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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쓰는 안경, 조선 정조 임금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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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쓰는 안경, 조선 정조 임금도 썼다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10.22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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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대신하는 안경의 어제와 오늘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매년 10월 둘째주 목요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 눈의 날’이다. 우리나라에도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눈을 중요한 신체기관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눈이 혹사당한다고 할만큼 스마트폰 등 다양한 매체에 노출되면서 시력교정은 기본적인 건강관리 중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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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시력교정 수단은 ‘안경’이다. 라식수술을 하거나 콘택트 렌즈를 끼기도 하지만, 접근성이 가장 좋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선택한다. 특히나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면서 안경을 쓰는 이들이 많아지기도 했다. 지난 2월 초 G마켓, 옥션, 티몬 등 유통업계 판매량을 살펴보면, 안경닦이 판매율이 전년동기대비 적게는 380%에서 많게는 978%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현대에는 기계와 전문가들의 손을 빌려 다양한 디자인의 안경이 나오지만, 과거에는 어떻게 안경을 썼을지 궁금하다. 간혹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전해지는 안경의 모습이 실제로 역사 속에는 어떻게 존재했을까.


시력교정 위해 코에 얹어 쓰던 안경

안경은 ‘발명품’이기 때문에 누가 먼저 만들어냈고, 썼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조선시대 안경과 안경집 디자인 연구(윤을요, 2014)’에 따르면, 1세기 경 네로황제가 에메랄드를 눈에 대고 검투사 경기를 관람했다고 한다. 경기를 보며 약해진 시력을 보호하고 피로해진 눈을 쉬게 하기 위함이었다. ‘안경 디자인의 시대적 변천(이경희, 2013)’을 보면 그 이유가 상세히 나온다.

프랑스 화가 장 레옹 제롬의 ‘황제에 경의를 표하는 검투사들’. 네로 황제는 검투사 경기를 볼 때 에메랄드를 눈에 대고 관람했다 / 위키미디어
프랑스 화가 장 레옹 제롬의 ‘황제에 경의를 표하는 검투사들’. 네로 황제는 검투사 경기를 볼 때 에메랄드를 눈에 대고 관람했다 / 위키미디어

고대 로마의 전기작가 프리니우스가 쓴 ‘박물지’에 따르면, ‘네로 황제는 에메랄드를 통해 검투사의 싸움을 보는 습관이 있다’고 기록했으며, 푸른 빛을 띄는 에메랄드는 눈이 편안해지고, 시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이 기록으로 추측해보면, 에메랄드가 요즘의 선글라스와 같은 용도로 사용되었을 거라고도 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탐험가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당시 원나라 사람들이 안경을 끼고 있다고 서술해놓았다 / 위키미디어
이탈리아의 탐험가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당시 원나라 사람들이 안경을 끼고 있다고 서술해놓았다 / 위키미디어

동양에서도 안경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3세기 중국이라고도 전해진다. 마르코 폴로가 자신이 저서 ‘동방견문록’에 1271~1295년 중국 대륙에 머물며 기록한 원나라의 관습과 생활상을 보면 “거북의 등껍질로 만든 볼록 렌즈 안경을 끼고 있다”고 서술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기록을 볼 때, 현재와 같이 시력교정 용도로 안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13세기로 추정한다고 한다.

단안경. 안경에 달린 끈은 분실을 막기 위함이다 / pixabay
단안경. 안경에 달린 끈은 분실을 막기 위함이다 / pixabay

특히, 안경 렌즈 제작 기술이 발달한 곳이 있다면 이탈리아를 꼽을 수 있다. ‘안경 디자인의 시대적 변천(이경희, 2013)’에 따르면, 수도사 후라 조르다노 데이 리바르토가 1306년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서 설교 중에 “이 세상에서 가장 유용한 기술의 하나인 안경제조 기술이 발명된 이래, 거의 20년이 지났다. 나 자신도 그것을 보았고 그것을 처음 착용한 사람과 이야기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베니스는 렌즈 연마 기술이 있었다. 당시 안경 렌즈로 ‘베릴(beryl)’은 이라는 녹주석이 사용됐는데, 무색투명하다는 특징이 있어 시력교정렌즈로 제작하기에 적합했다고 한다. 여기서 파생된 프랑스어 ‘베리클’, ‘베지클’ 등은 안경을 나타내는 용어가 되기도 했다. 녹주석 렌즈는 유리로 대체됐지만, 그 전까지는 베니스산 렌즈를 가장 고급으로 여겼다고 한다.

안경의 가장 초기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코안경에 손잡이가 달려있다 / pixabay
안경의 가장 초기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코안경에 손잡이가 달려있다 / pixabay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는 ‘코안경’이라고 해서 코에 얹거나 줄이 달리거나 한쪽에만 손잡이가 달려있는 형태가 많았다. 20세기부터는 플라스틱이 개발되고, 실용성이 강조됐던 안경에 장식적 요소를 더하려는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뒷받침되면서 지금처럼 다리가 있는 형태의 안경이 탄생하게 됐다.


