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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미술품 시장은 탈세의 온상?', 탈세 방지와 예술 활성화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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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미술품 시장은 탈세의 온상?', 탈세 방지와 예술 활성화 사이에서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8.17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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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과세의 오랜 갈등, 진정한 해결책은
'닥터 가셰의 초상', 빈센트 반 고흐 作, (1890) / 위키피디아
'닥터 가셰의 초상', 빈센트 반 고흐 作, (1890) / 위키피디아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지금의 빈센트 반 고흐는 미술사에서 길이 남을 위대한 거장으로 통하지만 생전에는 생계를 스스로 유지하기도 힘들었다. 그의 작품은 현대에는 수백억 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특히 '가셰 박사의 초상'은 1990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250만 달러(880억)에 팔리며 당시에는 가장 최고가를 기록했다.

물론 반 고흐뿐만이 아니다. 파블로 피카소, 폴 고갱, 모네 등 거장의 작품도 마찬가지로 어마어마한 가격에 팔린다. 수많은 세계의 큰손들이 경매에 참석해 거장의 작품을 모으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고가 미술품 시장은 정치인, 기업인들의 탈세와 비자금 조성 등의 온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유층 탈세의 온상인 고가 미술 시장

미술품은 그 특성상 정가를 매길 수가 없다. 공산품도 아니지만, 부동산이나 주식과도 전혀 다르다. 거래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화랑이나 개인간의 거래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경매시장에서의 거래는 시장가격이 공개되기는 한다.

하지만 경매에서도 미술품은 현금으로 지불하며 신고할 의무가 없다. 등록 재산이 아니기에 굳이 자진신고하지 않는 이상, 금융당국에서 추적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해외에서 구입해온다 해도 관세나 부가가치세가 없다. 또한 등록세, 소득세, 취득세 등이 모두 면제되는 사실상 비과세 품목이기 때문에 상속, 증여 등에서 탈세와 돈세탁에 매우 유리하다.

1991년 세계무역기구(WTO)의 합의에 따라 관세가 붙지 않지만 가치가 있는 재산으로서 미술품을 인정해 양도세, 증여세, 상속세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미술품은 공시가격이 없어 구입 가격을 가능한 낮게 신고하는 등의 편법이 가능하다. 또한 소장과 소유권 변동 내역도 등록할 필요가 없다.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 사건 당시 에버랜드 창고에서 수많은 고가의 미술품이 발견되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또한 2013년에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해외 고가 미술품을 시세보다 고가에 사들여 차익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술품 과세의 시작과 한계

많은 논란 끝에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미술품에 양도소득세를 매기게 되었다. 그렇게 되기 까지의 과정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미 과세 결정은 1990년부터 내려졌다. 부유층이 미술시장을 탈세에 이용한다는 지적에 2000만 원 이상 미술품, 100년 이상 된 골동품에 양도차익의 최대 60%를 과세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미술시장이 위축된다는 미술계의 반대에 따라 이같은 결정은 계속해서 유예되었다. 1992년, 1995년, 2000년 세차례에 걸쳐 법 시행이 연기되다가 2003년에는 아예 법안이 폐지되었다. 2008년에 다시 한번 정부에서 양도세 과세 제도를 재도입했지만 2010년에 또 한 번 국회에서 연기됐다.

그렇게 23년을 끌어온 2013년, 드디어 미술품 양도소득세 과세가 시행된다. 정부는 생계가 어려운 작가들을 위해 양도 가격 기준 6천만 원 이상의 작가가 작고한 미술품을 거래할 때에만 과세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화랑 전시를 구경하는 관람객 / pixabay
화랑 전시를 구경하는 관람객 / pixabay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이 2019년 문체부와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술시장 거래 규모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약 1039억 원 증가했다. 그러나 양도차익 과세는 같은 기간, 1억 6000만 원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또한 상위 1% 양도차익 과세는 2015년 10억에서 2017년 7억으로 오히려 3억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는 미술품 거래 시장이 대부분 음성적으로 거래된다는 점과 그 현황이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꼽힌다. 결국 실효성이 떨어지는 무늬만 과세였던 셈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부가 2019년 10월, 개인이 미술품을 경매사나 화랑을 통해 양도해 얻은 소득을 사업소득으로 분류해 과세를 강화한다고 하여 논란이 일었다. 현행 제도는 그동안 정부는 개인의 거래인 경우,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하여 4.4%의 양도세율을 적용했다. 그러나 미술품 판매 수익이 사업소득으로 규정하면 최대 46.2%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143개 화랑이 소속된 한국화랑협회가 탄원서를 제출하고 한국미술협회, 한국고미술협회, 한국조각협회 등 6개 기관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등 미술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정부도 모든 미술품 양도차익이 아닌 상습적으로 되파는 일부에 적용하자는 것이며, 당장 법개정을 추진하지도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협소한 국내 미술시장의 현실과 지하경제화

