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08-12 06:50 (수)
[기자생각] 예술, 돈벌이와 작품 그 사이 외줄타기인가?
상태바
[기자생각] 예술, 돈벌이와 작품 그 사이 외줄타기인가?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0.07.13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영남 대작 사기 사건 판결을 보고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예술계가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을 그림이나 조각 등 다양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것이 작가인데 그런 활동을 전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한 작가의 법적 판결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화투 그림으로 유명세를 탔던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 씨의 대작(代作) 사기 사건. 2016년부터 이어진 이 사건은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pixabay
pixabay

이 사건이 화제가 된 이유는 고가에 팔린 작품들이 조영남 씨가 직접 그리지 않고 ‘조수’가 그렸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지만, 미술계에서는 혼자 그리기 어려운 대형 작품과 같이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조수를 두는 것이 특이한 일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작품활동을 하며 조수를 두는 것은 관행”이라는 그의 발언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 그의 말은 묵묵히 그림을 그리며 예술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작가들에게는 뒷통수를 맞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시작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고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왜 그가 대작을 한건지, 과연 작품활동과 금전적 수익 중에 무엇이 우선이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화투 그림 대작 사건의 전말

조 씨의 대작 사기 사건은 지난 2016년 5월 제기됐다. 다른 무명화가가 대신 그리고, 조 씨는 서명 정도만 넣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어 2018년에는 그의 작품 ‘호밀밭의 파수꾼’ 역시 다른 사람이 그렸다는 사실이 밝혀져 고소당했다. 여러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의 그림을 대신 그린 송기창 화백은 2009년부터 그와 함께 작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작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조영남 씨. 그는 스스로를 '화수(화가+가수)'라고 부른다고 한다 / 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캡쳐
대작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조영남 씨. 그는 스스로를 '화수(화가+가수)'라고 부른다고 한다 / 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캡쳐

송 화백은 논란이 불거진 2016년 당시 SBS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조언을 구하는 정도였는데, 어느날 조수를 하겠냐는 식으로 얘기했고 그 후 그림을 (그려달라) 부탁해왔다”며 “어려운 것만 시켰다. 형(조영남)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디테일한 부분을 많이 부탁했다고 한다. 그가 그린 그림만 약 200여점으로 추정된다.

조영남 씨는 송 화백 외에도 다른 화가에게도 대작을 부탁했고,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21점의 작품을 17명에게 판매해 1억5천여만원을 받았다.

사람들은 ‘조영남’이라는 이름을 보고 높은 금액을 지불했지만, 약 200여점의 작품이 그가 모두 그린 것이 아닌, 조수가 대신 그린 그림이었다는 점에서 분노한 것이다.

조 씨는 방송에서 대작을 한 이유에 대해 “전시회 요청이 오고 바빠졌다. 사람들이 이걸(자신의 화투 그림 중 하나) 좋아하더라. 그래서 조수에게 그려오라고 시켰다”고 해명했다.

대법원은 지난 6월 25일 최종판결에서 원심을 인용해 “대작을 했다는 사실이 작품 구매자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보지 않았다”며 “해당 작품이 저작권 시비에 휘말리지 않은 이상 기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상고를 기각했다.

1심에서는 조 씨가 대작 사실을 고의로 숨겼다는 점에서 사기 혐의를 인정했지만, 항소심에서는 화투 그림은 조 씨의 아이디어이고, 송 화백 등은 조수로서 기술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법은 그가 조수를 이용해 그린 그림을 판매한 것이 사기가 아니라고 무죄 판단을 내렸지만, 어디까지나 법의 심판을 받았을 뿐이다. 예술의 심판은 받지 못했다. 그리고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냉담하다.


다른 사람이 그렸어도 내 아이디어면 내 작품?

