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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케치] ‘2020 드림블라썸아카데미 종합전시’ 예술에는 장애가 없다, 꿈을 꾸는 순수함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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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케치] ‘2020 드림블라썸아카데미 종합전시’ 예술에는 장애가 없다, 꿈을 꾸는 순수함만 있을 뿐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08.18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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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꿈은 이루어진다’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문구가 됐다. 그만큼 사람들은 바라는 것, 꿈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꿈을 ‘그림’으로 이뤄낸 작가들을 보면 못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인사아트에서 열린 ‘2020 드림블라썸아카데미 종합전시’는 장애인 작가 10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유리돔 조명에 채색한 작품 / 전은지 기자
지하 1층에 전시된 조형물들 / 전은지 기자

드림블라썸아카데미(DREAM BLOSSOM ACADEMY, D.B.A.)는 서울특별시중구장애인복지관의 예술사업의 일환으로, 성인발달장애인들이 글로벌문화예술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2020 드림블라썸아카데미 종합전시’ / 서울특별시중구장애인복지관 홈페이지
‘2020 드림블라썸아카데미 종합전시’ / 서울특별시중구장애인복지관 홈페이지

발달장애인들이 창조적 예술활동을 통해 더 나은 자기 자신에 대한 꿈(Dream)을 가지고, 잠재된 재능을 꽃 피울 수 있는(Blossom) 기회의 장이다. 이들은 일반인보다 예술을 배울 기회가 적은만큼, 예술 작가들에게 이론과 실습을 주 1~2회 배우며, 한 명의 문화예술인으로 사회에 나서게 된다.

정진옥 서울중구장애인복지관장은 전시 서문에서 “희망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 꿈을 꿀 수 있으려면 상상을 넘어선 엄청난 신뢰가 요구됩니다. 그 꿈을 현실에서 실현해내기 위해서는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꿈을 세상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뚫고 나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라며 “우리는 그런 신뢰와 인내, 용기의 가치를 DBA를 시작하고, 진행하며, 마무리하는 전 과정 안에서 끊임없이 선택하고 살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미미한 시작은 수많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커다란 희망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6월부터 3년간 활동해 온 이들은 이번 종합전시를 비롯해 홍영훈, 최병철 작가는 올해초 갤러리 빈치, 토포하우스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품들은 다양한 채색도구를 활용한 그림부터, 다양한 사진으로 만든 콜라주 작품, 유리돔이나 종이, 실 등을 활용해 화려함과 순수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유리돔 조명 / 전은지 기자
유리돔 조명 / 전은지 기자
종이죽으로 만든 12간지 조형물 / 전은지 기자
종이죽으로 만든 12간지 조형물 / 전은지 기자
스트링 아트 / 전은지 기자
스트링 아트 / 전은지 기자

전시는 1층과 지하 1층 등 2개층을 활용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지하에는 조형물이 중심이었다. 데칼코마니 기법과 채색을 활용해 만든 다양한 형태의 조형물을 여러 소재의 털실과 실로 이은 스트링 아트, 종이죽을 활용해 만든 12간지, 유리돔 조명에 화려하고도 심오한 느낌으로 채색한 작품이 가득했다.

1층에는 동물을 그린 작품부터, 플라스틱 조형물로 표현한 그림자아트, 여러 사진을 혼합해 만든 콜라주 작품 등이 주를 이뤘다. 작가들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작품들이 가득했다.

홍학, 펭귄, 펜더곰_디지털 드로잉_2020_정민우 / 전은지 기자
홍학, 펭귄, 펜더곰_디지털 드로잉_2020_정민우 / 전은지 기자
새, 금붕어_디지털 드로잉_2020_정민우 / 전은지 기자
새, 금붕어_디지털 드로잉_2020_정민우 / 전은지 기자
하마, 강아지, 북극곰, 얼룩말, 고양이, 원숭이, 송아지, 물고기_디지털 드로잉_2020_정민우 / 전은지 기자
하마, 강아지, 북극곰, 얼룩말, 고양이, 원숭이, 송아지, 물고기_디지털 드로잉_2020_정민우 / 전은지 기자

정민우 작가는 주로 디지털 드로잉을 활용해 동물을 그렸다. 마치 앤디워홀의 팝아트를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다소 삐뚤빼뚤 고르지 못한 선은 어린아이가 붓을 잡은 듯한 서투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색감이 인상적이었으며, 이를 보는 젊은 여성 관람객들이 연신 ‘귀엽다’는 반응이었다.

