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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도자기가 새로운 예술로 탄생한다' 전통 공예 킨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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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도자기가 새로운 예술로 탄생한다' 전통 공예 킨츠기
  • 최미리 기자
  • 승인 2020.11.20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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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최미리 기자] '도자기'는 전 세계에서 예전부터 지금까지 가장 널리 사용하는 그릇이다. 또한 플라스틱 등이 개발되기 전에는 더욱 독보적인 지위를 누렸으며, 도자기의 수준은 그 나라의 기술적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였다.

그리고 도자기는 단순히 무언가를 담는 실용적인 역할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여유가 있는 상류층들은 도자기를 더욱 호화스럽게 장식하여 다른 평범한 그릇과 차별화했다.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권위와 신분을 상징할 수 있는 그런 물건을 원했던 것이다.

김치와 장을 담는 '장독대'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 장독대를 옹기라고도 하는데, 문양은 거의 없고 흙을 구워 자연스럽게 생긴 갈색만이 남아있다. 서민들에게 심미성보다 실용적인 목적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고려청자'와 '백자'처럼 복잡한 제작 과정과 온갖 무늬를 장식하여 만들어진 도자기는 값이 비쌌고 귀족, 왕족이 사용했다.
 

깨진 도자기 조각 / pexel
깨진 도자기 조각 / pexel

도자기의 치명적인 약점, 깨지기 쉽다

값비싼 도자기는 당대 사회의 온갖 예술적 기교와 표현 그리고 최고의 기술력이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도자기가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그것은 깨지기가 쉽다는 점이다. 값비싼 도자기도 괜히 잘못하면 한순간에 산산조각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진다.

가장 좋은 것은 도자기를 떨어트리지 않고 잘 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수가 절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미 깨진 도자기는 어찌해야 할까? 비싼 도자기는 버릴 수도 없으니, 그냥 수리해서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파편들에 접착제를 덕지덕지 발라 붙이거나 혹은 금속으로 땜질하기, 구멍을 뚫어서 철사로 연결하기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

물론 이렇게 수리를 해도 원형처럼 완전히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기에도 그렇게 좋을 리가 없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 깨진 도자기를 어찌할지 고민하다가 발상의 전환이 일어났다. 깨진 도자기를 단순히 수리한다는 개념을 뛰어넘어 다시 새로운 공예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것을 '킨츠기'라고 한다.
 

서로 다른 파편을 합쳐 만든 도자기 / www.vana.co.in
서로 다른 파편을 합쳐 만든 도자기 / www.vana.co.in
킨츠기 위키피디아 / Haragayato
금으로 메운 킨츠기  / 위키피디아

새로운 도자기로 재탄생되는 일본의 킨츠기

킨츠기(kintsugi) 기법은 킨츠쿠로이(kintsukuroi)라고도 부르는데 일본어로 '금 꿰매기'를 의미한다. 약 15세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유래에 대해 전해지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당시 무로마치 막부의 8대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마사(1436~1490)는 아끼던 찻잔이 있었다. 하지만 실수로 찻잔이 깨져서 중국에 수리를 맡겼다.

하지만 돌아온 찻잔의 상태는 영 거슬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쇼군은 한 도예가에게 다시 찻잔을 고치라고 했다. 도예가는 고민 끝에 금가루를 섞은 옻칠로 찻잔을 붙였는데, 금빛의 선이 새롭게 더해져 전보다 더 아름다워졌다. 그리고 쇼군도 이를 보고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킨츠기는 이후에도 일본 전역에서 퍼져나가 활용되었다고 한다.

17세기 이후에는 수많은 조선과 중국의 도자기 장인들이 몰려와 일본 도자기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덩달아 수리 법인 킨츠키 공법도 더욱 유행했다. 일부는 불량 도자기를 일부러 부수어 킨츠기를 활용해 다시 새로운 도자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서도 새로운 영감을 주는 공예 방법으로 계속 애용되고 있다.

킨츠기를 하는 방법은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① 먼저 파편과 파편을 옻칠로 이어 붙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투명한 색깔의 생옻칠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옻칠에 금가루와 은가루 혹은 흑색, 적색 등 다양한 색깔의 안료를 섞으면 더욱 아름다운 문양을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옻으로 붙인 이음새 부분을 다시 다양한 색깔의 안료를 칠해 장식할 수도 있다.

② 아예 새로운 조각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도자기 훼손이 심해 아예 파편의 일부가 없어진 경우에 사용된다. 조각은 점토는 물론 레진 또는 퍼티를 굳혀 만들어 끼워 붙이면 된다. ③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전혀 다른 도자기의 조각을 이어 붙이는 것이다. 서로 다른 도자기 조각이 합쳐지면 부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서로 다른 부조화가 이색적인 디자인이 되기도 한다.
 

금으로 메운 도자기 / 플리커, Steenaire
금으로 메운 도자기 / 플리커, Steenaire

킨츠기가 담고 있는 철학

일본에는 와비사비(wabi-sabi)라는 철학이 있다. 그것은 불완전함의 미학이라는 뜻이다. 완전한 상태보다는 오히려 부족함에서 가치와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이미 깨진 것은 되돌릴 수 없다. 불완전함을 되돌릴 수 없다면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킨츠기는 이 와비사비의 철학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깨진 도자기는 마치 우리 인생과 같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깨짐과 부서짐을 겪기 마련이다. 금이 가지 않고 살아가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상처는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물론 너무나 크게 박살 나버려 재기 불가능할 정도인 그릇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처는 도자기를 죽이지 못하며,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그래서 킨츠기로 탄생된 도자기는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더 강해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성숙한 삶과 같다. 흠집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그 흠집을 새로운 장점으로 장식하여 당당히 드러내는 것이다.

킨츠기 도자기를 바라보면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외양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해준다. 그리고 한 번 깨진 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닌 오히려 그 깨짐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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