안경이 귀했던 조선시대

우리나라에 안경이 전해지기 시작한 것은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임진왜란 즈음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대신 최초로 안경을 사용한 사람은 학봉 김성일로 알려져있다. 조선시대 문신이자 학자인 학봉 김성일은 1590년 통신부사로 일본에 파견됐는데, 그의 안경은 반으로 접어서 보관하는 접이식 안경으로, 안경테가 거북이 등껍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극 중 정조가 안경을 쓰고 업무를 보는 모습 / MBC 드라마 ‘이산’ 캡쳐
극 중 정조가 안경을 쓰고 업무를 보는 모습 / MBC 드라마 ‘이산’ 캡쳐

우리나라에서 처음 제작된 안경은 1600년 초 경주에서 수정(남석)으로 만든 남석안경으로 알려져있기도 하다. 조선 중기에는 경주 남산의 수정이 유명했으며, 1981년 월성군 성부산 기슭에서 용광로 자리가, 1985년에는 경주에서 유리를 녹인 그릇, 제작도구, 규석 등이 유물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수정과 유리 등으로 안경 렌즈를 직접 제조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혈의 누’(좌), ‘음란서생’(우)에서도 안경을 쓴 모습이 나온다 / 네이버 영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혈의 누’(좌), ‘음란서생’(우)에서도 안경을 쓴 모습이 나온다 / 네이버 영화

조선시대 임금 중에는 숙종, 영조, 정조, 고종이 안경을 썼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최초로 안경을 썼다고 알려진 임금은 정조다. 정조실록에 따르면, 정조는 즉위 23년인 1799년부터 안경을 사용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실록 52권에는 정조가 눈이 나빠 안경을 쓰고 경전이나 서류를 보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정조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이산’에서도 정조 역을 맡은 배우 이서진 씨가 안경을 쓰고 업무를 보는 모습이 등장했다. 당시 제작진도 역사적 고증에 따라 안경을 착용한 장면을 넣었다. 제작진은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제 역사서에 정조가 안경을 착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만큼, 그 기록에 충실하고자 안경을 착용하도록 설정했다”며 “(생략) 안경착용은 서적 탐독에 열정했던 실제 면모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천주교 탄압이 이어지던 19세기 조선시대 말을 배경으로 한 영화 ‘혈의 누’, 조선시대 성문화를 풍자한 영화 ‘음란서생’에서도 안경을 쓴 모습이 등장했다.


해외교류로 누구나 쓰는 물건이 되다

‘조선조 후기 안경과 문화의 생성(진재교, 2007)’에 따르면, 조선시대 안경은 수정과 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대부 등 고위층에서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보통 노화로 인한 노안을 막기 위한 용도로 썼으나 권력의 상징으로도 쓰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조선시대에는 안경과 관련된 예법도 따로 있었다고 한다. 안경은 가격이 비싸고 귀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 앞에서는 안경을 쓸 수 없었다. 이는 임금이어도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도 있다. 조선시대 문신으로 이조판서, 공조판서를 역임한 조병구는 잘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 왕 앞에서 안경을 쓰고 있다가 헌종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조병구는 헌종의 외삼촌이었지만, 안경예절 앞에서는 가족도 소용 없었던 것이다. 이에 왕에게 보복당할까 두려움에 떨던 조병구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전해진다.

조선후기 화가 채용신이 그린 보물 제1494호 황현 초상화. 안경을 쓴 모습이 인상적이다 / 문화재청
조선후기 화가 채용신이 그린 보물 제1494호 황현 초상화. 안경을 쓴 모습이 인상적이다 / 문화재청

17세기 이후에 많이 보급되면서 여러 계층이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유는 중국이나 일본 등에 사신으로 떠나는 이들로 인해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여러 기록이 있지만, 조선 후기 문신인 이시원이 사은사로 중국에 가는 서염순에게 준 송시에서도 나타난다.

송시 내용에는 “(생략) 안경이 우리나라에 유포된 것은 대개 만력 연간(1573~1620)부터이다. 지금은 마침내 사람마다 뿔송곳이나 숫돌처럼 휴대하고 다닌다”고 쓰여있다. 안경이 숫돌처럼 흔한 물건이 됐다는 뜻이다.

조선시대에는 중국 안경을 가장 품질이 좋다고 평가했다 / pixabay
조선시대에는 중국 안경을 가장 품질이 좋다고 평가했다 / pixabay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던 안경은 중국에서 들여온 것들이었다. 조선시대 문신 오봉 이호민은 자신의 저서 ‘오봉선생집’에서 “중국인은 맑고 깨끗한 양 뿔테를 두 눈의 모양으로 만든다. 눈이 침침한 자가 눈 앞에 놓아 책을 보면 글자 중에서 세밀한 것은 크게 보이고 흐릿한 것은 뚜렷하게 보인다. 이를 안경이라 이름 붙인다”고 쓰기도 했다.