저작권법 제2조(정의)에서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며,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 법적인 정의로만 따져봐도 그의 그림은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다. 대작 화가가 99%를 그리고, 그가 1%의 서명과 붓터치, 전체적 디자인 감수를 하고 마무리 지었다고 해서 그 그림을 ‘조영남의 저작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의 화투 그림들 / 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캡쳐
그의 화투 그림들 / 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캡쳐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부심이 넘쳤다. 5년 만에 출연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그가 하는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다.

“100년 전에는 (대작이) 엄청난 죄였다. 그러나 현대미술의 개념은 바뀌었다. (자신의 작품 ‘Always Glory’를 예로 들며) 조영남이 이런 발상을 한거고, 이 발상이 값이 나가는 거다. 세계에서 화투를 회화로 한 사람이 아직 없다. 독창적이다. 미대에서 조수 시키는 건 공장에 맡기는 것과 똑같다.”

조 씨의 작품 ‘Always Glory’ / 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캡쳐
조 씨의 작품 ‘Always Glory’ / 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캡쳐

이날 방송에는 조 씨의 대작 사건에 대한 여러 전문가 의견도 뒷받침됐다. 한 미대 교수는 “어떤 작가가 조수를 두고 작업하는지 다 안다”고 했지만, 작업과정 공개는 꺼려했다.

반면, 김용호 화백은 “현대미술을 본인 식으로 해석하면서 앤디 워홀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남의 손이 닿는 걸 싫어하는 게 작가의 기본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한국미술협회 자문위원장인 신제남 화백은 “조 씨가 실수한 것은 관행이라는 말을 썼기 때문”이라며 “뭐하러 애써서 그리냐? 아이디어만 주고 남 시켜서 내가 그렸다고 하면 그만이다”라고 말하며, 장애인 구족화가들을 사례로 설명했다.

장애인 화가들은 손이나 발을 쓸 수 없어 입으로 붓을 물고 그린다. 그 정도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아이디어만 주고 다른 사람에게 대신 그리도록 시킨 조 씨를 비판한 것이다.

예술을 어떤 명백한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조 씨의 발언과 그 당당함도 쉽게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그 아이디어 만큼은 작가로서 가치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백한 기준이 없다는 점을 놓고, 어떤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른 경우 그를 정당화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현대미술 작가인 강형구 화백이 방송에서 한 말이 인상깊다. “작품은 하나의 승부이며, 나와 내 그림 간의 어떤 승부, 나와의 싸움이다. 내가 나 스스로한테 지기 싫다.”


도움은 받았지만, 예술가의 본질은 잊지 않은 화가들

실제로 미술계에서 조수를 두고 활동했던 이들은 중세 시대부터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벽화 같은 대형 작품을 주로 그렸기 때문에 도움 차원에서 함께 일한 것이다. 혼자서는 성당의 천장을 다 채우기에 역부족이었을 수도 있지만, 제작의 효율성을 위해 여러 사람이 협업하는 것이 그 시대의 특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미켈란젤로도 같이 일했던 조수들이 맘에 들지 않아 시스티나 성당의 ‘천지창조’를 4년 동안 혼자 그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을 보면, 작품에 대한 애착과 화가의 본질은 잊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앤디 워홀의 대표작에 영감을 준 캠벨 수프 깡통 / 위키백과
앤디 워홀의 대표작에 영감을 준 캠벨 수프 깡통 / 위키백과

팝아트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앤디 워홀은 코카콜라병, 수프깡통 등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물건과 마릴린 먼로 등의 유명배우 사진을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해 작품으로 표현해 냈다. 다른 회화와 달리 실크스크린이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이것도 미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있는 물건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색다른 기법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한다.

데미안 허스트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1991)’ / 위키백과
데미안 허스트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1991)’ / 위키백과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도 100여 명의 조수와 함께 작업한다고 알려졌다. 그도 그럴것이 포름알데히드를 넣은 진열장에 죽은 상어 시체를 넣은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이라는 그의 작품만 봐도 알 수 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정도다.

