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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도 되고, 음식도 되는 신기한 식물, '마(麻)'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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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도 되고, 음식도 되는 신기한 식물, '마(麻)'의 세계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8.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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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이 입었던 삼베와 모시, 린넨 등은 천연 섬유인 마로 만든 것
현대에는 섬유 뿐만 아니라 식품, 의료, 산업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 쓰여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오늘날 우리가 입는 옷의 대부분에는 '면'이 쓰인다. 면은 목화에서 나오는 것인데, 목화는 면직물 뿐만 아니라 따뜻한 솜도 만들 수 있다. 고려 시대에 문익점이 이 목화를 중국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면은 흡습성이 좋고 인체에 자극이 없어 오늘날까지 대표적인 섬유 소재가 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면 이전에 입던 다양한 천연 소재도 주목받고 있다. 면 이전에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바로 마(麻)로 된 마직물을 입었다. 마직물의 종류는 삼베, 린넨, 모시 등이 있다. 옛날에는 물론 누에고치의 실로 만든 비단, 동물의 털로 만든 모직물, 천연가죽 등도 있었다. 그런데 이 소재들은 워낙 귀한 소재였기에 가난한 사람들은 접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서민들은 쉽게 재배하고 구할 수 있는 식물인 마로 옷을 해 입었다. 

마의 종류는 수십 가지에 이른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대마, 아마, 저마 등은 마로 통칭되지만 사실은 다른 종이다. 당시 사람들은 과학적인 분류 기준을 알리 없었을 것이고, 의복에 사용하는 온갖 식물을 단순히 마로 통칭해서 불렀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또 오늘날의 마는 섬유만이 아닌 음식과 각종 다양한 산업에 쓰인다. 마의 이 무궁무진한 세계에 대해 알아보자.
 

마의 쓰임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마의 쓰임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삼베 / 문화재청
삼베 / 문화재청

다양한 '마직물'들 전통 삼베와 모시, 현대에도 쓰이는 린넨까지

먼저 대마(大麻)를 살펴보자, 대마는 장미목 삼과 삼속 한해살이풀에 속한다. 대마의 잎과 꽃은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데 우리에게 대마초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마약으로만 알면 대마 입장에서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대마는 원래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자랐던 식물이다. 이 대마 줄기 부분을 실로 만들어 옷을 지으면 그것이 바로 '삼베'다.

삼베는 거칠지만 질기고 통풍이 잘 되며 무엇보다 구하기 쉬워 가난한 백성의 일상적인 옷이었다. 삼베는 가난의 상징이었으며, 상주 역시 부모를 여읜 죄인이라 하여 거친 삼베로 만든 상복을 입었다. 신라가 멸망할 당시에 경순왕의 아들은 산속으로 들어가 삼베옷을 입고 살았다고 한다. 그를 마의태자라고 불렀는데, 왕의 아들이 거친 서민의 옷을 입고 살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삼베는 서민의 옷이었으나, 경북 안동의 안동포(안동삼베), 전남 곡성의 '돌실나이' 등은 지역 특산품으로 왕실에도 진상될 만큼, 품질이 뛰어나고 가격이 비쌌다. 현재도 이 안동포(국가무형문화재 제140호)와 돌실나이(국가무형문화재 제32호)를 만드는 삼베짜기 장인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저마(苧麻, 모시풀)는 쐐기풀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그리고 이 저마로 만드는 옷을 모시 또는 저포, 저마포라고 부른다. 모시옷은 모시풀 껍질로 실을 만들어 지은 것인데, 만드는 과정이 섬세하고 그 재질은 얇으면서 통풍이 잘 되었다. 그래서 귀족 이상의 계층이 여름용으로 즐겨 입었다.
 

모시원단 / 문화재청
모시원단 / 문화재청
린넨으로 만든 냅킨 / 위키피디아
리넨으로 만든 냅킨 / 위키피디아

모시는 중국과 인도에서도 입었지만, 한국의 것이 품질이 좋아 예로부터 중국에 자주 수출되었다. 특히 국내에서는 오늘날의 충남 서천인 한산 모시가 유명하다. '한산 모시짜기'는 국내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되었으며,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아마(亞麻)는 오늘날 우리에게 린넨(linen)으로 더 잘 알려졌다. 아마는 쥐손이풀목 아마과의 한해살이풀로 역시 다른 마와 관계가 그리 가깝지는 않다. 아마는 이집트,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각지에서 재배되었으며, 현대의 패션 소재에도 자주 활용된다. 가장 오래되었지만 지금도 가장 세계적인 섬유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린넨은 통풍이 잘되고, 부드러우며, 가볍고 땀도 잘 흡수하여 여름용 소재로 각광받는다. 또 항균도 좋아 식탁보, 냅킨 등 주방용품으로도 쓰인다. 다만 구김이 많고, 염색이 쉽지 않다. 그래서 누런 색깔 그대로 입는 경우가 많고 요즘은 다른 섬유와 합성해서 아마의 단점을 보완한 소재가 많이 나온다.
 

