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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청소부가 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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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청소부가 되고 싶었어요
  • 최미리 기자
  • 승인 2021.05.26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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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마이스터 제도와 한국
독일 굴뚝 청소부 / 위키피디아
독일 굴뚝 청소부 / 위키피디아

[핸드메이커 최미리 기자] 독일은 장인의 나라, 혹은 기술의 나라라고도 불린다. 독일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장인을 우대해왔으며 각 장인은 체계적인 교육과 일자리를 통해 오랫동안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독일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러한 독일의 기술 교육과 산업으로의 연계는 우리에게는 '마이스터 제도'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이스터 제도는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고 롤모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급변하는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 및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고자 독일 마이스터 제도를 참고하고 있으며 각종 교육 정책에 마이스터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스터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지도 오래 되었음에도 아직까지 기술직에 대한 인식과 제조업 수준이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기술을 가르친다, 마이스터

독일 “마이스터 제도”는 숙련된 기술인을 키우기 위한 제도로 학생들에게 전문 기술을 가르치고 그것을 숙달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교육 시스템이다. 독일은 이러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전문 기술인을 키워낸다. 이는 유럽 중세 길드에서 장인이 제자를 가르치며 훈련시키던 전통을 근현대적 교육제도로 정비한 것이다.

독일의 의무교육기간은 만 6세부터 시작해서 총 12년인데, 9년 교육을 받고 나서 학생들은 남은 3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진로라 함은 보통 두 가지다. 하나는 대학진학을 목표로 고등교육을 받는 것이다. 이는 한국 학생들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것과 비슷하다. 또 다른 하나는 전문 기술인이 되기 위해 직업훈련학교에 들어가 교육을 받는 것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에서 인문계가 아닌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독일의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특히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은데 독일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직업훈련을 받는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배관공이나 자동차 엔지니어 또는 맥주 장인, 미용사, 굴뚝청소부 그 밖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 기술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장인이 되는 과정, 이원화교육시스템

직업훈련을 선택한 학생들은 직업훈련학교 아우스빌둥에서 3년 혹은 4년간 직업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시험에 합격하여 게젤레를 취득한다. 게젤레는 전문기능인 자격을 뜻한다.

전문기능인의 다음 단계는 마이스터이다. 마이스터가 되려면 최소 6년에서 최대 12년 훈련 기간을 거쳐야 한다. 현장에서 3년간 훈련과 교육을 받아야 하고 또 전공실기․전공이론․교육학․경영학 4개 과목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참고로 마이스터가 되는 과정에서 교육학을 배워야 하는 까닭은 마이스터가 되면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마이스터가 또 다른 마이스터를 키워내는 선순환 체계가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독일에는 약 350개 마이스터 자격증이 있다. 마이스터 자격증이 아렇게 많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야 하나하나까지도 전문기술인을 키워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기술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또 사람들이 인정하는 그런 사회라는 말도 된다.

독일에서는 정육점을 열기 위해서 마이스터가 되어야 한다. 정육사는 사람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생명․ 안전과 관련된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이스터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전문기술인이 아니라면 그러한 일들을 할 수가 없다.

게젤레와 마이스터가 되는 과정을 포함한 이 교육 시스템을 “마이스터 제도”라고 한다. 특징은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직업에 관한 이론을 배우고 기업에서 실습을 하며 기술을 몸에 익힌다. 이론과 실습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런 교육과정을 “이원화 교육체계”라고 한다. 학교와 기업이라는 서로 다른 두 기관이 연계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이원화 교육은 이론 공부를 모두 마친 다음에 실습을 진행하는 단계적 교육 시스템보다 효율적이다. 게다가 기업은 대체로 훈련시킨 학생들을 자사 직원으로 채용하는데, 기업이 직업훈련에 투자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에서 전문 기술인이 되려면 각종 기술 관련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도 있고 상업․공업 고등학교나 전문 대학교에 진학하는 방법이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대학인 폴리텍 대학도 있다. 또 독일을 벤치마킹한 마이스터 고등학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학교와 기업 사이 협력체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독일의 이원화교육과 똑같다고 할 수는 없다.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명목 아래 학생 노동력 착취, 즉 열정페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은 대체로 훈련생들을 직원으로 채용하지도 않는다. 비용을 들여 훈련에 투자하기보다는 학생들로부터 수익을 내려는 경향이 짙은 것이다.


