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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②] 핸드메이드 페어 10년, 업사이클링‧공정무역‧친환경 ‘착한 가치 소비’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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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②] 핸드메이드 페어 10년, 업사이클링‧공정무역‧친환경 ‘착한 가치 소비’에 집중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07.31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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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10년차를 맞이한 ‘2020 핸드아티코리아 SUMMER’. 이번 전시 기획관은 더욱 특별했다. 단순히 핸드메이드 작품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핸드메이드가 발전해야 할 미래를 생각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기획관에 참여한 업체 제품들 / 전은지 기자
기획관에 참여한 업체 제품들 / 전은지 기자

그 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기획관은 ‘착한가치 소비관’과 ‘크라우드펀딩관’이다. 이 두 곳은 자신의 가치와 개성을 우선시하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함과 동시에 환경과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들이 전시됐다.


업사이클링과 환경, 사회문제를 생각한 제품들 - 착한가치 소비관

착한가치 소비관은 환경적·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둔 작품들이 많다. 예전에는 생소했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알려진 업사이클링이나 친환경 소재 제품들, 또는 오래 사용해서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업사이클링은 기존에 버려진 제품을 재사용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보다 발전해, 버려진 제품을 새로 디자인해서 새로운 가치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새활용’.

업사이클링 제품 중에는 ‘누깍’, ‘협동조합 온리’, ‘위로상점’, ‘삭스플리즈’가 돋보였다. 분명 버려진 것들을 새로 만들었지만, 말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을 정도로 제품의 퀄리티가 높았다. 과하게 표현하자면, 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광대 같은 느낌이다.

씨앗카드 / 전은지 기자
협동조합 온리는 버려지는 파쇄종이(위)를 전통한지 제작 과정으로 업사이클해서 씨앗이 담긴 카드(아래)를 만들었다 / 전은지 기자
협동조합 온리의 씨앗수제카드 '종이정원' / 전은지 기자
협동조합 온리의 씨앗수제카드 '종이정원' / 전은지 기자

이들이 업사이클링으로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든 이유는 ‘남다른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씨앗수제카드 ‘종이정원’을 만드는 협동조합 온리의 김명진 대표는 “평소에도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많았다. 보통 사무실에서 흔히 버려지는 파쇄종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다가, 전주의 전통한지와 결합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저 ‘쓰레기’라고 생각한 파쇄종이가 아이디어를 만나 누군가에게 고마움과 축하를 전달하는 카드로 탄생한 것이다. 여기에 씨앗을 넣어 또 다른 생명을 탄생시키는 역할도 하며, 이 카드를 만드는데 지역공동체가 참여해 일자리까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협동조합 온리의 부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버려진 현수막과 타이어를 활용해 만든 누깍의 지갑 제품 / 전은지 기자
버려진 현수막과 타이어를 활용해 만든 누깍의 지갑 제품 / 전은지 기자

버려진 현수막이나 폐타이어를 활용해 가방, 지갑, 스마트폰케이스를 만드는 누깍에는 젊은 관람객이 많았다. 디자인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개성을 드러내기에 좋고, ‘착한 소비’에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요즘 젊은 층이기 때문이다.

버려진 양말로 인형을 만든 삭스플리즈, 커피 찌꺼기로 화분, 연필 등을 만드는 위로상점 / 삭스플리즈(@socksplz), 위로상점(@wero_up_official) 인스타그램
버려진 양말로 인형을 만든 삭스플리즈(위)
커피 찌꺼기로 화분, 연필 등을 만드는 위로상점(아래) / 삭스플리즈(@socksplz), 위로상점(@wero_up_official) 인스타그램

이외에도 삭스플리즈는 버려진 양말을 업사이클해서 인형을 만들고 있으며, 위로상점은 버려진 커피 찌꺼기로 화분과 연필, 벽돌 등으로 새활용하고 있다.

업사이클링 외에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핸드메이드 제품을 선보인 곳도 있다. ‘컴발리 알파카’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소외된 페루 여성들과 원주민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그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공정무역을 통해 알리고 있다.

병으로 죽은 베이비 알파카의 털로 만든 알파카 인형 / 전은지 기자
병으로 죽은 베이비 알파카의 털로 만든 알파카 인형 / 전은지 기자
양모로 만든 수공예 홈데코 용품 / 전은지 기자
양모로 만든 수공예 홈데코 용품 / 전은지 기자
페루 원주민들의 손바느질 솜씨가 돋보인다 / 전은지 기자
페루 원주민들의 손바느질 솜씨가 돋보인다 / 전은지 기자

컴발리 알파카의 이은정 디렉터는 “현지에서 알파카 인형이나 수예품을 만드는 여성들이 커뮤니티로 묶여 100~600명 가까이가 활동하고 있다. 그만큼 수공예품이 정당한 가격으로 많이 소비되어야 그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며 “알파카 인형이 보기에도 귀여워서 전시회를 나가면 귀여움을 독차지 한다. 인형 외에도 직접 키운 양모로 만든 홈데코 용품, 직접 바느질을 해서 만든 수예 장식품 등이 있다. 직접 키워서 제작까지 하는 만큼 품질도 좋다”고 설명했다.

알파카 인형은 수명을 다한 베이비 알파카의 털로 만들어진다. 털의 종류에 따라 인형의 모양도 제각기 달라지니 그 자체가 핸드메이드 제품으로서 가치가 있다. 공정무역을 통해 페루 원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도 만들어지는 셈이다.

