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08-12 07:25 (수)
한국인의 오랜 디저트, '떡'의 트렌디한 변신
상태바
한국인의 오랜 디저트, '떡'의 트렌디한 변신
  • 김강호 기자
  • 승인 2020.07.16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한국인들은 아주 다양한 떡을 만들어 먹어왔다
새로운 접목과 감성을 담은 떡은 지금도 새로운 종류가 생겨나고 있다
멥쌀을 반죽하고 소를 넣어 빚은 떡, '송편' / 픽사베이
멥쌀을 반죽하고 소를 넣어 빚은 떡, '송편' / 픽사베이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떡을 얼마나 좋아하고 즐기는가? 떡은 간식도 되고 간단한 식사도 된다. 또한 다양한 요리에 접목할 수도 있고 종류도 다양하다.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떡볶이부터 기성세대가 즐기는 여러 전통 떡까지,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식탁과 함께한 정가는 음식이다.


오랫동안 먹어온 한국인의 특별한 디저트

예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속담에는 떡과 관련된 속담이 많다. '그림의 떡',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등 당장 생각나는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도 호랑이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말하며, 계속 떡을 요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속담들을 보면 뭔가 떡이 맛있고 귀한 음식이라는 인상을 주게 만든다. 실제 이야기는 아니지만 육식동물인 호랑이조차 떡을 먹고 싶어 하니 말이다. 당시의 떡은 과자처럼 맛있는 별식이자 디저트였다. 떡은 옛날에 잔치, 결혼식 등 아주 특별한 날에만 해먹을 수 있었다.

떡이 귀했던 이유는 떡 만드는 방법에 있다. 떡은 곡물을 가루 내어 반죽하고 찌거나 굽고 튀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만드는데, 곡물을 너무 많이 소모하고 죽이나 밥을 만드는 것보다 과정도 복잡했다. 그래서 식량이 절대적으로 모자랐던 과거에는 떡을 만드는 것은 사치였다.

떡은 떡 만드는 찜 그릇인 시루의 등장과 맥을 함께 한다. 시루는 청동기 시대부터 발견된다. 시루를 솥에 넣고 불을 때면, 뜨거운 증기가 시루 밑에 뚫린 구멍에 들어가 곡물 반죽을 익게 해준다. 가마솥이 밥을 보급하게 해준 것처럼 시루의 등장도 떡의 보급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떡을 만드는 바탕으로는 주로 멥쌀이나 찹쌀 등을 쓴다. 이외에도 감자나 고구마를 쓰기도 하며,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고물(겉에 묻히는 가루)과 앙금(내용물)으로는 콩, 팥, 녹두, 밤, 호박, 꿀 등을 사용하며, 떡을 돋보이고 맛을 더하기 위해 뿌리는 고명으로는 깨, 잣, 호박씨 등이 있다.

 

시루 / 문화재청
시루 / 문화재청
찐쌀은 절구에 넣고 떡메라는 방망이로 두들겨 반죽한다 / 위키피디아
찐쌀은 절구에 넣고 떡메라는 방망이로 두들겨 반죽한다 / 위키피디아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떡을 만들어 먹다

중국에서는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병(餅)이라 했고 밀가루 이외에 쌀이나 수수 등 곡물로 만든 음식은 이(餌)라고 했다. 중국에서는 화북지방에서 밀을 생산했지만, 한국은 밀이 귀했기에 대부분 떡을 쌀로 만들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떡을 '병이'라 부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병을 떡이 아닌 다른 음식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만드는 방법은 시루에 찌기도 하고 혹은 지지거나 삶기도 하는 등 다양하다. 만드는 방법으로 떡을 나누기도 하는데, 시루에 덩어리지게 찌어서 만드는 것은 '증병'이라고 하며, 증병에는 시루떡, 설기, 호박떡 등이 있다. 쌀가루를 찌고 떡메로 쳐서 쫀득하게 만든 것은 '도병'이다. 인절미, 바람떡, 가래떡이 도병에 속한다.