올빼미 “아름다운 달빛 꿈”_캔버스에 오일파스텔_2020_홍영훈 / 전은지 기자
올빼미 “아름다운 달빛 꿈”_캔버스에 오일파스텔_2020_홍영훈 / 전은지 기자
펭귄, 토코투칸, 오리_캔버스에 오일파스텔_2020_홍영훈 / 전은지 기자
펭귄, 토코투칸, 오리_캔버스에 오일파스텔_2020_홍영훈 / 전은지 기자
북극곰, 원숭이, 양, 거북이_캔버스에 오일파스텔_2019_홍영훈 / 전은지 기자
북극곰, 원숭이, 양, 거북이_캔버스에 오일파스텔_2019_홍영훈 / 전은지 기자

개인전을 열었던 홍영훈 작가의 작품들도 ‘동물’이 주요 소재였다. 다소 거친 드로잉이지만, 완성된 그림을 보면 따뜻함이 느껴졌다. 각 동물들의 특징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같은 동물이어도 다른 느낌으로 충분히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크레파스와 비슷한 오일파스텔의 질감과 캔버스, 작가의 드로잉 기법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무제_종이판넬에 색연필_2020_최병철 / 전은지 기자
무제_종이판넬에 색연필_2020_최병철 / 전은지 기자

홍영훈 작가에 이어 개인전 경력이 있는 최병철 작가의 작품은 ‘색연필’로 그렸다는 점이 놀라웠다. 멀리서 볼 때는 진하고 화려한 색감 때문에 아크릴 물감 등으로 그린 유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색연필로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고정관념을 깨도록 했다. 곡식이 익는 들판의 풍경부터 다양한 꽃병을 그린 정물화, 잘 익은 수박의 모습까지 사진만 봐도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사실적인 표현력과 모양을 다소 왜곡되게 표현한 부분이 최병철 작가만의 특색 같았다.

耳目口鼻.02_혼합매체_2020_정문성 / 전은지 기자
耳目口鼻.02_혼합매체_2020_정문성 / 전은지 기자
耳目口鼻.04_혼합매체_2020_정문성 / 전은지 기자
耳目口鼻.04_혼합매체_2020_정문성 / 전은지 기자
불타는 쿠키_그림자놀이_2020_정효경 / 전은지 기자
불타는 쿠키_그림자놀이_2020_정효경 / 전은지 기자
CAR 01_혼합매체_2020_송우석 / 전은지 기자
CAR 01_혼합매체_2020_송우석 / 전은지 기자

여러 가지 채색 재료와 사진 등을 활용한 작품들도 인상적이었다. 정문성 작가의 ‘耳目口鼻’ 시리즈는 작품명을 보지 않으면 난해할 수 있지만, 알고보면 그림에 눈, 코, 귀, 입의 신체 부위 사진과 영화 ‘스타워즈’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가 조합되어 있다. 이를 통해 우주로 가고 싶은 작가의 ‘꿈’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불타는 쿠키’는 옛날 만화영화 속에 등장하는 요정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작품 옆에 함께 전시된 영상에서는 이 작품이 어떻게 ‘그림자놀이’로 활용되는지 설명하고 있었다.

‘CAR 01’은 오일파스텔, 색연필 등 여러 도구를 활용해서 그린 작품같다. 왠지 작가님이 출퇴근길 교통체증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다양한 차의 모습을 그려놓았다. 차의 외관 중에서도 바퀴를 가장 확실하게 그린 점이 인상적이다.

드림블라썸아카데미 작가들 / 드림블라썸아카데미 홈페이지
드림블라썸아카데미 작가들 / 드림블라썸아카데미 홈페이지

이들이 작품을 통해 꿈을 이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다. 더 많은 꿈이 남아있고, 그를 또 다른 작품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가능성과 시간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신은 공평하다’는 말이 드림블라썸아카데미 작가들을 통해 다시 한번 증명된 시간이었다. 남들과는 다소 불편하게 생활할 수 있지만, 이들이 가진 예술 능력만큼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앞으로도 더 많은 꿈을 꽃 피우는 예술가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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