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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문화계 국정감사] 문화재 보존, 얼마나 잘 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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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문화계 국정감사] 문화재 보존, 얼마나 잘 되고 있나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10.15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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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지난 1년간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 운영되었는지 돌이켜보는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각 국회 상임위 별로 열리는 국정감사 중에서 문화예술 분야를 담당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7일부터 시작됐다. 문체위에서 다뤄진 주요 쟁점은 ‘문화재’였다. 문화재가 얼마나 잘 관리되고 있는지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질의와 답변이 논의됐다.

7일 열린 제21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모습 / 박정 국회의원 블로그
7일 열린 제21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모습 / 박정 국회의원 블로그



매년 물에 잠기는 울주 반구대 암각화

올해 여름은 54일간 비와 태풍 등이 이어지면서 역대 사상 최장 장마라고 기록됐다. 이로 인해 각 지역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도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장마와 태풍으로 수위가 올라가면서 3개월째 물에 잠겨있으며, 이 상황은 매년 이어지고 있다.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 문화재청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 문화재청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蔚州 大谷里 盤龜臺 岩刻畫)는 높이 4m, 너비 10m의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암반에 여러 가지 모양을 새긴 바위그림이다. 암각화가 국보로 지정된 이유는 선사시대 생활상을 비교적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바위에는 호랑이, 멧돼지, 사슴 등 육지동물과 바다고기, 사냥하는 장면 등 총 200여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반구대 암각화 세부모습 / 문화재청
반구대 암각화 세부모습 / 문화재청

함정에 빠진 호랑이, 새끼를 밴 호랑이, 교미하는 멧돼지, 새끼를 거느린 사슴, 작살 맞은 고래 등의 동물과 탈을 쓴 무당,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어부 등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나있다.

그림은 조각을 내면서 윤곽선을 내거나, 갈아내거나 떼어내는 등 다양한 기법이 사용돼 신석기말에서 청동기 시대에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물의 특징을 실감나게 묘사한 미술작품으로 사냥미술인 동시에 종교미술로서 선사시대 사람의 생활과 풍습을 알 수 있는 최고 걸작품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이렇게 가치가 높지만, 반구대 암각화는 매년 물에 잠기고, 물에 침식될 우려가 생겨 2003년부터 보존하기 위한 조사와 연구가 지속되고 있었다. 2013년에는 이동식댐을 설치하자는 구체적 방안까지 나왔으나 2016년쯤 백지화되었다고 한다.

반구대 암각화 현장실사를 나온 국회의원들 / 박정 국회의원 블로그
반구대 암각화 현장시찰 중인 국회의원들 / 박정 국회의원 블로그

이에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반구대 암각화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보존 방안을 마련하자고 촉구했으며, 울산시는 지난 14일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추진위는 연구와 조사, 보존방안 마련, 주민 협력체계 구성 등을 통해 반구대암각화의 가치를 정립하고 세계유산 등재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목재 문화재 10개 중 4개, 화재 위협 있어

2008년 국보 1호인 숭례문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무너지는 모습은 대한민국 국민들을 참혹하게 만들었다. 목재문화재가 다수인 우리나라 문화재 특성상 화재에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소방 및 방범시설을 늘렸지만 아직도 일부 문화재는 취약해 보인다.

국보 1호인 숭례문. 2008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2013년 복구됐다 / pixabay
국보 1호인 숭례문. 2008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2013년 복구됐다 / pixabay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보급 문화재 중에서 국보는 소방시설 및 방범시설이 모두 구축됐지만, 보물, 국가민속문화재 등은 아직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월 기준 국가지정문화재 방재 현황을 살펴보면, ▲보물 문화재 148곳 중 소방시설 미설치 12곳, 방범시설 미설치 8곳 ▲국가민속문화재 188곳 중 소방시설 미설치 72곳, 방범시설 미설치 45곳이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신규 보물문화재가 작년 12월에 지정되어 올해 방재예산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국가민속문화재의 경우 소방시설 설치는 법정의무사항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김승수 의원은 “소방시설 설치가 진행 중인 용주사 등 3곳의 평균 설치비용은 3억원 안팎인데, 올해 1조원의 예산시대를 연 문화재청의 예산규모를 고려한다면 면피용 변명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법정의무 사항이 아니더라도 국가지정 민속문화재의 보존을 위해 선행적 예방행정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난 후 돌아오는 문화재는 약 15%

건실한 문화재를 잘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도난되는 일도 빈번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도난된 우리나라 문화재는 10년간 총 1만 2,749건이며, 이 중 회수된 문화재는 1,972건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약 15.5% 정도다.

