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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보물, 오랜 기다림을 거쳐 국보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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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보물, 오랜 기다림을 거쳐 국보가 되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0.10.21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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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유일한 건칠기법 적용된 조사상...건칠(乾漆) 이란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 /문화재청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이번 국보 제333호로 공식 지정된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은 신라 말에서 고려 초까지 활동한 승려인 희랑대사의 모습을 조각한 것으로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산 해인사에 모셔진 진영상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조각으로서 고려 10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건칠희랑대사좌상’은 육체의 굴곡과 피부 표현 등이 매우 자연스러워 사실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얼굴은 길고 이마에는 주름살이 깊이 파였으며 자비로운 눈매, 우뚝 선 콧날, 잔잔한 입가의 미소는 노스님의 인자한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여윈 몸에는 흰 바탕에 붉은 색과 녹색 점이 있는 장삼을 입고 그 위에 붉은 바탕에 녹색 띠가 있는 가사를 걸치고 있는데 그 밑에 금색이 드러나는 것으로 미루어 원래 모습에는 금빛이 찬연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천년도 더 전에 제작된 불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불상의 모든 것이 생생하다. 1-2년 전 만들어진 작품이라 해도 믿을 정도다. 

‘건칠희랑대사좌상’은 건칠기법이 적용 된 것이라 이 상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현존하는 건칠상은 그 수가 많지 않으며 대부분이 보살상이다. 이 좌상은 14세기 중반의 조각 양식을 잘 보여준다는 점, 그리고 드문 고려시대 건칠조사상이란 점에서 국보로 지정될 수 있는 게 컸다. 


불상 제작에 폭넓게 쓰였던 건칠 기법 
 

건칠 기법의 원재료인 옻나무 /flickr

이 기법은 옻을 생산하는 동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용되었다. 방법에 따라 진흙으로 거칠게 모양을 만들어 그 표면에 칠을 적신 삼베를 덮은 뒤 진흙을 걷어내 속이 비게 만드는 탈건칠, 조각한 나무 위에 칠에 적신 삼베를 입혀 만드는 목심건칠로 나눈다. 주로 식기류나 불상을 만드는데 이용되어 왔다.

불상을 제작하는 기법 중 하나인 ‘건칠’은 나무를 새끼줄로 감고 점토를 붙여 불상의 형태를 만든 후 그 위에 옻칠과 찹쌀풀을 섞은 호칠로 포를 겹쳐 발라 불상의 세부적인 형태를 만든다. 겹겹이 바른 호칠과 포가 건조된 후 내부에 있던 점토와 나무틀을 제거하고 외면에 칠과 목분 혹은 토분을 섞은 반죽으로 섬세한 형태를 만들어 마무리한다. 

우리나라 건칠불상은 대체로 10매~12매 사이의 건칠층으로 이루어졌고 두께는 머리와 몸이 균일하며 오랜 세월을 거쳐 건조한 탓에 1cm 내외이며 가장 두꺼운 것도 2cm를 넘지 않는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으로 만들어 단단하지만 얇게, 그리고 가볍게 제작한다. 때문에 조각에서 표현하기 힘든 불상의 내면적인 표정 변화나 심한 신체의 굴곡, 복잡한 옷자락, 특히 날렵한 천의에 이르기까지 정교하고 복잡한 조각이 가능하다. 또 건칠불은 불상 내부가 비어 부피에 비해 가벼워 급작스런 사고에 옮기기 쉽다. 

이렇듯 건칠불상은 다른 재질의 불상보다 긴 제작시간과 정밀한 제작과정을 거쳐 조성되었지만, 주재료인 고가의 칠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 우리나라에선 많은 작품이 제작되지 못하고 짧은 시간동안 소량의 작품만 남게 되었다.


