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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음식에서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되기까지, '떡볶이의 진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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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음식에서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되기까지, '떡볶이의 진화는 계속된다'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7.23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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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궁중에서만 먹든 떡볶이, 해방 이후 급격히 대중화되어 국민 음식으로 자리잡아
떡볶이의 장점은 자유롭고 다양한 레시피에 있어··· 한식 세계화 역할도 기대
떡볶이 / 픽사베이
떡볶이 / 픽사베이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쫄깃쫄깃하고 매콤한 떡볶이는 한국인의 소울푸드이다. 분식집과 길거리 노점, 편의점 등 어디서나 떡볶이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집에서도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가벼운 식사도 되고, 입이 심심할 때 먹는 간식으로도 좋다.

떡볶이는 우리나라 고유의 한식이다. 아마 한식 중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사랑하는 유일무이한 음식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의 입맛에 더 적합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떡볶이는 어떻게 유래됐을까? 오늘날 떡볶이는 대중적인 음식이지만, 원래는 왕실에서만 먹은 진귀한 음식이었다.


궁중에서 먹었던 떡볶이가 대중의 소울푸드가 되기까지

궁중떡볶이는 현재 우리가 먹는 떡볶이와는 조금 다르게 고추장이 아닌 간장을 쓴다. 떡볶이에 쓰는 떡은 가래떡이다. 가래떡은 흰 멥쌀가루를 쪄서 둥글고 길게 늘여서 만든 것이다. 1460년에 편찬된 '식료찬요'라는 문헌에 떡볶이에 대한 기록이 처음 등장한다. 19세기 조리서인 '시의전서'에서는 궁중떡볶이의 레시피가 나오는데, 가래떡을 간장과 쇠고기, 참기름, 잣, 버섯 등을 넣어 조려 만든다고 한다.

원래 떡볶이는 병자(餠炙)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왕가와 몇몇 양반들이 먹는 음식이었다. 떡이라는 것 자체가 곡물을 많이 사용하는 음식인지라 평민들은 떡을 먹을 여유가 없었다. 또한 그냥 떡도 아니고 온갖 진귀한 재료를 함께 버무렸기에 더욱 값비싼 음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에는 궁중떡볶이도 간장 떡볶이로 바뀌어 많은 대중이 맛보고 있다.

 

궁중떡볶이 / 농촌진흥청
궁중떡볶이 / 농촌진흥청

가수 박향림(1921~1946)이 1938년에 처음 부른 '오빠는 풍각쟁이'는 당시 유명한 대중가요였다. 이 노래의 가사에 오빠가 떡볶이를 혼자만 먹는다는 내용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도 떡볶이를 많이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아는 모습의 떡볶이는 6.25 전쟁 이후 생겨났고, 발명자는 바로 마복림(1920~2011) 할머니이다.

마복림 할머니는 원래 남편과 미군 물품 보따리 장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집에서 떡을 먹다가 실수로 짜장면 그릇에 떨어트렸는데, 의외로 맛이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1953년부터 가게를 내고 춘장과 고추장, 가래떡 그리고 여러 야채를 섞고 연탄불에 볶아낸 요리를 판매했다. 이때의 떡볶이는 국물이 거의 없는 '기름떡볶이'였다.

장사는 조그만 분식점으로 시작됐으나 점점 주변 학생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리하여 마복림 할머니는 가게를 확장하고 요리법도 가스불을 사용하고 물엿을 넣어 조리는 방법으로 바꾸었다. 이내 떡볶이는 폭발적인 인기로 전국에 퍼져나가 오늘날 국민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할머니의 가게가 있던 신당동은 동네 전체에 떡볶이 골목이 형성됐다.
 

가래떡 / 위키피디아
가래떡 / 위키피디아

재료와 양념, 떡에 따라 가지각색의 맛을 낼 수 있는 떡볶이

떡볶이의 특징은 다양성이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은 물론 떡, 양념, 만드는 방법 등도 무궁무진하다. 자기 취향에 맞는 재료와 방법을 사용하면 되기에 직접 나만의 떡볶이를 만들어보아도 좋다. 또한 시중에 판매하는 DIY 떡볶이나 혹은 유명 레시피도 많기 때문에 실패 확률을 낮추고 싶으면 이것부터 참고해도 좋다.