독일 학생들은 굴뚝청소부가 되고 싶다

독일에서는 아침에 굴뚝 청소부를 보면 행운이 따른다는 말이 있다. 독일 사람들은 대부분 벽난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건물 굴뚝을 주기적으로 청소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굴뚝청소부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고, 그러한 생활양식으로 인해 굴뚝청소부가 행운의 상징이 된 것이다.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전문기술인으로서 굴뚝청소부는 독일에서 유망한 직업으로 꼽힌다. 웬만한 사무직보다 소득이 높다. 그러나 고소득이라는 이유만으로 굴뚝청소부를 선호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독일 사람들의 기술직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다. 전문기술인은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며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전문기술인이란 특수한 일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장인이기 때문이다. 굴뚝청소부라 할지라도 독일에서는 단순노동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기간 훈련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전문직업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자부심을 가지는 그런 직업인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반면 한국에서는 기술직에 대한 인식이 대체로 좋지 못하다. 공부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방독면을 끼고 바퀴벌레가 우글거리고 지독한 냄새 나는 하수구 안으로 들어가 독한 화학약품을 뿌리며 막힌 노량진 수산시장 하수구를 뚫는 하수구청소부보다는 변호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을 더 선호한다.

한국에서는 기술직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급여와 사회적 지위가 낮다. 힘들고 위험한 기술직이 일반 사무직보다 저평가 받는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그보다 더 작은 기업 사이의 뿌리 깊은 하청 문제도 있다. 하청 노동자에게 임금이 체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하청으로 인한 노동자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하청 받은 업체는 위탁받은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적을뿐만 아니라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안전 관리에 소홀하다.


구조와 제도의 문제

이러한 여러 이유 때문에 한국에서는 기술직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독일처럼 전문 기술인이 존중받지 못한다. 하수구 청소부나 의사나 모두 전문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란 점에서는 똑같다. 그럼에도 용접공, 하수구청소부, 벌목꾼 같은 기술직을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제도의 문제가 아닐까. 단지 기술직에 대한 사람들의 왜곡된 인식을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체계적이지 못한 기술인 양성 교육 시스템과 왜곡된 경제구조에 있으며 이러한 구조와 제도의 문제가 전문기술인을 존중할 수 없는 사회 환경을 만든 것이다.

독일은 10대 수출국 중 3위를 차지하는 수출 중심 국가다. 실력 있는 전문기술인들로 구성된 많은 중소기업들이 질 높은 제품을 생산해 수출함으로써 독일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독일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음에도 독일의 청년 실업률은 EU 국가 중 가장 낮은 것도 그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청년실업률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한국경제와는 다른 모습이다.


독일이 답인 것은 아니지만

물론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가 단점이 전혀 없는 완벽한 제도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또한 독일이 언제까지나 경제적으로 부국으로 머물리라는 보장도 없고, 최근 세계 불경기로 인해 독일 경제가 흔들리면서 독일 내 전문기술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독일 마이스터 제도는 기술이 천시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가 마이스터 제도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다름 아닌 전문기술인에 대한 “존중”이다. 그런데 전문기술인에 대한 존경심은 억지로 만든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제도와 구조가 구축되어 정상적으로 작동되어야만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제도는 무조건 이식한다고 취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마이스터 교육과 제도가 학교에서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게 할 것이며, 어떻게 아이들이 경험을 쌓고 취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지, 기업은 어떻게 이들 학교와 연계하여 우수한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로 채용할 수 있는지, 그리하여 이 모든 것을 통해 서로가 윈윈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구조를 만드는 것은 다방면의 통찰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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