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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으로 그리는 그림, 스탬프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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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으로 그리는 그림, 스탬프 아트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08.12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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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도장을 찍다’라는 관용구가 따로 있을 정도로 도장은 어떤 확인을 받는 증표이면서 상징적인 물건이다. 그래서 보통은 이름이나 ‘참 잘했어요’와 같은 문구, 날짜가 새겨진 형태가 많다. 그런데 요즘은 확인의 의미를 넘어 잉크를 눌러 종이에 찍는 그 행위에 초점을 맞춘 하나의 예술이 되어가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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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사용하는 펜 꼭지에 캐릭터 모양의 도장이 들어갈 정도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개인이 원하는 문구나 사진까지 새겨주는 서비스도 있다. 이렇듯 커스텀이 가능한 도장으로 다양한 모양을 새겨 그림으로 그리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도장을 넘어 ‘스탬프 아트’라고 불리는 그 세계를 엿보기로 하자.


신분을 나타내는 동양의 도장문화

도장은 인장(印章)이라고도 하며, 왕이 사용한 도장은 옥새(玉璽), 국가에서 사용하는 도장은 국새(國璽)라고도 부른다. 도장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양권에만 있는 문화다. 그 사람의 신분이나 권위를 나타내거나, 자신의 작품임을 증명하는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도장은 고조선 시대 환웅이 인간세계를 다스리러 내려올 때, 아버지인 환인에게서 받은 천부인(天符印) 3개가 최초라고 한다. 해석에 따라 다르지만, 천부인은 청동검, 청동거울, 청동방울 등의 3개의 보물이라고 하거나, 절대왕권을 상징하는 3개의 옥새라고도 한다.

보물 제1618-1호 대한제국 고종 황재 어새 / 문화재청
보물 제1618-1호 대한제국 고종 황재 어새 / 문화재청

고조선 이후인 고구려, 신라, 백제 등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 시대에는 주로 관인(官印)이 많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관인은 관직이나 그 기관을 나타내는 도장이다. 그 형태는 나무로 만든 목인(木印), 돌로 만든 석인(石印) 등이었다.

왕이 사용한 옥새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왕의 권위와 정통성을 상징했다. 왕명을 내리거나 어떤 제도현안을 반포할 때, 국가간의 외교문서를 주고 받을 때 찍어 사용했으며, 왕위를 계승할 때 상징적인 의미로도 사용됐다. 국왕 행차에도 행렬의 앞에서 봉송되며 왕의 위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낙관이 찍힌 김홍도의 산수인물도(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09호) / 문화재청
낙관이 찍힌 김홍도의 산수인물도(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09호) / 문화재청

권위를 상징하는 도장 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낙관(落款)이다. 낙성관지(落成款識)의 약자로 글씨나 그림을 쓴 후, 그림을 그린 장소와 날짜를 적거나 자신의 것임을 나타내기 위해 호(號)나 이름을 새겨 찍은 도장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송나라 이후 보편화 되었으며, 원나라 화가인 예찬이 낙관을 찍고 작품에 대한 기록이나 찬사의 글인 화찬(畫讚)을 적으면서 유행했다.

조선시대 화가들도 대부분 자신의 호(號)나 이름을 새긴 낙관을 대부분 찍었으며, 조선 초기 일부 화가들은 낙관 찍는 것을 기피해, 화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호나 이름을 새겨 찍는 후관(後款)이 있다고 전해진다.

도장 문화가 있던 중국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의 인장은 후한시대에 종이가 발명되면서 발달했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는 대나무 등에 기록한 뒤, 진흙을 사용해 인장을 눌러 봉했다고 한다. 이후 진나라, 한나라 때부터 부절령(符節令)이라는 관직을 따로 두었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국새와 인장을 관리했다고 한다. 관리들이 사용하는 관인에는 긴 끈이 달려있어 허리에 감고 다녔다고 한다.

또한, 명칭에 따라 그 도장의 사용자나 용도를 알 수 있었다. 성명인(姓名印)은 보통 사람들이 이름을 새겨 사용하는 도장을 말한다. 표자인(表字印)에는 남자들이 성인이 되면 갖는 이름인 자(字)를 표시했다. 신첩인(臣妾印)은 신하, 왕비나 후궁 등의 비빈(妃嬪), 궁녀 등이 문서를 올릴 때 사용한 도장이다.

이 외에 목적에 따라 ▲편지를 보낼 때 쓰는 서간인(書簡印) ▲이름이나 출신지를 표시한 총인(總印) ▲이름을 표기하고 문자를 반시계 방향으로 배열한 회문인(迴文印) 등이 있었다고 한다.


도장 문화가 없는 서양, 편지에 녹여붙이는 실링왁스

서양에도 중세 초기 문서 변조를 막기 위한 봉인의 목적으로 공문서에 인장을 사용했다고 한다. 서명을 인장으로 만든 문자인장, 성 등의 건축물을 새긴 그림인장, 귀족이나 군주의 얼굴을 새긴 초상인장 등이 있었다. 또는 문서 끝에 줄을 꿰어 묶기도 했다. 그러나 동양처럼 도장 문화가 깊지 않으며, 약 18~19세기부터 서명을 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고 한다.

