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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을 꾸미는 전통 장식과 인테리어, '장엄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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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을 꾸미는 전통 장식과 인테리어, '장엄 장식'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7.27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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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내·외부에 다양한 상징과 기능을 가지고 곁들여진 장엄 장식들
장식의 자연친화적이고 우아한 아름다움 현대에도 활용될 수 있어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건축물을 구경하면 건물의 전체적인 구조와 설계를 가장 먼저 볼 것이다. 하지만 건축을 이루는 장식과 미시적인 기능 요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것들이 한데 모이면, 건축물 자체를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특징이 된다.

우리 전통 한옥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옥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건축의 하나하나에 여러 가지 조형 장식들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장엄 장식'이라고 한다. 이 장엄 장식들은 전체적인 한옥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윤택하게 하는 요소가 되어 준다. 또한 각각 고유한 한국적 전통을 담고 있어 문화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보인다.
 

용무늬 조각 장식 / pxhere
용무늬 조각 장식 / pxhere

다양한 상징을 가진 건축물 장식들

한옥은 각 건물마다 택호와 당호 등 이름이 있는데, 선조들이 한옥을 의인화하여 삶의 동반자처럼 삼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한옥의 장엄 장식도 마찬가지로 각자의 이름과 상징이 있다. 이 다양한 장식이 유기적으로 모여 하나의 살아 숨쉬는 한옥 건물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한옥과 한옥 장식에는 자연을 중시하고 만물에 의미를 담고자 했던 옛 사람의 뜻이 담겨 있다.

장식 자체적인 형태와 세부적인 무늬는 각종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무늬, 동식물 등을 동원한다. 그 문양에는 악한 기운을 막고 행복, 윤택, 번영 등을 비는 길상(吉祥)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한 미적 아름다움을 위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장엄장식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동물은 위엄과 하늘을 상징하는 용이 아닐까 싶다. 궁궐의 처마 조각, 돌조각, 갖가지 장식 그림에 두루 등장한다. 해태와 사자, 현무 그리고 12방위를 상징하는 십이지신도 건축물에서 많이 사용된 소재인데, 위엄을 상징하고 악귀를 내쫓는 역할을 했다. 주로 건물 주변, 월대, 다리, 출입구 쪽에 돌조각상을 만들어 배치했다.

드므는 건물의 네 모서리에 세워두는 그릇으로 평상시에 물을 담아 두었다가 화재 때 진압에 이용하는 소방 시설 역할을 한다. 한옥의 대부분이 목조건물이고, 목조건물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드므 설치는 필수적이었다. 드므는 청동이나 돌을 이용해 주로 솥 모양으로 만든다. 겉에는 귀신의 모습을 새겼는데, 이를 보고 화마가 놀라 달아날 것이라고 믿었다.
 

풍탁 / 픽사베이
풍탁 / 픽사베이
운판 / 위키피디아
운판 / 위키피디아

불교의 목소리를 전하는 장식 공예품들

추녀 끝에 매달려있는 작은 종을 풍경 또는 풍탁(風鐸)이라고 한다. 바람이 불면 사찰에서 은은한 종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풍탁 소리이다. 종에는 여러 문양이 새겨졌고, 종 밑에는 물고기 모양의 추가 있다. 풍탁은 부처님에게 소리로 공양하고, 중생을 깨우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추는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항상 깨어있으라는 뜻을 담는다.


운판(雲板)은 구름 모양의 금속판으로 구멍을 내고 끈을 꿰어 매달았다. 방망이로 두드리면 맑고 은은한 소리가 난다. 판위에는 보살상 혹은 여러 진언을 새긴다. 공양시간을 알리거나, 예불을 드리는 의식 때에 울렸다. 한편 각종 불교의식에 사용되는 북인 법고(法鼓)는 나무로 만들었고 소가죽을 둘렀다. 그리고 표면에 만(卍) 자, 태극 문양, 용을 그렸다.
 

법고와 목어 / 픽사베이
법고와 목어 / 픽사베이

목어(木魚)는 나무를 깎아 속이 빈 기다란 물고기를 만든 것이다. 이 목어도 여러 행사와 의식 시간에 쳐서 울리게 했다. 운판의 물고기 추 모양처럼 항상 눈을 부릅떠서 중생의 잠을 쫓아 정진하라는 의미를 담았다. 나중에는 여의주를 문 용의 모양으로 조각하기도 했다.