떡볶이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떡볶이와 라면 사리의 조화가 일품인 '라볶이'는 어느 여학생이 마복림 할머니에게 자신이 들고 온 라면을 넣어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외에도 어묵, 튀김, 당면, 치즈, 달걀 등 기호에 따라 갖가지 재료를 넣을 수 있다.

이탈리아 스파게티의 소스인 카르보나라를 양념으로 쓰면 '카르보나라 떡볶이'가 되고, 카레에 넣으면 '카레 떡볶이'가 된다. 또한 각종 해산물을 함께 버무리면 '해산물 떡볶이'가 된다. 이처럼 전국 다양한 요리가들이 새로운 취향의 떡볶이를 변형시켜 선보이고 있다. 떡볶이 뷔페는 이 다양한 종류의 떡볶이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다.

떡의 경우에는 쌀떡과 밀떡에 대한 선호도가 극명히 갈린다. 원래는 원가절감을 위해 밀떡을 사용했지만, 밀떡 특유의 부드러움을 좋아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또한 가래떡 외에도 여러 모양의 떡을 사용하여 다채로운 비주얼도 연출할 수 있다. 이 같은 떡볶이의 다양성은 각 가게마다 자신만의 비법을 갖추게 만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동네 단골 가게들도 많은데, 프랜차이즈가 넘볼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을 차지하기도 한다.

떡볶이 못지않은 길거리 음식인 떡꼬치도 떡볶이를 응용한 새로운 음식이다. 그리고 오늘날 수많은 요리에 떡볶이 떡이 함께 쓰인다. 원래 떡볶이와 상관없어 보이는 찌개, 고기볶음 등 요리에도 떡볶이 떡을 넣고 있다. 떡볶이는 우리 식탁 어디서나 존재하는 재료가 되고 있다.
 

까르보나르와 토마토 소스, 해산물을 넣어 만든 퓨전 로제떡볶이
까르보나르와 토마토 소스, 해산물을 넣어 만든 퓨전 로제떡볶이 / 핸드메이커 권희정 기자

떡볶이의 세계화 가능할까

그렇다면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이 떡볶이가 외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실제로 2009년 정부에서는 한식 세계화를 위한 프로젝트에서 주요 메뉴로 떡볶이를 꼽아 지원했다. 이를 위해 경기도 용인에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산하 떡볶이연구소를 설립하여 새로운 신제품을 개발하고 창업 교육을 지원했다.

하지만 전폭적인 지원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떡볶이의 식감이 이에 들러붙고 찰지는데, 애초에 이러한 식감을 서구인들이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무작정 예산을 쏟아붓기만 한다고 저절로 떡볶이가 세계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떡볶이가 같은 아시아권에서는 은근히 궁합이 맞는 모양이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식문화를 가진 일본인들은 한국의 떡볶이를 좋아한다. 일본의 한 유명 유튜버도 한국 떡볶이를 먹는 영상을 찍어올려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예전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들리면 떡볶이를 꼭 먹었다고 한다.
 

치즈떡볶이 / 위키피디아
치즈떡볶이 / 위키피디아

또한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떡볶이가 인기 있다고 한다. 베트남과 대만에는 즉석떡볶이 프렌차이즈인 '두끼'가 진출하여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편 쌀 가공식품 수출액이 지난해 1억 698만 달러로 2015년에 비해 두 배 증가했다. 이 중에서 떡볶이 수출의 성장세가 가장 크다.

꼭 서양인의 입맛에 맞아야 세계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맞지 않은 사람에게 굳이 강요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현재 일본,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떡볶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억지로 먹게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싶다.

우리 떡볶이의 장점은 정해진 형태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새롭게 변화했다는 것이다. 만일 옛날 조선에서 먹던 궁중 떡볶이만을 전통이라면서 계속 고집했으면 떡볶이가 국내에서라도 이 정도 위상을 누릴 수 있었을까?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떡볶이 프랜차이즈들도 현지인의 정서와 입맛에 맞추고 있다. 떡볶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 장점을 잘 살리고자 한다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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