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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ck-or-treating 핼러윈의 상징 '잭오랜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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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ck-or-treating 핼러윈의 상징 '잭오랜턴'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0.10.3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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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오-랜턴(Jack O"Lantern) /pixabay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잭오랜턴은 핼러윈을 대표하는 상징인, 우스꽝스럽거나 무서운 얼굴을 한 호박을 말한다. 호박이나 순무의 윗부분을 잘라 뚜껑을 만들고, 안쪽을 파낸 다음 껍질에 무섭거나 우스운 표정을 조각하여 그 사이로 속이 빈 내부를 드러낸다. 등불 효과를 내기 위해 뚜껑을 닫기 전 그 안에 촛불처럼 빛이 나는 등을 넣는다. 요즘은 아예 전등이 달려 나오는 인공 잭오랜턴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핼러윈 이전에도 장식용 잭오랜턴을 사람들의 집앞 계단에서 보는 건 흔한 일이었다. 

핼러윈 때 잭오랜턴을 만드는 풍습은 아일랜드에서 처음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19세기 아일랜드 일부 지역과 스코틀랜드 고원 지대에서 사람들은 등불로 쓰기 위해 기괴한 얼굴로 움푹 파인, 반짝반짝 빛을 뿜는 순무 등을 갖고 다녔다. 잭오랜턴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에 의해, 때로는 영혼이나 초자연적인 존재를 나타내기도 했고 악령을 쫓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잭오랜턴을 창고에 설치해 유해한 영혼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등 말이다. 핼러윈이 성인의 날인 11월 1일, 모든 영혼의 날인 11월 2일 전인 10월 31일, 말 그대로 전야의 날이었기 때문에 지옥에서 온 그리스도인들의 영혼들이었다는 설도 있다. 



Who is Jack, 잭은 누구니? 
 

잭오랜턴 /flickr


잭오랜턴이란 용어는 사람들에게 먼저 불렸다. 1663년, 이 용어는 등롱을 든 남자, 또는 야간 경비원을 의미했다. 10여년이 지나 그것은 늦은 밤 슾지 위에 가끔 보이는 신비한 불빛을 가리키는 데 쓰이기 시작했다. 이 도깨비불(will-o'-the-wisp)은 습지 지역의 부패한 식물에서 나오는 가스로 인해 발생하는 불꽃과 같은 인광, 문자 그대로 "이상한 불" 을 의미하는 중세의 라틴어였다. 이런 과학적 설명이 알려지기까지, 수 세기 전부터 사람들은 이 신비한 불빛을 설명하기 위한 여러 토론을 해 왔다. 다시 15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보면 아일랜드에서는 종종 잭이라는 이름의 한 구두쇠 남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구두쇠 잭이라는 아주 욕심이 많은 영감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잭은 악마를 초대해 함께 술을 먹게된다. 술값을 내야하는 순간이 오자 잭은 악마를 설득해 동전으로 변하게 하고, 잭은 악마가 변한 돈까지 욕심이나 십자가가 붙어 있는 옷주머니에 그 동전을 넣는다. 십자가는 악마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방해했기에 악마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잭의 두 가지 조건을 들어준다. 하나는 1년간 잭을 괴롭히지 않는 것과, 잭이 죽어도 악마가 제 영혼을 해하지 않는다는 것.

이듬해, 또다시 잭은 악마를 만나게 된다. 악마가 계속 뒤를 따라오자 잭은 악마에게 나무에 올라가 사과를 따라고 권한 후 그가 사과나무에 올라간 사이 칼을 꺼내 나무에 십자가를 그려 넣어 나무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한다. 잭은 다시 10년간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악마를 나무에서 내려 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잭이 죽고 그동안 잭의 속임수에 화가 난 악마는 그를 지옥에도 가지 못하게 하고 영원히 떠돌게 만든다. 잭은 차라리 지옥에 가게 해달라며 악마에게 사정을 했지만 악마는 예전에 당했던 수모를 떠올려 그에게 지옥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잭은 천국도, 지옥도 가지 못한 채 아일랜드의 밤을 방황하게 되었고 잭은 결국 캄캄한 그곳에서 길이라도 제대로 찾을 수 있게 해달라며 사정한다. 악마는 그에게 불덩이 하나만 던져주고는 어두운 밤 속으로 잭을 내보냈다. 잭은 악마가 준 불덩어리를 호박에 담아 넣고 쉴 곳을 찾아 여전히 배회하고 있다.' 

