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10-01 06:20 (목)
요즘 같은 날씨, 옛날 어른들은 무엇을 했을까
상태바
요즘 같은 날씨, 옛날 어른들은 무엇을 했을까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08.06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청제가 간절히 필요해...이제 비가 그만 왔으면 좋겠다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올해 여름은 분명 작년보다 덥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장마가 한번 오더니 멈출 줄을 모른다. 눈부실 정도로 내리쬐는 햇빛이 그리운 요즘이다. 우산을 써도, 비옷을 입어도 다 젖기 마련이다. 이렇게 비가 오는 것을 막을 수 없으니 날씨가 야속하기만 하다.

pixabay
pixabay

비가 올 때, 옛날 조상들은 어땠을까? 지금처럼 내리는 비를 곡식이 잘 자라게 해준다고 좋아만 했을까. 비가 안 와도 제사, 비가 너무 내려도 제사를 지내면서 비를 피하기 위한 도구를 만들어 입었다고 한다.


가뭄엔 기우제, 장마엔 기청제

기우제는 하늘에 비를 내려달라고 간청하는 제사였다. 그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풍습이 다양했다. 제사는 보통과 비슷하게 음식을 차리고, 동물의 머리를 바치는 방식이었다.

왕이 제사를 주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왕을 신과 동등한 신성한 존재로 보는 경우에는 왕이 직접 주관해 제사를 지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원인이 왕에게 있다고 여길 때도 있었다. 때문에 왕이 땡볕에 서서 고통을 느끼게 하며 비가 내리도록 빌거나, 기우제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에는 왕과 신하들 모두 근신하며 행실을 조심히 했다고 한다. 죄수들 중에 억울한 사람은 풀어주기도 했고, 가난한 백성은 구제해줬다는 것을 보면 ‘비’가 얼마나 당시 사람들에게 중요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2017년 예산 국사봉에서 진행된 기우제 / 예산군청 홈페이지
지난 2017년 예산 국사봉에서 진행된 기우제 / 예산군청 홈페이지

민간에서는 용을 물의 신이라고 여기는 만큼, 용을 활용한 풍습도 많았다. 그림이나 흙으로 빚어 놓고 빌기도 했으며, 용이 산다는 연못을 더럽게 만들어 비를 내리게 했다. 또는 용을 닮은 도마뱀을 아이들이 갖고 놀며 괴롭히도록 해 비를 내리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각 지역별로 전해지는 풍습도 있다. 물가에서 키로 물을 퍼올려 뿌리기도 했으며, 여성들이 곡식을 빻을 때 쓰는 디딜방아를 물가에 거꾸로 꽂아놓기도 했다.

농바우끄시기 / 문화재청
충남 금산의 기우제인 농바우끄시기 / 문화재청

대표적인 것이 충남 금산에 전해지는 ‘농바우끄시기’다.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2호이기도 한 농바우끄시기는 농바우(바위)를 끄시면서(끌면서) 흔들어 하늘을 노하게 만들면 비가 내릴 것이라는 노승의 조언에 장대비가 쏟아졌다는 일화가 전해지면서 시작된 기우제다. 여성들이 주도하며, 바위에 동아줄을 매고 잡아당기면서 비가 내리기를 기원한다.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기우제가 있는 반면, 비가 너무 내려 홍수가 일어나면 비가 그만 내리기를 비는 기청제도 있다. ‘영제(禜祭)’라고도 하는 농경의례의 하나다. 삼국시대는 물론, 고려, 조선시대까지 이어졌으며, 보통 7, 8월 장마 기간에 행해졌다고 한다. 기우제보다는 적게 진행됐다. 제사 형식은 기우제와 비슷했으나, 조선시대에 행해진 기청제는 숭례문(崇禮門), 흥인문(興仁門), 돈의문(敦義門), 숙정문(肅靖門) 등 도성 4문에서 열렸다고 한다.


비와 관련된 공예품

옛날 조상들은 비가 내리기를 빌 때, 병에 솔가지나 솔방울 등을 마개로 해서 병을 거꾸로 매달아 놓았다. 물이 떨어지는 듯한 낙수효과를 통해 그처럼 비가 쏟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공예품이다. 이 외에도 비와 관련된 공예품은 많다.

키 / 위키미디어
곡식의 불순물을 걸러내는데 사용한 농기구 '키' / 위키미디어

비가 농업과 관련이 있는만큼, 농사에 사용되는 ‘키’도 기우제에서 큰 역할을 했다. 키는 흔히 쭉정이나 티끌 등 곡식의 불순물을 골라내는데 사용하는 농기구이다. 곡식을 담고 바람을 일으켜 골라내는 것을 ‘까불린다’고 하는데, 기우제에서도 물가에서 키를 이용해 물을 까불리면서 비가 내리는 듯한 모습을 표현하며 비 내리기를 기원했다. 비가 오면 머리에 쓰기도 했으니, 키의 쓸모는 매우 유용했다.