참마 / 픽사베이
참마 / 픽사베이

서동이 아이들에게 나눠준 맛있는 마, 영양이 풍부한 웰빙 음식

백제 제30대 왕, 무왕이 된 서동과 신라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는 아주 유명한 설화이다. 평상시 마를 캐고 살았던 서동은 신라로 가서 마 장사를 했고, 아이들에게 마를 나눠주면서 선화공주가 남 몰래 서동이란 남자를 만난다는 동요를 부르고 다니게 했다. 그런데 얼마나 마가 맛있었길래, 아이들이 서동이 시키는 대로 한 것일까.

서동의 마는 백합목 마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 풀인 '참마'이다. 영어로는 yam이며, 한문으로는 서여(薯蕷)라고도 한다. 서동의 서자도 여기서 따왔다. 이 참마는 다른 마와는 달리 섬유가 아닌 식량으로 주로 사용한다. 감자와 고구마같이 생긴 덩이뿌리를 먹는데, 살짝 단맛도 나고 식감도 아삭해서 아이들이 좋아했던 것 같다.

옛날에는 칡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구황작물이었으나, 요즘에는 이 참마가 효능이 아주 좋아 웰빙식품이 되고 있다. 식이섬유, 필수아미노산 등이 풍부하고 혈당조절, 위염 완화 등 아주 다양한 역할을 한다. 생으로 먹어도 좋고 갈아서 즙으로 마시거나, 찌거나, 튀기는 등 아주 다양한 조리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차, 샐러드 등 각종 요리에 첨가해도 좋다.

다른 마들 역시 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먼저 난초목 난초과에 속하는 천마(天麻)는 참마처럼 덩이뿌리를 먹는다. 고산지대에서 자라 참마만큼 흔하게 구할 수는 없었고 무분별한 채취로 멸종 위기에 몰릴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대량 재배에 성공하였으며,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아마씨 / 픽사베이
아마씨 / 픽사베이

대마의 씨앗은 햄프씨드라고도 부르는데, 환각성분이 함유된 껍질을 벗기면 식용이 가능하다. 필수 아미노산, 항산화 물질, 단백질이 풍부하다. 역시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씨앗의 기름을 추출한 '햄프씨드오일'는 다양한 요리는 물론 화장품과 세정용으로도 사용된다.

아마씨 또한 대마씨 못지않게 수십 가지의 놀라운 효능이 있다. 특히 석류보다 에스트로겐이 441배 높고 항산화 성분인 리그난은 800배 높다. 이들 씨앗은 그대로 먹어도 좋고, 빻아서 가루를 내도 좋으며, 빵, 쿠키, 와플, 강정, 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모시풀도 음식이 될 수 있다. 원래 모시는 주로 섬유에 사용되지만, 그 잎에 다양한 효능이 있다는 것이 최근 과학 분석 결과 밝혀져, 음료, 떡 등 식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품종을 개량하여 기능성 식용 모시를 재배하고 있고 해외수출도 모색 중이다.
 

대마초 / 픽사베이
대마초 / 픽사베이

현대 산업에서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마'

오늘날 몇몇 마 종류는 현대 산업에서 의류나 식용 외에도 더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대마는 오늘날에 삼베옷을 만들 일이 없지만 여전히 많이 쓰인다. 대마는 자외선에 강하고 수분 흡수와 방음성도 뛰어나 호스, 물통, 로프, 그물, 천막 등 산업용품에 사용한다. 또한 시원하기 때문에 옷은 아니더라도 이불감으로도 계속 쓰인다.

대마초는 마약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파킨슨병, 암, 우울증, 치매 등 다양한 질환에 놀라운 효과가 있다는 것이 최근들어 밝혀졌다. 그래서 각 나라들에서는 이 대마를 의료용으로 아주 적극적으로 연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대마를 국가에서 관리하여, 재배 면적을 늘리고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황마로 만든 커피자루 / 픽사베이
황마로 만든 커피자루 / 픽사베이

황마(黃麻, jute)는 인도를 원산지로 하는 아욱목 피나무과의 다년생식물이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인도에서 90% 이상이 재배된다. 그리고 이 황마의 줄기에서 채취한 실로 짠 직물이 황마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남 경산의 황마포가 예로부터 특산품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사실 황마는 다른 마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산업용으로 꽤 중요한 식물이다. 황마는 질기고 보온성이 좋고, 자외선과 습기에도 강하다. 그래서 포장용 포대, 밧줄, 심지의 주재료로 쓰인다.

이렇게 살펴보니, 정말 마의 활용이 현대에도 무궁무진하구나 생각이 든다. 마는 옛날에는 민중의 옷이 되어준 고마운 작물이었다. 그런데 현대에서는 더욱 다양한 쓰임이 생겼고, 특히 대마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가난함의 상징인 마의 이렇게 높아진 위상은 마를 캐며 살았던 가난한 서동이 신라의 공주와 결혼하고, 백제의 왕이 된 성공 스토리와도 왠지 겹쳐진다. 지금도 계속 마에 대한 과학 분석 연구와 품종 개량, 산업화 등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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