실링왁스 / pixabay
실링왁스 / pixabay
실링왁스로 편지를 봉인했다 / pixabay
실링왁스로 편지를 봉인했다 / pixabay

대신 도장과 비슷한 ‘실링왁스’는 있었다. 편지를 봉인할 때 사용하던 것으로 기원전 메소포타미아 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에는 중요한 기밀을 담은 편지나 문서를 보지 못하도록 봉투에 진흙을 발라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중세시대인 약 16세기부터 밀납을 사용해 접착력을 높였으며, 다양한 도안이나 문자를 스탬프 형태로 만들어 찍었다고 전해진다. 실링왁스를 불에 녹여 떨어뜨린 뒤, 각 귀족 집안을 상징하는 인장이 새겨진 도장을 눌러 굳혀주는 방식이다. 이는 현재에도 독특한 문화처럼 전해지면서, 각종 쇼핑몰 등에서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요즘 도장은? - 천부터 엽서까지 다양하게 사용

현대의 도장은 이름을 새겨서 공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서 발전해, 커스텀을 해서 나만의 수제도장을 만들거나, 옛날처럼 지우개와 같은 고무에 그림을 양각이나 음각으로 파내 찍기도 한다. 네일아트에도 도장을 사용한다. 스탬프 틀에 매니큐어를 바른 뒤, 도구로 그 모양을 그대로 찍어 손톱에 누르면서 찍어주면 된다. 또한, 다양한 캐릭터나 캘리그라피 문구를 담은 디자인 도장도 매우 다양하며, 도장을 찍는 잉크도 컬러가 매우 다양하다.

인스타그램에서 스탬프아트를 검색하면 다양한 작품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스탬프아트를 검색하면 다양한 작품을 구경할 수 있었다
스탬프 아트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이다 / pixabay
스탬프 아트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이다 / pixabay
네일아트에도 스탬프가 이용된다 / pixabay
네일아트에도 스탬프가 이용된다 / pixabay
천이나 나무, 돌에 그림을 찍어 표현할 수 있다 / pixabay
천이나 나무, 돌에 그림을 찍어 표현할 수 있다 / pixabay

도장을 예술의 한 분야처럼 활용하는 것이 ‘스탬프 아트’다. 고무나 나무 등에 어떤 형태를 새긴 후 하나 혹은 여러 개의 도장을 조합해 찍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스탬프 아트는 기존처럼 종이 위에 찍어서 그림을 만들어 엽서나 카드를 만들기도 하지만, 나무에 찍거나 원단에 찍어 의류나 가방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핸드아티코리아’ 전시회에서도 가죽 지갑에 탄생화, 탄생목 도장을 찍어 개인의 개성을 돋보이도록 한 상품도 있었다.

지우개에 원하는 모양을 새겨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클래스 / 클래스 101 캡쳐(https://class101.net/products/rianakim_stamp)
지우개에 원하는 모양을 새겨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클래스 / 클래스 101 캡쳐(https://class101.net/products/rianakim_stamp)

스탬프 아트는 거창하지 않다. 문구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지우개로도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클래스 101에는 지우개 스탬프 클래스가 있었으며, 한국지우개스탬프협회가 따로 있을 정도로 스탬프 아트 마니아 층도 많아보였다.

스탬프 아트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이다 / pixabay
스탬프 아트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이다 / pixabay
스탬프 아트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이다 / pixabay
스탬프 아트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이다 / pixabay

지우개로 만든 스탬프를 보면 그냥 재미로 하는 수준을 넘어선 듯 보인다. 도장을 찍어 표현하는 그림은 어딘지 모르게 앤틱한 느낌을 주며 감수성을 더한다. 지우개에 도안을 새긴 뒤 칼로 파내다보면 쉽게 나만의 작품을 가질 수 있으니 취미로서의 접근성도 매우 낮아보인다.

스탬프 아트에 필요한 재료들. 스탬프 조각용 블록과 아트 나이프 / 텐바이텐 제품 사진
스탬프 아트에 필요한 재료들. 스탬프 조각용 블록과 아트 나이프 / 텐바이텐 제품 사진

보다 전문적으로 만드려면 스탬프 조각용 블록과 정교한 조각을 위한 아트나이프를 구매해야 한다. 재료의 가격도 큰 부담은 없다. 블록은 2,500~15,000원, 아트나이프는 5,000~11,000원 정도다. 이 외의 필요한 컬러 잉크 패드 등도 저렴한 편이다. 잉크가 따로 없으면 물감을 사용해도 무방할 듯하다.

자격증 소개와 작품 사진들 / 한국POP예술협회 홈페이지
자격증 소개와 작품 사진들 / 한국POP예술협회 홈페이지

스탬프 아트는 ‘지우개 스탬프 ARTIST’라는 자격증이 있어 교육적인 방면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POP예술협회에서 발행하는 이 자격증을 취득하면 스탬프 전용 지우개를 이용해 다양한 스탬프 공예기법을 익혀 도안을 만들고,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스탬프 아트는 종이 접기처럼 쉽게 접하기에 좋은 공예다. 요즘도 배우는지 모르겠지만, 학교 미술수업에는 조각도로 고무판화를 만들어보거나 지우개로 조각해 나만의 이름 도장을 파는 과제도 있었다. 또한, 거창한 재료 없이 단단한 지우개와 송곳이나 칼이 있다면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언가를 찍어서 만드는 그림만큼 쉬운 것이 없다. 내가 직접 새겨서 만든 것이 아니더라도, 예쁜 그림이 새겨진 도장을 사서, 잉크를 묻혀 찍어서 꾸미면 그것이 바로 ‘스탬프 아트’니까. 전시회에서 만난 한 작가가 “도장 찍는 것은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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