종류별로는 국가지정문화재가 9건이 도난되어 2건이 회수됐고, 시·도지정문화재는 329건이 도난되어 5건만 회수됐으며, 비지정문화재의 경우 1만 2,411건이 도난되어 1,965건만 회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에 도난된 국보 제238호 소원화개첩 / 문화재청
2001년에 도난된 국보 제238호 소원화개첩 / 문화재청

대표적 도난문화재로는 국보 제238호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의 글씨인 ‘소원화개첩’, 보물 제569-4호 안중근 의사의 글씨, 보물 제40호 통일신라 흥덕왕 3년에 창건된 남원 실상사 백장암 석등의 보주(연꽃봉오리모양의 장식) 등이 있다.

이에 문화재청은 “도난문화재의 대부분은 사찰이나 특정 문중에서 소유하고 있는 고서적, 불상 등의 비지정문화재가 많고, 이와 같은 도난문화재들은 장기간 은닉된 상태로 공소시효(10년)가 경과된 후 은밀하게 유통되므로 회수에 어려움이 크다”고 해명했다.


해외로 반출될 뻔한 문화재, 창고에 갇혔다?

도난된 문화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난당할 뻔한 문화재가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국회 문화예술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매년 문화재 밀수범들이 항공편으로 문화재 불법 반출을 시도하다 국제공항에서 적발돼 압류된 문화재가 문화재청사 10층 창고에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이곳은 불과 한 평 남짓한 일반 창고였다. 심지어 체계적으로 분류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쌓아두고 있었으며, 수 년째 보관 중인 문화재도 다수 있는 걸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보물 제260호 유희춘 미암일기 및 미암집 목판 / 문화재청
보물 제260호 유희춘 미암일기 및 미암집 목판 / 문화재청

불법 반출하려다 압수된 문화재 일부는 해당 사건의 재판이 끝나거나 원소장자가 확인될 때까지 문화재청에 임시로 보관하게 된다. 하지만 그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상헌 의원에 따르면 보관 중인 압수유물은 총 12건, 1362점이다.

이 중에는 국가 보물인 미암집도 포함되어 있다. 보물 제260호인 유희춘 미암일기 및 미암집 목판은 조선 선조 때 학자 유희춘이 직접 손으로 쓴 일기라고 한다.

일기이지만 개인적인 일 외에도 조정의 공적인 사무와 일과 보고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으며, 임진왜란 때 소실된 선조 25년 이전의 기록이 다 타고 없어졌는데, 미암집이 선조실록 편찬의 기본 사료가 될 정도로 가치가 높다.

이런 가치가 높은 문화재들은 관리가 중요하다. 미암집과 같이 오래된 서지류를 비롯한 유물들은 온도나 습도, 빛에 취약하기 때문에 항온·항습 처리된 전문 보관소에서 관리해야 하지만, 문화재청 보관소에는 이 같은 기능이 없다는 것이 이 의원의 지적이다.

이 의원은 “소중한 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문화재청 차원에서 사범단속반의 독립성, 인력증대, 조사실 확보 등 대책을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대왕기념관, 결혼식장 되며 문화재 방치

문화재는 아니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보물과 자료를 보관 중인 곳이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안타깝게 했다. 올해 서울시 10월의 미래유산에 선정된 ‘세종대왕기념관’이 바로 그 곳이다. 보물과 문화재는 창고에 방치되고 있는 반면, 결혼식, 돌잔치 장소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동대문구 회기로에 위치한 세종대왕기념관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
동대문구 회기로에 위치한 세종대왕기념관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

세종대왕기념관은 세종대왕의 업적을 추모하고 보존하기 위해 1973년 10월 9일 개관했다. 한국적인 조형미를 살린 건축물부터 세종대왕과 관련된 자료, 보물 1805호인 세종대왕신도비, 보물 838호 수표,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42호 구영릉석물 등이 전시되어 있다.

현재도 전통혼례, 야외웨딩 등이 진행되는 듯하다. 홈페이지는 물론, 웨딩 후기도 발견할 수 있었다 / 세종대왕기념관웨딩홀 홈페이지
현재도 전통혼례, 야외웨딩 등이 진행되는 듯하다. 홈페이지는 물론, 웨딩 후기도 발견할 수 있었다 / 세종대왕기념관웨딩홀 홈페이지

하지만, 이곳을 운영하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재정이 악화되면서 대지 사용료, 관리비, 운영비 등을 충당하지 못하고 수익을 위해 기념관을 웨딩홀 등의 사업을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수익 사업에 치중하면서 기념관에 보관 중인 보물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수장고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날 정도라고 한다.