도롱이 / 국립민속박물관 유튜브 (https://youtu.be/oOZzootAGBw)
도롱이 / 국립민속박물관 유튜브 (https://youtu.be/oOZzootAGBw)
도롱이를 입고 일하는 농부의 모습 / 국립민속박물관 유튜브 (https://youtu.be/oOZzootAGBw)
도롱이를 입고 일하는 농부의 모습 / 국립민속박물관 유튜브 (https://youtu.be/oOZzootAGBw)
도롱이의 속은 매끈하게 엮어주었다 / 국립민속박물관 유튜브 (https://youtu.be/oOZzootAGBw)
도롱이의 속은 매끈하게 엮어주었다 / 국립민속박물관 유튜브 (https://youtu.be/oOZzootAGBw)

‘도롱이’는 비가 올 때 입었던 우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의(蓑衣)라고도 부르는 도롱이는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비가 오면 삿갓과 함께 걸쳐 입었던 노동복이다. 보통 짚을 새끼로 엮어 만들었다. 착용이 편리하도록 몸이 닿은 속은 매끈하게 엮어주었으며, 겉부분은 짚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해 빗물이 짚을 타고 흘러내리도록 만들었다. 사는 지역에 따라 칡으로 만든 띠도롱이를 입거나, 왕이나 양반은 기름을 입힌 유삼을 입기도 했다. 도롱이는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도 입었다.

나막신 / 위키미디어
나막신 / 위키미디어

삿갓을 쓰고 도롱이를 입었다면, 마무리는 나막신이다. 목리(木履)라고도 불리며, 나무로 깎아 만든 신발로 비가 올 때 신었다. 종류도 다양했다. 처음에는 나무로 만든 평평한 바닥에 끈으로 고리를 만들어 신는 평극이었다가 나중에 굽이 생겼고, 굽이 없는 것, 굽에 징이 박히는 등 다양했다. 오동나무, 버드나무로 만든 나막신을 가장 좋은 것으로 쳤다.


비와 관련된 다른 나라의 풍습은?

가뭄과 홍수는 세계 어느 나라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전통방식으로 제사를 지내 비를 내려달라고 간절히 빌었다는 내용이 많았다. 최근 이슈가 된 단어이기도 한 ‘인디언 기우제’라는 단어를 봐도 알 수 있다. 인디언 기우제는 비가 내릴 때까지 빌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긴 하지만, 그만큼 끈질기게 참고 빌어 비 오는 모습을 본 인디언들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열린 금산여울축제에서 농바우끄시기 등 전통민속공연 중인 여성들 / 금산군청
지난해 열린 금산여울축제에서 농바우끄시기 등 전통민속공연 중인 여성들 / 금산군청

구체적인 자료가 많지는 않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여성들이 기우제를 주관한 경우가 많았다. 하늘을 남성, 땅을 여성으로 보는 가치관 때문이다. 양과 음의 조화라고 생각하면 쉽다. 유럽에서는 꽃으로 몸을 장식한 여성들이 춤을 추며 각 가정을 방문하면, 이들에게 물을 뿌리기도 했고, 인도 여성들은 사람 모양의 진흙상을 만들어 마른 땅에 놓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민간에서는 기우제를 지낼 때, 여성들이 키로 물을 퍼올려 까불리거나, 알몸으로 목욕을 하면 비가 온다고 믿는 풍습이 있었다.

이웃나라 일본은 산꼭대기에 불을 지르고, 징이나 큰 북을 시끄럽게 울리는 형태로 기우제를 올렸다고 한다. 불을 피운 연기를 구름으로 여기고 신성한 물을 뿌려 비가 오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이 외에도 일본에는 비와 관련된 수공예품이 등장하는데, 다수의 영화에도 등장한 인형 ‘테루테루보즈’다.

테루테루보즈 / 위키미디어
테루테루보즈 / 위키미디어

테루테루보즈는 하얀색 천에 동그란 머리 모양을 가진 인형으로, 처마 밑에 걸어두면 날씨가 맑아진다는 속설이 있다. 테루테루보즈는 보통 눈만 그려져 있는데, 눈 외에 입과 코 등을 그리면 비가 내린다는 말도 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 네이버 영화

거꾸로 매달아 놓으면 비가 내린다고도 하여 후레후레보즈, 아메아메보즈, 루테루테보즈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본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비 오는 날 돌아오겠다는 엄마를 기다리며, 주인공인 아이가 테루테루보즈를 잔뜩 만들어 집과 학교에 거꾸로 걸어두기도 했다.

테루테루보즈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도 많다. 원래는 중국에서 빗자루를 든 종이인형을 걸어둔 것에서 유래됐다는 것도 있으며, 이름처럼 승려(일본어로 보즈)와 관련된 일화도 있다.

한 마을에서 비가 너무 내려서 농사를 망칠 위기에 처하자, 스님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스님이 “부처님께 정성을 보이면 비가 그칠 것”이라고 말하자, 마을 사람들은 곡식을 있는대로 모아 비를 그치게 해달라고 부처님에게 빌었다. 하지만 비는 그치지 않았고, 화가 난 마을 사람들은 스님의 목을 쳐서 걸어두었고, 그제서야 비가 그쳤다고 한다. 그 후 스님의 목을 형상화 한 인형을 걸어두는 것이 풍습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비와 관련된 남다른 문화나 공예품이 많았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아마도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거나, 비를 멈추게 해달라고 기청제를 지내느라 바빴던 탓일듯하다. 아니면, 조상들도 비가 오면 우리처럼 파전에 막걸리 한 사발 하며 쉬었을 지도 모르겠다. 분명 농작물이 잘 자라려면 비가 필요하지만, 요즘은 정말 그만 내렸으면 한다. 기청제가 매우 필요한 순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