기름에 지지는 떡은 '전병'이라고 한다. 화전이나 메밀전병, 부침개 등이 속한다. '경단'은 가루를 둥글게 반죽해서 삶은 다음, 고물을 묻혀 만든 것이다. 오늘날에는 전병이나 부침개같이 밀가루를 지져 만든 음식들은 떡과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리고 조선시대의 '진연의궤'라는 책에서는 찹쌀떡은 점증병, 멥쌀떡은 경증병으로 달리 구분했다. 이처럼 분류는 다양하다.

멥쌀가루에 막걸리를 넣어 부풀린 '술떡', 멥쌀가루에 다양한 색을 물들여 만든 무지개떡, 쑥으로 만든 '쑥떡', 곡물을 반달 모양을 빚고 안에 앙금을 넣은 '송편', 설탕이나 꿀을 넣은 '꿀떡', 수수에 팥고물을 입힌 '수수떡', 찹쌀에 밤, 대추, 잣, 꿀을 넣어 만든 '약식'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떡들이 당장 떠오르는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술떡(증편) 멥쌀 반죽에 술을 넣어 부풀리고 깨, 잣 등의 고명을 얹었다 / 픽사베이
술떡(증편) 멥쌀 반죽에 술을 넣어 부풀리고 깨, 잣 등의 고명을 얹었다 / 픽사베이
찹쌀을 시루에 쪄서 적당한 크기에 잘라 콩고물을 묻힌 인절미 / 픽사베이
찹쌀을 시루에 쪄서 적당한 크기에 잘라 콩고물을 묻힌 인절미 / 픽사베이

떡과 밀접히 관련된 우리 전통 문화

우리 떡은 이처럼 종류가 다양하다. 여러 환경 속에서 다채로운 떡을 만들고 일상 속에서 먹은 것이다. 한국 문화와 떡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정월 초하루에는 가래떡과 가래떡을 썰은 떡국을 먹었는데, 하얀 가래떡은 장수와 부를 의미한다. 3월 삼짇날에는 봄꽃인 진달래로 화전을 지져 만들어 먹었으며, 추석 한가위에는 막 수확한 햇곡식으로 송편을 빚었다.

10월에는 고사떡을 만들어 제사를 지냈다. 제사 때마다 떡은 꼭 올리는 필수 음식이었는데, 귀신조차 밥 대신 떡을 맛보고 싶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굿을 할 때에는 증편, 백설기, 화전 등 다양한 떡을 올렸는데, 증편은 신령에게 사람의 일을 보고하는 역할을 했다. 아이의 돌 상에는 재앙을 막는 의미를 가진 백설기와 귀신을 막는 수수떡을 올렸다.

지역마다 환경에 알맞은 다양한 떡을 먹었다. 빈대떡은 녹두를 맷돌에 갈고 숙주와 고사리, 돼지고기를 넣고 기름에 부쳐 만든 음식이다. 녹두가 많이 자랐던 평안도의 전통음식이다. 차조를 주식으로 삼았던 제주도에서는 차조 가루를 반죽하여 삶고 콩가루와 팥고물을 묻힌 오메기떡을 만들어 먹었다. 모싯잎송편(머슴떡)은 영양분이 뛰어난 모싯잎 가루를 찹쌀과 반죽해 만든 것으로 전남 영광의 자랑스러운 특산품이다.

오늘날까지 한국 사회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로는 '떡값'이 있다. 떡값은 원래 명절에 떡을 해서 먹으라며 돈을 주고받는 풍습이었는데, 아무리 가난한 집도 차례상에는 떡을 올려야 했기 때문에 생겨났다. 또한 혼례와 장례식 등이 있으면 돈을 모아 떡값으로 부조하기도 한다. 이사를 가면 시루떡을 마련하여 이웃에게 돌리는 풍습도 있었다. 오랫동안 이웃간의 끈끈한 정을 다질 수 있는 한국 고유의 문화였는데,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수십 년 만에 급격히 사라진 문화여서 안타깝기도 하다.
 

