽돌로 만들었다. 이것은 목재 구조의 주요 단점 중 하나인 나무가 썩는 문제 때문에 탑의 바닥이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있다. 스모크 밀은 19세기 초까지 전성기였다가, 증기 기관의 등장으로 점점 쇠퇴하기 시작한다.


풍차의 다양한 경제적, 문화적 중요성 

미국, 노퍽 도시에 있는 풍차 /flickr

14세기 풍차는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며 1850년, 풍차 수는 약 20만개까지 늘어나게 된다. 풍차는 물이 적은 지역, 겨울에 강이 얼어붙는 지역, 강물의 흐름이 너무 느려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없는 평평한 지대에 주로 건설했다. 기계식 물 펌핑 공장은 1854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되었는데, 원래 4개의 나무 날개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1870년에 강철 날로 바뀌게 된다. 세계 1차대전 당시 미국의 풍차 제조업체들은 매년 십만 대의 농장용 풍차를 생산해 물을 퍼 올리는 데에 썼다. 

 

1888년 찰스 브러쉬가 세운 풍력 터빈 /Public Domain

1850년과 1970년 사이 600만개의 기계식 풍차가 미국에 설치되는데, 세워진 곳은 주로 축산 등 농가의 물 공급이 필요한 곳이었다. 1988년 미국의 찰스 브러쉬는 클리블랜드 에비뉴에 그가 발명한 발명품들을 전시한 자택을 지어 놓고 그곳에서 여생을 보냈는데, 이 집에 세계 최초로 자동 운전 풍력 터빈을 설치한다. 그는 이 풍력 터빈으로 전력을 공급해 12개의 가정용 배터리를 충전했다. 이 집은 클리블랜드에서 전기를 소유한 최초의 집이 됐다. 그는 이후 20년간 350개의 백열전등, 2개의 아크 전등, 3개의 모터를 구동하는 데 성공한다.

여러 나라에서 발전해 가던 풍차는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1차 에너지원으로서의 바람과 물의 중요성이 점점 감소하며 잠시 잊혀지게 된다. 19세기 후반까지 대량 건설되었던 풍차였지만 증기와 내연기관으로 대체가 되며 줄어 갔다. 그러나 1970년대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을 제한하고 가격을 올린 제 1차 오일쇼크가 발생하게 됨에 따라 풍차는 다시 친환경에너지로 관심을 받게 된다. 현대엔 풍차 자체가 동력을 얻는 기능 말고도 역사적 가치를 위해서도 보존되고 있다. 기계가 너무 연약하여 움직임 없이 그대로 있는 방앗간, 지금도 활발히 작동하는 방앗간들까지 전시용으로 남아 있다. 
 

네덜란드의 "National Mill Day"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홈페이지

특히 풍차 하면 네덜란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네덜란드에만 천 개가 넘는 풍차가 있다고 한다. 곡식을 빻는 용도로 쓰는 풍차도 있고, 여전히 배수용으로 쓰는 풍차도 있다. 네덜란드에서 풍차는 주로 땅에서 작물을 경작할 수 있도록 저지대의 물을 퍼내는 일을 맡았다. 14세기엔 습지의 물을 빼기 위해 방앗간이 사용되었다. 지금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가면 유일하게 풍력으로 움직이는 타워 밀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곧 전기가 끊길 위험해 처해 있는 방앗간들도 있다. 주변에 있는 건물들이 점점 높아지며 풍차가 더이상 바람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네덜란드는 5월 두번째 토요일과 일요일에 "National Mill Day" 축제를 연다. 약 950여개의 풍차, 물레방앗간이 방문객들에게 문을 연다. 정기적으로 문을 열지 않는 역사적인 방앗간들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날 방앗간은 온갖 꽃들과 깃털로 장식되고, 방앗꾼은 방문객들에게 방앗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다. 방문객들은 방앗간 주인에게 꽃을 선물할 수도 있고, 어린이들은 그날 하루 방앗간을 운영하는 장사꾼이 될 수도 있다. 풍차는 이미 네덜란드에서 하나의 문화와 상징이 되었다. 


물을 퍼올리던 기능에서 풍력 발전에 이르기까지

풍력발전기 /flickr

풍력 발전은 전기를 발생시키기 위한 구조물로서 풍차와 용도는 동일하다. 풍력 발전기는 날개를 회전시켜 그때 생긴 날개의 회전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회전 운동에너지는 발전기에 의해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는데, 대개 풍력 발전기의 출력은 터빈의 크기와 바람의 속도에 의해 정해진다. 바람은 높이 올라갈수록 강하게 불기 때문에 이 풍차들은 항상 언덕 위 높은 곳에 세웠다. 

1930년까지 풍차는 아직 유통 시스템이 없었던 미국의 여러 농가에 전기를 생산하는 데에 쓰였다. 1980년, U.S 윈드파워란 기업이 뉴햄프셔의 작은 부지에 미국 최초의 풍력 단지를 건설해 이 단지는 기술 혁신과 진보의 상징으로 여겨지게 된다. 터빈 20대를 돌리면 30킬로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었고 최대 총 발전 용량은 600킬로와트였다. 다만 일관되지 못한 출력으로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가동되다 해체되었지만 후에 미국 풍력 발전에 큰 영감을 주게 된다. 

증기력이 발달하면서 바람은 점점 힘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풍력 발전이 널리 보급될 것이라는 옛 사람들의 약속은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 터빈의 형태와 소형 풍력 발전기의 형태로 돌아왔다. 21세기가 시작되며 에너지 안보, 지구 온난화, 궁극적으로는 화석 연료 고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모든 형태의 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졌다.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수천 대의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네덜란드 킨더다이크에 있는 풍차 /flickr

돌에 곡식을 갈아 밀가루를 생산하던 사람들은 바람의 힘을 이용해 곡식을 갈기 시작했다. 변화하는 풍차 디자인의 정점에는 수세기에 걸쳐 '자동제어' 메카니즘을 개발한 영국인도, 풍차를 똑똑하게 이용해 곡물을 빻을 뿐만 아니라 물을 퍼내고 산업용으로 썼던 네덜란드인도 있다. 바람으로부터 힘을 뽑아냈던 구조의 일부분들이 남아,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풍차들은 과거 시대의 기술을 연상할 수 있는 역사적인 물건이 되었다. 풍차들은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 발전기의 형태로 여전히 세계의 농업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풍차는 만들어진 이후 먼 길을 걸어왔으며, 풍력 발전의 기술은 바람이 화석연료를 친환경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21세기엔 아예 칼날도, 기어 박스도 필요 없는 발전기 등 풍력 산업에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처음엔 날개를 묵묵히 돌리며 곡식을 빻고 물을 퍼올리던 단순한 기계로 시작한 풍차가, 지금은 풍력 발전기로 진화해 대체에너지라는 위대한 자원으로 여전히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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