건칠 기법이 적용된 세계 각국의 건칠불상 
 

건칠여래좌상, 중국 /인천시립박물관 

내려감은 두 눈과 작지만 꼭 다문 입술은 명상에 잠긴 듯한 모습을 하고있다. 무릎 위로 내린 두 팔의 양손은 없어진 상태이다. 건칠불의 경우 양손을 별도로 만들어 끼워 넣는 방식이 보편적인데 무슨 이유인지 현재 이 불상의 손목 부분은 막혀 있다. 마치 숄을 두른 듯한 망토형 대의가 두 어깨를 덮고 있으며, 가슴 부분의 승각기를 주름 잡아 리본 모양의 띠매듭을 만들었다. 결가부좌한 자세는 오른발을 위로 올린 길상좌를 취하고 있는데, 양 발바닥이 모두 위로 향해 있으며, 발바닥에는 발금이 명확히 새겨져 있다. 중국 명나라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석가모니불 건칠 석가여래상, 미얀마 /국립중앙박물관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는 불상 제작이 성행해 다양한 조형기법으로 불상이 제작되었다. 석가모니불은 건칠 기법으로 제작된 것으로 통통하고 둥근 얼굴이 미얀마 북부의 특색을 나타낸다. 건칠 기법은 나무나 흙으로 골격을 만들고 그 위에 종이나 천을 씌운 뒤 칠을 반복적으로 도포하여 불상을 만드는 기법이다. 머리 위로는 1000여개의 작은 나발이 촘촘히 배치되어 있고, 정수리 부분에 과일 열매 모양의 원추형 나발이 붙어 있다.

현재는 얼굴 주위로 약간의 금박만이 남아 있지만, 원래는 석가여래의 얼굴 전면이 황금빛으로 도금되어 있었다. 이 불두는 16세기 미얀마의 아봐시대에 제작된 대표적인 건칠 불상으로 높이가 무려 116센티에 이르는 대작이다. 

 

기후대불, 일본 /pixta

기후대불은 기후현 기후시의 쇼우호우지에 있는 석가여래좌상으로 1832년에 완성되었다. 기후현의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나라 대불, 카마쿠라 대불과 함께 일본 3대 대불이라 불린다. 대불전 내부의 높이는 약 25m이고, 거기에 안치된 불상은 좌상으로 높이가 13.7m, 귀 길이는 2.1m 정도로 크기로는 카마쿠라 대불을 능가한다. 전해 내려오는 작업방식은 큰 은행나무를 축으로 하여 골격은 목재로 짜고 외부를 질 좋은 대나무와 점토를 붙여 그 위에 옻칠을 접착제로 활용해 대장경 종이를 다층으로 여러번 쌓아 형체를 만들고 그 위에 금박을 입혀서 완성한다. 
 

건칠보살좌상,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원형인 소조상을 완전한 형태로 제작해 그 위에 삼베와 칠을 겹 바르고 내부의 흙을 제거해 완성했는데 이때 몸 안에는 보조지지대를 쓰지 않고 공간을 비웠다. 표면에 있는 장신구와 영락, 끈 등은 따로 만들어 부착했으며, 삼베와 옻칠의 양을 형태에 맞춰 섬세하게 조절했다. 또 귀와 손 등을 별도의 나무로 만들어 못 대신 접착제를 사용해 부착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했다. 세부적으로 삼베와 옻칠을 번갈아 8~9회 올려 견고한 강도로 형태를 완성했으며 눈동자에는 석영을 끼워 넣었다. 귀는 별도의 나무로 만들어 접착제로 부착했고, 두 손도 나무로 깎아 끼워 넣었다.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 한국 /문화재청 

이번에 국보로 지정된 건칠희랑대상사좌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조각으로 길고 큼직한 머리는 파격적인 모습이다. 머리카락이 없는 머리 부분에서 눈 있는 부위로 내려오면서 약간 좁아진다. 그러다가 그 아래로 점점 넓어져 뺨 부위가 가장 확장된다. 여기에서 턱까지 급격히 좁아지면서 삼각형 턱을 형성하였다. 인상적인 광대뼈의 표현과 함께 비범하고 괴이한 노스님의 얼굴을 명쾌하게 나타냈다.

얼굴과 가슴, 손, 무릎 등 앞면은 건칠로, 등과 바닥은 나무를 조합해 만들었고 후대의 변형 없이 제작 당시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면과 뒷면을 결합한 방식은 보물 제1919호 ‘봉화 청량사 건칠약사여래좌상’처럼 신라에서 고려 초까지 해당하는 비교적 이른 시기의 불상조각에서 확인되는 제작 기법이어서 희랑대사좌상의 제작 시기를 유추하는 데 참고가 된다.

유사한 시기 중국과 일본에서는 고승의 모습을 조각한 조사상을 많이 제작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유례가 거의 전하지 않는다. 때문에 ‘희랑대사좌상’이 건칠이라는 재료가 가진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실제 생존했던 고승의 모습을 재현한 유일한 승려의 진영 조각이라는 점에서도 미술사적 가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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