2019년도 미술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도의 세계 미술시장 규모는 약 74조 원에 이른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미술시장 규모는 4,482억 원으로 집계되는데, 이는 전 세계 미술시장의 0.6% 밖에 되지 않은 영세한 규모이다. GDP 대비 비중으로 보면 0.02% 수준에 불과하며 2012년 4,405억과 비교해도 거의 늘지 않아 정체된 상태이다.

물론 이 같은 통계는 미술시장이 지하경제화되고 상당 부분이 파악하기 힘들어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음성화된 시장까지 포함하면 약 1조 5천 억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미국 28조 원(GDP 비중 0.13%), 중국 14조(0.11%), 영국 13조(0.47%)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나친 과세가 미술시장을 위축시키고 지하경제만 활성화시킬 뿐이라는 미술계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과세를 했으나 정작 실효가 없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 과세는 실제 거래량의70~80% 이상은 파악되어야 실효성이 있다.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K-ARTMARKET)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경매시장 규모는 1543억 원으로 2018년 2001억 원에 비해 23%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예술가들은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세계적 아트페어인 홍콩 아트바셀은 물론 국내의 크고 작은 아트페어와 전시가 취소되고 있고 화랑과 영세 작가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한국화랑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화랑의 피해액이 평균 3,000~4,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협회 관계자는 "안 그래도 불황이었던 미술시장이 신종 코로나로 인한 전시 연기와 매출 저하 등으로 더욱 힘들어졌다.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더욱 절실하다"라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파리 피카소 미술관 / 위키피디아]
파리 피카소 미술관 / 위키피디아]

미술품 활성화와 탈세 방지를 모두 잡는 제도개선을 위해

정부는 영세 작가들의 존립 기반을 세워주고 대중으로의 미술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부유층의 미술품을 이용한 탈세를 막는 양방향의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무조건 세금을 매기는 것보다는 미술품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려야 한다.

천경자 화백의 작품 '미인도'는 끊임없는 위작 논란에 시달렸다. 이런 논란도 미술품 유통과 거래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위작을 허위로 감정하거나 유통한 행위자에 대한 별도의 관리와 처벌 규정이 없다. 그렇기에 화랑과 경매, 감정 행위자를 신고 및 등록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업계의 자발적인 신고와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소액 미술품 거래를 위한 인센티브나 소액 공제 등을 지원하고 온라인 시장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미술품 감정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기준과 미술품 등록제 또는 공시제 역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전업 작가를 위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영국·프랑스·일본 등에서 시행 중인 재산세나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물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실제로 피카소 유족이 상속세로 피카소의 작품을 기부하여 세워진 피카소 미술관처럼 상당수 해외 미술관 소장품이 기부받은 것이 많다. 이렇게 되면 음지에 갇혀있는 미술품이 나올 수 있다.

예술의 수준은 선진국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예술 산업은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규제는 옳지 않다. 미술품 시장이 탈세의 온상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지만 이러한 인식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예술 진흥과 대중화는 필요하다.

이제는 신종 코로나의 유행으로 인해 더욱 힘든 상황이다. 안 그래도 영세한 화랑과 작가들은 더욱 큰일이다. 그나마 근근히 유지되던 미술시장 규모도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이럴수록 정부의 역할이 강조된다. 낡은 규제와 관습을 타파하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머리를 싸매고 논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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