또한, 당시 중국 사신으로 떠났던 이들이 안경 구입을 위해 꼭 들렀던 곳이 베이징에 있는 유리창 문화가다. 유리기와를 만들던 곳이라 ‘유리창(유리를 만드는 공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곳은 지금도 우리나라의 인사동처럼 골동품을 많이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정조 역시 연경에서 안경을 사올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도 전해져 당시 중국 안경의 품질이 뛰어났음을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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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에는 안경이 생산되면서 값이 떨어지고, 여러 계층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했다. 사대부가 독서나 저술활동을 할 때, 여성들이 바느질 등 집안일을 할 때, 화원이 그림을 그릴 때, 한의사가 침을 놓을 때, 군사들의 눈을 바람과 티끌로부터 보호할 때 쓴 풍안경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면서 생활의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IT와 만나 기능이 더해지다

요즘 안경은 시대의 발전과 변화에 따라 IT 기술이 결합되면서 본래의 시력 교정이나 보호를 위한 용도에서 특별한 기능을 가지는 물건으로 달라지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3D 안경이 대표적이다. 3D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텔레비전이나 영화관에서 안경을 쓰기만 하면 영상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한다.

구글 글래스 / 위키미디어
구글 글래스 / 위키미디어

글로벌 기업인 구글이 만든 ‘구글 글래스’는 음성 명령을 통해 다양한 인터넷 기능을 사용하도록 한 스마트 안경이자 웨어러블 컴퓨터다.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하고,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내장되어 있으며, 안경에 함께 장착된 카메라로 사진‧동영상 촬영부터 SNS 공유, 네비게이션, 전화, 웹검색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도 빌런 발렌타인이 비슷한 형태의 글래스를 쓰고 나온다 / 네이버 영화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도 빌런 발렌타인이 구글 글래스와 비슷한 형태의 V 글래스를 쓰고 나온다 / 네이버 영화

구글 글래스는 사용자의 생체 건강 등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의사들도 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분야에도 활용하며, 음성 인식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통해 차량 내 기능 제어 등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무단 사진 촬영 등 사생활 침해와 안전 문제가 있다는 단점 때문에 2013년 출시 후 2년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해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구글 글래스 에디션 2를 공개했으며, 첫 모델과 달리 더욱 안경에 가까운 형태이며, 산업 현장에서 업무와 관련된 교육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 위키미디어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 위키미디어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도 구글 글래스와 같은 기능을 하는 웨어러블 기기인 ‘홀로 렌즈’를 2016년 선보였다. 홀로 렌즈는 가상화면의 가상현실(VR)과 실제 화면에 덧씌우는 증강현실(AR)을 결합한 혼합현실(MR)을 택했다. 실제 화면을 스캔한 3D이미지를 출력해 조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사용됐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운영체제를 내장했다.

홀로렌즈는 혼합현실이라는 장점을 살려 3D 모델링이 가능한 프로그램, 영상통화가 가능한 스카이프, 가상 여행을 하며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으며, 실제 환경을 이용한 범죄 스릴러 게임, 슈팅 게임 등도 가능하다. 또한, 구글 글래스가 음성 인식이었다면, 홀로렌즈는 음성인식은 물론, 시선을 인식하거나 손을 이용해 가벼운 제스쳐를 취하면, 해당되는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영화 ‘두 개의 빛 : 릴루미노’는 시각장애를 가진 이들이 모인 사진동호회에서 생긴 로맨스를 그렸다. 사진은 시각장애를 가진 수영(한지민 분)이 VR기기로 사진을 보는 모습 / 네이버 영화
영화 ‘두 개의 빛 : 릴루미노’는 시각장애를 가진 이들이 모인 사진동호회에서 생긴 로맨스를 그렸다. 사진은 시각장애를 가진 수영(한지민 분)이 VR기기로 사진을 보는 모습 / 네이버 영화

이 외에도 안경처럼 착용하는 VR기기를 활용해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은 VR기기에 스마트폰을 장착해, 후면 카메라로 보이는 영상을 시각장애인이 인식하기 쉽도록 변환해준다. 지난 2017년에 공개됐지만, 현재 의료기기 등록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안경을 오래 착용해 본 사람이라면, 불편함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언제 묻었는지 모를 이물질과 지문은 보는 데 방해가 되고, 콧잔등에서 흘러내리며,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는 김이 서린다. 하지만, 안경이 편한 순간도 있다.

오랜 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며 나오는 전자파나 블루라이트로부터 눈을 보호해주고, 콘택트 렌즈를 착용하다 생기는 염증이나 건조함도 안경을 대신 착용해주면 한결 나아진다. 그래서 의학기술이 발달했어도 불편함을 감수하며 안경을 쓰는 이들이 많은 걸지도 모른다. 13세기부터 지금까지 그 형태를 최대한 유지해 온 이 발명품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눈을 대신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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