더 안정리 제품들 / 핸드아티코리아 홈페이지
더 안정리 제품들 / 핸드아티코리아 홈페이지

‘더 안정리’는 안정리 지역 장인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제작하여 만든 안정리 마을브랜드다. 할머니들이 만드는 다양한 수공예품은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로 가득했다. 파우치부터 안경케이스, 지갑, 텀블러 홀더 등이다. 팽성예술창작공간 아트캠프의 지역재생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브랜드인만큼 할머니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에도 많은 제품들이 오래 쓸 수 있는 질 좋은 제품이나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환경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일부 업체는 판매 수익금을 환경이나 사회문제 관련 NGO에 일부 기부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착한 소비다.


새로운 가치를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제품 – 크라우드 펀딩관

크라우드 펀딩관은 착한가치 소비관과 비슷하게 각자의 뜻을 담은 제품을 여러사람의 도움으로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요즘 핸드메이더들 사이에서도 많이 시도되는 펀딩은 홍보를 하는 동시에 판로 확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의 사전적인 정의는 자금이 부족하거나 없는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목표금액과 모금기간을 정하여 익명의 다수(crowd)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페어에 참여한 펀딩 업체들은 ‘가치’를 많은 이들과 나누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

인도 여성들이 만든 향초를 공정무역하는 아로마랑의 펀딩 제품 / 전은지 기자
인도 여성들이 만든 향초를 공정무역하는 아로마랑의 펀딩 제품 / 전은지 기자

인도 여성들이 만든 향초를 공정무역을 통해 알리고 있는 ‘아로마랑’은 보통의 향초에서 볼 수 없었던 이국적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당한 가격을 지급하는 공정무역이기 때문에 현지 여성들의 경제적 안정을 꾀한다는 점부터 착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지만, 이들은 한 단계발전해 한국적인 디자인이 더해진 향초를 선보이기 위해 펀딩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로마랑 강원국 대표는 “펀딩 제품들이 차별화된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내세우는 만큼, 기존의 이국적인 디자인에서 보다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펀딩을 이뤘던 애착인형 키트와 태교일기장 / 전은지 기자
성공적인 펀딩을 이뤘던 애착인형 키트와 태교일기장 / 전은지 기자

가치와 가치가 만나 탄생한 제품도 있다. 바느질쟁이 5명이 만나 이룬 ‘생활의정성을만나다 협동조합’은 사람들의 자서전을 쓰는 출판사 ‘이분의 일’과 함께 애착인형&태교일기 펀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임산부들이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게 줄 애착인형을 바느질로 직접 만들 수 있는 키트와 아이가 태어나서 만날 첫 일기장인 태교일기를 세트로 구성한 것이다.

생활의정성을만나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펀딩을 통한 수익창출보다는 함께 한다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펀딩에 참여했다”며 “저희의 가치를 알아주시는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생활의정성을만나다 협동조합 제품 / 전은지 기자
생활의정성을만나다 협동조합 제품 / 전은지 기자
생활의정성을만나다 협동조합 제품 / 전은지 기자
생활의정성을만나다 협동조합 제품 / 전은지 기자

이 조합은 바느질로 만드는 전통공예 제품을 주로 제작하고 있다. 이들이 수익보다 가치에 집중하는 것은 ‘손’으로 만드는 핸드메이드 제품인 동시에, 한국의 전통을 보존해나갈 수 있다는 것, 지속 가능한 원단들과 부자재들을 사용하는 eco-바느질을 신조로 삼고 있기 때문이었다.

Quiet23의 가죽지갑 제품 / 전은지 기자
Quiet23의 가죽지갑 제품 / 전은지 기자
Quiet23의 DIY 키트 / 전은지 기자
Quiet23의 DIY 키트 / 전은지 기자

이미 널리 알려진 가죽공예이지만, 남다른 가죽을 사용하는 작가도 있었다. Quiet23은 기존에 가죽을 위한 도축, 무두질을 사용할 때 사용하는 양잿물의 크롬 성분이 들어가는 가죽 제품이 아닌,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지는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한다.

베지터블 가죽이란 식물에서 채취한 천연 성분으로 오랜 시간 무두질을 해 탄생한다. 사용되는 가죽 역시 육류를 위해 도축하는 소의 가죽만을 사용한다. 무분별한 도축을 막는 자연적인 가죽인 것이다. 특히, 베지터블 가죽은 보통 가죽과 달리 염색을 하지 않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죽의 색이 은은하게 변한다. 정말 ‘나만의 것’을 내 손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

새 제품과 사용 후 색이 변한 제품 / 전은지 기자
새 제품과 사용 후 색이 변한 제품 / 전은지 기자

Quiet23의 김영현 작가는 “평소에도 오래 사용하는 좋은 물건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베지터블 가죽으로 만드는 제품이었다”며 “직접 이탈리아에서 공정과정을 살펴보니 우리가 찾던 친환경 가죽이라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Quiet23은 가죽소품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DIY KIT를 개발해 펀딩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다. 개성과 나만의 것을 좋아하는 2030 세대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김영현 작가는 “앞으로도 환경적인 측면에서 더욱 고민해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는 더 이상 소비가 단순히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비도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는 시대다. ‘가성비’, ‘가심비’를 넘어 ‘착한 소비’, ‘가치 소비’가 문화로 자리잡으려 하고 있다. 그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핸드메이드 제품 뿐이다.

가치와 핸드메이드가 만나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 절실해 보인다. 제품의 퀄리티가 낮지 않다는 것, 직접 손으로 제작하는 공정 때문에 가격이 보통 제품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준다면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제품이 없어지고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 있는 핸드메이드 제품이 많이 생겨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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