 

                                                                             How Jack O’Lanterns Originated in Irish Myth 발췌

잭은 어쩌면 지금도 작은 등 하나에 의존해 지구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nsplash

사람들은 이 유령 같은 모습을 실제로 ‘잭키 랜턴’(Jacky Lantern)이나 ‘잭 더 랜턴’(Jack the Lantern), ‘도깨비불’(will-o'-the-wisp)이라 불렀고, 그 다음은 간단하게 줄여서 잭오랜턴이라 불렀다. 


잭오랜턴, 호박에 관한 아주 오래된 이야기들 

잭오랜턴의 이야기는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아일랜드의 구전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고, 또다른 많은 버전의 이야기가 있지만 그 이야기들은 잭, 악마, 그리고 순무에 불을 밝힌 채 잭의 영혼이 하릴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이 잭오랜턴이라는 용어와 호박 사이에 설득력이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이야기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 변화하고 진화하며 사람들에게 상징과 은유가 된다. 사람들이 긴 시간 동안 장소를 이동하며 서로 다른 신화와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이게 되면 더. 

이쯤해서 드는 궁금증은, 왜 하필 호박에 새겼을까? 속이 빈 호박, 또는 순무나 다른 뿌리 채소를 파내고 괴상한 모양의 조각을 한 다음 조명을 넣는 것은 석탄이나 나무로 된 불씨, 촛불로 악령을 쫓는 방법을 쓰는 켈트족의 이교도 관습과 관련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밖에도 여러 썰이 존재하지만 핼러윈 축제 자체가 켈트족의 '삼하인 축제'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제일 유력한 썰인 셈이다.
 

순무로 만든 콘월 지방의 잭오랜턴 /CC BY-SA 3.0

켈트족은 11월 1일, 겨울의 시작을 축하하는 '삼하인 축제' 를 열었다. 영혼들이 지구를 걷는 밤, 산에 있는 사람들이 환영받는 자와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들의 방문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의미는 축하와 방어, 둘 다였다. 그들은 귀신을 쫓기 위해 가면을 썼고, 순무와 여타의 뿌리 채소는 살았거나 죽은 불청객들을 겁주기 위해 무서운 얼굴로 조각되었다. 미신을 믿는 사람들에게 잭오랜턴은 뱀파이어를 쫓기 위해서도 사용됐다. 그들은 잭오랜턴의 빛으로 뱀파이어의 정체가 알려지면, 뱀파이어들이 인간 사냥을 포기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이밖에 다른 설도 꽤 흥미롭다. 아일랜드 이민 박물관의 한 수석 큐레이터는 "기독교 이전부터 기묘한 모습의 순무는 머리를 숭배하는 이들의 관습에서부터 발전했거나, 혹은 적들에게서 빼앗은 전쟁 트로피를 상징할 수도 있다" 라고 말한다. 좀 섬뜩하지만, 그건 어쩌면 적들의 잘린 머리를 가리켰는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물론 실용적인 목적으로도 추측한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등불은 꽤 비싸서, 대신 사람들은 뿌리 채소를 찾아 그 안을 파냈다는 썰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숯이 타고 남은 불을 굳이 끄지 않고 채소의 구멍 사이로 빛이 비칠 수 있도록 모양을 조각하기 시작했다는 설이다. 

 

1900년대 초 유령 순무로 유명해진 잭오랜턴 /NATIONAL MUSEUM OF IRELAND


아일랜드의 메이요 카운티에 있는 국립 아일랜드 박물관 '컨트리 라이프' 를 방문하면 그 순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볼 수 있다. 1900년대 초반 흔히 조각되었던 그 순무등은 일명 "유령 순무" 로 불렸으며, 앙상한 치아와 공허한 눈빛으로 전시장의 한 켠에 진열되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렇듯 여러 이론들이 존재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은 호박에 잭오랜턴을 응용한 것이 한밤중에 호박을 갖고 노는 장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19세기 호박은 속이 빈 채로 괴상한 모양이 새겨지기 시작했는데, 이건 호박에 불을 붙이면 밤에 돌아다니던 사람들을 겁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젊은 사람들의 장난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장난 속 호박을 잭오랜턴이라 부르기 시작하고, 이것은 사람들이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어 의아해했던, 습한 지역에서 보였던 기묘한 도깨비불이 잭오랜턴에 불을 붙였을 때 보이는 빛과 비슷해 보인다는 이야기와도 연결이 된다.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으로 전해진 잭오랜턴