세종대왕기념관이 있는 보물 제763호 대불정여래밀인수증료의제보살만행수릉엄경 / 문화재청
세종대왕기념관이 있는 보물 제763호 대불정여래밀인수증료의제보살만행수릉엄경 / 문화재청

이병훈 더불어민주당의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곳에 보관 중인 보물은 ▲보물 제763호 ‘대불정여래밀인수증료의제보살만행수릉엄경’ 2권 ▲보물 제769호 ‘몽산화상법어약록’ 1권 ▲보물 제722-1호 ‘금강경삼가해’ 2권 등 국가 보물 5점 ▲서울시 유형문화재, 국가등록문화재 등이다.

문화재청은 “기념관은 문화재청 소관이 아니며, 기존 유지관리사업이 있음에도 기념사업회와 해당 지자체가 신청을 하지 않아 그동안 지원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상태다.

또한, 수장고는 문화재청 지원으로 1억원 규모로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설계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도 본질적인 관리가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수장고는 적정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전기료, 관리비 등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병훈 의원은 “문화재 보존의 기본원칙인 문화재의 ‘원형 유지’를 위해 수탁기관의 ‘선의(善意)’에 의존하기보다 수탁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한 경제효과가 1조 8천억에 이른다는 조사가 있다. 또 한글이 우리에게 끼친 경제효과는 상상도 어려울 정도다”라며 세종대왕기념관이 이름에 걸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주문했다.


국가소유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언제 찾을까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의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국보인 훈민정음의 정확한 명칭은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해설과 예시가 실렸다고 해서 ‘해례’라고 부른다. 현재 익히 알려진 것은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되어 간송 전형필이 입수해 간송미물관에서 보관 중인 것으로, 최초이자 원본 해례본으로 알려졌다.

국보 70호 훈민정음 용자례 / 문화재청
국보 70호 훈민정음 용자례 / 문화재청

그런데 지난 2008년 7월 경북 상주에서 간송미술관과 동일한 판본이 발견되었다. 고서 수집가인 배익기 씨가 집 정리 중 발견한 것이다. 지역명을 붙여 ‘상주본’이라고 부르는 이 해례본이 중요한 이유는 보존상태도 좋을뿐더러, 훈민정음 연구자의 주석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해례본의 금전적인 가치가 1조원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소유권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2019년 7월 11일 대법원은 훈민정음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판결을 내렸지만, 배 씨는 반환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훈민정음 상주 해례본과 관련해 정재숙 문화재청에게 소유자인 배익기 씨를 만난 적이 있는지 물었고, 정재숙 청장은 “아직 만나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 씨 / JTBC 뉴스 인터뷰 캡쳐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 씨 / JTBC 뉴스 인터뷰 캡쳐

김승수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제외된 것을 언급하며, “제가 배 씨를 직접 만나본 결과, 배 씨와 문화재청이 서로 상당히 불신이 큰 것을 느꼈다. 그래서 대화의 물꼬가 터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국가소유이기 때문에, 강제집행을 하던지, 다른 방법을 찾던지해야 하는데, 문화재청이 1년 동안 아무런 노력을 안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공개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회수에 진척이 없으며, 만일의 경우 상주본이 멸실 또는 훼손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에는 배익기 씨의 자택에서 불이 났으며, 이때 상주본이 불에 타 소실되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2017년에는 불에 그을린 상주본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상주본의 위치나 소유여부는 배익기 씨만 알고 있는 상태다. 2019년 JTBC와의 인터뷰에서 배 씨는 상주본 소유여부에 대한 질문에 “민감한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국정감사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박물관, 미술관 피해액이 728억이며, 이와 관련된 프리랜서 예술인은 1260억원의 고용피해를 봤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런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예술인들이 무대에 다시 서도록 정부 차원의 중장기 지원방안과 금융분야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우리 문화 전반의 뿌리가 되는 문화재 보호와 보존에도 노력해야겠지만, 코로나처럼 갑작스레 닥친 악재에 대해서도 어떻게 문화예술계가 대비할 것인지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잘못한 것만 파고들어 비난하는 국정감사가 아닌,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국정감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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