전설에 따르면 한 승려가 잘못을 저지르고 죽었다가 물고기로 환생했다. 하지만 등에는 나무가 자랐는데, 파도가 치면 흔들려서 심한 고통을 받았다. 승려의 옛 스승이 어느 날 그 물고기를 보고 가엾게 여겨 나무를 제거해 주었는데, 꿈에 제자가 나타나 자기의 모습을 한 물고기를 나무를 깎아 만들면 물고기들이 해탈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것이 목어의 유래이다.
 

편액 / 픽사베이
편액 / 픽사베이
정조가 직접 시를 지어 수원화성 서장대에 게시된 '어제 화성 장대 시문' / 수원시
정조가 직접 시를 지어 수원화성 서장대에 게시한 '어제 화성 장대 시문' / 수원시

글귀와 그림으로 운치를 풍기는 편액과 주련

건물이나 문루 중앙에 내거는 현판은 '편액(扁額)'이라고 한다. 널빤지에 혹은 종이, 비단 등을 붙이고 한문·한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임금이나 유명한 명필이 쓴 현판은 오늘날 중요한 문화재로 전해져 내려오며, 특히 왕이 내린 어필(御筆)은 당시에는 아무나 받을 수 없는 가문의 영광이었다.

쓰는 글은 보통 건물명을 쓰며, 귀한 현판일수록 좋은 재료에 금·은가루, 알록달록한 물감 등으로 글씨와 그림을 장식했다. 이처럼 편액은 다양한 글씨체와 전통적 장식을 보는 매력이 있다.

주련(柱聯)은 한옥 기둥에 세우는 세로로 붙이는 문구를 말한다. 궁궐이나 사찰뿐만 아닌 양반들의 기와집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장식품이다. 종이에 붓글씨를 쓰거나 목재에 새기기도 한다. 단순히 글씨만 새겨 여백의 미를 남기기도 하지만 겉을 단청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한다.

덕담이나 좌우명 혹은 복을 비는 좋은 글귀를 쓰기도 하며, 또한 유명인의 시, 자작 시를 쓸 수도 있다. 조상들은 이처럼 좋은 글과 시를 주거공간에 걸어두고 항상 함께했다. 좋은 뜻을 간직하고 마음에 새겨둘 수 있는 것이다. 운치와 풍류가 돋보이는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주련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주련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현대에도 전통 장엄 장식을 활용할 수 없을까?

오늘날에는 서구식 가옥이 널리 퍼져 한옥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한옥을 장식했던 장엄장식 역시 쓰일 이유가 없어졌다. 하지만 뭔가 안타깝기도 하다. 한옥에 쓰였던 장식이지만 현대에도 이런 좋은 문화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현판은 현대에도 쓰인다. 건물의 위치와 이름을 표기하고, 사무실 앞에도 부서명이나 업체명을 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흔한 현판들은 너무 뻔하고 단조롭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의 편액은 단청과 다양한 길상무늬로 장식됐고 검은 먹과 금가루, 은가루 등 다양한 색깔의 안료와 아름다운 서체로 써 내려갔다. 현대에도 통할 수 있는 우아한 매력이 있다고 본다.

조각보주련- 최해의 '바람맞은 연꽃- 풍하(風荷)', 중 총재미장시(摠在未粧時) 부분
조각보주련- 허욱작가

인터뷰를 진행했던 경지산방 허욱 작가도 옛 장엄 장식의 아름다움을 현대와 접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작가는 주련과 보자기에 쓰인 전통 문양인 조각보를 활용한 조각보주련을 만들었다. 이 조각보주련은 달력과도 접목해 쓰인다. 허욱 작가는 "전통 주련의 문화도 얼마든지 현대의 일상 공간에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 조각보주련을 기획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많은 작가들이 전통 문양과 장식 등을 현대적 감성에 맞춰 새롭게 접목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적 장식과 조형은 고유의 운치와 낭만이 있고, 자연친화적이다. 조금만 더 살펴보면 현대의 딱딱하고 단조로운 디자인에도 많은 영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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