 

어딘가 무서운 얼굴의 잭오랜턴 /flickr


19세기와 20세기 초, 전통과 민화를 가져온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유입이 미국에서 잭오랜턴의 이야기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순무나 감자에 무서운 얼굴들을 새기고, 구두쇠 잭과 다른 방황하는 악령들을 쫓기 위해 창문이나 현관문 근처에 그 뿌리 채소들을 놓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잭오랜턴 만들기 시작했고, 영국에서는 순무와 커다란 사탕무 줄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영국에서 온 이민자들도 잭오랜턴의 전통을 갖고 미국에 왔을 때, 그들은 미국의 토종 과일인 호박으로 완벽한 잭오랜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국의 작가 워싱턴 어빙의 단편 《The Legend of Sleepy Hollow" (1820)》 각색은 머리 없는 마부가 잘린 머리 대신 호박이나 잭오랜턴을 든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이 단편은 호박을 미국 문화의 하나로 끌어들이기 충분했다. 단편의 클라이맥스에서는 머리 없는 마부가 수사관인 크레인에게 날것의 호박을 마구 던지는 장면이 나오며, 이 무서운 악당이 불타고 있는 잭오랜턴을 들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장면이 나온다. 이것은 이 이야기가 미국에서 핼러윈에 가장 어울리는 일화가 되게끔 했다. 

잭오랜턴이란 이름을 인쇄물에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소설가, '주홍글씨' 로 유명한 나다니엘 호손이 쓴 《Twice-told tales(1837~42)》 에서 신비로운 돌을 찾는 모험가들의 이야기에도 잭오랜턴이 언급된다. 

"그 전설적인 보석을 네 망토 밑에 숨겨 두어라, 보석은 그 사이를 통해 빛날 것이고 널 잭오랜턴처럼 보이게 할 거야!"

 

잭오랜턴 /flickr

미국인들이 핼러윈을 본격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하면서 잭오랜턴은 상징적인 이미지로 떠올랐다. 19세기 말, 잭오랜턴은 애틀란타 시장이 주최한 1892년 핼러윈 파티를 시작으로 계절의 한 꼭지를 꾸미는 정식 장식품으로 발전하게 된다. 단순한 조각이었던 호박은 장식 이상의 기능을 하기 시작했고, 2018년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호박만 약 10톤이 넘게 수확되어 호박의 소비에도 어마무시하게 기여했다.

또한 관련 기네스 기록도 흥미롭다. 미국 뉴햄프셔 주 서남부의 한 도시인 킨에서는 한 곳에서 제일 많은 잭오랜턴이 불을 밝힌,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 후 'The Life is Good Company' 란 미국의 한 의류 회사가 이 기록을 깨기 위해 질병에 걸린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선샤인 캠프와 협력, 2006년 10월 21일 보스턴 코먼 공원에서 30,128대의 잭오랜턴이 동시에 켜지는 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2013년, 킨 지역이 보스턴의 기록을 다시 깨고 세계 기록(30,581개)을 달성했다. 킨은 이후로도 8번이나 이 기록을 더 깼다고 한다. 



잭오랜턴이 된 호박, 하나의 문화 상징이 되다 

다양한 모양으로 조각된 잭오랜턴 /flickr

잭오랜턴의 어원을 찾다 보면 자연스레 아일랜드, 영국, 스코틀랜드 같은 나라들의 전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이교도의 의식, 괴상한 민담, 자연 현상이 맞물려 부분적인 사실과 부분적인 허구가 만나 잭오랜턴이라는 재미있으면서도 매혹적인 이야길 만들어냈다.

어떤 게 진짜 잭오랜턴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호박이 잭오랜턴이란 이름을 무슨 이유로 얻게 되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조차 기묘한 핼러윈이라는 날과 어울린다. 

언제부터인가 핼러윈 문화는 우리나라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마치 성탄절처럼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 같았으면 여전히 곳곳에서 다양한 놀이를 하며 즐겼겠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방역에 힘써야 할 때다. 서로 모여 어울리고 노는 것보다, 이번만큼은 각자 집에서 조용히 즐기는 것이 진짜 핼러윈을 제대로 보내는 방법일 것이다. 이번 기회에 가족끼리 모여 집에서 작은 호박으로 잭오랜턴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준비물은 고작 어른과 아이, 그리고 잘 드는 칼과 호박만 있으면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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