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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한복 논란, 전통과 변화의 선택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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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한복 논란, 전통과 변화의 선택 사이에서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8.07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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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지킬 것인가, 변화를 받아들일 것인가 그 팽팽한 논란의 역사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생활한복은 기존 전통 한복을 새로운 디자인, 기능, 소재 등을 가미하여 새롭게 탄생시킨 옷을 말한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이나 한복 공방, 매장, 대여점 등에서는 기존 한복과는 다른 신선하고 젊은 감각이 들어간 한복을 찾아볼 수 있다.

기존 한복은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급격한 산업화와 기성복의 유입으로 한복을 불편하고 촌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생활한복은 사라져가는 한복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사람들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좀 더 현대인에게 맞춰 더 편하고 아름답게 만들어보려고 고민했다.

수많은 고민과 연구를 거쳐 새롭게 탄생한 한복은 모던한복, 현대한복, 생활한복, 개량한복, 일상한복, 퓨전한복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하지만 많은 논의와 토론을 거치면서 생활 한복이라는 단어가 복식 전문가들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받게 되었다.

산업화 이후의 젊은 세대는 개성과 웰빙을 중시한다. 남과는 다른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 편하고 친환경적이며 고급스러운 것, 자연스러운 것 등을 원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복에 현대 의상의 소재, 제작법, 디자인을 섞거나 현대 옷과 한복을 함께 혼용으로 착용하여 코디하기도 한다.
 

신여성을 다루는 일제강점기 당시 잡지 표지들 / 국립현대미술관
신여성을 다루는 일제강점기 당시 잡지 표지들 / 국립현대미술관
개화기 신여성들 / 퍼블릭 도메인
개화기 신여성들 / 퍼블릭 도메인

생활한복의 역사

개량한복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대에는 '신여성'이 등장했다. 신여성은 구한말 이후부터 신식 교육을 받은 여성들을 말하는데, 1920년대부터 활약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존 가부장제와 낡은 관습에 대항하고 여성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은 한복에도 적용됐다. 신여성들은 길었던 치마를 짧게 하고 저고리를 허리까지 더 길게 내려오게 하는 등, 불편했던 기존 한복을 고쳐 입었다. 또한 밖에 나갈 때 조선 여인들이 쓰던 장옷이나 쓰개치마도 벗어 버렸으며 한복뿐만 아니라 서양 옷을 입거나 혼용하기도 했다.

일상에서 한복을 입는 것은 1960년대까지는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로 한복도 사라졌다. 그런데 88올림픽을 전후하여 다시 한복이 주목받게 된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정부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외국인에게 널리 알릴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환으로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복 입기 운동이 벌어졌으며, 현대인의 생활에 좀 더 적합하게 만드는 생활한복도 대대적으로 시작된다. '질경이 우리옷'을 비롯한 한복 업체는 이 80년대부터 실용적 디자인과 천연 소재·염색을 사용한 생활한복을 개발하여 보급하면서 우리 옷 입기 운동을 주도했다.

이외에도 우리 정부는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996년에 '한복 입는 날'을 제정되었다. 또한 국내외적으로 한복 패션쇼와 전시를 꾸준히 개최하였으며, 2013년부터는 고궁에서 한복 무료입장 행사를 벌이고 있다. '궁능한복착용자 무료관람' 정책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호평을 받고 널리 한복을 알리는 촉매제가 되었다.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입장한 관람객들 / 픽사베이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입장한 관람객들 / 픽사베이

한복 변형에 대한 논란

분명 그동안의 노력은 한복의 인지도를 알리는 데에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새롭게 바뀌어 가는 퓨전 한복에 대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한복이 퍼져나가도 그것이 우리 전통 문화와 다르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이다.

'궁능 한복 착용자 무료관람' 정책 시행 이후, 고궁과 한옥마을에는 다양한 한복대여소가 생겨났다. 한복대여점에는 전통 한복뿐만 아니라 안이 비치는 시스루 저고리, 짧은 치마, 서양 드레스같이 부불린 치마, 어우동 한복 등 각선미와 화려함, 캐릭터성을 강조한 여러 퓨전한복도 많이 보인다.

2018년 9월 종로구에서 고궁 무료입장 조건에서 퓨전 한복을 제외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분위기가 확산되어 한복 착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복이라 부르기도 힘들 정도로 변형되고 왜곡된 국적 불문의 한복도 많이 생겨 안타깝다. 한복 제대로 입기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9년 7월,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진행된 한복쇼에서는 참가자들이 노출이 심한 한복을 입고 나와 한복 왜곡과 성상품화 논란이 제기되었다. 권위 있는 한복연구가 박술녀 씨는 이 논란에 대해 한 KBS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논란이 안타깝다. 현대적으로 바꾸는 것은 좋지만 한복만이 가진 고유성과 전통성을 너무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독특한 개량한복을 공연과 방송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에 방탄소년단 멤버가 입은 개량한복이 품절되는가 하면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방탄소년단의 국위선양을 높이 평가하여 2019년 10월 열린 한복문화주간에서 방탄소년단에게 감사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2020년 7월, 걸그룹 블랙핑크는 컴백 무대에서 배꼽을 내놓은 저고리와 두루마기를 입고 등장하여,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 의상들에 대해 '한복이 맞느냐?', '기모노를 베낀 것이 아니냐' 등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2019 미스코리아 생중계 / 캡처
2019 미스코리아 생중계 / 영상 캡처

전통을 지킬 것인가 현대의 쓰임에 맞출 것인가

새로운 한복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퓨전한복이 지나치게 상업성과 자본의 논리에 휩쓸려 고유의 제작 방법과 디자인을 사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한복의 전통과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결국 싸구려 옷을 양산하고 전통문화를 사라지게 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한복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논란이 되는 퓨전한복을 즐겨 입는 대학생 김 모(22) 씨는 "솔직히 전통한복은 입고 다니기가 불편하다. 이렇게라도 한복을 입는 게 좋지 않나 싶다. 무조건 전통만 강조하는 것은 꼰대와 같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신 모(28) 씨는 "퓨전 한복은 젊은 세대와 외국인들이 모두 좋아하는데, 이것을 무조건 훼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변화하는 트렌드를 수용하지 않고 전통 한복만을 강요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행동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두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한복의 원형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복식은 신라, 고려, 조선을 거치며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한복의 이미지는 조선 후기의 것이다. 그 수많은 변화 중에서 조선 후기의 한복만을 전통이라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중국의 전통의상인 치파오도 예전의 원형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오늘날의 치파오는 서구의 기준에 따라 여성성을 강조하는 모양으로 제작되었고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다. 베트남의 옷으로 유명한 아오자이도 기존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20세기에 새롭게 디자인되었다. 이렇듯 원형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한복 고유의 특징과 정체성이 과도하게 훼손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옛 문화가 현대에도 계속 이어지려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들이 외면하는 문화는 결국 도태되어 골동품이 될 뿐이다. 오늘날의 이 논란은 결국 한복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현대에 발맞출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저마다 입장은 다르지만 전통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점은 같다. 그렇기에 계속 소통하고 함께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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