이들은 대부분 도움을 받는 정도, 협업하는 정도로 조수와 함께 일했다. 도움을 받으면서도 작가 개인이 가진 작품표현의 특징은 잃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지금까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닐까 한다. 조 씨가 자신은 이들과 다를 바 없다고 예를 들었지만 ‘글쎄’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조영남 씨는 지난 5월 28일 대법원 공개 변론에서 “앤디 워홀이 평범한 코카콜라병을 있는 그대로 그려 크게 성공한 것에 착안해 가장 대중적인 놀이기구인 화투를 찾아내 그것을 팝아트로 옮겨낸 것이다. 세밀한 화투를 그리면서 조수도 기용하게 됐다”고 호소하며 “남은 인생을 갈고 다듬어 많은 겸양을 실천하고, 사회 보탬 되는 참된 예술가가 되겠다”고 울먹였다. 악어의 눈물이 아니기를 빈다.


예술의 가치, 돈벌이가 우선되어야 하나

조 씨는 화가로서 1960년대부터 다수의 전시회를 여는 등 오랜 시간 활동해왔다. 그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작품과 노력하는 동료 화가들을 위해 ‘돈벌이’를 우선시하는 예술은 하지 않았어야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2009년 한 방송에서 “나 같은 사람은 화투를 그려서 돈을 따는 거야. 이걸 천만 원 이렇게 받으니까”라고 말했다. 위트 있는 멘트였지만, 그가 대작을 맡긴 무명화가에게 했던 행동은 반대였다.

조 씨는 자신의 작품을 대신 그려줬던 송기창 화백에게 그림 1점당 10~20만원씩 줬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방송에서 “(자신의 그림을) 그려오라고 시켰다. 미술 전공자면 다섯 시간이면 충분히 그리고 남는다. 10만원이면 많이 쳐준거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보면, 화가인지 장사꾼인지 애매하다고 판단된다. 자신의 그림을 가지고 천만원을 번다고 말하는 사람이, 같은 그림을 대신 그렸다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헐값을 매긴다는 점이 말이다.

송기창 화백 / 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캡쳐
송기창 화백 / 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캡쳐

송기창 화백은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조건에 의해서, 거래에 의해서 얼마를 받고 그린 건 전혀 아니다”라며 “(조 씨가) 주는 대로 받았다. (중략) 그분의 인지도로 판 건 알겠는데 저한테는 10만 원, 20만 원 주고 (조 씨는) 천만 원을 받으니 조금 이상하다.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송 화백은 전문가로서 좋은 뜻을 가지고 재능기부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송 화백의 가치는 슈퍼에서 물건을 사듯 쉽게 치부해놓고, 조 씨는 송 화백의 기술로 더 큰 이익을 얻는 모습을 보면 억울할 듯하다. ‘호의가 계속되면 당연한 줄 안다’는 말처럼.

대중들 역시 그를 화가로 여기지 않는다. 여러 댓글을 보면, “인성이 중요하다. 조수화가를 금전적, 인격적으로 잘 대우해줬으면 이런 사단이 안 왔다”, “그럼 대리시험은 왜 유죄인가. 일도 대리로 시키면 되겠다”, “그림 전공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백이면 백 사기라고 할거다”, “장사지 그게 어디 예술가냐”, “조영남이 안 그렸으면 안 샀다”는 등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pixabay
pixabay

가수로서 그의 목소리는 인정하지만, 화가로서의 그는 자만을 멈출 필요가 있다. 백번 이해할 수는 있다. 현대 미술에서는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며, 조수의 손을 빌리는 것은 일부 기술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붓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표현하는 화가들의 명예를 갈아먹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드로잉을 거쳐 탄생하는 미술작품은 가치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또한,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창작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미술이라는 심오한 예술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주관적인 입장으로 그의 작품을 해석하자면, 화투를 나름대로 재해석한 아이디어는 좋지만, 크게 참신하지는 않아 보인다. 물건은 그 본질로서의 가치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화투는 쳐야 제 맛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