시루떡은 시루에 쌀가루, 콩, 팥 등을 섞어 안치고 찐 떡이다 / 위키피디아
시루떡은 시루에 쌀가루, 콩, 팥 등을 섞어 안치고 찐 떡이다 / 위키피디아

현대에서도 계속되는 떡의 위상

오늘날에는 빵, 과자, 케이크 등 서양 디저트가 들어와 후식 문화가 더욱 풍족해졌다. 예전에는 없어서 못 먹었던 떡은 소비량이 꾸준히 줄어들었다. 그래도 떡을 찾는 사람이 아직 많다. 현대에는 전문적으로 장인이 곡식을 빻고 떡을 만드는 방앗간과 떡집이 늘면서 가정에서 만들던 떡을 대체했다. 동네 어디를 가도 떡집은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현대의 식품은 대부분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점유하지만 동네 떡집은 아직도 많다. 이는 떡이 복잡한 과정을 통해 손으로 만든 것이 훨씬 맛있다는 점, 금방 상하거나 굳기 때문에 그날그날 신선한 떡을 만들어야 하는 점 때문이다. 물론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도 계속 떡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떡은 현대에 쌀 소비량을 늘릴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우리나라는 매년 쌀이 과잉생산되어 남아돌고 있다. 옛날에는 쌀을 너무 많이 소비한다 하여 자주 만들지 못한 떡이 이제는 쌀을 더 많이 쓰기 위해 상품화를 추진한다는 것을 보면 정말 역사란 아이러니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떡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굳어서 식감이 매우 떨어지는데, 이는 곡물에 들어있는 전분이 상온에 방치되면 굳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2010년 전분의 수소결합을 방해하여 굳어지는 현상을 막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아직 기술 상용화가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하며, 빨리 상하는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한다.
 

쌀반죽으로 마음대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라이스클레이가 아이들에게 인기이다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쌀반죽으로 마음대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라이스클레이가 아이들에게 인기이다 /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청년떡집은 퓨전떡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 인스타그램 캡처
청년떡집은 치즈, 고구마, 아이스크림, 딸기, 카카오 등 현대 트렌드를 접목한 퓨전떡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 인스타그램 캡처

트렌디한 진화를 통해 서구 디저트와 경쟁하는 떡

떡은 크기도 적당하고 조리도 간편하다. 또 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과자보다 영양분이 뛰어나 바쁜 현대인이 즐기기에 괜찮아 보인다. 그중에서도 떡볶이는 현대인이 가장 많이 즐기는 간편한 떡 요리이다. 요즘에는 좀 더 현대적인 디저트와 접목한 퓨전 떡들이 나오고 있다. 빵 대신 떡 위에 앙금으로 장식한 '떡 케이크'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빙수와 아이스크림 등에도 떡을 접목시키기도 하고 마치 예술품과 같이 예쁘고 귀여운 떡을 만드는 '떡 공예'도 제법 인기이다. 떡의 트렌디한 진화를 시도하는 떡집과 떡 카페들이 기존 우리 일상을 지배해온 카페와 마카롱, 빵집의 아성을 넘어보려고 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떡을 먹었다. 떡은 고려 시대에 쌀밥이 보급되기 전까지 우리의 주식이었으며, 이후에는 과자를 대체하는 특별한 디저트가 되었다. 그리고 떡은 그 무궁무진한 제조법 덕분에 현대에도 새로운 쓰임에 맞춰 계속 새로운 종류가 나오고 있으며, 젊은 세대의 입맛도 사로잡는다.

우리 전통 식재료와 감성을 사용하기도 하고, 혹은 현대와 서구의 디저트와 함께 접목시키는가 하면 새로운 감성을 담아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직접 떡을 만드는 사람도 많다. 정해진 원형이 없다는 점에서 자유로운 시도로 나만의 떡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이처럼 떡의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